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하거나 법원으로부터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으면, 그 자녀의 배우자, 즉 며느리나 사위가 대신 상속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2026년 3월 개정 전까지는 이런 기대가 상당 부분 맞았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민법은 대습상속에서 배우자가 인정되는 경우를 자녀가 '사망'한 때로 한정하고, 결격되거나 상속권을 상실한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손자녀의 대습상속권은 그대로인데 배우자만 빠지는 구조라,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당사자 범위를 잘못 판단하기 쉽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문을 따라가며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습상속이란 무엇인가 — 직계비속·형제자매의 자리를 대신하는 상속
민법 제1000조 제1항은 상속인이 되는 순위를 정합니다. 1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순위는 직계존속,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입니다. 그런데 1순위 상속인이 될 자녀가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기면, 그 자리를 누가 채우는지가 문제 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제도가 대습상속입니다.
민법 제1001조는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전에 사망하거나 제1004조 또는 제1004조의2에 따라 상속인이 되지 못한 때에는 그 직계비속이 사망하거나 상속인이 되지 못한 사람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다"고 정합니다. 쉽게 말해, 본래 상속받았어야 할 자녀가 사망하거나 결격·상속권 상실로 상속받지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의 자녀(피상속인의 손자녀)가 대신 그 순위로 상속인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대습상속의 원인이 두 갈래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하나는 '사망'이고, 다른 하나는 '제1004조 또는 제1004조의2에 따라 상속인이 되지 못한 때', 즉 상속결격과 상속권 상실입니다. 제1001조만 놓고 보면 이 두 원인은 손자녀의 대습상속권을 발생시키는 데 있어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는 배우자의 대습상속을 정한 제1003조 제2항이 이 두 원인을 다르게 취급한다는 데 있습니다.
며느리·사위도 대습상속인이 될 수 있다 — 민법 제1003조 제2항의 구조
민법 제1003조 제1항은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직계비속(1순위)이나 직계존속(2순위)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런 상속인이 없으면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이미 자녀가 사망해 대습상속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는, 그 자녀의 배우자, 즉 며느리나 사위도 상속에 관여할 여지가 생깁니다. 제1003조 제2항이 바로 이 경우를 다룹니다.
제1003조 제2항은 "제1001조의 경우에 상속개시전에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는 동조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정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보다 아들이 먼저 사망했고 그 아들에게 배우자(며느리)와 자녀(손자)가 있다면, 며느리는 손자와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만약 아들에게 자녀가 전혀 없었다면, 며느리가 그 순위를 단독으로 승계해 단독상속인이 됩니다.
요컨대 대습상속은 손자녀만의 몫이 아니라, 대습원인이 발생한 사람의 배우자에게도 열려 있는 제도입니다. 이 조항이 정한 요건을 그대로 읽으면 '상속개시전에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라는 문구가 핵심입니다. 2026년 3월 개정 전에는 이 문구가 결격된 사람의 배우자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운용되었지만, 개정 이후에는 문구 그대로 '사망한 사람'으로만 한정됩니다. 다음 항목에서 이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26년 3월 개정의 핵심 — '사망'과 '결격·상실'을 가르다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은 상속결격·상속권 상실 제도를 손보면서, 대습상속에서 배우자가 인정되는 범위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개정 전 실무에서는 자녀가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해 상속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 배우자인 며느리나 사위가 제1003조 제2항에 따라 대습상속인으로 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부양의무를 저버리거나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상속인 자격을 박탈당한 자녀 대신, 그 배우자가 사실상 같은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개정된 민법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손봤습니다. 제1001조는 여전히 '사망' 또는 '제1004조·제1004조의2에 따라 상속인이 되지 못한 때'를 모두 대습상속의 원인으로 인정합니다. 이 부분은 손자녀의 대습상속권에 해당하고, 손자녀는 부모가 사망했든 결격되었든 상속권을 상실했든 상관없이 그대로 대습상속을 받습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대습상속을 정한 제1003조 제2항은 '상속개시전에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라고만 규정합니다. 결격되거나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사람의 배우자는 이 조항이 정한 요건에 애초에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같은 제1001조 상황이라도, 대습원인이 '사망'인지 '결격·상실'인지에 따라 배우자의 지위가 완전히 갈립니다. 자녀가 사망했다면 그 배우자는 여전히 손자녀와 함께(또는 손자녀가 없다면 단독으로)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그러나 자녀가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하거나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그 배우자는 대습상속인이 될 근거 조항 자체가 없어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됩니다.
제1001조는 사망·결격·상속권 상실을 모두 대습원인으로 인정하지만, 제1003조 제2항은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만 대습상속인으로 인정한다 — 이 문구 하나의 차이가 며느리·사위의 상속 여부를 가른다.
상속결격과 상속권 상실 — 배우자가 배제되는 두 가지 원인
제1004조는 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다섯 가지 결격사유를 열거합니다. 직계존속·피상속인·그 배우자 또는 선순위·동순위 상속인을 고의로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경우, 고의로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기나 강박으로 유언(또는 유언 철회)을 방해하거나 유언을 하게 한 경우,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은닉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직계존속·피상속인·그 배우자 또는 선순위·동순위 상속인을 고의로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유언 또는 유언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강박으로 피상속인에게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은닉한 자
제1004조의2는 여기에 더해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피상속인이나 그 배우자·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 또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가 그 사유입니다. 피상속인 본인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해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도 있고, 그런 유언이 없었다면 공동상속인이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직접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상속권 상실이 상속개시 후에 확정되면, 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해 상속권을 잃습니다. 다만 그 확정 전에 이미 권리를 취득한 제3자의 권리는 해치지 못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 거래 안전과의 균형도 함께 고려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상속결격과 상속권 상실은 요건과 절차가 다르지만, 둘 다 제1001조가 정한 대습상속의 원인이라는 점, 그리고 제1003조 제2항에서는 배제된다는 점에서는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왜 배우자만 배제할까 — 우회 상속을 막으려는 입법 취지
이런 구조를 둔 이유는 상속결격·상속권 상실 제도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부모를 학대하거나 부양의무를 저버린 자녀, 혹은 상해·살해 같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자녀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인데, 그 배우자가 대습상속으로 사실상 같은 재산을 받아간다면 제도의 취지가 크게 흔들립니다. 결격되거나 상속권을 상실한 자녀 본인은 재산을 받지 못해도, 한집에 사는 배우자를 통해 사실상 그 이익이 가족 안에 그대로 남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손자녀의 대습상속권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손자녀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라는 혈연관계에서 자신의 고유한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존재이고, 부모의 잘못과는 별개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비대칭은 우연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몫을 그 배우자에게 우회시키지 않으면서도, 죄 없는 손자녀의 상속 기대는 지킨다'는 입법 목적이 조문 구조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결격·상속권 상실로 상속받지 못하는 자녀의 몫을 배우자에게 우회시키지 않으면서도, 그 자녀의 자녀(손자녀)의 상속 기대는 그대로 지킨다 — 이것이 개정 조문이 배우자와 손자녀를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다.
손자녀는 있는데 배우자만 빠지는 경우 —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나
구체적인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버지 A가 사망했고, 상속인으로 배우자 B와 자녀 C·D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C가 생전에 A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해, 다른 공동상속인인 D가 A의 사망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C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했고, 그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고 하겠습니다. C에게는 배우자 E(며느리)와 자녀 F(A의 손자)가 있습니다.
이 경우 C는 상속권 상실 선고에 따라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해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C의 자녀 F는 제1001조에 따라 C의 순위에 갈음해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 손자녀의 지위는 그대로 지켜집니다. 그러나 C의 배우자 E는 다릅니다. 제1003조 제2항은 '상속개시전에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만을 대습상속인으로 인정하므로, 결격이 아니라 상속권 상실로 상속받지 못하게 된 C의 배우자 E는 애초에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결국 이 가족의 상속인은 B, D, 그리고 F(C를 대습)가 되고, E는 상속에서 완전히 제외됩니다.
C — 부양의무 위반으로 상속권 상실 확정, 소급하여 상속인 아님
F(C의 자녀, A의 손자) — 제1001조에 따라 대습상속인
E(C의 배우자, 며느리) — 제1003조 제2항 요건(사망) 미충족으로 대습상속 불가
만약 C가 상속권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사망했다면, E도 F와 동순위 공동상속인이 되었을 것
자녀에게 자녀가 없었다면 — 배우자가 완전히 배제되는 결과
더 극단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앞의 예에서 C에게 자녀 F가 아예 없었다고 바꿔 보겠습니다. C가 사망한 경우였다면 제1003조 제2항에 따라 배우자 E가 C의 순위를 단독으로 승계해 단독 대습상속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C가 상속권 상실로 상속받지 못한 경우라면, 제1001조에 따라 대습상속을 받을 직계비속 자체가 없고, 제1003조 제2항은 애초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E는 그 어떤 근거로도 대습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A의 상속재산은 배우자 B와 다른 자녀 D만이 나누게 되고, E는 배우자의 부모 재산에 대해 아무런 지분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자녀가 사망했는지, 결격·상속권 상실로 상속받지 못했는지'라는 원인의 차이 하나가, 배우자가 재산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와 단독상속인이 되는 결과 사이의 간극을 만드는 셈입니다.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것 — 상속재산분할과 상속결격·상실 여부
실제 상속에서는 먼저 대습원인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자녀가 사망했다면 그 배우자도 협의의 당사자로 참여해야 하지만, 결격이나 상속권 상실이라면 그 배우자는 협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상속권 상실이 상속개시 후 확정된 경우라면 소급효가 있어, 그 확정 전에 이루어진 상속재산분할협의나 등기의 효력이 다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확정 전 제3자가 이미 취득한 권리는 보호되므로, 협의가 언제 이루어졌는지, 제3자가 개입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상속권 상실 청구는 공동상속인이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이라는 짧은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으므로, 결격 사유에 해당할 만한 사정을 뒤늦게 알았다면 기간부터 계산해 보아야 합니다. 며느리나 사위 입장에서는 배우자의 상속결격·상속권 상실이 확정되면 대습상속으로 자신의 몫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는 편이 분쟁을 줄입니다. 반대로 다른 공동상속인 입장에서는, 결격·상실 사유가 있는 형제자매의 배우자가 협의에 끼어드는 상황을 막을 근거가 조문상 명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결격된 자녀의 배우자는 정말 아무것도 받지 못하나요?
A. 대습상속 측면에서는 그렇습니다. 제1003조 제2항이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만 대습상속인으로 인정하므로, 결격되거나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자녀의 배우자는 대습상속으로 재산을 받을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그 배우자가 피상속인으로부터 별도로 유증을 받았다면 그 부분은 별개로 판단됩니다.
Q. 손자녀는 왜 그대로 상속받을 수 있나요?
A. 제1001조는 대습상속의 원인으로 사망뿐 아니라 제1004조의 결격과 제1004조의2의 상속권 상실을 모두 인정합니다. 손자녀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으로서 부모의 잘못과 무관하게 자신의 상속 기대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조문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Q. 상속권 상실 선고는 누가 청구할 수 있나요?
A. 피상속인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의사를 표시하면 유언집행자가 청구하고, 그런 유언이 없었다면 다른 공동상속인이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할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면, 상실 선고 확정으로 상속인이 될 사람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이 개정은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개정 민법은 2026년 3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 이미 상속이 개시된 사안이라면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개별 사안의 경과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Q. 상속결격과 상속권 상실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상속결격(제1004조)은 살해·상해치사·유언방해·유언서 위변조 등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별도 재판 없이도 당연히 상속인 자격을 잃는 제도입니다. 상속권 상실(제1004조의2)은 부양의무 위반이나 중대한 범죄·부당한 대우가 있을 때, 유언 또는 공동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심리해 선고로 확정하는 제도입니다.
Q. 며느리·사위가 상속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A. 배우자(자녀)가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 또는 상속권 상실 청구가 제기되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상속권 상실은 선고가 확정되어야 효력이 생기므로, 청구가 계속 중인 단계라면 그 절차의 진행 상황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2026년 3월 개정된 민법은 대습상속에서 배우자가 인정되는 범위를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로 한정하면서, 결격되거나 상속권을 상실한 사람의 배우자는 대습상속에서 제외했습니다. 반면 손자녀의 대습상속권은 대습원인이 사망이든 결격·상실이든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같은 제1001조 상황이라도 배우자와 손자녀의 지위가 이렇게 갈린다는 점을 모르면,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당사자 범위를 잘못 판단하기 쉽습니다.
며느리나 사위 입장에서는 배우자의 상속결격·상속권 상실 여부가 자신의 상속 기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다른 공동상속인 입장에서는 이런 사정이 있는 형제자매의 배우자를 협의에서 배제할 근거가 조문상 명확해졌다는 점을 각각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권 상실은 소급효까지 있는 만큼, 이미 진행된 협의나 등기가 있다면 그 시점과 효력도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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