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권 설정과 확정일자 중 뭐가 더 안전한가요
전세권 설정과 확정일자 중 뭐가 더 안전한가요
법률가이드
임대차소송/집행절차

전세권 설정과 확정일자 중 뭐가 더 안전한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 계약을 앞둔 임차인들 사이에서,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으로 전세권 설정과 확정일자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묻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많은 임차인분들이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만 받으면 다 되는 거 아니냐”거나 “전세권까지 등기하는 건 유별난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한쪽만 챙기고 계약을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상황이 되면,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 정확히 어떤 권리를 주는지, 그리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그제서야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이 미치는 범위와, 전세권이 갖는 물권으로서의 독자적 효력을 각각 다른 사건에서 명확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두 제도는 근거 법률부터 성립 요건, 효력의 범위까지 전혀 다른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에, 단순히 둘 중 하나만 고르면 된다는 접근으로는 각 제도의 강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아래에서는 전세권 설정과 확정일자가 각각 어떤 근거로 임차인을 보호하는지,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를 최근 법령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세권 설정은 임대인 동의를 받아 등기해야 성립하는 물권입니다

전세권은 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성립하고, 임대인의 협력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권리입니다.

전세권은 민법 제303조가 정한 물권으로, 전세권자가 전세금을 지급하고 부동산을 점유해 사용·수익하며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해 후순위권리자나 다른 채권자보다 전세금을 우선해서 변제받을 권리를 말합니다. 확정일자처럼 계약서에 도장 하나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임대인과 함께(또는 임대인의 위임을 받아) 관할 등기소에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효력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전세권 설정의 첫 번째 관문은 임대인의 동의입니다. 임대인이 등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아무리 원해도 전세권을 설정할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임대인이 “번거롭다”거나 “등기부에 기록이 남는 게 싫다”는 이유로 전세권 설정에 소극적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존속기간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민법 제312조에 따라 전세권의 존속기간은 10년을 넘을 수 없고, 건물에 대한 전세권은 최소 1년으로 보장됩니다. 계약을 갱신할 때는 전세권 등기도 함께 갱신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하면 존속기간이 끝난 뒤 등기부상 권리관계와 실제 계약 내용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전세권은 임대인의 동의와 등기라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성립하는 물권입니다.


2. 확정일자는 등기 없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만들어 줍니다

전입신고와 점유, 확정일자만 갖추면 등기 없이도 법이 정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는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대항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등기가 전혀 없어도, 이사와 전입신고만으로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거나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임차인의 지위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두면 한 단계 더 나아간 보호가 더해집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은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경매나 공매 절차에서 임차주택의 환가대금 중에서 후순위권리자나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 즉 우선변제권을 인정합니다.

이 우선변제권이 미치는 범위는 건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법 조문 자체가 “임차주택(대지를 포함한다)”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도 이 점을 거듭 확인해 왔습니다.

대항요건 및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과 소액임차인은 임차주택과 대지가 함께 경매될 경우뿐만 아니라 임차주택과 별도로 대지만이 경매될 경우에도 대지의 환가대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우선변제권은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임대차 성립 시의 임차 목적물인 임차주택 및 대지의 가액을 기초로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인정되는 것이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다45689 판결).

즉 확정일자는 등기 없이도 법이 정한 요건만 갖추면 건물과 대지 전체의 경매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등기 없는 법정담보물권에 가까운 보호 장치입니다.

확정일자는 별도 등기 없이도 대항요건만 갖추면 건물과 대지 전체에서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3. 전세권은 별도 소송 없이도 경매를 신청할 수 있어 회수 속도가 빠릅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전세권자는 확정판결 없이 곧바로 경매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만 갖춘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곧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에 따라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이나 그에 준하는 집행권원을 먼저 확보해야 경매를 신청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소송 기간만큼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전세권자는 이 단계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민법 제318조는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금 반환을 지체하면 전세권자가 민사집행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전세권의 목적물에 대한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별도로 보증금반환소송을 거쳐 확정판결을 받을 필요 없이, 전세권 등기 자체를 근거로 곧바로 경매(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전세권자에게 별도 소송 없는 경매청구권이 인정되는 이유는 전세권이 갖는 이중적 성격에 있습니다.

전세권이 용익물권적 성격과 담보물권적 성격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 및 목적물의 인도는 전세권의 성립요건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전세권의 효력을 쉽게 부인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8508 판결 취지).

이처럼 전세권은 부동산을 사용할 권리(용익물권)와 전세금 회수를 담보하는 권리(담보물권)를 함께 가지고 있어서, 저당권자와 비슷하게 별도 소송 없이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확정일자에는 이런 담보물권으로서의 경매신청권까지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전세권자는 확정판결 없이도 등기만으로 곧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어, 보증금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4. 임대인 동의 여부와 이사 계획에 따라 유리한 방법이 달라집니다

동의를 받을 수 있는지, 계약 기간 중 이사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전세권 설정에는 등록면허세 등 등기비용이 들고 임대인의 동의가 필수이므로, 애초에 임대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선택지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런 경우라면 비용도 들지 않고 임대인 동의도 필요 없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보호를 갖추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반대로 계약기간 중 이사해야 할 사정이 생길 수 있는 임차인이라면 전세권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전입신고에 기반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실제 거주와 전입신고가 유지되는 동안에만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어서,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이사를 나가면 기존 권리를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받아야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면 전세권은 등기 자체로 효력이 유지되므로,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권리가 보존됩니다.

다만 어느 제도를 선택하든 순위는 “먼저 요건을 갖춘 날”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전세권은 등기 접수일, 확정일자는 대항요건(전입신고·점유)을 갖춘 다음 날 0시가 기준입니다.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으로 선순위 저당권이나 가압류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실제로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두 제도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전세권 설정과 전입신고·확정일자를 함께 갖추는 경우도 많고, 한쪽이 등기 누락이나 행정상 착오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쪽으로 보호받을 여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5. 전세권 설정과 확정일자, 준비 절차와 확인 순서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계약 당일 임대인 협조 여부에 따라 절차가 갈리므로, 순서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세권 설정을 선택했다면 통상 ①임대인과 전세권 설정에 대한 동의 및 등기 위임 협의 → ②관할 등기소(예: 수원 소재 주택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등기국)에 전세권설정등기 신청 → ③등기필증 수령 및 등기부등본으로 등재 확인 → ④등기부등본과 계약서 사본을 보관해 향후 경매·소송에 대비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확정일자를 선택했다면 이사 당일 관할 주민센터(예: 수원시 소재라면 관할 구청 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함께 받는 것으로 대부분 마무리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계약을 확정하기 전에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선순위 저당권·가압류·전세권 등 다른 권리가 있는지, 그리고 그 금액이 얼마인지부터 확인합니다.

  2. 임대인이 전세권 설정에 동의할 수 있는지 미리 물어보고, 동의를 받기 어렵다면 이사 당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놓치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합니다.

  3. 계약기간 중 이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하고, 그런 사정이 있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절차와 비용도 함께 알아둡니다.

이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도 선순위 권리 유무나 우선변제권 범위가 애매하다면, 임대차와 담보권 분쟁을 함께 다뤄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계약 전에 점검받는 것이 보증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마치며

전세 계약을 앞두고 보증금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하다가도, 계약 당일에는 임대인과의 관계가 부담스러워 확정일자만 받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계약을 마치고 확정일자만 받아 둔 임차인 입장에서는, 지금이라도 전세권을 추가로 설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럴 필요가 있는지가 궁금할 것입니다. 반대로 계약을 앞둔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에게 전세권 설정 동의를 요청하는 것이 계약 자체에 부담이 되지는 않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분쟁이 커진 사건까지, 전세권과 확정일자가 얽힌 사안을 두루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느 방법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이후 대응 방식과 회수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은 계약 전에 미리 정해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지금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권 설정과 확정일자를 둘 다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두 제도는 근거 법률과 성립 요건이 다른 별개의 권리이므로 함께 갖추는 경우도 많고, 어느 한쪽이 요건 미비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쪽으로 보호받을 여지가 남습니다.

Q. 임대인이 전세권 설정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전세권 설정은 임대인의 협력이 필수적이라 동의 없이는 등기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으로도 대항력·우선변제권을 갖출 수 있으므로, 이사 당일 바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Q. 확정일자만 받아두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안전한가요?

A.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먼저 갖춘 선순위 채권자가 없다면 우선변제권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선순위 저당권이 있거나 낙찰가가 낮으면 전액 회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으로 선순위 권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사를 가야 하는데 보증금을 못 받았습니다. 전입신고를 유지해야 하나요?

A. 확정일자·전입신고에 기반한 보호는 실제 거주와 전입신고 유지가 조건이므로, 이사가 불가피하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받아 두어야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전세권을 설정하면 등기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A. 전세금액을 기준으로 한 등록면허세와 법무사 수수료 등이 발생해 확정일자보다 초기 비용이 더 듭니다. 다만 임대인 동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비교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Q. 전세권과 확정일자 중 어느 쪽이 우선순위에서 앞서나요?

A. 두 권리 모두 각자 요건을 갖춘 시점을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집니다. 전세권은 등기 접수일, 확정일자는 대항요건을 갖춘 다음 날이 기준이므로, 어느 제도를 택하든 최대한 빨리 요건을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2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