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차량에 붙인 주차위반 스티커, 아파트가 배상하게 된 이유
외부 차량에 붙인 주차위반 스티커, 아파트가 배상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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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차량에 붙인 주차위반 스티커, 아파트가 배상하게 된 이유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 주차금지 플래카드가 닿지 않는 자리


아파트 입구마다 붙어 있는 '외부 차량 주차금지' 플래카드.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안 주차장의 유지와 운영을 결정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는 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구역이 생겼습니다. 법령에 따라 외부 전기차에 개방된 충전구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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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의 이 판결은 관리권한이 그 경계를 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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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의 개요

2024년 3월 25일 새벽 2시 35분, 외부인인 원고는 아파트 주차장의 완속충전시설 앞 충전구역에 자신의 전기차를 주차하고 충전을 시작했습니다. 충전은 오후 2시 25분에 완료되었으나 원고는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았고, 오후 4시 18분경 경비원이 이를 무단주차 외부차량으로 보고 전면 유리창에 주차위반 경고스티커를 부착했습니다. 원고는 오후 4시 50분경 관리사무소에 항의한 뒤 오후 5시경 차량을 이동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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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원고는 스티커를 제거하고 손상된 발수코팅을 재시공하면서 세차비를 포함해 70만 원을 지출했고, 그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가 항소했고, 항소심은 배상액을 14만 5,000원으로 감축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 관리권한의 범위를 벗어났다

재판부는 먼저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단지 안 주차장의 유지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고, 입주자등이 아닌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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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사건 충전시설은 성격이 달랐습니다. 피고 스스로 변론기일에서 원고가 사용한 충전시설이 일반 공중에 개방된 시설이 맞다고 진술했고, 준비서면에도 관련 법령에 따라 주차면 일부는 외부 전기차가 한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다고 기재했습니다. 그렇다면 원고는 충전을 위해 그 구역에 주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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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시간에 관한 판단도 정밀했습니다. 충전소 안내문에는 급속은 1시간, 완속은 14시간을 초과하여 주차하면 충전방해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있을 뿐, 그 밖에 주차시간 제한에 관한 기재는 없었고 관리주체가 별도의 안내문을 게시하거나 이용자에게 개별 고지했다고 볼 자료도 없었습니다. 설령 그 14시간을 이용 가능 시간으로 선해하더라도, 원고가 차량으로 돌아온 정확한 시각이 확인되지 않아 자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시간을 초과했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스티커가 부착된 시점은 아직 14시간이 지나기 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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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지적은 스티커 자체에 있었습니다. 경고스티커에 기재된 위반 사유는 전면 주차 위반, 주차금지구역 주차, 무단주차 외부차량, 주차선 위반, 기타였는데, 개방된 충전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충전구역에 주차한 원고에게는 그중 어느 것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사전 고지 없이 이루어진 스티커 부착이 정당한 관리 권한의 행사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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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전기차 화재로부터 입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동 조치가 필요했고 연락처를 알 수 없어 계도 목적으로 스티커를 붙였다고 항변했으나, 스티커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권리남용 주장도 배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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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손해액은 크게 조정되었습니다. 지출한 70만 원 중 원고 스스로 세차비라고 인정한 12만 원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제외되었고, 남은 58만 원에 대해서도 충전 완료 후의 주차시간, 스티커 부착 시점, 발수코팅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효용과 가치가 감소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책임이 25%로 제한되었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남기는 것

첫째, 관리권한은 무제한이 아닙니다. "우리 단지 주차장"이라는 사정만으로 외부 차량에 물리적 조치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법령상 외부 개방이 예정된 전기차 충전구역은 일반적인 외부 차량 통제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예외 영역입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이 유형의 분쟁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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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관리주체를 위한 실무 지침은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충전구역의 이용 규칙, 즉 이용시간 한도와 초과 시 조치를 사전에 게시할 것. 조치는 단계적으로 밟을 것, 곧 안내방송과 차량 연락처 확인, 유선 연락을 거친 뒤에야 물리적 조치로 나아갈 것. 스티커는 제거가 가능한 재질로, 유리면처럼 손상 위험이 있는 부위를 피해 부착할 것. 그리고 조치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 이 사건에서 "전기차 화재 위험에 따른 이동 요청"이라고만 적혀 있었어도 결론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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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숫자 뒤에 가려진 비용을 보아야 합니다. 인정된 배상액은 14만 5,000원이지만 소송총비용의 20%를 피고가 부담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이 분쟁은 2년 넘게 이어져 항소심까지 갔습니다. 경고스티커 한 장의 진짜 대가는 배상액이 아니라 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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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차주의 입장에서도 얻을 것이 있습니다. 손해액 전부가 아니라 25%만 인정되었고, 그 이유는 충전이 완료된 뒤에도 차량을 두었다는 사정이었습니다. 충전 완료 알림을 받고 곧바로 출차하는 것이 결국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또한 발수코팅이나 랩핑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감소하는 시공물은 시공 시점과 비용을 증빙해 두어야 손해액 산정에서 불이익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맺으며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의 관성과 새로운 법령이 충돌한 자리에서 벌어졌습니다. 경비원은 늘 하던 대로 외부 차량에 스티커를 붙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는 이미 법이 외부에 열어둔 구역이었습니다. 단지 안에 개방 충전시설을 설치했다면, 그 구역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운영 기준이 필요합니다. 규칙을 만들어 게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소송 한 건의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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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과 공동주택을 둘러싼 분쟁은 대부분 소송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승패가 정해집니다. 계약서의 한 조항, 회의록의 한 줄, 이의를 유보했는지 여부, 내용증명을 보냈는지 여부가 결과를 가릅니다. 반대로 말하면, 초기에 방향만 제대로 잡아도 피할 수 있었던 분쟁이 대단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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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사안이 커지기 전에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계약서와 관리규약, 회의록만 살펴보아도 대응의 방향은 상당 부분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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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

※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하급심 판결을 소재로 한 판례평석으로, 당사자 특정을 피하기 위하여 사건번호와 당사자 표시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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