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는 중에 홧김에 나온 거친 말 한마디는, 그것이 상대방을 향한 순간적인 감정 표현에 그친다면 모욕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2026년 9월 15일 대법원은 병실에서 말다툼 중 "인간쓰레기"라고 말한 사건에서, 이 말이 무례하기는 해도 객관적으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모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은 이 판결을 중심으로, 어떤 말이 모욕죄가 되고 어떤 말이 되지 않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모욕죄는 정확히 어떤 죄인가요?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을 경멸하는 표현으로 깎아내렸을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두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 한 말이라도, 다른 사람이 듣거나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죄와는 뭐가 다른가요?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지 않고 욕설이나 경멸적 표현만으로 성립하지만,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인 사실(또는 허위 사실)을 말해서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저 사람 쓰레기야"라고 말하면 모욕죄가 문제 되지만, "저 사람 작년에 회삿돈을 횡령했대"처럼 구체적 사실을 말하면 명예훼손죄가 문제 됩니다.
형법 제307조는 제1항에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제2항에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해 허위사실인 경우 처벌을 더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고소·처벌 절차입니다. 형법 제312조에 따르면 모욕죄(제311조)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이고, 명예훼손죄(제307조)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실무적으로는 모욕죄는 고소가 없으면 수사 자체가 시작되지 않고, 명예훼손죄는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개시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 그 시점에 사건이 종결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병실에서 "인간쓰레기"라고 했는데, 왜 무죄가 됐나요?
2023년 10월, 병실에서 입원 중이던 두 사람이 휴대전화 충전과 조명을 둘러싸고 다투다가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인간쓰레기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모욕죄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1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고, 2심도 유죄를 유지하면서 형량만 징역 8개월로 줄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26. 9. 15. 선고 2026도117 판결(대법원 2부, 주심 박영재 대법관)은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발언이 "상대방의 행동에 화가 나서 나온 거칠고 충동적인 감정 표현"에 불과하고, 사회적 평가를 객관적으로 떨어뜨리는 모욕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이 모욕죄의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아파트 회의에서 "어린놈의 새끼"라고 한 사건도 무죄였다고요?
같은 해 5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3012 판결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다른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야, 야, 친구냐?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라고 말한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원심은 모욕죄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이 느낀 주관적인 감정이 아니라 발언 경위, 상황, 관계 등 객관적 제반 사정에 비추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두 사건을 함께 보면, 2026년 대법원이 모욕죄 성립 범위를 예전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말을 해야 모욕죄가 성립하나요?
대법원 판결들을 종합하면, 모욕죄가 성립하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함께 살펴 판단합니다.
발언이 나온 경위가 우발적인 말다툼 중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이고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살펴봅니다.
표현 자체가 인격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인신공격에 해당할 만큼 심각한 수준인지를 살펴봅니다.
발언이 이루어진 장소와 관계, 즉 공적인 자리인지 사적인 다툼인지, 반복적이었는지 일회성이었는지를 살펴봅니다.
발언을 들은 사람들의 범위와, 그로 인해 실제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질 만한 상황이었는지를 살펴봅니다.
단순히 화가 나서 나온 거친 말 한마디는 무례할 뿐 모욕죄까지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태도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같은 "쓰레기"라는 표현이라도 반복적으로, 다수가 보는 온라인 공간에서, 계획적으로 사용되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욕죄로 고소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검사로 10년간 근무하면서 모욕죄·명예훼손죄 사건을 다수 처리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수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언이 나온 전체 맥락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일입니다. 단순히 "홧김에 한 말"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다툼이 시작된 경위, 상대방의 선행 행위, 발언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자료(문자메시지, CCTV, 목격자 진술 등)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또한 모욕죄는 친고죄이므로,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하면 그 사건은 다시 고소할 수 없게 됩니다(공소권없음 처분). 그래서 실무에서는 수사 초기에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하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검사 실무에서는 발언의 경위가 우발적이고 피해 정도가 크지 않으며 초범인 경우, 기소유예(재판 없이 사건을 끝내는 처분으로, 전과는 남지 않지만 수사 기록은 남습니다)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공개된 자리에서 사람을 경멸적으로 깎아내렸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입니다.
2026년 9월 15일 대법원(2026도117 판결)과 같은 해 5월 8일 대법원(2025도3012 판결)은 모두, 다툼 중에 나온 거친 말 한마디가 상대방을 향한 충동적인 감정 표현에 불과하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고, 발언의 경위·관계·상황 등 객관적 사정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는 사안별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므로, 실제로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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