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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상 영업비밀준수의무, 계약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법적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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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상 영업비밀준수의무, 계약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법적 근거 

강대현 변호사

대리점이나 총판 계약을 몇 년간 유지하던 대리상이 계약이 끝난 뒤 예전 거래처 명단이나 납품단가 조건을 그대로 들고 새 회사로 옮겨가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계약이 끝났으니 더는 지킬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법은 대리상에게 계약 종료 후에도 별도의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의무는 경업금지의무와 성격이 다르고 소멸 시점도 다른데, 이 둘을 혼동해서 뒤늦게 손해배상 청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지켜야 하며, 어기면 어떤 책임을 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리상이란 무엇인가 — 경업금지와는 다른 의무

상법 제87조는 대리상을 "일정한 상인을 위하여 상업사용인이 아니면서 상시 그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로 정의합니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과 달리 독립된 사업자로서 본인(제조사·공급자 등)을 위해 거래를 대리하거나 중개하는 지위이고, 실무에서는 대리점 계약·총판 계약·판매대행 계약 등의 형태로 흔히 나타납니다.

상법은 이런 대리상에게 몇 가지 의무를 함께 부과합니다. 거래가 있으면 지체 없이 본인에게 알려야 하는 통지의무, 본인의 허락 없이 자기나 제3자의 계산으로 동종영업을 하거나 동종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사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경업금지의무(제89조), 그리고 계약 종료 후에도 본인의 영업상 비밀을 지켜야 하는 영업비밀준수의무(제92조의3)입니다. 문제는 이 중 경업금지의무는 계약 존속기간에 한정되는 반면, 영업비밀준수의무는 계약이 끝난 뒤에도 남는다는 점입니다. 계약이 끝나 같은 업종에서 새 거래를 시작하는 것 자체는 자유롭더라도, 그 과정에서 예전 본인의 구체적인 비밀정보를 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경업금지의무는 계약 존속기간에 한정되지만, 영업비밀준수의무는 상법이 명시적으로 "계약의 종료 후에도" 지속된다고 규정한 별개의 의무다.

상법 제92조의3의 문언 — 기간 제한 없이 지속되는 의무

이 의무의 근거는 상법 제92조의3입니다. 조문은 "대리상은 계약의 종료후에도 계약과 관련하여 알게 된 본인의 영업상의 비밀을 준수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 조문이 "1년간" "5년간" 같은 구체적인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 입법례나 계약 실무에서는 비밀유지의무에 존속기간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상법은 그런 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실무와 학설은 이 의무가 원칙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서 가치를 유지하는 한 계속된다고 보되, 시간이 지나 정보가 공지되거나 더 이상 경제적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되면 의무도 실질적으로 의미를 잃는다고 해석합니다.

또한 조문은 의무의 범위를 "계약과 관련하여 알게 된" 정보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대리상이 계약 기간 중 본인으로부터 제공받거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접하게 된 정보에 한정된다는 뜻으로, 대리상이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거나 계약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습득한 지식·경험까지 봉쇄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같은 장에 있는 제92조의2 보상청구권은 "계약이 종료한 날부터 6월을 경과하면 소멸한다"고 명확한 제척기간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비밀준수의무에 기간을 두지 않은 것은 입법자가 본인의 영업자산 보호를 대리상의 개별 청구권보다 더 강하게 보장하려 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영업상의 비밀'인가 — 인정요건 세 가지

상법 제92조의3 자체는 "영업상의 비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가 정한 영업비밀의 정의를 끌어와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조문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도출되는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비공지성(업계에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 둘째 경제적 유용성(그 정보를 가짐으로써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 셋째 비밀관리성(단순히 '대외비'라고 표시만 한 것이 아니라 접근 제한·서약서 등 실제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세 번째 요건인데, 관리 체계 없이 방치된 정보는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 비공지성 — 업계 종사자나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을 것.

  • 경제적 유용성 — 그 정보를 보유함으로써 독립된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

  • 비밀관리성 — 접근권한 제한, 비밀유지서약, 자료 표시 등으로 실제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

의무를 어기면 어떻게 되나 — 민사책임과 형사책임

상법 제92조의3 자체에는 벌칙 규정이 없습니다. 위반 시 우선 민법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문제된 정보가 앞서 본 영업비밀 요건을 갖췄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이 정한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에 해당해 별도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다뤄집니다.

이 경우 본인(영업비밀 보유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에 따라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고, 제11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국내에서 사용·누설했다면 같은 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될 것을 알면서 취득·누설했다면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상법 제92조의3 위반은 그 자체로는 벌칙이 없지만, 문제된 정보가 영업비밀 요건을 갖추면 민사상 손해배상·금지청구를 넘어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문제되는 장면 — 대리점 계약 종료 후 거래처 명단을 들고 나가는 경우

가정해 보겠습니다. A씨가 제조업체 B사의 지역 대리점 계약을 5년간 유지하다가 계약이 끝난 뒤 경쟁 제조업체 C사와 새 대리점 계약을 맺으면서, B사에서 관리하던 거래처 명단과 납품단가, 거래처별 리베이트 조건을 그대로 C사에 넘겨 영업에 활용했다고 가정하면 B사는 A씨를 상대로 상법 제92조의3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은 물론, 그 정보가 영업비밀 요건을 충족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에 기한 금지청구·손해배상, 형사고소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A씨가 5년간 스스로 쌓아온 영업 화법이나 일반적인 시장 동향에 대한 이해, 개인적으로 알게 된 거래처 담당자와의 친분까지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무의 범위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영업상 비밀"에 한정되고, 대리상 개인의 일반적 지식·경험·인적 네트워크까지 봉쇄하는 취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구분이 실제 분쟁에서 가장 첨예하게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 문제되기 쉬운 정보 — 거래처 명단·연락처, 매입단가·마진율, 고객별 특별할인·리베이트 조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제품·영업전략.

  • 의무 범위 밖으로 보기 쉬운 것 — 공개된 카탈로그·홈페이지 정보, 대리상이 독자적으로 쌓은 영업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 계약과 무관하게 알게 된 정보.

본인 입장에서 계약서에 미리 담아둬야 할 것

본인(제조사·공급자) 입장에서는 상법 규정만 믿고 있기보다 계약서에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해 두는 편이 분쟁 시 훨씬 유리합니다. 비밀정보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모든 정보"라고만 적어두면 나중에 그 정보가 실제로 비밀에 해당하는지부터 다투게 되므로, 거래처 명단·단가표·마진 구조 등 구체적인 항목을 특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종료 시 관련 자료를 반환·파기하도록 하고 그 이행을 확인서로 남기는 절차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위반 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거나 최소 손해액 산정 기준을 계약서에 정해 두면, 실제 손해액 입증이 까다로운 영업비밀 분쟁에서 청구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그리고 앞서 본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접근권한 제한, 비밀유지서약서, 자료 표시 등 최소한의 관리 체계를 갖춰 두어야 합니다. 관리가 전혀 없던 정보는 계약서에 '비밀'이라고 적어두었더라도 법원에서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 비밀정보의 범위를 구체적인 항목으로 특정.

  • 계약 종료 시 자료 반환·파기 의무와 이행 확인서 조항.

  • 위반 시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최소 손해액 산정 기준.

  • 접근권한 제한·비밀유지서약서 등 실질적인 관리 체계 구축.

대리상 입장에서 유의할 점 — 경업금지와 헷갈리지 말 것

대리상 입장에서 가장 흔한 착각은 계약이 끝나면 예전 본인과 관련한 모든 의무가 함께 소멸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계약이 끝나면 경업금지의무는 원칙적으로 소멸하므로 같은 업종에서 새로운 거래를 시작하는 것 자체는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전 본인에게서 얻은 구체적인 비밀정보를 그대로 옮겨 쓰는 순간 별도의 영업비밀준수의무 위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분리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새 회사와 계약을 맺거나 새로운 영업을 시작할 때는 예전 계약서의 비밀유지 조항과 자료 반환 여부를 먼저 점검하고, 유사한 정보를 다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예전 본인만의 고유한 정보인지, 아니면 업계 전반에 이미 공지된 정보인지를 구분해서 접근하는 것이 분쟁을 피하는 방법입니다. 애매한 경우 자료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새로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리상 계약이 끝나면 비밀유지의무도 자동으로 끝나는 건가요?

A. 아니요. 상법 제92조의3은 계약이 끝난 뒤에도 계약과 관련하여 알게 된 본인의 영업상 비밀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계약 종료와 무관하게 의무가 지속됩니다. 다만 그 정보가 시간이 지나 공지되는 등 더 이상 비밀로서 가치를 갖지 않게 되면 의무도 실질적으로 의미를 잃습니다.

Q. 계약서에 비밀유지조항이 없어도 상법상 의무가 적용되나요?

A. 네. 상법 제92조의3은 법률 규정으로 당연히 적용되는 의무이므로 계약서에 별도 조항이 없어도 발생합니다. 다만 분쟁이 생겼을 때 비밀의 범위와 관리 사실을 입증하려면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Q. 예전 거래처와의 친분으로 새 회사에서도 거래하면 문제되나요?

A. 단순히 인적 친분이나 대리상 스스로 쌓아온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 자체는 원칙적으로 의무 위반이 아닙니다. 다만 본인 회사가 관리하던 구체적인 거래조건, 단가, 고객별 할인 내역 등을 그대로 이용하면 영업상 비밀 이용으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나요?

A. 상법 제92조의3 자체에는 벌칙 규정이 없지만, 문제된 정보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 요건을 갖췄고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사용·공개했다면 같은 법 제18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A.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이라는 세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단순히 '대외비'라고 표시만 해 두고 실제 접근 제한이 없다면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본인 입장에서 소송 전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나요?

A. 침해행위가 계속되거나 우려가 있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에 따라 법원에 금지청구를 할 수 있고, 이미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같은 법 제11조 또는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급박한 경우 자료의 추가 사용·유출을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대리상의 영업비밀준수의무는 경업금지의무와 달리 계약이 끝났다고 함께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법 제92조의3이 별도의 기간 제한을 두지 않은 만큼, 문제된 정보가 실제로 비밀로서 가치를 유지하는 한 대리상은 계속 그 의무를 부담합니다. 계약이 끝난 뒤 새로운 영업을 시작하는 것과, 예전 본인의 구체적인 비밀정보를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시흥 시화·정왕 공단 일대처럼 제조업체와 대리점·총판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계약이 끝난 뒤 거래처 정보를 둘러싼 분쟁이 특히 자주 생깁니다. 본인 입장이든 대리상 입장이든,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면 비밀정보의 범위와 자료 반환 절차부터 미리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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