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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감정 후 폐기됐다면, 그 가액은 추징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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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감정 후 폐기됐다면, 그 가액은 추징할 수 없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수사기관이 압수한 필로폰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감정 의뢰한 뒤, 감정에 쓰인 시료를 포함해 남은 필로폰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폐기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판에서는 이렇게 감정에 쓰여 없어진 필로폰까지 시가 상당액을 추징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몰수는 물건 자체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처분이고, 추징은 그 몰수가 불가능할 때 대신 가액을 징수하는 보충적 처분인데, 애초에 국가의 감정 절차 때문에 물건이 사라진 경우까지 피고인에게 가액을 물리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에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최근 이 지점을 명확히 정리한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에 쓰고 폐기한 필로폰이 왜 추징 대상에서 빠지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와는 구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필로폰 몰수·추징의 기본 구조 — 마약류관리법 제67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는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및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정합니다. 원칙은 몰수, 즉 물건 자체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이고, 추징은 그 물건이 이미 없어져 몰수가 불가능할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등장하는 대체 처분입니다. 여기서 "제공한 마약류"에는 피고인이 매수해 소지·투약한 필로폰은 물론, 매도해서 넘긴 필로폰까지 포함되고, "그로 인한 수익금"은 매도 등으로 얻은 대가를 뜻합니다.

실무에서 추징은 단순히 부당이득을 되돌려받는 절차에 그치지 않습니다. 피고인이 필로폰을 무상으로 주거나 직접 투약해 금전적 이익을 전혀 얻지 못한 경우에도, 법원은 그 필로폰의 소매가격이나 1회 투약분 가격을 기준으로 가액을 산정해 추징을 명합니다. 실제 이득 유무와 무관하게 취급한 마약류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셈이어서, 추징은 범죄수익 환수를 넘어 범죄행위 자체를 제재하는 징벌적 성격을 함께 지닌 처분으로 설명됩니다. 다만 이 폭넓은 원칙에도 한계는 있는데, 그 한계가 바로 다음 항목에서 살펴볼 감정·폐기의 문제입니다.

  • 몰수 대상 — 범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시설·장비·자금·운반 수단, 그로 인한 수익금.

  • 추징 요건 — 위 대상을 몰수할 수 없게 된 경우에 한해, 그 가액 상당을 대신 징수.

  • 추징의 성격 — 부당이득 환수 기능뿐 아니라 실제 이익 유무와 무관한 징벌적 성격도 함께 인정됨.

마약류관리법 제67조는 몰수를 원칙으로 하고, 몰수가 불가능해졌을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한 보충적 처분이다.

감정에 쓰고 폐기했다면 왜 추징할 수 없나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도6739 판결은 "수사기관이 필로폰을 압수하고, 이를 감정에 사용한 다음 폐기한 경우에는 마약류관리법 제67조 단서에 따라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도14878 판결이 이미 정리해 둔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일회용 주사기에 담긴 채 압수된 필로폰 합계 0.49g(0.1g, 0.1g, 0.12g, 0.11g, 0.06g)이 감정에 사용된 뒤 폐기됐는데, 원심 법원이 이 부분의 가액까지 전체 추징액에 포함시켜 계산한 것을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보아 그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이 결론의 논리는 몰수·추징 제도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추징은 몰수가 불가능하게 된 것에 대한 대체 처분인데, 감정에 쓰여 없어진 부분은 애초에 수사기관의 정당한 감정·폐기 절차 때문에 사라진 것이지, 피고인이 판매하거나 투약하거나 숨겨서 없앤 것이 아닙니다. 몰수를 대신할 가액 추징이라는 제도의 전제 자체가, 물건이 없어진 데 피고인의 처분 행위가 개입돼 있는 경우를 향한 것이므로 국가가 스스로 소비·폐기한 부분에는 애초부터 적용될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이 필로폰을 압수하고 이를 감정에 사용한 다음 폐기한 경우에는 마약류관리법 제67조 단서에 따라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없다(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도6739 판결).

판단 기준 — 없어진 원인이 국가에 있는가, 피고인에게 있는가

결국 핵심 기준은 하나입니다. 압수된 필로폰이 지금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누구의 행위에서 비롯됐는가입니다. 수사기관이 감정을 위해 시료를 소비하고 남은 것을 규정에 따라 폐기한 경우라면, 그 소멸은 전적으로 국가의 적법한 처분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가액을 물릴 근거가 없습니다. 반대로 피고인이 체포되기 전에 스스로 매도했거나 투약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건네줘 없앤 경우라면, 몰수가 불가능해진 원인이 피고인의 처분 행위에 있으므로 추징 대상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여기에 두 가지가 더해집니다. 하나는 실제로 감정에 사용된 양이 얼마인지이고, 다른 하나는 폐기가 정식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입니다. 감정의뢰서에 기재된 시료 채취량과 감정서의 분석 결과, 그리고 폐기조서에 남은 폐기 일시·수량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감정 소비분으로 인정받아 추징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이 서류들이 갖춰지지 않은 채 "감정에 썼을 것"이라는 추정만으로 공제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 추징 대상 제외 — 감정 시료로 실제 소비된 부분, 감정 후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폐기된 부분.

  • 추징 대상 유지 — 피고인이 체포 전 투약·매도·증여 등으로 스스로 처분한 부분.

  • 확인 자료 — 감정의뢰서·감정서상 시료 채취량, 폐기조서상 폐기 일시·수량.

추징 여부를 가르는 것은 물건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물건이 없어진 원인이 국가의 처분인지 피고인의 처분인지다.

실제 계산 사례로 보는 추징액 산정 — 감정 소비량은 이렇게 공제된다

위 2025도6739 판결의 계산 방식을 보면 실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인이 매수한 필로폰 합계 55g의 시가를 1,000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일회용 주사기에 담긴 채 압수돼 감정에 사용된 뒤 폐기된 0.49g에 대해서도, 전체 시가에 그 비율을 곱한 89,090원(= 1,000만 원 × 0.49g/55g, 원 미만 버림)을 추징액에 포함시켰습니다. 대법원은 이 89,090원 부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원심이 명한 추징액 18,470,909원에서 이를 공제한 18,381,819원을 추징액으로 다시 정했습니다.

이 계산 구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무 방식은 이렇습니다. 법원은 먼저 피고인이 취급한 필로폰 전체 수량을 기준으로 총 가액을 산정한 뒤, 그중 감정에 사용돼 폐기된 수량이 차지하는 비율만큼을 공제하는 방식을 씁니다. 따라서 총 취급량이 크고 감정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그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정확히 추징액에서 빠져야 합니다. 몇만 원 단위라 하더라도 계산 원칙 자체가 틀렸다면 대법원이 이를 바로잡을 만큼, 이 공제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체법상 요구되는 절차입니다.

혼동하기 쉬운 경우 — 투약·매도·증여로 없어진 필로폰은 다르다

감정 소비분과 자주 혼동되는 것이 피고인 스스로 처분해 없앤 필로폰입니다. 체포되기 전에 이미 투약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무상으로 건네준 필로폰은 현재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감정 폐기분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앞서 본 판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경우 물건이 없어진 원인은 국가의 처분이 아니라 피고인 자신의 처분 행위이므로, 몰수가 불가능해졌더라도 그 가액은 추징 대상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이 경우에는 실제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도 따지지 않습니다. 무상으로 준 경우처럼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법원은 소매가격이나 1회 투약분 가격을 기준으로 그 필로폰의 가액을 산정해 추징을 명합니다. 추징의 징벌적 성격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결국 "물건이 지금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정 소비분과 같은 취급을 기대할 수는 없고, 없어진 경위가 국가의 감정·폐기 절차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처분 행위 때문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실무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 압수조서·감정서·폐기조서

감정 소비분 공제를 실제로 받으려면,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추징액 산정 내역에 그 공제가 이미 반영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검사가 구형하거나 공소사실에 첨부한 계산 내역이 압수한 필로폰 전체 수량을 기준으로 뭉뚱그려져 있다면, 감정에 쓰여 없어진 부분이 빠지지 않은 채 그대로 추징액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압수조서상 압수 당시 수량, 감정의뢰서·감정서상 실제 감정에 사용된 시료량, 폐기조서상 폐기 일시와 수량을 하나씩 대조해야 합니다.

  • 압수조서 — 최초 압수 당시 총 수량과 포장 상태(주사기·비닐팩 등 개별 수량) 확인.

  • 감정의뢰서·감정서 — 실제 감정에 소비된 시료량과 감정 방법 확인.

  • 폐기조서 — 폐기 일시, 폐기 수량, 폐기 사유와 절차의 적법성 확인.

  • 위 세 서류의 수량이 서로 어긋나면 공제 근거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사전에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음.

이 서류들을 근거로 감정 소비분이 추징액 계산에서 실제로 빠졌는지를 따지는 것은 변호인의 몫이지만, 확정 전 항소·상고 단계에서도 다툴 수 있다는 점은 위 2025도6739 판결이 그대로 보여줍니다. 1심에서 놓친 계산 오류가 상고심에서 바로잡힌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몰수와 추징이 함께 명해지는 경우 — 필로폰 가액과 매매대금은 별개

2025도6739 판결은 감정 폐기분 문제 외에 또 하나를 정리했습니다. 마약류관리법 제67조에 따라 몰수에 갈음해 추징하는 "제공한 마약류의 가액"과 "그로 인한 수익금의 가액"은 문언상 명확히 구분되므로, 이를 각각 추징하더라도 이중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필로폰을 매수한 뒤 그중 일부를 다시 매도했다면, 매수한 필로폰 자체의 시가 상당액과 매도로 받은 매매대금을 함께 추징하더라도 위법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앞서 설명한 감정 폐기분 공제와 짝을 이루는 원칙입니다. 즉 감정에 쓰여 없어진 부분만 추징에서 빠질 뿐, 그 외에 피고인이 실제로 취급하거나 처분한 필로폰의 가액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각각 별개로 추징될 수 있습니다. 추징액을 다툴 때는 이 두 원칙을 함께 놓고, 어느 항목이 정당하게 포함됐고 어느 항목이 빠져야 하는지를 구분해서 살펴야 정확한 계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정에 쓰지 않고 그냥 폐기한 필로폰도 추징 대상에서 빠지나요?

A.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다룬 사안은 감정에 사용한 다음 폐기한 경우입니다. 감정에 전혀 쓰이지 않고 폐기됐더라도 그 폐기가 수사기관의 적법한 처분에 따른 것이라면 같은 논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지만, 개별 사건에서는 폐기 경위와 근거 서류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 감정에 쓰고 남은 필로폰은 어떻게 처리되나요?

A. 감정에 쓰이지 않고 남은 부분은 몰수 대상 물건으로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판결이 확정되면 몰수 선고의 대상이 됩니다. 감정으로 소비돼 없어진 부분만 몰수·추징 모두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Q. 투약해서 없어진 필로폰도 감정 소비분처럼 추징에서 빠지나요?

A. 아닙니다. 투약·매도·증여 등 피고인 스스로의 처분으로 없어진 부분은 몰수가 불가능해진 원인이 피고인에게 있으므로, 실제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와 무관하게 추징 대상에 그대로 포함됩니다.

Q. 이 법리는 필로폰이 아닌 다른 마약류에도 적용되나요?

A. 마약류관리법 제67조는 마약류 전반에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수사기관이 감정에 사용한 다음 적법하게 폐기했다는 요건이 같다면 필로폰 외의 마약류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추징액 계산이 잘못됐다면 1심 판결 확정 후에도 다툴 수 있나요?

A. 확정되기 전이라면 항소·상고로 다툴 수 있고, 실제로 2025도6739 판결도 상고심에서 추징액 산정 오류가 바로잡힌 사례입니다. 다만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별도의 불복 절차가 마땅치 않으므로 상소심 단계에서 명확히 지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필로폰 매수 가액과 매도 대금을 함께 추징하는 것은 이중처벌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마약류관리법 제67조가 정한 "제공한 마약류의 가액"과 "그로 인한 수익금의 가액"은 문언상 서로 다른 항목이어서, 이를 각각 추징하더라도 이중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맺음말

압수된 필로폰을 감정에 쓰고 규정에 따라 폐기했다면, 그 가액까지 피고인에게 추징하는 것은 마약류관리법 제67조 단서의 취지에 어긋납니다. 몰수가 불가능해진 원인이 국가의 적법한 감정·폐기 절차에 있는지, 아니면 피고인 자신의 처분 행위에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이 법리의 출발점입니다. 감정 소비분 공제는 액수가 크지 않더라도 대법원이 직접 계산 오류를 바로잡을 만큼 엄격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므로, 추징액 산정 내역을 검토할 때는 이 부분이 실제로 반영됐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검이나 인근 경찰서에서 압수·감정 절차가 진행되는 경기남부 지역 마약 사건에서도 추징액 계산 내역을 그대로 넘겨받아 다투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감정의뢰서·감정서·폐기조서를 확보해 대조하는 것만으로 추징액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판결 전에 미리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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