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이 당연히 함께 붙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공소사실이 매매나 수수, 소지에 그치고 투약 사실이 빠져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법이 정한 '마약류사범'이라는 개념 자체가 마약류를 투약·흡연·섭취한 사람으로 좁게 정의돼 있어서, 판매만 한 사람에게 이수명령을 붙이는 것은 법원의 착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경우에 수강명령·이수명령 병과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이미 병과된 이수명령을 다투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류사범"의 정의부터 다시 봐야 하는 이유 — 투약·흡연·섭취로 한정된 개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판매, 제조, 소지, 수수 등 마약류와 관련된 다양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지만, 수강명령·이수명령 병과와 관련해서는 그 대상을 별도로 좁혀 정의합니다. 법 제40조의2 제1항은 "마약류를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만을 '마약류사범'으로 규정합니다. 즉 같은 법 위반이라도 매매, 수수, 소지, 운반, 보관과 같은 행위만으로 기소된 사람은 이 조항이 말하는 마약류사범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정의 하나가 이수명령 병과 여부를 가르는 출발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A씨가 필로폰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혐의로만 기소되고 본인이 투약했다는 사실은 공소사실에 없다면,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으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제40조의2가 말하는 마약류사범이 아닙니다. 반대로 B씨가 필로폰을 매수해 직접 투약까지 한 사실이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다면 B씨는 마약류사범에 해당해 이수명령 병과 대상이 됩니다. 결국 관건은 실제로 투약을 했는지가 아니라, 투약 사실이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로 인정됐는지입니다.
'마약류사범'은 마약류를 투약·흡연·섭취한 사람만을 가리킨다(제40조의2 제1항) — 판매·수수·소지만으로는 이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죄판결이면 원칙적으로 병과되는 수강명령·이수명령 — 그 전제
법 제40조의2 제2항은 마약류사범에 대해 선고유예를 제외한 유죄판결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 교육의 수강명령 또는 재활교육 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원칙적으로 병과하도록 정합니다. "병과하여야 한다"는 문언대로 재량이 아니라 의무 규정이고, 병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생략됩니다.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는 그 집행유예 기간 내에서 수강명령을, 벌금형이나 실형을 선고할 때는 이수명령을 병과합니다(제40조의2 제3항).
그런데 이 의무 조항이 작동하려면 먼저 피고인이 '마약류사범'이어야 합니다. 조문의 구조를 보면 제2항은 제1항이 정의한 마약류사범을 전제로 서 있고, 정의 자체를 벗어난 사람에게는 애초에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행위 태양과 무관하게 이수명령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는 조문의 전제를 건너뛴 잘못된 적용입니다.
수강명령·이수명령 병과는 유죄판결이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절차가 아니라, 피고인이 '마약류사범'일 때만 작동하는 의무 규정이다.
판매·수수·소지만 기소됐다면 이수명령을 할 수 없다 — 대법원 2022도9737 판결
이 원칙을 명확히 확인한 것이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9737 판결입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마약류를 매매, 수수, 소지했다는 혐의로만 기소돼 제1심에서 유죄판결과 함께 이수명령을 병과받았고, 원심도 이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마약류의 투약, 흡연 또는 섭취 행위로 기소되지 않은 이상 '마약류사범'이 아니므로 제40조의2 제2항에 따른 이수명령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심판결 중 이수명령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이 의미 있는 지점은, 대법원이 '마약류사범'의 의미를 오해한 원심의 잘못을 직권으로까지 바로잡았다는 데 있습니다. 피고인들이 상고이유로 이 부분을 다투지 않았는데도, 대법원은 법령 적용의 오류를 스스로 찾아내 이수명령 부분만 따로 파기하고 자판했습니다. 그만큼 '투약 없는 유통·소지 사범에게는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없다'는 원칙이 확립된 법리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9737 판결 — "마약류의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행위로 기소되지 않은 이상 '마약류사범'이 아니므로 이수명령을 할 수 없다."
매매와 투약이 함께 공소사실에 오른 경우 — 판단이 달라지는 지점
실무에서는 판매책이 자신이 취급하던 마약류를 스스로 투약한 사실까지 함께 적발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공소사실에 매매 혐의와 별도로 투약 혐의가 함께 기재되고, 그 투약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되면 피고인은 그 부분에 한해 '마약류사범'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때는 판매 혐의만 놓고 보면 이수명령 대상이 아니더라도, 투약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이상 이수명령 병과를 피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투약 혐의가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그 부분이 무죄로 판단되거나 공소기각·면소된다면, 남는 유죄 부분이 매매·수수·소지뿐인 이상 이수명령을 병과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결국 이수명령 병과 여부는 사건 전체의 죄명이 아니라, 유죄로 확정되는 공소사실에 투약·흡연·섭취 행위가 포함돼 있는지를 하나하나 따져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매매 혐의만 유죄로 확정 — 마약류사범 아님, 이수명령 병과 불가.
매매와 투약 혐의 모두 유죄로 확정 — 마약류사범 해당, 이수명령 병과.
투약 혐의가 무죄·공소기각되고 매매 혐의만 남음 — 이수명령 병과 근거 없음.
투약 혐의가 별도 사건으로 수사 중이거나 병합되지 않은 경우 — 이번 재판의 공소사실만 기준으로 판단.
이미 이수명령이 병과됐다면 — 상소로 다투는 방법
만약 판매·수수·소지 혐의로만 기소됐는데도 제1심에서 이수명령이 함께 선고됐다면, 항소나 상고를 통해 이 부분만 따로 다툴 수 있습니다. 2022도9737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본형(징역형과 추징)에 대한 상고는 기각하면서도 이수명령 부분만 따로 파기하고 자판했습니다. 즉 형량 자체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이수명령이라는 부수처분만 떼어내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쟁점을 놓치지 않으려면, 공소장에 기재된 죄명과 적용법조를 먼저 확인해 투약·흡연·섭취 행위가 실제로 기소됐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판결문 주문에 이수명령 시간만 짧게 적혀 있어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판매·수수·소지 혐의만 있는 사건에서 이수명령이 병과됐다면 그 자체로 상소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수명령이 잘못 병과된 경우, 본형에 대한 상소와 별개로 이수명령 부분만 따로 파기를 구할 수 있다.
대상이 아니라고 형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 판매·유통에 걸리는 별도의 무거운 처벌
이수명령 병과 대상에서 빠진다고 해서 판매·유통 행위 자체의 처벌이 가벼워지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마약류관리법은 매매, 매매의 알선·권유, 수출입 같은 유통행위에 단순 소지·사용보다 훨씬 무거운 법정형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약(헤로인 등)을 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한 경우 제58조 제1항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영리 목적이나 상습으로 이런 행위를 했다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의 매매도 마찬가지로 그 종류에 따라 제59조·제60조·제61조에 별도의 무거운 처벌 조항이 마련돼 있고, 상습범에게는 정해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규정도 함께 적용됩니다. 즉 이수명령이라는 부수처분 하나가 빠지는 것과, 실형 여부나 형량이 결정되는 본형의 문제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판매·유통 혐의로 수사를 받는 단계에서는 이수명령 여부보다 본형의 양형 요소(가담 정도, 영리성, 상습성, 마약류 종류와 양)를 방어하는 데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수명령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과 본형이 가벼워지는 것은 별개다 — 매매·유통에는 그 자체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한 별도의 처벌 조항이 적용된다.
공소장·판결문에서 직접 확인하는 법 — 적용법조와 죄명을 보는 기준
자신이 이수명령 병과 대상인지를 확인하려면 판결이 나오기 전, 공소장에 적힌 적용법조와 공소사실을 직접 살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공소사실에 "투약", "흡연", "섭취"라는 단어가 등장하는지, 아니면 "매매", "수수", "소지", "보관", "운반"이라는 단어만 나열돼 있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죄명이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으로 같더라도 공소사실의 행위 태양이 다르면 이수명령 병과 여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선고가 끝난 사건이라면 판결문의 '이유' 부분에서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주문에 이수명령이 몇 시간으로 병과됐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투약·흡연·섭취 행위가 전혀 없는데도 이수명령이 붙어 있다면, 상소기간이 남아 있는 한 그 부분만 다퉈볼 실익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을 판매만 하고 투약한 적이 없는데도 이수명령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공소사실에 투약·흡연·섭취 행위가 포함돼 있지 않다면 이수명령을 병과할 근거가 없으므로, 상소기간 내에 항소나 상고로 이수명령 부분만 다퉈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도9737 판결처럼 본형에 대한 다툼과 별개로 이수명령만 따로 파기될 수 있습니다.
Q. 마약류사범이 아니면 수강명령·이수명령 외에 다른 처분도 안 받나요?
A. 이수명령·수강명령은 제40조의2가 정한 부수처분일 뿐이고, 징역형이나 벌금형 같은 본형, 몰수·추징 같은 부수처분은 마약류사범 여부와 무관하게 그대로 선고됩니다. 판매·유통 혐의에는 오히려 본형이 더 무겁게 설계돼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Q. 매매 혐의로 기소됐다가 재판 중 투약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 어떻게 되나요?
A. 검사가 투약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하고 그 부분까지 유죄로 인정되면, 그 시점부터는 마약류사범에 해당해 이수명령 병과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투약 혐의가 별도 수사 단계에 그치고 이번 재판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이번 판결에서는 대상이 아닙니다.
Q. 대마를 흡연이 아니라 단순히 소지만 한 경우도 이수명령 대상인가요?
A. 소지만으로 기소돼 흡연·섭취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면 마약류사범 정의에 해당하지 않아 이수명령 병과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소지 혐의 자체의 처벌은 별도로 그대로 적용됩니다.
Q. 수강명령과 이수명령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수강명령은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그 집행유예 기간 내에서 병과되고, 이수명령은 벌금형 이상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 병과됩니다. 둘 다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 교육·재활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Q. 이수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정당한 사유 없이 이수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병과 대상이 맞는 사건이라면 이행 자체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번 글에서 다룬 것처럼 애초에 병과 대상이 아니었는지부터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맺음말
마약류관리법이 정한 수강명령·이수명령은 유죄판결이면 무조건 따라붙는 절차가 아니라, '마약류를 투약·흡연·섭취한 사람'이라는 좁은 정의를 전제로 한 의무 규정입니다. 판매나 수수, 소지 혐의로만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이 정의에 해당하지 않아 이수명령을 병과할 근거가 없고, 실제로 대법원도 이를 간과한 하급심 판결을 파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이수명령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매매·유통 행위에는 그 자체로 무겁게 설계된 처벌 조항이 별도로 적용되므로, 공소사실과 적용법조를 정확히 확인해 이수명령뿐 아니라 본형의 양형 요소까지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마약류 사건은 매매·투약 혐의가 뒤섞여 기소되는 경우가 많아, 공소사실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따져보는 절차가 특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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