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나 고용주, 지도자처럼 자신을 보호·감독하는 사람에게 위력으로 성관계를 강요당했는데, 당시에는 관계가 깨질까 두려워 말하지 못하다가 몇 년이 지나서야 고소를 결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나"입니다.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은 형법 제303조의 죄로, 기본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DNA 증거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10년이 더 연장됩니다. 이 글에서는 7년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왜 10년이 더해지는지, 미성년자였다면 시효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를 법조문 기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업무상위력 간음죄 — 형법 제303조가 처벌하는 행위
형법 제303조 제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강간죄처럼 폭행·협박으로 반항을 억압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상하 관계에서 오는 압박, 즉 거부하면 인사상·경제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피해자의 선택을 사실상 막았다면 위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보호 또는 감독'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상사와 부하직원, 사업주와 아르바이트생, 학원 원장과 수강생, 감독과 선수처럼 한쪽이 상대의 업무 환경·평가·고용을 좌우할 수 있는 관계가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직급이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관계를 이용해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제303조 제2항은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간음한 경우를 따로 규정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더 무겁게 처벌합니다. 교도관과 수용자의 관계가 대표적이며, 이 경우 법정형이 다르기 때문에 공소시효 기간도 달라집니다. 아래에서 그 차이를 짚어보겠습니다.
업무상위력 간음은 폭행·협박이 없어도, 보호·감독 관계를 이용해 상대의 의사를 제압했다면 성립할 수 있다.
공소시효 7년 — 형사소송법 제249조가 정하는 기본 기간
공소시효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검사가 더는 기소할 수 없게 하는 제도로, 기간은 법정형에 따라 정해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4호는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7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제303조 제1항의 법정형은 징역의 장기가 7년이므로 이 구간에 들어가 기본 시효가 7년입니다.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함께 규정되어 있어도 시효는 가장 중한 징역형의 장기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반면 제303조 제2항은 징역의 장기가 10년이어서 제249조 제1항 제3호의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고, 기본 시효가 10년입니다. 같은 제303조라도 제1항과 제2항의 시효가 다르므로 어느 항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제303조 제1항(보호·감독 관계의 위계·위력 간음) — 기본 공소시효 7년.
제303조 제2항(구금된 사람에 대한 감호자의 간음) — 기본 공소시효 10년.
공소가 제기되면 시효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 재판이 확정되면 다시 진행(제253조 제1항).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 확정 없이 25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제249조 제2항).
시효는 언제부터 세는가 — 제252조의 기산점과 성관계가 반복된 경우
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 따라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합니다. 피해 사실을 안 날이나 고소를 결심한 날이 아니라, 간음 행위가 끝난 날이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2019년 3월 5일에 한 번 일어난 사건이라면 7년은 그날부터 계산되고, 피해를 오래 숨겨왔더라도 시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수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간음한 경우가 문제입니다. 이때는 각 행위가 별개의 죄로 평가되는지, 하나의 포괄적 범죄로 묶이는지에 따라 시효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별개 범죄로 보면 오래된 행위는 시효가 완성되어도 최근 행위는 아직 살아 있고, 같은 상황에서 최근 행위로 고소하면서 오래된 행위는 정황 증거로 함께 제출하는 식의 구성이 가능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장 마지막 행위일부터 시효를 따져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동안에는 제253조 제3항에 따라 시효가 정지됩니다. 해외로 이주한 가해자가 있더라도 그 기간만큼 시효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DNA 증거가 있으면 10년 연장 —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2항
핵심 조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은 "제2조제3호 및 제4호의 죄와 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죄는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고 정합니다. 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는 형법 제297조(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302조, 제303조(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등이 열거되어 있으므로, 업무상위력 간음죄도 연장 대상에 들어갑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제303조 제1항은 기본 7년에 10년을 더해 17년, 제2항은 기본 10년에 10년을 더해 20년입니다. 2019년의 사건이라면 DNA 증거가 있는 경우 2036년까지 기소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특례를 둔 이유는 성범죄 피해자가 위계·위력 관계 때문에 신고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DNA처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객관적 증거가 있으면 오래된 사건이어도 유무죄를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거가 확실한 사건이 시효 때문에 처벌을 피하는 일을 막으려는 취지입니다. 같은 이유로 연장은 과학적 증거가 있을 때만 적용되며, 증거가 없는 사건은 기본 7년으로 돌아갑니다.
제303조 제1항은 기본 7년,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이 더해져 17년이다 — 연장 여부는 증거의 존재에 달려 있다.
어떤 증거가 '과학적 증거'가 되는가 — 확보 방법과 시기
법문이 '디엔에이(DNA)증거 등'이라고 적은 것처럼, 대표적인 것은 DNA 감정 결과입니다. 피해자의 신체나 의류에서 가해자의 체액·모발·피부 조직 등이 검출되어 감정으로 가해자와 연결되는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다만 업무상위력 간음은 시간이 많이 지난 뒤 신고되는 경우가 많아 증거 확보 가능성이 현실적인 문제가 됩니다.
실무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건 직후 보관해 둔 의류·침구·휴지 등 — 세탁하지 않은 채 밀봉 보관했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할 수 있음.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해바라기센터)에서의 증거 채취 — 피해 직후라면 신체 증거를 의료적으로 채취해 보관.
가해자가 쓴 물건이나 숙박 시설 등에 남은 시료 — 수사기관이 압수·감정할 수 있음.
사건 전후 메시지·통화 기록, 진단서, 상담 기록 — DNA는 아니어도 고소 시 간음 사실과 위력 관계를 보여주는 보강 자료.
중요한 점은 연장 여부를 피해자가 신고 단계에서 확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증거가 과학적 증거에 해당하는지는 수사와 감정을 거쳐 결국 판단됩니다. 그래서 7년이 가까워졌거나 이미 지났다고 생각되더라도, 보관 중인 증거가 있다면 고소 전에 법률 검토를 받아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
피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합니다. 범행 시점이 아니라 만 19세가 된 날이 기산점이 되므로, 만 17세에 피해를 입었다면 시효는 약 2년 뒤 성년이 되는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만 17세 아르바이트생이 사업주에게 위력으로 간음을 당했다면, 시효 7년은 성년에 달한 날부터 계산됩니다. 여기에 DNA 증거가 있으면 10년이 더해져 17년입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한참 동안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던 피해자에게 고소 가능 기간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또한 피해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이고 가해자가 19세 이상이라면 형법 제305조 제2항 등 다른 조항이 문제 될 수 있어, 업무상위력 간음 외의 죄명과 시효 규정이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어떤 죄가 적용되는지에 따라 시효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안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시효가 지났다고 단정하기 전에 확인할 것들
시효가 완성되었는지는 몇 가지를 순서대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먼저 적용되는 죄가 제303조 제1항인지 제2항인지, 피해자가 당시 미성년자였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다음 마지막 행위가 끝난 날을 특정하고, 그날부터 7년(제2항은 10년)이 지났는지, DNA 등 과학적 증거로 10년 연장이 적용되는지, 범인의 국외 체류로 정지된 기간이 있는지를 차례로 계산합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겉으로는 7년이 지난 사건이어도 실제로는 시효가 살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미성년 시절 피해라면 성년이 된 날이 기산점이고, 가해자가 해외에 머문 기간이 있다면 그만큼 연장됩니다. 반대로 시효가 완성된 사건이라면 검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게 되므로, 형사 고소의 실익이 없는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같은 다른 구제 수단을 검토해야 합니다. 민사 소멸시효는 형사 공소시효와 별개 제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업무상위력 간음죄의 공소시효는 몇 년인가요?
A. 형법 제303조 제1항은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7년입니다. 제2항은 장기가 10년이어서 기본 시효가 10년입니다. 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합니다.
Q. DNA 증거가 있으면 정확히 몇 년까지 기소할 수 있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10년이 연장되므로 제303조 제1항은 17년, 제2항은 20년입니다. 이 연장은 DNA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있는 때에만 적용됩니다.
Q. 8년 전 일인데 DNA 증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고소할 수 없나요?
A. 제303조 제1항의 기본 시효 7년이 지났다면 연장 없이는 기소가 어렵습니다. 다만 피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성년이 된 날부터, 가해자가 국외에 있었다면 그 기간을 빼고 계산하므로 실제로 시효가 남아 있는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미성년자일 때 피해를 입었다면 시효는 언제부터인가요?
A.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합니다. 범행일이 아니라 성년이 된 날이 기산점이라 고소 가능 기간이 그만큼 늦게까지 이어집니다.
Q. 위력이 있었는지 불분명해도 제303조가 적용되나요?
A. 폭행·협박까지 필요하지는 않지만, 보호·감독 관계가 있고 그 관계를 이용해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했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관계의 성격, 불이익 가능성, 거부 시도와 그 이후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Q. 시효가 지났으면 아무 조치도 못 하나요?
A. 형사 고소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형사 공소시효와 별개 기간으로 판단되므로 따로 검토할 수 있고,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 등 다른 절차도 있습니다.
맺음말
업무상위력 간음죄의 공소시효는 제303조 제1항 기준으로 7년이며,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이 연장되어 17년까지 늘어납니다. 제2항은 10년에서 시작해 20년이 됩니다. 기산점은 범죄행위 종료 시이고, 미성년자 피해라면 성년이 된 날부터라는 점이 계산을 좌우합니다.
시효 문제는 증거의 존재 여부, 피해 당시 연령, 행위 횟수, 가해자의 국외 체류처럼 여러 변수가 얽혀 있어 단순히 몇 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수원 인근에서 수사나 고소를 고민 중이시라면 보관 중인 증거와 시점을 먼저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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