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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공소시효 배제, 경과규정 없는 개정은 이전 범행에 소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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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공소시효 배제, 경과규정 없는 개정은 이전 범행에 소급되지 않는다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는 공소시효가 아예 없다"는 말을 듣고 오래전 피해를 이제라도 신고하면 처벌까지 이어질 거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공소시효를 정지·연장·배제하는 조항은 법이 개정될 때마다 하나씩 늘어난 것이어서, 범행 시점이 그 개정법 시행일보다 앞서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공소시효를 완전히 배제하는 조항은 신설되면서도 소급 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실제로 대법원까지 간 사건에서 오래된 범행에는 그 배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 적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공소시효 배제 조항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그리고 경과규정이 없을 때 왜 이전 범행에는 소급되지 않는지를 실제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공소시효, 정지·연장·배제 — 세 겹의 특례가 쌓인 이유

형사소송법 원칙상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되고, 법정형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소추권 자체가 소멸합니다. 그러나 성범죄, 그중에서도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신고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특수성 때문에, 입법자는 일반 형사소송법 원칙에 여러 겹의 특례를 얹어왔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가 그 특례를 담고 있는 핵심 조문입니다.

특례는 단계적으로 강해지는 구조를 갖습니다. 가장 약한 단계는 시효의 기산점을 늦추는 정지형 특례로, 같은 조 제1항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고 정합니다. 그다음은 시효 기간 자체를 늘리는 연장형 특례로, 제2항이 디엔에이(DNA) 증거 등 죄를 증명할 과학적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한다고 규정합니다. 가장 강한 단계가 시효 자체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배제형 특례로, 제3항과 제4항이 이를 규정합니다.

성범죄 공소시효 특례는 기산점을 늦추는 정지, 기간을 늘리는 연장,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배제 순으로 강도가 세지는 세 겹의 구조로 되어 있다.

13세 미만·장애인 대상 성범죄엔 시효가 아예 없다 — 제21조 제3항·제4항의 구조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은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상대로 형법 제297조(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 제301조(강간등 상해·치상),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치사),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 형사소송법 및 군사법원법의 공소시효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자체가 정한 일부 가중처벌 조항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도 함께 배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제4항은 대상을 더 넓혀, 피해자의 연령이나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강간등 살인죄처럼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성범죄 전반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두 조항의 공통점은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흔히 '공소시효 폐지'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시효 조항의 적용을 특정 범죄유형에 한해 배제하는 특례입니다.

  • 배제 대상(제3항) — 13세 미만·장애인 대상 강간·강제추행·준강간등·강간등상해치상·강간등살인치사·미성년자간음추행

  • 배제 대상(제4항) — 피해자 요건과 무관한 강간등살인, 관련 특례법의 결합범죄

  • 정지·연장(제1항·제2항) — 배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성범죄에 적용되는 완화된 특례

제21조 제3항·제4항이 정한 배제는 시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시효라는 개념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제1항·제2항의 정지·연장과 질적으로 다르다.

공소시효 배제는 아무 때나 소급되지 않는다 — 진정소급과 부진정소급의 경계

문제는 이 배제조항이 법 개정으로 새로 생겼을 때, 개정법 시행 이전에 이미 저질러진 범행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여기서 갈리는 두 개념이 진정소급효와 부진정소급효입니다.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구법상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소추권이 소멸한 범죄에 새 배제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진정소급효로, 헌법 제13조 제1항이 정한 소급처벌금지 원칙에 정면으로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이미 끝난 사건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개정법 시행 당시 구법상 공소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고 진행 중인 범죄에 새 배제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부진정소급효로 분류됩니다. 아직 소추권이 살아있는 상태이므로 헌법상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자유롭게 소급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입법자가 명시적으로 "시행 전 행하여진 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부칙에 두었는지가 우선 기준이 되고, 그런 규정이 없을 때 어떻게 판단할지가 실제 사건에서 다투어져 왔습니다.

이미 시효가 완성된 범죄에 배제조항을 적용하는 진정소급효는 절대 금지되지만, 시효가 진행 중인 범죄에 대한 부진정소급효는 경과규정의 유무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경과규정 없이 신설된 배제조항, 대법원은 왜 소급을 인정하지 않았나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사건이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도1362 판결입니다. 피고인은 2006년경 장애인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행위 당시 적용되던 구법상 공소시효는 7년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제정된 성폭력처벌법(법률 제10258호)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연장조항을 신설하면서 부칙 제3조에 "이 법 시행 전 행하여진 성폭력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도 이 개정규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명시했습니다.

문제는 그 후 2011년 개정(법률 제11088호)이었습니다. 이 개정은 13세 미만 여성 및 장애인 여성에 대한 강간·준강간 등에 공소시효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배제조항을 신설했지만, 2010년 개정 때와 달리 소급 적용을 명시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검사는 이 배제조항을 근거로 2006년 범행에도 시효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원심과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구법상 7년의 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면소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공소시효를 정지·연장·배제하는 특례조항을 신설하면서 소급적용에 관한 명시적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 이를 소급 적용할 수 있는지에는 "보편타당한 일반원칙이 존재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원칙과 제13조 제1항의 소급금지원칙의 정신을 바탕으로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요건이 불명확할수록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을 택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2015도1362 판결은 경과규정을 두지 아니한 경우 소급 적용 여부에는 보편타당한 일반원칙이 존재할 수 없다면서도, 소급금지원칙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법이 침묵하면 일반법이 채운다 — 형사소송법 부칙이 갖는 무게

대법원이 소급을 부정한 근거는 헌법 원칙만이 아니었습니다. 200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법률 제8730호)은 일부 범죄의 공소시효 기간을 늘리면서도, 그 부칙 제3조에서 "이 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명시해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미 밝혀두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같은 특별법이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를 신설하면서 자체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면, 공소시효를 규율하는 일반법인 형사소송법의 이 부칙 원칙으로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논리였습니다.

이 논리를 뒤집어 보면, 입법자가 특별법에 소급 적용을 명시한 경과규정을 따로 둔다면 그 규정이 형사소송법의 일반원칙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0년 개정 성폭력처벌법이 정지·연장조항에 대해 경과규정을 뒀던 것처럼, 이후 개정에서도 소급 적용을 의도했다면 부칙에 그 뜻을 명시했어야 했습니다. 경과규정을 빠뜨린 것이 입법의 공백인지 의도적 선택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공백의 불이익은 소추 측이 아니라 국가가 지는 구조로 해석된 셈입니다.

특별법이 공소시효 특례를 신설하면서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면, 그 공백은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혀둔 형사소송법 부칙으로 메워진다.

소급이 부정되면 생기는 결과 — 시효완성과 면소

배제조항의 소급 적용이 부정된다는 것은 실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2015도1362 사건에서 확인되듯,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구법상 시효 기간이 이미 다 지났다면 그 이후 아무리 강력한 배제조항이 신설되어도 되살릴 수 없고, 법원은 유죄·무죄를 따지기 전에 절차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면소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면소는 실체 판단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죄와도 다릅니다.

이 결과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죄형법정주의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반대로 가해자 측에서 이 법리를 방어 논리로 쓰려면, 범행 시점과 그 시점에 적용되던 구법의 시효 기간, 그리고 문제되는 배제조항이 신설된 시점과 그 부칙의 경과규정 유무를 순서대로 특정해 주장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배제조항의 소급이 부정되면 법원은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면소로 사건을 종결한다 — 시효완성이라는 절차적 사유로 처벌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 사건에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법 — 범행 시점과 개정법 시행일의 선후관계

오래된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려 한다면, "성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일반론만 믿기보다 구체적인 시점을 하나씩 대조해야 합니다. 먼저 범행이 실제로 종료된 시점을 특정하고, 그 시점에 시행 중이던 성폭력처벌법(또는 그 전신 법률)의 조문이 무엇이었는지, 그 조문상 시효 기간이 얼마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 문제되는 배제·연장·정지조항이 신설되거나 개정된 시행일을 확인하고, 그 시행일이 구법상 시효 완성일보다 앞서는지 뒤인지를 비교해야 합니다.

시행일이 구법상 시효 완성일보다 앞서 있다면, 즉 개정 당시 아직 시효가 살아있었다면 그 개정 법률의 부칙에 소급 적용을 명시한 경과규정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경과규정이 없다면 2015도1362 판결의 법리에 따라 소급 적용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시효가 완성된 뒤에 배제조항이 생겼다면 그 조항은 애초에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판단이 엇갈릴 여지가 있는 사안일수록, 신고 전에 이 시점들을 하나씩 정리해 두는 것이 실익이 큽니다.

  • 범행 종료 시점과 그 당시 시행 법률·시효 기간 확인

  • 문제되는 특례조항의 신설·개정 시행일 확인

  • 시행일이 구법상 시효 완성 이전인지 이후인지 대조

  • 개정 부칙에 소급 적용을 명시한 경과규정이 있는지 확인

성범죄 공소시효를 따질 때는 배제 규정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라, 범행 시점·구법상 시효 완성일·개정법 시행일·경과규정 유무를 순서대로 대조해야 결론이 나온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는 무조건 공소시효가 없나요?

A. 아닙니다. 13세 미만이나 장애인을 상대로 한 강간·강제추행·준강간등·강간등살인치사 등 일부 범죄, 그리고 피해자 요건과 무관한 강간등살인죄에 한해 공소시효가 배제될 뿐이고, 나머지 성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에 이른 날부터 시효가 진행되거나 DNA 증거가 있으면 10년 연장되는 정도의 특례만 적용됩니다.

Q. 경과규정이 없으면 배제조항은 언제나 소급 적용이 안 되나요?

A. 대법원은 경과규정이 없을 때 소급 적용 여부를 판단할 보편타당한 일반원칙은 없다고 보면서도, 소급금지원칙과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15도1362 사건에서는 형사소송법 부칙의 원칙에 따라 소급을 부정했지만, 다른 개정의 문언과 취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Q.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에 새 배제조항이 생기면 처벌할 수 있나요?

A. 없습니다.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구법상 시효가 완성되어 소추권이 소멸한 사건에 새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진정소급효로, 헌법상 소급처벌금지 원칙에 반해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Q. 2010년 개정과 2011년 개정은 왜 결과가 다른가요?

A. 2010년 성폭력처벌법 제정 당시 정지·연장조항에는 부칙 제3조로 시행 전 범죄 중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에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명시했지만, 2011년 배제조항 신설 때는 이런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경과규정의 유무 자체가 소급 적용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였습니다.

Q. 배제조항 소급이 부정되면 어떤 판결이 나오나요?

A. 유죄나 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절차를 종결하는 면소 판결이 내려집니다. 2015도1362 사건에서도 문제된 범행 부분은 이 논리로 면소가 확정되었습니다.

Q. 오래된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A. 범행이 종료된 시점, 그 당시 적용되던 법률상 시효 기간, 문제되는 특례조항의 시행일과 그 부칙의 경과규정 유무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불명확하면 신고 전에 법률 검토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성범죄 공소시효 배제 조항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계속 확대되어 왔지만, 그 적용 범위는 조문이 신설된 시점과 경과규정의 유무에 따라 정교하게 갈립니다. "성범죄는 시효가 없다"는 단정만으로 오래된 사건의 처벌 가능성을 판단하기보다, 범행 시점과 개정법 시행일의 선후관계, 그리고 부칙에 경과규정이 있는지를 먼저 짚어봐야 합니다.

2015도1362 판결이 보여주듯, 경과규정 없이 신설된 배제조항은 이미 진행 중이던 시효를 되살리는 방향으로는 쉽게 해석되지 않습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 오래된 성범죄 피해 사건을 검토하고 계시다면, 시효 완성 여부부터 정확히 따져보는 것이 다음 단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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