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월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결국 소송까지 가는 임차인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에는 “소송을 걸면 연 12퍼센트 이자가 붙는다”는 정보가 많이 떠돌면서, 소장만 내면 곧바로 높은 이자가 붙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상담에서도 “소장 내고 기다리면 12퍼센트씩 불어난다니까 급할 것 없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임차인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정작 소송을 진행해보면 “왜 처음 몇 달치는 12퍼센트가 아니라 5퍼센트로만 계산되느냐”, “아직 집을 안 비웠는데도 이자가 계산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12퍼센트는 조건이 맞아야만 적용되는 특례이지,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동으로 붙는 이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의 반환 지체책임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그리고 특례이율이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를 각각 별도의 요건으로 엄격하게 나누어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예상보다 적게 계산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래에서는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연 12퍼센트 이자가 정확히 언제부터, 어떤 조건에서 적용되는지, 그리고 소송 전 단계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소송을 냈다고 해서 곧바로 연 12퍼센트 이자가 붙는 것은 아닙니다
12퍼센트는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만 적용되는 특례이율입니다.
임대차보증금을 늦게 돌려받는 경우 지연손해금(이자)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민법 제379조는 금전채무를 갚지 않았을 때의 법정이율을 연 5퍼센트로 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지체책임을 지게 되면, 원칙적으로 이 연 5퍼센트가 지연이자의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가 더해집니다. 이 조항은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에서, 그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는 법정이율보다 높은 특례이율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구체적인 수치는 대통령령으로 정합니다. 이 특례이율은 2019년 6월 1일부터 종전 연 15퍼센트에서 연 12퍼센트로 낮아져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즉 시간순으로 보면, ①이행지체가 시작된 시점부터 소장부본이 송달되기 전까지는 연 5퍼센트, ②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퍼센트로 이자율이 바뀌는 구조입니다. “소송을 걸면 바로 12퍼센트”라는 말은 이 두 번째 구간만을 가리키는 것이고, 소송 이전 기간이나 소장이 상대방에게 실제로 송달되기 전까지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소장의 청구취지에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퍼센트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문구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며, 판결문에도 이 두 구간이 나누어 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 12퍼센트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붙는 것이 아니라, 소장부본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만 적용되는 특례이율입니다.
2. 이자가 발생하려면 임차인이 먼저 집을 비우고 그 사실을 알렸어야 합니다
명도의 이행제공이 없으면 임대인의 반환의무는 아직 지체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장부본 송달일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그날부터 이자가 계산되는 것도 아닙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집을 비워 돌려줄 의무(명도의무)를 지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를 지는데, 이 두 의무는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습니다.
동시이행 관계에서는 한쪽이 자신의 의무를 실제로 이행하거나 적어도 이행을 제공(예: 이사를 마치고 집을 비웠다는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는 것)해야 상대방의 지체책임이 인정됩니다. 임차인이 집은 비웠지만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아직 명도의 이행제공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임대인의 반환의무도 지체에 빠지지 않습니다.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명도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하겠으므로, 임대인의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소멸시키고 임대보증금 반환 지체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차목적물의 명도의 이행제공을 하여야만 한다 할 것이고,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에서 퇴거하면서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는 임차목적물의 명도의 이행제공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7697 판결).
이 판례가 말하는 핵심은, 이사를 나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을 임대인이 알 수 있도록 이행제공을 했는지가 지체책임 판단의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이사 전후로 임대인에게 명도 사실과 반환 요구를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이자 산정의 기산일을 다투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임차인이 집을 비운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는 이행제공이 없으면, 소장부본이 송달돼도 이자 자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3. 임대인이 반환 범위를 다툴 근거가 있다면 12퍼센트는 판결 선고 다음날부터만 적용됩니다
단순히 돈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항쟁이 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특례이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민법상 연 5퍼센트만 인정하고, 판결 선고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만 연 12퍼센트를 적용합니다.
여기서 “항쟁함이 타당하다”는 것은 임대인이 반환의무 자체나 반환할 금액의 범위를 다툴 만한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있었던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남긴 미납 관리비나 원상복구 비용을 공제할 것인지, 공제 금액이 얼마인지를 두고 실제로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면 이 예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러한 항쟁이 타당한 기간은 사실심 판결이 선고되는 시점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단순히 “돈이 없다”, “새 세입자를 아직 못 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반환의무의 존재나 범위를 다툴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특례이율 적용이 배제되지 않고,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그대로 연 12퍼센트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임대인의 반환의무 자체가 아니라 단순한 사정 때문에 못 준다는 항변만으로는 12퍼센트 적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4. 지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 부담과 강제집행 위험은 함께 커집니다
소장부본 송달 이후의 이자는 확정판결이 나온 뒤에도 다 갚는 날까지 계속 붙습니다.
연 12퍼센트는 단리로 계산되지만, 소송이 길어질수록 그 절대 금액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특례이율이 적용되는 기간이 6개월이면 약 1,200만원, 1년이면 약 2,400만원의 지연이자가 추가로 발생합니다. 여기에 소송 진행 기간과 판결 확정 후 실제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처음 보증금 액수보다 이자가 훨씬 커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이자는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임대인이 실제로 돈을 지급하는 날까지 계속 계산됩니다. 임대인이 판결 확정 후에도 지급을 미루면, 임차인은 확정판결을 근거로 임대인의 다른 부동산이나 예금, 임대수익 등에 강제집행(가압류·압류·경매)을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집행 시점까지의 지연이자가 함께 청구됩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반환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방치할수록 매달 이자가 누적되어 결국 더 큰 금액을 떠안게 됩니다. 다투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초기에 그 근거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항쟁 타당성 인정 여부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5. 보증금반환청구는 이런 절차로 진행되고, 시작 전에 확인해 둘 것이 있습니다
소장부본 송달일을 특정해 두어야 정확한 이자 산정 기준일을 다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은 통상 ①임대인에게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요구하고 명도 이행제공 사실을 알리는 단계 → ②그래도 반환되지 않으면 임차주택 소재지나 임대인 주소지 관할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보증금반환청구소송 또는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단계 → ③소장부본(또는 지급명령 정본)이 임대인에게 송달되는 단계 → ④판결(또는 지급명령 확정) 후에도 지급이 없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가는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 중에서도 이자 산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③단계, 즉 소장부본이 실제로 언제 임대인에게 송달됐는지입니다. 이 날짜를 정확히 특정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이자 계산 구간을 두고 다시 다투게 될 수 있습니다.
소송을 준비하기 전에는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와 함께, 실제로 집을 비운 날짜와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린 방법(문자·내용증명 등)을 확인합니다.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한 날짜와 임대인의 답변(또는 무응답) 내역을 정리합니다.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신청한 뒤에는 법원 송달정보에서 소장부본(또는 정본)이 임대인에게 송달된 날짜를 반드시 확인해 둡니다.
이렇게 시점을 명확히 정리해두면 5퍼센트 구간과 12퍼센트 구간을 정확히 나눠 청구할 수 있고, 임대인이 항쟁 타당성을 주장하더라도 그 근거의 타당성을 다투는 데도 유리합니다.
마치며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들은 “곧 준다고 했으니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늦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이사 시점, 명도 사실을 알린 시점이 흐릿해지면서 나중에 정확한 이자 산정 기준일을 다투는 데 애를 먹게 됩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이사와 동시에 명도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반환을 요구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이자 산정의 출발점을 지키는 길입니다. 반대로 반환 의무를 진 임대인 입장에서도 “새 세입자를 못 구해서”라는 사정만으로는 12퍼센트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다툴 근거가 분명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쪽과, 반환 시기·범위를 두고 다투는 임대인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이자 산정 기준일 하나로 최종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사례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보증금 반환이 소송 단계로 넘어갔다면, 이자 산정의 기준일을 놓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장을 내기만 하면 그날부터 12퍼센트 이자가 붙나요?
A. 아니요. 소장부본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 12퍼센트가 적용됩니다. 그 이전 기간은 민법상 연 5퍼센트가 기준이 됩니다.
Q. 아직 이사도 안 갔는데 소송을 걸면 12퍼센트가 붙나요?
A. 임차인이 집을 비우고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는 명도 이행제공을 하지 않으면, 임대인의 반환의무가 지체에 빠지지 않아 이자 자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돈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면 12퍼센트가 안 붙나요?
A. 단순히 돈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항쟁이 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아 12퍼센트가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반환할 금액의 범위 자체에 다툴 근거가 있다면 판결 선고 시까지는 5퍼센트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지연손해금을 따로 정해뒀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계약상 약정이율이 있다면 소송 전까지는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됩니다. 소송촉진법상 특례이율은 소장부본 송달 이후의 법정이율에 관한 특례이므로, 약정이율과 별도로 그 이후 구간에 함께 검토됩니다.
Q. 지급명령으로도 12퍼센트 이자가 인정되나요?
A.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지급명령 정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특례이율 적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보증금 반환 소송은 어디에 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법원이나 임대인의 주소지 관할법원에 제기할 수 있습니다. 수원 지역 임대차라면 수원지방법원이 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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