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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 근저당권자의 소멸시효 항변, 선순위 채권엔 통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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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 근저당권자의 소멸시효 항변, 선순위 채권엔 통하지 않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경매나 공매 절차에서 배당표를 받아 든 후순위 근저당권자 중에는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오래전에 소멸시효로 사라진 것 같다는 이유로 배당이의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순위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담보권 순위가 한 계단 앞당겨져 배당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기대만으로는 후순위 담보권자가 선순위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직접 주장할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 자체가 판례로 제한돼 있기 때문인데, 이 글에서는 그 기준이 무엇이고 후순위 근저당권자에게는 왜 적용되지 않는지, 그리고 실제로 취할 수 있는 대응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배당이의에 나서는 이유 — 순위 상승에 대한 기대

부동산 경매에서 매각대금은 등기부에 기록된 권리 순위대로 배당됩니다.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자신의 채권 전액을 먼저 배당받고, 남는 금액이 있어야 후순위 근저당권자에게 차례가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선순위 채권 자체가 사라지면 후순위 근저당권자의 배당 순위는 자동으로 한 단계 올라가고,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나게 됩니다.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선순위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반채권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고, 상인 사이의 상행위로 생긴 채권이라면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의 단기시효가 적용됩니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지 오래됐고 그동안 채무자가 이자 한 번 내지 않았으며 압류·가압류 같은 시효중단 사유도 보이지 않는다면, 후순위 근저당권자로서는 "저 채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당권은 담보한 채권에 부종하는 권리여서, 민법 제369조에 따라 피담보채권이 시효완성으로 소멸하면 저당권 자체도 함께 소멸합니다.

문제는 이 논리가 실제 배당이의 소송에서 후순위 근저당권자 자신의 이름으로 곧바로 통하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례는 이 지점에서 후순위 근저당권자의 지위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다음 항목에서 그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직접 이익을 받는 자'라는 기준

민법 제162조는 채권이 일정 기간 행사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할 뿐, 그 완성 사실을 누가 재판에서 주장할 수 있는지는 따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인하여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된다"는 기준을 세워왔습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다232597 판결 등). 시효 완성이라는 사실 하나로 이해관계가 걸린 모든 사람이 저마다 이를 법정에서 주장할 수 있다면 법률관계가 지나치게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판례는 원용권자의 범위를 의도적으로 좁혀 온 것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원용권자로 인정되는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채무자 본인 — 자신의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므로 가장 전형적인 원용권자입니다.

  • 연대보증인·물상보증인 —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자신의 보증채무·책임도 함께 소멸하는 지위입니다.

  • 담보부동산의 제3취득자 — 피담보채무가 소멸하면 저당권의 부담에서 직접 벗어나는 지위입니다.

  •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 — 다만 독자적 지위가 아니라 채권자대위 요건을 갖췄을 때 채무자를 대위하는 형태로만 가능합니다.

반대로 이 범위 밖에 있는 사람은 시효완성 사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더라도 스스로는 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후순위 담보권자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음 항목에서 살펴볼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된다 — 이 좁은 문 안에 후순위 담보권자는 들어가지 못한다.

대법원 2016다232597 판결 — 후순위 담보권자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

이 기준이 후순위 담보권자에게 그대로 적용된 사례가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다232597 배당이의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대여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을 둘러싼 배당이의 소송이었는데, 후순위 근저당권자인 피고 측은 선순위 담보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이 상사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고 항변했습니다. 원심과 대법원 모두 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담보권의 순위 상승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 소멸로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이 판시는 후순위 담보권자가 얻는 이익의 성격을 '직접적'이 아니라 '반사적'이라고 못 박은 것입니다.

결국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배당이의 소송에서 선순위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만을 사유로 내세운다면, 그 주장 자체가 원용권자 자격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법원이 실제로 시효완성 여부(중단사유가 있었는지, 기간 계산이 맞는지)를 판단하기도 전에, 누가 그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단계에서 걸러지는 것입니다.

왜 배제되는가 — '직접'과 '반사적' 이익을 가르는 경계

이 구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논리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시효완성으로 자신의 채무나 책임 자체가 소멸하는 사람(채무자, 연대보증인, 물상보증인)과, 다른 사람의 채무가 소멸한 결과로 자신의 순위나 배당액만 부수적으로 늘어나는 사람(후순위 담보권자)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후순위 담보권자가 얻는 이득은 자기 권리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선순위 채권이라는 남의 권리가 소멸한 결과로 생기는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가령 매각대금이 5억 원이고 선순위 근저당의 피담보채권이 3억 원, 후순위 근저당의 피담보채권이 2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선순위 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인정되면 후순위 근저당권자는 2억 원 전액을 배당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후순위 근저당권자 자신의 권리가 소멸시효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선순위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정리된 결과를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나중에 누리는 것일 뿐입니다. 판례가 이를 '반사적 이익'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논리는 담보권자가 아닌 일반채권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은 "채무자에 대한 일반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후순위 담보권자 역시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라는 점에서는 일반채권자와 본질이 같고, 그래서 같은 제한을 그대로 받는 것입니다.

채무자가 무자력이라면 — 채권자대위로 우회하는 길

후순위 담보권자가 자기 이름으로는 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404조가 정한 채권자대위권을 활용하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을 보전할 필요가 있을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앞서 본 97다22676 판결의 사안이 바로 이 방식이 통한 사례입니다. 당시 후순위 채권자들은 채무자가 경매절차 개시 이후 무자력 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정을 근거로, 채무자를 대위해 선순위 채권자의 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주장을 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려면 다음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 피보전채권의 존재 — 후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처럼 채무자에 대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채권이어야 합니다.

  • 보전의 필요성(채무자의 무자력) — 채무자에게 별다른 재산이 없어 대위하지 않으면 채권 회수가 어려운 상태여야 합니다.

  • 채무자의 권리불행사 — 채무자 스스로 시효완성을 주장하지 않고 있어야 대위할 실익이 있습니다.

  • 피대위권리의 존재 — 채무자가 선순위 채권자에 대해 실제로 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이 우회로는 어디까지나 채무자의 무자력이라는 요건이 증명될 때만 열립니다. 채무자에게 다른 재산이 있어 보전의 필요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후순위 근저당권자는 결국 스스로 시효완성을 주장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배당이의에서 이 사유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소멸시효 주장이 막혀도 다툴 수 있는 다른 쟁점

소멸시효 원용이 막힌다고 해서 배당이의 소송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 자체가 원인무효이거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는 사정, 또는 등기부상 피담보채무가 애초부터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다면, 이는 소멸시효와는 완전히 별개의 공격방법으로 여전히 다툴 수 있습니다. 채권최고액을 초과해 배당을 요구한 부분이나 배당표 계산 자체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능한 다툼입니다.

다만 이런 무효·부존재 주장은 시효완성 주장과 증명책임의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시효완성은 기간 경과라는 비교적 단순한 사실관계만 확인하면 되지만, 등기원인의 무효나 채권 자체의 부존재는 계약 체결 경위, 실제 금전 수수 여부, 등기 당시 당사자의 의사 등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는 훨씬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이런 사유를 다투려면 등기부·거래 관련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종성과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효 — 후순위자가 결과를 누리는 경로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직접 원용하지는 못해도, 다른 원용권자가 실제로 시효완성을 주장해 소멸이 확정되면 그 결과는 후순위 근저당권자에게도 미칩니다. 앞서 본 민법 제369조의 부종성 원리에 따라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저당권 자체도 함께 소멸하고, 이후 말소등기 절차가 진행되면 후순위 근저당권자의 순위는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즉 후순위 근저당권자는 시효완성을 스스로 '주장'할 수는 없어도, 채무자나 보증인, 또는 요건을 갖춘 대위채권자가 그 주장을 관철시킨 '결과'는 반사적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더라도 그 포기의 효력은 포기한 당사자에게만 미치는 상대적 효력에 그칩니다. 즉 채무자가 선순위 채권자에게 시효이익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요건을 갖춘 다른 원용권자는 그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시효완성을 주장할 여지가 남습니다. 다만 후순위 근저당권자 자신은 애초에 원용권자 범위에 속하지 않으므로, 채무자의 포기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 이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후순위 근저당권자인데 배당이의 소송에서 선순위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면 받아들여지나요?

A. 판례상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채권의 소멸로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소멸시효 완성을 독자적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다232597 판결). 배당이의에서 이 사유만 내세우면 원용권자 자격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Q. 그럼 후순위 근저당권자는 아무 방법이 없나요?

A.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라면 민법 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으로 채무자를 대위해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 다만 피보전채권과 채무자의 무자력 등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Q. 채무자 본인이 시효이익을 포기하면 후순위자는 어떻게 되나요?

A. 시효이익 포기는 상대적 효력만 있어, 채무자가 포기했더라도 요건을 갖춘 다른 원용권자는 별도로 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후순위 담보권자 자신은 애초에 원용권자가 아니므로 포기 여부와 무관하게 스스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Q. 소멸시효 원용권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요?

A. 채무자 본인, 연대보증인, 물상보증인, 담보부동산의 제3취득자처럼 시효완성으로 자신의 채무나 책임이 직접 소멸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원용권자로 인정됩니다. 후순위 담보권자나 대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일반채권자는 원칙적으로 제외됩니다.

Q.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선순위 근저당 자체를 다툴 다른 방법은 없나요?

A. 소멸시효 완성 주장과 별개로,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 자체가 원인무효이거나 피담보채무가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면 그 무효·부존재를 다투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시효 항변과는 증명책임 구조가 전혀 달라 별도의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Q.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등기도 자동으로 없어지나요?

A. 민법 제369조의 부종성에 따라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저당권도 함께 소멸하지만, 등기부상 말소는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원용권자가 시효완성을 주장해 소멸을 확정시킨 뒤 별도로 말소등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맺음말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선순위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배당이의에서 직접 주장하는 것은 판례상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이를 '반사적 이익'으로 규정한 이상, 시효완성이라는 사실관계 자체가 아무리 명백해 보여도 원용권자 자격의 벽을 넘지 못하면 배당이의는 인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 소송에서는 스스로 시효를 원용하기보다, 채무자의 무자력을 전제로 한 채권자대위나 선순위 등기 자체의 무효·부존재처럼 다른 공격방법을 함께 검토하는 편이 실질적인 승산을 높이는 길입니다.

수원지방법원 관할의 배당이의 사건에서도 후순위 담보권자가 소멸시효만 앞세워 이의를 제기했다가 원용권자 범위 법리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이의 사유를 구성하기 전에 자신이 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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