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의 대질조사를 요구받았는데 거부할 권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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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혹은 조사 도중에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피해자분과 대질조사를 한번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소인은 "추행당했다", "맞았다"고 하고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는 이른바 진술 대립 사건에서 특히 자주 나오는 요청입니다. 피해자와 같은 방, 혹은 같은 화면 안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는 분이 많습니다. 거기에 "대질을 거부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 아닌가", "끝까지 안 나가면 체포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겹칩니다.
이 걱정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오해입니다. 대질조사는 법이 정한 별도의 의무 절차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쓰는 조사 방법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거부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둘로 쪼개서 답해야 합니다. 피의자로서 내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지, 그리고 조사 자리 자체에 나가지 않을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의자에게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이 있어 대질 자리에서도 일체의 진술 또는 개개의 질문에 대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그것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출석요구 자체를 반복해서 무시하는 것은 별개의 위험을 낳고, 대질을 할지 말지는 결국 사건의 유불리를 따져 정해야 합니다.
핵심 쟁점
대질조사 요구를 받았을 때 따져야 할 지점은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내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이 정한 진술거부권 고지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둘째, 같은 조 제1항 제2호가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 출석요구 불응과 진술거부는 구별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거듭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발부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넷째, 피해자 쪽에는 대질을 원하지 않을 사정이 있을 수 있고, 성폭력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의사와 심리 상태를 이유로 대질 없이 분리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섯째, 변호인이 신문에 참여하여 대질 방식과 범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다섯 가지를 구별하지 않으면 "대질은 무조건 응해야 한다" 또는 "대질은 무조건 거부하면 된다"는 양극단의 판단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실제 결과는 대질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그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진술하느냐, 그리고 그 진술이 이후 재판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진술거부권의 범위를 조문으로 확정하고 대질 자리의 진술을 통제하기
가장 먼저 정리할 것은 내가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①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② 진술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③ 진술거부권을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④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 고지 후 피의자가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묻고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게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대질 요구를 받은 의뢰인과 다음 순서로 대응을 세웁니다.
1) 대질 전에 이미 한 진술과 앞으로 할 진술의 정합성을 먼저 점검합니다.
대질은 앞선 조사에서 이미 조서에 남은 내 진술과 피해자 진술을 한자리에서 맞대어 보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대질에 들어가기 전에 기존 피의자신문조서의 문장 하나하나를 피해자의 고소장·진술조서와 대조해, 어느 대목에서 진술이 엇갈리는지, 내 진술에 모순되거나 불리하게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먼저 표로 정리합니다. 대질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답하다가 앞선 진술과 어긋나는 표현이 나오면, 그 어긋남 자체가 진술 신빙성을 깎는 자료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2) 진술거부권을 질문 단위로 나누어 선택적으로 행사합니다.
제244조의3 제1항 제1호는 일체의 진술뿐 아니라 "개개의 질문에 대한" 진술거부도 인정합니다. 따라서 대질 자체에는 응하되,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반복하는 질문이나 사건과 무관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한 부분만 진술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이때 "묵비했다"는 사실이 조서에 어떻게 적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부 사실 자체는 불이익 사유가 될 수 없지만, 조서 문구가 "질문에 답하지 못함"처럼 적히면 이후 증거 평가에서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정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3) 조서의 열람·이의 절차를 활용해 대질 내용의 기재를 바로잡습니다.
같은 법 제244조 제2항은 조서를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주고, 진술한 대로 기재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증감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게 하며,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읽을 수 있도록 남겨 두게 합니다. 대질 내용은 피해자의 말과 내 말이 섞여 있어 기재가 부정확해지기 쉬우므로, 서명 전에 한 줄씩 확인하고 이의 있는 부분을 반드시 추가 기재하게 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따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는데, 내용을 인정하는 순간 증거가 되므로 서명은 신중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대질 필요성을 따져 분리조사 요청과 출석 대응 전략을 세우기
진술거부권이 있다고 해서 대질 요구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이 단계에서는 대질이 내 사건에 실제로 유리한지, 불리한지, 불필요한지를 먼저 판단하고 그 판단에 맞는 의견을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전달합니다.
1) 대질이 유리한 사건과 불리한 사건을 구분합니다.
피해자 진술에 시간·장소·방법에 관한 구체적 모순이 있고, 내가 이를 즉석에서 짚어 낼 수 있는 사건이라면 대질은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데 내 쪽에는 이를 반박할 객관 자료(CCTV, 메신저 기록, 통화 내역, 출입 기록 등)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면, 대질은 감정이 앞선 말다툼으로 흐르며 오히려 불리한 발언만 남길 위험이 큽니다. 이 경우에는 대질에 앞서 객관 자료부터 확보하고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해 대질을 뒤로 미루는 쪽이 낫습니다.
2) 출석요구에는 응하되 대질 방식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수사준칙 제25조는 수사기관이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제출하는 자료를 수사기록에 편철하고, 조사를 끝내기 전에 자료나 의견을 제출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정합니다. 이를 근거로 "대질 대신 서면 진술과 객관 자료로 확인해 달라", "대질을 하더라도 변호인이 동석하고 피해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 달라"는 의견서를 미리 제출합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00조 및 제200조의2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대질 자체를 이유로 조사 일정을 계속 무시하기보다 일정 조정 의사를 서면으로 남기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3) 피해자 보호 규정이 대질을 제한하는 경우를 확인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 제1항과 제2항은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나이와 심리 상태를 고려하고,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조사 횟수를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은 19세 미만 피해자 등이 피의자와 접촉하거나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보호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것을 정합니다. 따라서 이런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직접 대면 대질을 하지 않고 분리 조사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에 가깝고, 그 경우 대질이 없다는 사실에 대비해 피해자 진술의 모순을 서면 의견과 객관 자료로 지적하는 방식으로 방어선을 옮겨야 합니다.
결론
피해자와의 대질조사를 요구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응했다고 해서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피의자에게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이 정한 진술거부권이 있고, 이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출석요구 자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듭 무시하면 체포영장 문제로 번질 수 있으므로, 응하지 않을 때에도 그 방식과 이유를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대질은 한번 진행되면 그 내용이 조서에 남아 이후 재판까지 따라갑니다. 대질을 받아들일지, 서면으로 대체할지, 분리조사를 요청할지는 지금 확보된 자료와 기존 진술 내용을 놓고 사건별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대질 일정이 정해졌다면 조사 전에 기존 진술과 증거 관계를 함께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1. 대질조사를 거부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나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제2호는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대질을 시도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는 경위가 사건 기록에 남을 수 있으므로, 거부 사유를 의견서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진술이 엇갈리는 사건에서는 대질을 하지 않는 대신 객관 자료와 서면 진술로 쟁점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커집니다.
Q2. 대질 자리에 나갔다가 중간에 답을 거부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제244조의3 제1항 제1호는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자리에 나왔다고 해서 모든 질문에 답할 의무가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선택적으로 답을 하면 답한 부분은 증거로 쓰일 수 있으므로, 어느 질문에 답하고 어느 질문은 거부할지 사전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3. 출석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나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습니다.
진술거부권은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이지 출석요구를 무시해도 된다는 권리가 아닙니다.
일정이 맞지 않거나 대질에 응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변호인을 통해 조사 일정 조정과 사유를 서면으로 전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4. 변호인이 대질조사에 같이 들어갈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수사기관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도록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부당한 신문 방법에 대해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대질 중 피해자 측의 유도성 질문이나 감정적인 발언이 오갈 때 변호인이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조서에 남기게 할 수 있습니다.
Q5. 대질 후 작성된 조서에 서명을 꼭 해야 하나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서명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제244조 제2항은 진술한 대로 기재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증감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고,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읽을 수 있도록 남겨 두게 합니다.
기재가 정확하다고 확인한 뒤에 서명해야 하며, 대질 조서는 피해자 말이 섞여 있어 오기가 생기기 쉬우므로 한 줄씩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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