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나 강력범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중에는 검사가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함께 청구하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재판부에 협조적인 태도로 비쳐 형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착명령 심리가 형사재판과 같은 법정에서, 같은 판결문으로 함께 선고되다 보니 두 절차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이런 기대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조문에 직접 못박아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착명령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실제로 양형에 반영될 수 없는 이유와, 그럼에도 두 절차를 따로 방어해야 하는 까닭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자발찌 부착명령이란 — 형벌이 아닌 별도의 보안처분
흔히 '전자발찌'로 불리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1조가 정한 대로, 형사사법 절차에서 전자장치를 활용해 범죄인의 재범을 방지하고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검사는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법원에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특정범죄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부착기간을 정해 판결로 부착명령을 선고합니다. 이 절차는 형벌을 정하는 형사재판과 나란히 진행되지만 별개의 청구·심리 대상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부착명령이 청구될 수 있는 범죄는 성폭력범죄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법 제5조는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살인범죄, 강도범죄, 스토킹범죄까지 대상을 넓혀 두고 있고, 각 범죄 유형마다 요건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부착기간도 법정형의 무게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대 30년까지 달라지며, 19세 미만 피해자에 대한 범죄라면 그 하한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부착명령을 단순한 '전자발찌 착용'으로만 이해하면, 이 제도가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얼마나 무거운 제한을 수반하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성폭력범죄 — 실형 집행종료·면제 후 10년 내 재범, 전력자의 재범, 2회 이상 습벽, 19세 미만·장애인 피해자 대상 범행 등(제5조 제1항)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살인범죄 —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면 청구, 일정 요건에서는 청구가 의무화(제5조 제2항·제3항)
강도범죄·스토킹범죄 — 실형 후 10년 내 재범, 전력자의 재범, 2회 이상 습벽(제5조 제4항·제5항)
부착명령은 형사처벌에 곁들여지는 부가적 제재가 아니라,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법원이 별도로 심리해 선고하는 독립된 보안처분이다.
"순순히 받아들이면 형이 준다"는 오해는 왜 생길까
실무에서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검사가 부착명령을 청구하면 피고인 측은 재범 위험성이 없다고 다툴 수도 있고,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다투려면 재범 위험성 판단에 쓰이는 전과·습벽·환경 등을 반박할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재판부에 비협조적이거나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예 다투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인 뒤 형량이 예상보다 가볍게 나오면, 마치 부착명령을 받아들인 태도 덕분에 형이 줄었다는 인과관계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를 잘못 짚은 것입니다. 부착명령 청구사건과 형사사건은 같은 날 같은 판결문으로 선고되더라도 심리 대상과 판단 근거가 처음부터 다릅니다. 형이 가볍게 나온 것은 범행의 경위, 피해 회복 여부, 초범 여부 등 형사사건 자체의 양형 요소가 반영된 결과이지, 부착명령을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이 반영된 결과가 아닙니다. 다음 항목에서 살펴볼 법 조문은 이 점을 아예 법률로 못박아 두고 있습니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7항 —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 금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7항은 "부착명령의 선고는 특정범죄사건의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법 개정 과정에서 조항 번호만 바뀌었을 뿐(과거에는 제9조 제5항이었습니다) 내용은 그대로 이어져 온 규정으로, 부착명령을 둘러싼 피고인의 태도나 부착명령의 선고 여부가 형사재판의 양형 판단에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법률 차원에서 확인해 둔 것입니다.
이 조문이 막고 있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부착명령을 다투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 부착명령이 선고된다는 사실 자체, 부착기간이 길게 정해졌다는 사정 등을 재판부가 판결 이유에서 형량을 낮추는 근거로 드는 것입니다. 반대로 부착명령을 청구받았다는 사실을 이유로 형을 무겁게 하는 것도 같은 논리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법 조문의 문언은 '유리한 참작 금지'만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애초에 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다르다는 원칙에서 나온 것이므로 아래에서 살펴볼 대법원 판례의 논리와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부착명령을 받아들였다는 사정은 법률상 형사사건의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없다 —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7항.
대법원이 밝힌 이유 — 형벌과 보안처분은 목적이 다르다
이 규정의 취지는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도1947, 2009전도5 판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자감시제도가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방지와 재사회화를 위해 법원의 부착명령으로 이루어지는 점에서 일종의 보안처분에 해당하고, 이러한 보안처분은 범죄행위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사후적 처분인 형벌과 그 본질을 달리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성폭력범죄사건의 양형은 부착명령의 요건에 대한 심사, 그에 따른 부착명령의 선고 여부와 선고되는 부착기간의 결정 등과는 구별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해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 "전자감시제도가 보안처분으로서 형벌과는 그 목적이나 심사대상 등을 달리하므로, 이를 징역형의 대체수단으로 취급하여 함부로 형량을 감경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당연한 법리를 주의적·선언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이 조문은 없던 원칙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형벌과 보안처분이 원래 다른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제도라는 당연한 이치를 법률로 다시 한번 확인해 둔 것입니다. 형벌은 과거의 범행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고, 부착명령은 장래의 재범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의 차이가 두 절차를 분리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실제 형량을 좌우하는 요소 —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
그렇다면 형사재판에서 실형 여부와 형량을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해야 할 사항으로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부착명령을 받아들였는지 여부는 이 목록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형량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정은 피해자와의 합의나 공탁, 진지한 반성의 정도, 범행의 계획성과 수법, 동종 전과의 유무 등이며, 이는 부착명령 절차와는 무관하게 형사사건 자체에서 별도로 심리·판단됩니다.
따라서 부착명령을 다투지 않기로 한 선택이 재판부에 좋은 인상을 준다 해도, 그 인상이 판결 이유에 '부착명령을 받아들여 형을 감경한다'는 식으로 반영되는 일은 법률상 있을 수 없습니다. 형량을 실제로 낮추고 싶다면 형법 제51조가 정한 요소들, 즉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나 재범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갖추는 쪽이 훨씬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부착명령 수용 여부는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 조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 형량을 좌우하는 것은 피해 회복·반성·전과 등 형사사건 자체의 사정이다.
그럼 반대로, 부착명령을 다투면 형이 늘어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도 같은 논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법 조문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유리하게' 참작하는 것뿐이지만, 대법원이 밝힌 대로 형사사건의 양형과 부착명령 요건 심사가 애초에 판단 대상이 다른 절차라면, 방어권을 행사해 부착명령 청구의 요건인 재범 위험성을 다투었다는 사정 자체가 양형에서 불리한 근거가 될 이유도 없습니다.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다투는 것은 정당한 방어활동이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취급될 사안이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 유의할 점은 있습니다. 부착명령 자체를 다투는 것과, 형사사건에서 범죄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다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범죄사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부착명령의 재범 위험성 요건만 별도로 다투는 것은 반성과 모순되지 않지만,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진행하면 재판부에 혼란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두 절차의 방어 논리를 명확히 나누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도 부착명령을 따로 다퉈야 하는 이유 — 재범 위험성 요건
부착명령이 형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다툴 실익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형사처벌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부착명령 자체의 무게를 별도로 방어해야 합니다. 부착명령이 선고되면 부착기간 동안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고, 법원은 야간 등 특정 시간대의 외출제한, 특정 지역·장소에의 출입금지 및 접근금지, 피해자 등 특정인에의 접근금지, 재범방지 프로그램의 이수 같은 준수사항을 함께 부과할 수 있습니다. 최대 30년에 이를 수 있는 기간 동안 이런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일상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의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서는, 형사사건의 양형과는 별도로 재범 위험성이 실제로 인정되는지를 독립적으로 다툴 필요가 있습니다. 전과의 성격, 범행 후 경과한 시간, 치료나 상담 이력, 재범 방지를 위해 실제로 갖춘 환경 등을 재범 위험성 판단 자료로 제시하는 것이 형사사건의 양형 자료 제출과는 별개로 준비되어야 합니다. 부착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은 특정범죄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되지만, 검사나 피부착명령청구자는 부착명령 부분에 대해서만 독립적으로 상소하거나 상소를 포기·취하할 수도 있어, 항소심 단계에서도 두 절차를 나누어 대응하는 전략이 가능합니다.
부착기간 동안 보호관찰 필수 부과(제9조 제3항)
야간 등 특정 시간대 외출제한, 특정 장소 출입·접근금지,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금지, 재범방지 프로그램 이수 등 준수사항 부과 가능(제9조의2)
특정범죄사건 판결에 상소가 있으면 부착명령 청구사건도 함께 상소된 것으로 보되, 부착명령만 독립적으로 상소·포기·취하 가능(제9조 제8항·제9항)
자주 묻는 질문
Q. 부착명령 청구를 순순히 받아들이면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뀔 수 있나요?
A. 아니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7항은 부착명령의 선고가 특정범죄사건의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부착명령을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형이 줄어들거나 집행유예로 바뀌지 않습니다. 실형 여부는 형법 제51조가 정한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해 형사사건 자체에서 별도로 판단됩니다.
Q. 그럼 부착명령을 다투면 오히려 형이 무거워지나요?
A. 법에 명시된 것은 유리한 참작 금지뿐이지만, 대법원이 밝힌 대로 형사처벌과 부착명령 요건 심사는 애초에 판단 대상이 다른 절차입니다. 방어권을 행사해 부착명령 청구의 요건인 재범 위험성을 다투었다는 사정 자체가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Q. 부착명령과 형사처벌은 같은 재판에서 함께 선고되나요?
A. 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5항에 따라 부착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은 특정범죄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됩니다. 다만 같은 날 함께 선고되더라도 판단 기준과 근거는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Q. 항소심에서 부착명령만 따로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특정범죄사건에 상소가 있으면 부착명령 청구사건도 함께 상소된 것으로 보지만, 검사나 피부착명령청구자는 부착명령 부분에 대해서만 독립적으로 상소하거나 상소를 포기·취하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부착명령 각각에 맞는 방어 논리를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어떤 범죄에 부착명령이 청구될 수 있나요?
A. 성폭력범죄,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살인범죄, 강도범죄, 스토킹범죄 등이 대상이며, 전과나 습벽, 피해자의 연령·장애 여부 등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고 재범 위험성이 인정될 때 검사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요건은 범죄 유형마다 다르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Q. 부착명령이 선고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제한을 받나요?
A. 부착기간 동안 보호관찰을 받으며, 법원이 정하면 야간 등 특정 시간대 외출제한, 특정 장소 출입·접근금지,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금지, 재범방지 프로그램 이수 등의 준수사항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부착기간은 범죄의 법정형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대 30년까지입니다.
맺음말
부착명령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형사처벌의 무게를 낮춰줄 것이라는 기대는 법률과 판례가 명확히 부정하고 있는 오해입니다. 형벌은 이미 저지른 범행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고, 부착명령은 장래의 재범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별개의 보안처분이라는 점에서 두 절차는 처음부터 판단 대상이 다릅니다. 형량을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부착명령을 다투었는지가 아니라 피해 회복과 반성, 범행의 경위 같은 형사사건 자체의 사정입니다.
그렇다고 부착명령을 다툴 실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착명령이 선고되면 최대 3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보호관찰과 각종 준수사항이 뒤따르므로,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재범 위험성 요건 자체를 독립적으로 방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법원의 부착명령 청구사건을 접하다 보면, 두 절차를 하나로 뭉뚱그려 대응하다 정작 다퉈야 할 지점을 놓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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