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준비하면서 상대방에게 예상하지 못한 대출이나 카드대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을 마련하며 받은 대출처럼 가족을 위해 생긴 빚도 있지만, 배우자 몰래 한 투자나 개인적인 소비 때문에 생긴 빚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배우자 명의의 빚까지 내가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채무의 명의와 발생 시점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배우자 명의로 된 빚이라고 해서 모두 상대방의 개인채무가 되는 것은 아니며, 혼인 중 생긴 빚이라고 해서 모두 함께 부담하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그 돈을 왜 빌렸는지, 어디에 사용했는지, 부부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와 현재 남아 있는 금액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재산분할에서는 빚도 함께 살펴봅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형성하고 유지한 재산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예금, 주식과 같은 적극재산뿐 아니라 그 재산을 마련하거나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도 함께 고려해야 실제 순재산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혼인 중 구입한 아파트의 시가가 6억 원이고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억 원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파트 6억 원만을 놓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반영한 순가치를 중심으로 재산분할을 검토합니다.
다만 재산분할에서 채무가 고려된다는 말과 상대방 명의의 대출계약상 채무자가 곧바로 바뀐다는 말은 서로 다릅니다. 부부 사이의 내부적인 청산과 은행·카드회사 등 채권자에 대한 외부적인 책임을 구분해야 합니다.
어떤 채무가 재산분할에서 고려될까요?
대법원은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라도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했거나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재산분할에서 청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채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을 매수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공동재산인 부동산의 수리비·취득세 등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
가족의 통상적인 생활비와 자녀의 교육비·의료비를 위한 채무
부부가 함께 운영한 사업이나 가계의 주된 생계수단이었던 사업과 관련된 채무
공동재산의 형성·유지를 위해 사용된 신용대출이나 카드대금
재산분할 대상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이러한 경우에는 대출이 한 배우자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산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채무가 공동재산 형성이나 부부 공동생활을 위하여 사용되었다면 재산분할에서 청산될 수 있습니다.
혼인 중 생긴 빚이라도 개인채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혼인기간 중 발생한 채무라고 하더라도 부부 공동생활이나 재산 형성과 무관하다면 원칙적으로 명의자가 부담할 개인채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혼인 전에 이미 부담하고 있던 학자금대출이나 개인대출
배우자 모르게 개인적인 유흥이나 사치에 사용한 카드대금
가족생활과 무관하게 제3자를 위해 부담한 보증채무
부부 공동의 이익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고위험 투자대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금품을 제공하기 위해 부담한 채무
혼인관계가 파탄된 뒤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새로 발생한 채무
다만 위와 같은 명칭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사업 대출이라도 사업수익이 지속적으로 생활비와 공동재산 형성에 사용되었다면 공동의 이익을 위한 채무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생활비 명목의 신용대출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실제로는 개인 투자나 유흥에 사용됐다면 개인채무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채무의 명의보다 사용처가 중요합니다
채무의 성격을 판단할 때에는 대출신청서에 적힌 명목보다 실제 자금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대출금이 입금된 뒤 아파트 매매대금으로 지급되었는지, 가족 생활비 계좌로 이동했는지, 개인 증권계좌나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체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그 돈은 모두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도 말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대출 실행일 전후의 계좌거래내역, 카드 사용처, 부동산 매매대금 지급내역, 사업장 회계자료와 세금 신고자료 등을 통해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부모나 형제에게 빌렸다는 가족 간 차용금도 자주 다투어집니다. 차용증만 뒤늦게 작성되어 있거나 장기간 이자 지급과 변제가 전혀 없었다면 실제 채무인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송금내역, 차용 당시의 대화, 이자 지급, 일부 변제와 상대방 가족의 자금출처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채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므4297 판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중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 외에는 원칙적으로 개인채무이지만, 공동재산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라면 청산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부의 총채무가 총재산보다 많더라도 재산분할 청구가 당연히 배척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담보의 유무, 채무가 생긴 경위와 사용처,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활동 능력과 장래 전망 등을 종합하여 채무를 분담시킬지와 그 방법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빚이 재산보다 많으면 언제나 절반씩 부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적극재산을 나눌 때 적용하는 기여도 비율을 채무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 부담으로 한쪽의 경제상태가 지나치게 악화되는지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재산보다 빚이 더 많으면 어떻게 될까요?
부부의 적극재산보다 공동생활과 관련된 채무가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서도 재산분할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결과는 채무의 내용과 각자의 순재산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한 배우자에게는 공동생활을 위해 발생한 큰 채무가 남아 있고 다른 배우자에게는 일정한 적극재산이 남아 있다면, 법원이 형평을 위해 금전 지급 등의 방식으로 부담을 조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가 사업실패나 개인적 투자에서 비롯되었는지, 상대방이 그 과정에 관여하거나 이익을 얻었는지, 담보재산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전체 재산보다 빚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모든 빚을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미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부부별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나누어 정리한 뒤 각 채무의 성격을 개별적으로 분류해야 합니다.
이혼 합의만으로 은행 채무자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협의이혼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은 남편이 모두 책임진다” 또는 “사업채무는 아내가 부담한다”고 합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정은 부부 사이의 내부적인 정산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그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 등 채권자에게 당연히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므1596, 1602 판결도 재산분할 판결에서 공동채무를 한쪽에 귀속시켰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다른 배우자의 채무가 면책적으로 인수되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혼 합의서에 한 사람이 채무를 모두 부담한다고 적어도 채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은행에 대한 채무자가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공동채무자나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다면 이혼 후에도 채권자는 기존 계약에 따라 변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채무를 한쪽이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면 금융기관의 채무인수 승인이나 대환대출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승인 전까지의 원리금 납부방법, 연체 시 책임, 상대방이 대신 갚았을 때의 구상관계와 담보해지 절차까지 합의서에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의 빚 때문에 채권자가 나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 배우자 한 사람만 채무자로 서명한 개인채무라면 다른 배우자가 단지 혼인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채무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동채무자나 보증인으로 서명했거나, 민법 제832조가 정한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책임 문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상가사채무는 식비, 주거비, 통상적인 교육비·의료비 등 부부 공동생활에 통상 필요한 거래인지가 핵심입니다. 거래금액과 가정의 생활수준, 거래 목적, 상대방인 채권자가 알고 있던 사정 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신용카드나 대출이라는 형식만으로 일률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배우자가 본인 명의의 서류나 인감을 사용해 대출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실제 서명·전자서명 여부, 위임 여부와 금융기관의 본인확인 절차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재산분할 문제와 대출계약 자체의 효력 문제가 함께 얽힐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채무를 숨기거나 갑자기 늘렸다면
이혼소송이 시작된 뒤 상대방이 대출을 새로 받아 잔액을 줄이거나 허위의 가족채무를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원은 통상 사실심 변론종결 무렵의 재산과 채무를 기준으로 보지만, 혼인관계 파탄 이후 공동재산과 무관하게 발생한 후발적 채무라면 청산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제출한 대출잔액증명서만 볼 것이 아니라 대출 실행일, 최초 대출금액, 현재 잔액, 담보의 내용과 실제 사용처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법원에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를 신청하여 대출 및 계좌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담 전에 확인하면 좋은 자료
배우자의 채무가 재산분할 대상인지 다투어질 수 있다면 다음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부부 각자의 대출잔액증명서와 대출거래내역
대출약정서, 보증계약서와 담보 관련 서류
대출금이 입금된 계좌와 이후의 이체내역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매매대금 지급자료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주요 지출의 영수증
생활비·교육비·의료비 지급계좌 내역
사업자등록자료, 재무제표와 세금 신고자료
가족 간 차용증, 송금내역과 이자·원금 변제자료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와 임대차계약서
별거 또는 혼인관계 파탄 이후 발생한 채무의 자료
채무는 이름이나 명의만 보고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대출별로 발생일, 최초 금액, 현재 잔액, 사용처, 담보와 변제내역을 표로 정리하면 공동채무인지 개인채무인지 판단하고 재산분할액을 계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
채무가 포함된 재산분할에서는 어떤 빚을 순재산에서 공제할 것인지에 따라 최종 분할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채무, 가족 간 차용금, 투자대출처럼 사용처가 여러 계좌를 거쳐간 경우에는 금융자료를 확보하고 자금흐름을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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