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합의, 언제 어떻게? 시기·금액·공탁 갈림길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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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합의, 언제 어떻게? 시기·금액·공탁 갈림길 가이드 

홍푸른 변호사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는 "하면 좋다"가 아니라, 언제·누구를 통해·어떤 조건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선택입니다. 이 글은 피의자와 가족이 실제로 마주치는 다섯 개의 갈림길을 순서대로 짚어, 각 지점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강제추행이든 불법촬영이든 통매음이든, 경찰 출석 통보를 받은 사람이 가장 먼저 검색하는 말은 "합의금"입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금액이 아닙니다. 합의를 해야 하는 사건인지, 지금이 그 시점인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사건이 더 나빠지지 않는지가 먼저입니다.

아래 순서대로 읽으면서 자신의 사건이 어느 갈림길에 서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알아야 할 전제: 합의해도 사건은 끝나지 않습니다

성범죄는 2013년 친고죄·반의사불벌죄 규정이 폐지되어,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됩니다. 합의는 사건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처분과 형량을 낮추는 가장 강력한 양형 자료입니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고소 취하서를 받아도 경찰은 수사를 계속하고, 검사는 기소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실무에서 합의의 힘은 여전히 큽니다. 검찰 단계에서는 기소유예의 핵심 근거가 되고, 재판 단계에서는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에 해당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내려올 수 있는 결정적 사유가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기소편의주의)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

형법 제51조가 정한 참작 사항에는 "범행 후의 정황"이 포함되고,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의사가 바로 여기에 들어갑니다. 결국 합의는 사건의 존부가 아니라 사건의 무게를 바꾸는 도구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갈림길 1. 혐의를 인정하는가, 다투는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동시에 합의를 시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합의 시도는 그 자체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려 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에, 부인 사건에서는 방어 논리를 스스로 흔드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판단은 합의 여부가 아니라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 정리입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 행위 자체가 없었다(허위 고소 의심): 합의는 하지 않습니다. 메신저 대화, 위치 기록, 목격자, CCTV 등 객관적 증거로 부존재를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필요하면 무고 대응을 준비합니다.

  • 접촉은 있었지만 추행의 고의나 강제성이 없었다: 가장 판단이 어려운 영역입니다.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는지 변호인과 먼저 검토한 뒤, 다툼의 승산과 유죄 시 감경 필요성을 저울질해 합의 시점을 정합니다.

  •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한다: 합의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 경우 문제는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얼마에, 어떤 조건으로"입니다.

두 번째 유형에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로 넓게 보고, 기습적 신체 접촉도 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정도는 추행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혼자 내리고 합의를 미루는 것은 위험합니다.

갈림길 2. 언제 합의할 것인가 — 세 개의 시점

합의의 효과는 수사 단계가 가장 크고, 기소 후 재판 중이 그다음이며, 항소심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시점에 따라 얻는 것이 다릅니다.

시점 A. 경찰·검찰 수사 단계

이 시점의 합의는 기소유예라는, 재판을 아예 거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는 유죄 판결이 아니므로 형의 전과가 남지 않고,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 대상도 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소유예는 초범이고 죄질이 가벼우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요건이 겹쳐야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불법촬영물이 다수이거나 유포가 있었던 사건, 준강제추행처럼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사건은 합의가 있어도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점 B. 기소 후 1심 재판 중

이 시점부터는 합의가 형량을 결정합니다. 양형기준상 처벌불원은 특별감경인자로, 권고 형량 범위 자체를 한 단계 낮추는 힘이 있습니다.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에 있는 사건이라면 합의 유무가 사실상 결론을 가릅니다.

또 하나, 이 시점에서만 열리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형사공탁입니다.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을 때 법원 공탁소에 돈을 맡기는 제도인데, 조문상 "피고인"이 하도록 되어 있어 기소 전 수사 단계에서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시점 C. 항소심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뒤늦게 합의하는 경우입니다. 항소심은 1심 이후의 새로운 양형 사유를 참작하므로 합의가 감형 근거가 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선고를 받고서야 움직였다"는 점을 함께 보기 때문에, 같은 합의라도 수사 단계에서 했을 때만큼의 평가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합의를 할 사건이라면 가능한 한 앞 시점에서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시점을 뒤로 미뤄서 얻는 것은 거의 없고, 잃는 것은 분명합니다.

갈림길 3. 누가 어떻게 연락할 것인가

피의자 본인이나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합의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선택입니다. 사과하려는 의도였더라도 결과는 2차 가해, 증거인멸 시도, 스토킹 혐의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건이 악화되는 전형적인 경로가 이렇습니다.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장문의 사과 메시지를 보냅니다. 피해자는 이를 압박으로 느껴 경찰에 제출합니다.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합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 ①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② 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는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반드시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직접 연락은 이 요소를 스스로 만들어 주는 행동입니다. 반복해서 연락했다면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행위로 별도 입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연락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실무에서 쓰이는 경로는 세 가지입니다.

  • 변호인을 통한 접촉: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수사기관에 피해자 측 연락처 제공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피해자가 동의하면 변호인이 대리인으로서 의사를 전달합니다. 피해자가 거부하면 그 사실 자체가 기록으로 남아 이후 공탁의 근거가 됩니다.

  • 형사조정 절차: 검찰 단계에서 조정위원회를 통해 양측이 만나는 절차입니다. 피해자가 직접 대면을 원하지 않으면 분리 진행도 가능하며, 조정이 성립하면 처분에 반영됩니다.

  • 피해자 변호사와의 협의: 성폭력 피해자는 국선변호사를 선정받을 수 있어, 상대에게 변호사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변호사 대 변호사로 조건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느 경로든 공통 원칙은 하나입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 합의는 피해자의 선택이지 피의자의 권리가 아닙니다.

갈림길 4. 금액과 조건 —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빼야 하나

성범죄 합의금에는 정해진 표가 없으며, 죄질·피해의 정도·피의자의 자력·사건의 단계가 함께 결정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강제추행은 얼마, 불법촬영은 얼마"라는 숫자는 근거가 없습니다.

금액을 가늠할 때 실무에서 실제로 보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법정형의 무게: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같은 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법정형이 무거울수록 합의의 가치도 커집니다.

  • 피해의 구체적 내용: 신체 접촉의 정도, 촬영물의 수와 유포 여부, 치료·상담 기록, 피해자가 직장이나 학업을 중단했는지 등입니다.

  • 피의자의 자력: 법원은 금액 자체보다 "진지한 피해 회복 노력"을 봅니다. 자력에 비해 성의 없는 금액은 감경 효과가 작고, 반대로 무리한 차입까지 한 사실은 오히려 진정성의 근거가 됩니다.

  • 사건의 단계: 실형 가능성이 눈앞에 있는 재판 단계일수록 피의자 측이 감수하는 금액은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점을 앞당겨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합의서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조항이 있습니다. 빠지면 합의를 하고도 그 효과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합니다.

  • 처벌불원 의사 표시: "피의자(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핵심입니다. 이 문장이 없으면 단순한 금전 지급으로만 평가될 수 있습니다.

  • 민형사상 이의 제기 포기: 형사 합의 후 별도 민사 손해배상 청구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입니다.

  • 비밀유지 및 상호 접근 금지: 양측 모두를 보호합니다. 특히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는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지급 방법과 시기: 계좌이체로 기록을 남기고, 합의서 작성과 동시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대로 넣지 말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피해자는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음을 인정한다"류의 조항입니다.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을 인정하게 하는 합의는 피해자가 서명하지 않을뿐더러, 강요로 평가될 위험이 있고, 나중에 무고 고소의 근거로 쓰려 해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갈림길 5.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한다면 — 공탁이라는 차선책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하거나 합의를 원하지 않을 때, 기소 이후라면 형사공탁으로 피해 회복 노력을 기록에 남길 수 있습니다. 다만 공탁은 합의와 같은 효과를 내지 않으며,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히면 그 효과는 더 줄어듭니다.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 ①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공탁(이하 "형사공탁"이라 한다)을 하려는 경우에는 그 피고인의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모르면 공탁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이 조항이 생기면서 사건번호와 피해자 성명 등만으로 공탁이 가능해졌고, 성범죄처럼 피해자 정보가 보호되는 사건에서 활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공탁을 합의의 대체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은 특별감경인자이지만,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한 공탁은 "상당한 피해 회복"이라는 일반 양형 사유 정도로만 평가됩니다. 등급 자체가 다릅니다.

또 법원은 공탁이 이루어지면 피해자에게 이를 알리고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피해자가 "받지 않겠다,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공탁은 오히려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확고하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확인시켜 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탁은 순서가 중요합니다. 변호인을 통한 합의 시도 →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 또는 연락 불가 확인 → 그 경과를 기록으로 남긴 뒤 공탁, 이 순서를 지켜야 "일방적으로 돈만 걸어 두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합의가 끝나도 남는 것: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

합의로 형량이 낮아지더라도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고, 취업제한 명령이 함께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 부담은 합의금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 대상으로 정합니다. 벌금형이라도 원칙적으로 등록되고,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 등 일부만 제외됩니다. 등록 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10년에서 30년까지입니다.

이 부담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갈림길은 앞서 본 수사 단계 기소유예입니다. 기소유예는 유죄 판결이 아니므로 등록 대상이 아닙니다. 합의의 시점이 왜 중요한지, 여기서 다시 확인됩니다.

또 하나 흔한 오해는 "합의했으니 고소인이 진술을 바꿔 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합의는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지,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합의 이후 피해자에게 진술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별개의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다섯 갈림길을 한 장으로

사실관계 인정 여부를 먼저 정하고,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을 통해 처벌불원 조항이 담긴 합의를 하는 것이 결과를 가장 크게 바꾸는 길입니다.

  • 갈림길 1: 혐의를 다투는 사건은 합의를 서두르지 않는다. 인정하는 사건은 합의를 미루지 않는다.

  • 갈림길 2: 수사 단계 합의는 기소유예를, 재판 단계 합의는 집행유예를 노린다. 항소심 합의는 늦다.

  • 갈림길 3: 직접 연락은 금지. 변호인, 형사조정,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서만 접근한다.

  • 갈림길 4: 금액표는 없다. 처벌불원 문구, 민형사 이의 포기, 접근 금지 조항이 합의서의 뼈대다.

  • 갈림길 5: 거부당하면 기소 후 형사공탁. 단 합의 시도 기록을 먼저 남기고, 공탁의 한계를 알고 한다.

합의는 사건을 지우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건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무엇이 기록으로 남는지는 바꿉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금액이 아니라 순서와 방법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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