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자금세탁 혐의, 수사기관은 돈 흐름을 어떻게 추적하나
코인 자금세탁 혐의, 수사기관은 돈 흐름을 어떻게 추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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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자금세탁 혐의, 수사기관은 돈 흐름을 어떻게 추적하나 

홍푸른 변호사

코인은 익명이 아니라 '가명'입니다. 거래소 실명계좌, 트래블룰, 온체인 분석, 은행 계좌 추적이 연결되면 수사기관은 코인이 어디서 와서 누구 손에서 현금이 되었는지 대부분 재구성합니다. 이 글은 그 추적 경로를 단계별로 따라가며, 각 지점에서 어떤 혐의가 붙고 무엇이 방어의 갈림길이 되는지 설명합니다.

코인 사건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코인은 추적이 안 되는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이나 출석 통보와 함께 들고 오는 것은 막연한 의심이 아니라, 지갑 주소와 시각과 금액이 적힌 거래 흐름도입니다.

그 흐름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면, 내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이미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응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먼저 결론: 추적이 안 되는 코인은 거의 없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USDT) 같은 주요 코인은 모든 이체 기록이 블록체인에 공개되어 있고, 국내 거래소는 실명 은행계좌와 신원확인(KYC)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인이 한 번이라도 국내 거래소를 거치면 지갑 주소는 곧 실명으로 바뀝니다.

수사기관이 궁극적으로 밝히려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이 코인의 출처가 범죄수익인가, 그리고 이 코인을 현금으로 바꾼 사람이 그 사실을 알았는가입니다. 아래 네 단계의 추적은 결국 이 두 질문에 답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추적 1단계: 거래소 — 실명계좌와 트래블룰이 남기는 기록

국내 거래소에 입출금된 코인은 계정 명의, 연결된 은행계좌, 접속 IP, 기기 정보와 함께 보관되며, 수사기관은 영장 한 장으로 이 자료를 통째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추적의 출발점은 언제나 거래소입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고객확인 의무와 의심거래 보고 의무를 지우고, 100만 원 이상 코인을 다른 사업자로 보낼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함께 전송하도록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트래블룰입니다.

특정금융정보법 제6조(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등) 제3항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의 이전 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고객과 이전받는 고객에 관한 정보를 함께 제공하여야 한다. (요지)

즉 A거래소에서 B거래소로 코인을 옮기는 순간, 양쪽 거래소 모두에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의 실명이 기록됩니다. 거래소를 여러 번 갈아타는 방식으로는 흐름을 끊을 수 없습니다.

거래소는 스스로도 의심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합니다. 짧은 시간에 다수의 소액 입금이 한 계정으로 모이거나, 입금 직후 전액이 외부 지갑으로 빠져나가는 패턴은 수사 의뢰 전에 이미 표시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적 2단계: 온체인 분석 — 지갑을 묶고 사람을 찾는 기술

거래소 밖의 개인 지갑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블록체인 분석 도구로 여러 지갑을 하나의 주체로 묶고(군집화), 코인이 다시 거래소로 들어오는 지점을 기다립니다. 개인 지갑은 이름표가 없을 뿐, 이동 기록은 전부 열려 있습니다.

군집화란 같은 거래에서 함께 쓰인 지갑, 잔돈을 받는 지갑, 같은 시간대에 같은 패턴으로 움직인 지갑들을 하나의 소유자로 추정하는 기법입니다. 지갑을 열 개로 나눠도 결국 한 사람의 지갑 묶음으로 표시됩니다.

믹서(코인 섞기 서비스)나 체인 간 브릿지를 거쳐도 완전히 끊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믹서를 거쳤다는 사실 자체가 은닉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적을 어렵게 만들려 한 흔적은 "몰랐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특정 주소를 동결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지갑이 얼어붙는 사례는 이미 드물지 않습니다.

추적 3단계: 현금화 지점 — OTC, P2P, 개인 간 현금거래

범죄수익 코인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은 '현금화'이고, 수사기관이 가장 집중하는 곳도 여기입니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현금으로 바꾸는 장외거래(OTC), 개인 간 거래(P2P), 커피숍에서 만나 현금을 주고받는 대면거래가 모두 이 단계에 해당합니다.

이 지점에서 처음으로 사건에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코인 팔아주면 수수료 준다"는 제안을 받은 일반인입니다. 본인은 환전 심부름이라 생각했지만, 수사기관의 흐름도에서는 범죄수익이 실명 자금으로 바뀌는 결정적 마디로 표시됩니다.

현금화 지점에서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내 거래소 계정으로 들어온 코인의 직전 출처 지갑이 무엇인지, 그 지갑이 이미 사기 피해 신고와 연결되어 있는지

  • 코인을 매도한 뒤 원화가 어느 계좌로 출금되었고, 그중 얼마가 누구에게 다시 송금되었는지

  • 수수료 명목으로 남긴 금액이 시세 대비 얼마나 되는지, 정상적인 환전 수익으로 설명이 되는지

  • 거래 상대방과 주고받은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에 '세탁', '깨끗한 돈', '흔적' 같은 표현이 있는지

수수료율은 특히 자주 다투어지는 지표입니다. 시세보다 눈에 띄게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코인을 사들였다면, 수사기관은 그 프리미엄을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해석합니다.

추적 4단계: 은행계좌와 통신 — 흐름을 사람과 연결하기

코인 흐름도가 완성되면 수사기관은 은행 계좌 거래내역과 통신 기록을 붙여 각 지갑의 뒤에 있는 사람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확정합니다. 이 단계에서 단순 환전자였는지, 조직의 일원이었는지가 갈립니다.

같은 기간 반복된 송금, 특정 인물과의 통화 빈도, 현금 인출 직후의 이동 경로 같은 자료가 겹쳐지면 "한 번 도와준 것"이라는 설명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거래가 일회성이고 상대방과의 접점이 그 거래뿐이라면,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방어 자료가 됩니다.

이 흐름 위에서 붙는 죄명 네 가지

코인 자금세탁 사건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죄명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사기 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특금법 위반(미신고 가상자산사업)의 네 가지가 대부분이며, 어느 지점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에 따라 둘 이상이 함께 적용됩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범죄로 얻은 돈의 출처나 처분 사실을 숨기거나 꾸미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사기 피해금을 코인으로 바꾸고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 자체가 '취득·처분 사실의 가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범죄수익등의 은닉 및 가장)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범죄수익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2.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3.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등을 은닉한 자

같은 법 제4조는 범죄수익임을 알면서 이를 받은 행위(수수)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따로 처벌합니다. 세탁에 가담하지 않고 돈을 받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기 방조

보이스피싱이나 투자사기의 피해금을 현금화해 주었다면, 본범의 사기죄를 도운 방조범으로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방조범은 정범보다 감경되지만 피해액이 크면 실형이 나오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몰랐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어떤 범죄를 돕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그 결과를 용인했다면 방조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슨 돈인지 묻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오히려 미필적 고의의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코인 매도 대금을 받기 위해 본인 계좌나 거래소 계정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면, 코인 문제와 별개로 접근매체 양도가 성립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는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며, 대가를 받았는지와 상관없이 성립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금법 위반(미신고 가상자산사업)

수수료를 받고 코인을 반복적으로 사고팔아 주었다면 그 자체가 신고 없는 가상자산사업 영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금법 제17조는 미신고 영업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개인 간 OTC를 '부업'으로 여러 차례 했다면 이 조항을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몰랐다"가 통하는 지점, 통하지 않는 지점

수사기관은 위 네 단계에서 확보한 객관적 자료로 '알았을 수밖에 없다'는 구조를 만들고, 피의자의 진술이 그 구조와 어긋나는지를 봅니다. 따라서 기억이 아니라 기록에 맞춰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음과 같은 사정은 고의를 부정하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 거래 상대방을 실제로 알고 있었고,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자연스러운 이유가 있었던 경우

  • 시세에 근접한 가격으로 거래했고, 비정상적인 프리미엄이나 수수료가 없었던 경우

  • 본인의 실명 거래소 계정과 실명 계좌를 그대로 사용했고, 지갑을 나누거나 믹서를 쓰지 않은 경우

  • 거래가 일회성이고, 문제를 인지한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남은 돈을 보전한 경우

반대로 아래 사정이 있으면 "몰랐다"는 주장은 사실상 설득력을 잃습니다.

  •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부탁으로 현금을 받아 코인을 사서 보내는 일을 반복한 경우

  • 대화에서 상대가 출처를 묻지 말라고 했거나, 은행에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라는 식의 지시가 있었던 경우

  • 은행이나 거래소가 거래를 제한하거나 사유를 물었는데도 다른 계좌·계정으로 이어간 경우

  • 텔레그램 대화를 삭제하거나 자동삭제 기능을 켰던 경우

수사기관은 위 항목들을 이미 확보한 기록과 대조합니다. 조사에서 기록과 다른 진술을 하면, 그 불일치 자체가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됩니다.

돈은 어디까지 회수되나: 몰수·추징과 피해자 환급

혐의가 인정되면 코인과 현금화된 돈은 범죄수익으로 몰수되고, 이미 써 버렸다면 그 가액이 추징됩니다. 수수료로 받은 몇 퍼센트만이 아니라, 손을 거친 금액 전체가 추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와 제10조는 범죄수익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은 실제로 내 손에 남은 돈이 수십만 원이어도, 거쳐 간 금액이 수억 원이면 그 수억 원이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몰수보다 피해자 환급이 우선되고, 피해자에게 실제로 돌려준 금액은 추징에서 고려됩니다. 남은 코인이나 현금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고 보전한 뒤 피해 회복에 쓰는 것이 양형에서도 몰수·추징에서도 가장 유리한 길입니다.

수사 초기에는 계좌와 거래소 계정에 대한 지급정지나 기소 전 몰수보전이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조치는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가능하므로, 그 시점부터는 자금을 옮기려는 시도 자체가 새로운 은닉 혐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출석 통보를 받았다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수사기관은 이미 흐름도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할 일은 그 흐름도에 대응하는 내 쪽의 기록을 빠짐없이 모으고,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 거래소 입출금 내역, 은행 거래내역, 거래 상대방과의 대화 전체를 원본 그대로 보관합니다. 유리한 부분만 남기고 지우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 거래 상대방을 어떻게 알게 되었고 왜 그 거래를 하게 되었는지, 제3자가 들어도 납득할 수 있게 경위를 정리합니다.

  • 남아 있는 코인이나 현금은 옮기지 말고 보전합니다. 필요하면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 환급 절차에 먼저 쓰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 거래 상대방에게 연락해 상황을 묻거나 입을 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이후 확보되는 통신 기록에서 그 접촉이 가장 불리하게 해석됩니다.

  • 첫 조사 전에 반드시 사건 기록의 구조를 아는 사람과 진술 방향을 정합니다. 첫 진술은 이후 모든 절차의 기준점이 됩니다.

코인 사건은 기술적으로 복잡해 보이지만, 수사의 뼈대는 결국 돈이 어디서 와서 누구에게 갔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기록으로 답할 수 있다면, 사건의 방향은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상당 부분 정해집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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