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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상해 피해자 탄원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쓰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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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상해 피해자 탄원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쓰일 수 없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강간상해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가 사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은 탄원서를 법원에 직접 제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내용이 생생하고 구체적일수록 이 서류가 마치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 자료처럼 다뤄질 수 있다는 오해도 함께 생깁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정해진 절차를 거쳐 증거능력을 갖춘 자료만 쓸 수 있고, 피해자가 법정 밖에서 작성해 제출한 탄원서는 이 요건을 그대로 충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탄원서가 법적으로 어떤 서류인지, 왜 유죄 인정의 증거로 곧바로 쓰일 수 없는지,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탄원서란 무엇인가 — 명칭과 무관하게 '진술서'로 다뤄지는 서류

탄원서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정식 증거방법(증인신문·서증조사·검증 등)의 하나로 예정된 서류가 아닙니다. 당사자나 관계인이 재판부·검찰에 임의로 제출하는 서면일 뿐이고, 내용만 놓고 보면 작성자가 자신이 겪거나 알고 있는 사실을 진술한 문서라는 점에서 다른 진술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즉 표제가 탄원서든 진정서든 호소문이든, 법적으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이 규정하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의 범주에서 다뤄집니다.

강간상해처럼 법정형이 무거운 사건에서는 피해자나 그 가족이 엄벌을 구하는 탄원서를 내면서 사건 경위를 상세히 서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서술이 마치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진술처럼 읽히지만, 정작 그 서류가 재판부에 도달하는 경로 자체가 정식 증거조사 절차, 즉 공판정에서의 신문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글에서 다룰 핵심입니다.

탄원서는 명칭과 무관하게 법적으로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다 — 정식 증거조사를 거치지 않고 재판부에 직접 제출되는 서면이라는 점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범죄사실 인정에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 증거재판주의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합니다. 판례와 통설은 이를 '엄격한 증명'으로 부르며, 증거능력을 갖춘 증거를 법이 정한 방법으로 적법하게 조사한 결과만 유죄 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 있다는 원칙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형법 제301조가 정한 강간등상해·치상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이 예정된 범죄이므로, 이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유형입니다.

여기서 흔히 혼동되는 것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입니다. 이 조항은 증거의 증명력, 즉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한다는 뜻이지, 증거능력조차 없는 자료를 심증 형성에 끌어다 쓸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증거능력(그 자료를 증거로 쓸 수 있는가)과 증명력(그 증거를 얼마나 믿을 것인가)은 완전히 다른 단계의 문제이고, 탄원서 논의는 바로 앞 단계인 증거능력에서 막히는 사례입니다.

전문법칙 — 재판정 밖에서 이루어진 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가 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정 밖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른바 전문법칙입니다. 이 원칙은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이 법관 앞에서, 원래 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이 보장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피해자가 법정 밖에서 작성해 제출한 탄원서는 전형적인 전문증거에 해당합니다. 탄원서에 담긴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서술은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이 아니라, 법정 밖에서 작성돼 서면 형태로 재판부에 들어온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전문법칙에는 정해진 예외 조항들이 있지만, 탄원서가 그중 어느 하나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탄원서가 형사소송법 제313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이유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은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작성자의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만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탄원서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쓰려면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이 탄원서는 내가 직접 작성한 것이 맞고, 그 내용도 사실과 같다"는 취지로 진술해 성립의 진정을 확인해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탄원서는 대개 재판부나 검찰에 서면 그대로 접수될 뿐, 피해자가 그 서면 자체를 두고 증인으로 출석해 진정성립을 확인하는 절차까지 거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 절차가 없으면 제313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작성자가 성립의 진정을 부인할 경우 디지털포렌식 등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해야 하고, 그 경우에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어야 한다고 정하는데, 탄원서 제출 과정에서 이런 절차까지 갖추어지는 경우는 더욱 드뭅니다.

  • 피해자가 법정에서 탄원서의 작성 사실과 내용을 직접 확인해 준 적이 있는지

  • 변호인이 그 진술 내용에 관해 피해자를 신문할 기회가 실제로 주어졌는지

  • 탄원서가 정식 증거로 검찰에 의해 신청·제출됐는지, 아니면 참고자료로만 편철됐는지

설령 피해자가 이후 증인으로 출석해 같은 취지로 증언한다면, 그때 증거가 되는 것은 공판정에서 이루어진 증언 그 자체이지, 탄원서라는 서면이 별도로 증거능력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구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탄원서는 재판에서 아무 의미가 없는가 — 양형자료로서의 역할

유죄 인정(주요사실)과 형량 결정(정상관계 사실)은 서로 다른 증명 기준이 적용되는 별개의 영역입니다. 정상관계 사실이란 피고인의 경력·환경·범행 후의 정황처럼 양형의 자료가 되는 사실을 말하는데, 이런 사실은 유형이 복잡하고 다양해 엄격한 증명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양형 자체가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영역이므로 자유로운 증명으로 족하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태도입니다. 탄원서는 바로 이 영역, 즉 처벌 수위를 정하는 데 참고하는 자료로서 기능합니다.

실무상 탄원서는 대개 별도의 증거번호를 부여받아 정식 증거로 채택되기보다, 소송기록에 편철되어 재판부가 선고 시 참고하는 방식으로 다뤄집니다. 피해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처벌에 대해 어떤 의사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는 의미가 있지만, "피고인이 실제로 상해를 가했는가" 같은 범죄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자료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탄원서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는가'를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어떤 형을 정할 것인가'를 참고하는 자료다 — 이 구분을 놓치면 탄원서의 비중을 실제보다 크게 오해하게 된다.

검찰·법원이 탄원서를 실제로 다루는 방식

피해자 측이 탄원서를 제출하면 통상 수사기록이나 공판기록에 편철되고, 검사가 이를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정식 증거 목록에 포함시켜 신청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는 재판부에 양형 참고자료로 전달되는 데 그칩니다. 다만 검사가 탄원서를 유죄 입증 자료로 정식 신청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데, 이때 변호인은 제313조 제1항의 요건 미비를 근거로 증거부동의 의견을 낼 수 있고, 그 경우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반대로 피고인 측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에 따라 당사자가 증거로 함에 동의한 서류는 진정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절차를 잘 모른 채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해 버리면, 원래는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었던 탄원서가 유죄 증거로 그대로 편입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피고인 측이 놓치기 쉬운 대응 포인트

탄원서가 마치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자료처럼 재판부의 심증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막으려면, 변호인은 먼저 탄원서가 정식 증거로 신청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신청됐다면 제313조 제1항의 요건이 갖추어졌는지, 즉 피해자가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확인한 절차가 있었는지를 살피고, 그렇지 않다면 명확히 증거부동의 의견을 내야 합니다.

탄원서의 내용과 실제 공판정에서 이루어진 피해자 진술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 불일치를 적극적으로 지적해 신빙성을 다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나 검찰 측 입장에서 탄원서에 담긴 사실관계를 실제 유죄 증거로 활용하고 싶다면, 탄원서 제출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워 정식으로 진술을 받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강간상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낸 탄원서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하면 무조건 증거능력이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가 공판정에서 그 탄원서를 직접 작성했고 내용도 사실과 같다는 취지로 진술해 성립의 진정을 확인해 주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이 절차 없이 서면만 제출된 경우 변호인이 증거부동의 의견을 내면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Q. 변호인이 탄원서에 증거로 함을 동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소송법 제318조에 따라 당사자가 증거로 함에 동의한 서류는 진정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탄원서가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부주의하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탄원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 재판 결과에 전혀 영향이 없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죄 인정 자료로는 쓰이지 않더라도, 정상관계 사실은 자유로운 증명으로 족하다는 법리에 따라 양형 단계에서는 재판부가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형량을 정하는 참고자료일 뿐 범죄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근거는 아닙니다.

Q. 피해자가 탄원서를 낸 뒤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같은 내용을 증언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이 경우 증거가 되는 것은 탄원서라는 서면이 아니라 공판정에서 이루어진 증인 진술 그 자체입니다. 탄원서는 그 증언의 신빙성을 보강하거나 이전 진술과의 일치·불일치를 확인하는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탄원서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면 증거능력과 상관없이 유죄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나요?

A. 내용의 구체성이나 일관성은 증명력, 즉 신빙성의 문제로 증거능력이 인정된 이후에야 따지는 단계입니다. 증거능력 자체가 없으면 아무리 구체적이어도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Q. 피고인 측이 탄원서 제출 사실 자체를 막을 수는 없나요?

A. 탄원서 제출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그것이 정식 증거로 신청될 경우 증거능력 유무를 다투거나 양형자료로만 고려되도록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이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맺음말

강간상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는 사건의 정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심증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이지만,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증거능력 요건을 그대로 충족하는 서류는 아닙니다. 전문법칙과 제313조의 진정성립 요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내용이 아무리 구체적이어도 유죄 인정의 근거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는 탄원서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범죄사실 인정과 양형이라는 서로 다른 단계에서 각각 다른 증명 기준이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탄원서는 양형 단계에서는 참고자료로 남지만, 유죄냐 무죄냐를 가르는 국면에서는 정식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만이 기준이 됩니다. 수원지검·수원지법 관할 사건처럼 강간상해와 같은 중한 성범죄가 다투어지는 재판에서는, 제출되는 서류 하나하나의 법적 성격을 초기 단계부터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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