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음주운전 장면을 블랙박스나 휴대폰으로 찍어 두었다가, 신고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를 상담에서 자주 접합니다.
이런 요구를 받은 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술을 마시고 운전한 건 사실이니 할 말이 없다”, “일단 돈을 주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요구에 응하곤 합니다. 그런데 한 번 돈을 건네면 요구는 대개 멈추지 않고, 금액만 커진 채 반복됩니다. 반대로 요구한 쪽은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했을 뿐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정당하다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갈죄의 협박을 판단할 때 해악의 내용이 진실이거나 적법한지가 아니라, 그것을 재물 요구의 수단으로 삼은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었는지를 본다는 법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신고하겠다는 말이 사실이라 해도, 돈과 맞바꾸려는 순간 형사 문제의 방향이 뒤집힙니다.
아래에서는 음주운전을 신고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행위가 왜 공갈이 되는지, 이미 돈을 보냈다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본인의 음주운전 책임은 어떻게 따로 남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음주운전 사실이 있어도 그것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면 공갈죄가 됩니다
약점이 진짜라는 사실은 요구한 쪽의 책임을 덜어주지 않습니다.
형법 제350조 제1항은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갈은 상대방이 겁을 먹고 의사결정을 하도록 해악을 알리는 것이고, 그 해악이 어떤 내용인지는 묻지 않습니다. 폭행을 하겠다는 말뿐 아니라 “경찰에 신고하겠다”, “회사에 알리겠다”는 말도 돈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쓰이면 해악의 고지가 됩니다.
음주운전은 본인이 실제로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사실이니 협박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공갈죄에서 문제 삼는 것은 해악 내용이 거짓인지가 아니라, 상대가 신고를 피하려고 돈을 내놓도록 압박했다는 점입니다. 요구한 쪽이 “신고 안 할 테니 얼마를 보내라”고 한 순간, 신고는 정당한 시민의 권리가 아니라 금전을 얻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또한 실제로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요구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형법 제352조는 공갈죄의 미수도 처벌하므로, 상대가 응하지 않았거나 일부만 받은 경우에도 요구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신고를 대가로 한 금전 요구는, 신고 대상이 사실이어도 공갈죄의 협박이 됩니다.
2. 신고할 권리가 있어도 돈과 맞바꾸는 방식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정당한 권리라도 쓰는 방법이 허용 범위를 넘으면 공갈의 실행에 착수한 것입니다.
음주운전은 누구든 신고할 수 있고, 신고 자체는 위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구한 쪽은 대개 “신고는 내 권리”라고 항변합니다. 대법원은 이 항변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세우고 있습니다.
해악의 고지가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다면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허용 범위를 넘는지는 추구한 목적과 선택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도19493 판결).
이 기준을 음주운전 신고 사안에 대입하면 두 가지가 문제됩니다. 첫째는 목적입니다. 신고하려는 사람의 목적이 음주운전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금전을 받는 것이라면, 목적부터 정당성을 얻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수단입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정당한 방법을 두고, 신고를 보류하는 조건으로 금액을 정해 보내라고 하는 것은 신고권을 거래 수단으로 바꾼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요구 금액이 실제 피해와 무관하게 정해졌는지, 입금 기한을 정해 반복적으로 독촉했는지, 거절하면 가족이나 직장에 알리겠다는 말이 덧붙었는지 같은 사정이 함께 살펴집니다. 사고로 실제 손해가 생겨 그 범위에서 합의금을 청구하는 것과는 구별됩니다.
신고권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권리를 돈과 맞바꾸려 한 방법이 공갈 여부를 가릅니다.
3. 이미 돈을 보냈더라도 공갈 피해자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돈을 건넸다는 사정이 있어도, 겁을 먹고 교부했다면 공갈죄가 완성됩니다.
많은 분이 “내가 이체했으니 내 의사로 준 것 아니냐”고 걱정하십니다. 그러나 공갈죄는 상대방의 하자 있는 의사에 따른 처분행위를 전제로 하는 범죄입니다. 겁을 먹고 신고를 피하려고 돈을 보낸 것이라면, 이체는 자발적 증여가 아니라 공갈에 의한 교부로 평가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핵심은 입증입니다. 요구 문자와 메신저 대화, 통화 녹음, 입금 내역이 기본 자료입니다. 상대방이 한 말을 녹음하는 것은 대화 당사자라면 가능하므로, 추가 요구가 이어질 때 통화를 녹음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화에서 “신고하지 않을 테니”, “대신 얼마를 달라”처럼 신고와 금전이 연결되는 문장이 드러나면 공갈의 고의와 협박이 함께 입증됩니다.
금액이 커지면 처벌도 무거워집니다. 공갈로 얻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소액을 여러 번 나누어 받은 경우에도 하나의 범행으로 묶여 합산될 수 있어, 처음 요구에 응한 뒤 반복 입금이 있었다면 전체 흐름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신고를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돈은 받지 않은 경우에는 협박죄(형법 제283조, 3년 이하의 징역·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와 공갈미수 중 무엇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돈을 이미 보냈다는 사정은 피해자의 지위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공갈 기수를 입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4. 공갈 고소와 별개로 본인의 음주운전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상대를 고소하는 순간 본인의 음주운전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고소하면 내 음주운전이 드러나는 것 아닌가”입니다. 맞습니다. 공갈 고소장에는 협박의 원인인 음주운전 사실이 기재될 수밖에 없고, 수사기관은 두 사건을 함께 보게 됩니다. 공갈범이 처벌받는다고 해서 본인의 음주운전이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음주운전의 처벌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로 나뉩니다. 0.03% 이상 0.08% 미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운전 직후 측정이 없었다면 혈중알코올농도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마신 술의 종류와 양, 시간, 체중 등을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으로 농도를 역산하는데, 결국 본인의 진술과 주변 증거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따라서 고소 전에 진술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공갈 사건은 유리하게 풀리고 음주운전 사건에서 불리해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도 법정형에 따라 정해지고, 오래전 일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수사기관에 먼저 사실을 밝히는 자수는 형법 제52조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사유가 됩니다. 이 역시 임의적 감경이므로 어떤 순서로 진술하고 무엇을 제출할지는 사건별로 전략이 달라집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요구에 응하기 전에 증거부터 확보하고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공갈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상대가 계속 연락해 오는 상황이라면 이미 진행 중인 범행이므로, 고소 전이라도 대응 방향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요구를 받은 직후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의 요구 문자·메신저·통화 녹음을 원본 그대로 보관하고, 입금한 적이 있다면 이체 내역과 시점을 정리합니다.
본인의 음주 경위, 당시 운전 시간과 마신 술의 양, 블랙박스 등 상대가 가진 영상의 내용을 먼저 확인합니다.
추가 입금은 멈추고, 고소 시기와 본인 진술 방향을 정한 뒤 고소장을 접수합니다.
이렇게 준비하면 공갈 피해 사건과 본인의 음주운전 사건을 한 흐름에서 정리할 수 있고, 불필요한 불리한 진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음주운전이라는 약점이 잡힌 상태에서 협박을 받으면, “내가 잘못한 일이니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요구 금액은 늘고, 증거는 흩어집니다.
돈을 요구받은 입장에서는 자신의 잘못과 상대의 범죄를 구분해서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음주운전은 음주운전대로 책임을 지되, 그것을 이유로 돈을 뜯어가는 행위까지 감수할 이유는 없습니다.
반대로 신고를 빌미로 돈을 요구한 입장에서도 “사실을 말하겠다고 했을 뿐”이라는 항변은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요구 경위와 금액, 대화 내용에 따라 협박, 공갈미수, 공갈 중 무엇으로 평가될지가 달라집니다.
저는 공갈 사건에서 협박을 당한 쪽과 문제를 제기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증거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요구에 응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실제로 음주운전을 했는데도 상대를 공갈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음주운전 사실 여부와 상대방의 공갈 여부는 별개입니다. 다만 고소 과정에서 본인의 음주운전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진술 방향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Q. 이미 돈을 보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공갈로 교부한 돈은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이나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 사건에서 확보된 대화와 입금 자료가 민사 입증에도 쓰입니다.
Q. 상대가 “신고만 안 하면 되니 합의금 정도만 달라”고 해도 공갈인가요?
A. 금액이 적어도 신고를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면 공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한 합의금 청구라면 별개이므로 요구 경위와 금액의 근거를 따져봐야 합니다.
Q. 상대와의 통화를 몰래 녹음해도 되나요?
A. 대화 당사자가 자신의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제3자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과는 구별됩니다.
Q. 상대가 이미 경찰에 음주운전을 신고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신고된 음주운전은 그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요구했던 금전 사실은 별도로 공갈 고소 대상이 됩니다. 두 사건의 진술이 일관되도록 조사 전에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돈을 보내기 전, 늦어도 고소장을 내거나 경찰 조사를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증거 정리가 두 사건 모두의 방향을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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