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한 사람은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부담하고, 다른 사람은 의사·변호사·회계사 시험이나 석·박사 과정을 준비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오랜 뒷바라지 끝에 배우자가 전문직 자격이나 학위를 취득했는데 곧 이혼하게 된다면, 지원한 배우자는 “내 희생으로 만든 자격인데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위나 전문직 자격 자체를 아파트·예금처럼 평가하여 일정 지분으로 나누는 것은 어렵지만, 그 자격으로 생긴 재산취득능력과 취득 과정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는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격 취득 후 병원·사무소·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실제로 형성한 보증금, 설비, 예금, 지분과 영업상 가치 등은 자격 자체와 구별하여 재산분할 대상인지 살펴야 합니다.
학위와 자격 자체는 나누어 가질 수 없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는 부부가 협의로 재산분할을 정하지 못하면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규정합니다.
재산분할의 중심은 혼인 중 부부의 협력으로 형성·유지한 경제적 재산을 청산하는 데 있습니다. 부동산, 예금, 주식과 자동차처럼 금전으로 평가하고 이전할 수 있는 재산은 분할 대상으로 특정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반면 학위, 의사·치과의사 면허, 변호사·회계사·세무사 자격 등은 특정인의 지식과 능력, 신분에 결부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일부를 이전하거나 매각할 수도 없고, 그 자격만으로 장래에 얼마를 벌게 될지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같은 자격을 취득해도 직종, 근무형태, 경력과 건강상태에 따라 소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격 취득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자격에 가격표를 붙여 현재의 적극재산에 더한 뒤 일정 비율을 지급하라고 청구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재산취득능력을 ‘기타 사정’으로 봅니다
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므213 판결은 박사학위를 소지한 경제학 교수의 재산취득능력이 문제 된 사건에서, 그 능력은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에 따라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박사학위나 교수로서의 장래 수입을 독립된 재산으로 산정해 직접 나누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법원이 현재 존재하는 부부재산, 형성과정과 기여도, 혼인기간, 이혼 후 양쪽의 경제적 전망 등 전체 사정을 살펴 구체적인 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도 혼인 중 배우자의 도움으로 변호사·의사·회계사·교수 등 장래 고액의 수입을 얻을 능력이나 자격을 취득한 경우, 장래 예상 수입 등을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자격증은 재산이 아니므로 전혀 관계없다”거나 “내가 지원했으므로 장래 평생소득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현재의 분할대상 재산과 자격 취득 전후의 경제생활을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배우자의 뒷바라지는 어떤 방식으로 평가될까요?
전문직 자격이나 학위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한쪽 배우자가 생활비를 전담하고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등록금과 수험비를 지급하기도 하고, 휴직이나 이직을 포기한 채 상대방이 공부할 시간을 확보해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정은 단순한 응원에 그치지 않고 혼인공동생활을 유지하며 상대방의 경제적 능력을 형성하도록 도운 기여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격시험이나 학위과정을 시작하고 마친 시점
혼인기간 중 공부·수련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등록금, 학원비, 교재비와 유학비용의 실제 부담자
해당 기간의 생활비와 주거비를 누가 부담했는지
가사와 자녀 양육을 사실상 누가 담당했는지
자격 취득을 위해 한 배우자가 휴직·퇴직하거나 경력을 포기했는지
양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는지
자격 취득 후 소득이 공동생활과 재산형성에 사용되었는지
현재 보유재산이 자격 취득 전후 언제, 어떤 자금으로 형성되었는지
다만 배우자의 지원 사실이 인정된다고 해서 분할비율이 정해진 수치만큼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자격 취득 전부터 이미 공부를 상당 부분 마쳤는지, 본인의 노력이나 부모의 지원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자격 취득 이후 혼인이 얼마나 유지되었는지도 함께 고려됩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학비와 생활비를 부담한 배우자는 지출한 금액을 모두 돌려받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 중 공동생활을 위해 지출한 통상적인 생활비와 교육비는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배우자 사이의 부양·협조 과정에서 지출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등록금과 생활비의 합계가 곧바로 대여금이나 재산분할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가 차용증을 작성하고 상환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했거나, 가족생활비와 구별해 명백한 대여로 지급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별도의 대여금 문제를 검토할 수 있지만, 부부 사이의 금전거래는 그 실제 성격을 엄격하게 살펴보게 됩니다.
재산분할에서는 영수증 금액을 일대일로 환급하기보다, 그 지출과 희생이 현재의 공동재산 형성 및 상대방의 경제적 전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주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자격 취득 후 모은 재산은 별도로 나누어야 합니다
자격 자체가 직접 분할되지 않는다고 해서 전문직 배우자 명의의 재산까지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격 취득 후 받은 급여와 성과급을 모아 산 아파트, 예금, 주식과 보험은 혼인 중 부부의 협력으로 형성했다면 통상적인 재산분할 심사의 대상이 됩니다.
다른 배우자가 소득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가사와 육아를 맡아 전문직 배우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했다면 재산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명의가 전문직 배우자 한 사람에게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재산성이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자격 취득 후 실제로 축적된 급여·예금·부동산은 ‘장래의 소득 가능성’과 달리 현재 존재하는 재산이므로, 명의와 취득시기, 자금출처를 확인해 분할대상에 빠짐없이 반영해야 합니다. 퇴직급여채권이나 연금이 있다면 각각의 법리에 따라 별도로 산정해야 합니다.
병원·사무소의 재산은 자격과 구별해야 합니다
의사나 변호사 자격은 개인에게 속하지만, 그 자격을 바탕으로 개원하거나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형성된 사업재산은 별도의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병원·사무소의 임대차보증금, 의료·사무 장비, 사업용 차량, 예금, 매출채권과 법인 지분 등은 혼인 중 형성되었고 금전적 평가가 가능하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업대출, 장비 리스료와 사업채무도 사업의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된 채무인지 살펴야 합니다.
영업권이나 권리금 성격의 가치가 주장되는 경우에는 자격 보유자 개인의 장래 노동소득과 양도 가능한 사업가치를 구별해야 합니다. 매출이 높다는 사정만으로 장래 수입 전부를 현재의 영업권으로 환산할 수는 없으며, 실제 양도사례, 약정, 회계자료와 감정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부산가정법원 2015. 12. 24. 선고 2013드합2446 등 판결은 치과 개업과정에서 생긴 재산과 채무가 문제 된 사안에서, 치과의사인 배우자가 장래 소득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전업주부인 상대방의 향후 소득활동은 불분명하다는 점을 생활보장에 관한 부양적 요소로 고려했습니다. 이 사례는 전문직이라는 사정이 자격 자체의 분할보다 구체적인 재산·채무의 귀속과 이혼 후 경제적 전망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격을 취득한 시점도 중요합니다
혼인 전에 이미 전문직 자격이나 학위를 취득했다면 배우자가 그 취득 과정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혼인 후 자격을 유지하고 경력을 쌓는 동안 다른 배우자가 가사·양육과 사업운영을 도왔고, 그 결과 현재의 재산이 형성되었다면 해당 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는 별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혼인 중 준비를 시작했지만 별거 또는 혼인 파탄 후에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는 준비기간의 지원과 비용부담이 혼인공동생활 중 이루어졌는지, 파탄 이후의 개인적 노력으로 완성되었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자격 취득 직후 이혼하게 되어 아직 공동재산이 거의 없는 사안은 특히 어렵습니다. 자격으로 얻을 장래 소득을 현재 재산처럼 전부 선지급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대법원 판례가 밝힌 것처럼 양쪽의 재산취득능력과 경제적 전망을 분할의 액수·방법에 관한 기타 사정으로 구체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장래 예상소득과 현재 사업가치를 중복 계산하면 안 됩니다
전문직 사건에서는 장래의 고소득 가능성, 병원이나 사무소의 영업권, 이미 축적된 예금이 동시에 주장되기도 합니다. 이때 같은 수익능력을 여러 항목으로 중복 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영업권 가액에 장래 수익성이 이미 반영되어 있는데 전문직 배우자의 평생 예상소득까지 별도 재산으로 더하면 가치가 중복될 수 있습니다. 실제 보유재산, 양도 가능한 사업가치와 개인의 향후 노동으로 발생할 소득을 구분한 뒤 각 항목의 법적 성격을 정리해야 합니다.
이혼 후 지급될 양육비는 재산분할과 목적과 기준이 다릅니다. 고소득 전문직 배우자의 실제 소득과 지급능력은 양육비 산정에서도 중요하지만, 이를 재산분할에서 장래소득으로 이미 평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양육비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할까요?
전문직 자격 취득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으려면 막연히 “내가 뒷바라지했다”고 말하기보다 비용부담, 가사·양육 분담과 경력상 희생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다음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입학·수료·학위증명서와 자격시험 합격·면허 취득일 자료
등록금, 학원비, 교재비, 응시료와 유학비 영수증
해당 비용을 지급한 계좌와 카드 이용내역
준비기간의 양쪽 소득과 생활비 부담내역
임대차계약서, 대출내역과 주거비 지급자료
육아휴직·퇴직·근무시간 조정 등 경력 변동자료
자녀의 어린이집·학교·병원 기록과 돌봄 분담자료
자격 취득 후 급여명세서, 원천징수영수증과 소득금액증명
부동산, 예금, 주식, 보험과 퇴직급여 관련 자료
병원·사무소의 임대차보증금, 장비, 매출·비용과 채무자료
부부가 학비 지원이나 상환에 관해 나눈 메시지와 이메일
준비 시작일, 혼인일, 출산과 육아기간, 비용 지급일, 자격 취득일, 취업·개업일과 별거일을 하나의 표로 정리하면 지원과 재산형성의 연결관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격 취득을 도운 배우자라면 확인할 핵심
학위나 자격증을 절반으로 나눌 수 없다는 말만 듣고 재산분할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자격 자체의 가액을 청구하는 방식보다 자격 취득 과정의 경제적·비경제적 기여, 자격 취득 후 형성된 재산과 양쪽의 이혼 후 경제적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반대로 자격을 취득한 배우자도 모든 급여나 사업매출이 당연히 상대방의 기여로 형성되었다고 단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 전 준비 정도, 본인이나 부모의 비용부담, 혼인기간과 별거시점, 사업부채와 실제 순자산을 자료로 구분해야 합니다.
사건의 결과는 “전문직 배우자”라는 직업명보다 어떤 재산이 현재 존재하는지, 그 재산이 언제 어떤 자금과 협력으로 형성되었는지, 상대방이 취득과정과 이후의 소득활동을 어떻게 뒷받침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
전문직 자격이 관련된 재산분할은 자격 자체, 장래 재산취득능력과 이미 형성된 사업재산을 구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학비를 부담했다는 사실만 강조하면 혼인 중 생활비 지출로 평가될 수 있고, 장래소득을 과도하게 계산하면 현재 존재하는 영업권이나 재산과 중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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