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명의 계좌로 대금을 지급했다면 물품대금 채무도 부담할까?
가족 명의 계좌로 대금을 지급했다면 물품대금 채무도 부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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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명의 계좌로 대금을 지급했다면 물품대금 채무도 부담할까? 

강병권 변호사

승소

가족 명의 계좌로 대금을 지급했다면 물품대금 채무도 부담할까?

물품을 주문한 사람과 사업자등록 명의자, 대금을 송금한 계좌의 명의자가 서로 다르다면 누구를 상대로 물품대금을 청구해야 할까요? 가족 명의의 계좌가 사용됐거나 가족이 같은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가 실제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였는지, 부친과 함께 사업을 운영했는지, 사업자등록 이후 부친이 피고를 대리해 물품을 주문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물품을 주문한 사람은 피고의 부친이었습니다

원고는 도장·방수 공사에 사용되는 우레탄, 에폭시, 페인트 등의 자재를 공급하는 사업자였습니다. 원고에게 자재를 주문하고 이를 공급받은 사람은 주로 피고의 부친이었습니다.

일부 공급대금은 피고 또는 피고 배우자 명의로 송금됐습니다. 이후 피고가 부친이 사용하던 상호와 사무실을 이용해 사업자등록을 하자, 원고는 피고 역시 부친과 함께 사업을 운영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원고는 미지급 물품대금이 남아 있다며 피고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했습니다.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건은 일반 민사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계좌와 사업자등록 명의만으로 계약 당사자가 될까?

물품대금 청구가 인정되려면 물품이 공급됐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청구를 받은 사람이 해당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라는 점도 증명돼야 합니다.

원고는 피고가 사업체의 금전출납을 담당했고, 피고와 배우자 명의로 대금이 송금됐으며, 부친이 사용하던 상호로 사업자등록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피고가 부친과 동업했거나, 적어도 사업자등록 이후에는 부친이 피고를 대신해 자재를 주문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 계좌 사용을 허락했다는 사실과 사업자등록 명의가 있다는 사실은 계약 당사자나 동업관계를 판단하는 여러 사정 중 일부일 뿐입니다. 실제로 누가 물품을 주문하고 거래 조건을 정했는지, 사업의 이익과 손실을 누가 부담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했습니다.

피고 측은 거래자료의 증명력을 구체적으로 다퉜습니다

법률사무소 제우 강병권 변호사가 대리한 피고 측은 원고와 계약하거나 자재를 공급받은 사실이 없으며, 실제 주문과 거래는 부친이 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피고 명의 계좌는 신용 문제로 본인 계좌를 사용하기 어려웠던 부친에게 사용하도록 한 것이고, 배우자 명의의 송금 역시 부친의 부탁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전자세금계산서, 납품내역서와 미수금내역서 등은 원고 측에서 작성한 자료였고, 일부 납품내역에는 공급받은 사람이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피고와 배우자의 송금일이 원고가 주장한 물품 공급일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제시했습니다.

또한 피고 명의 사업체가 원고 발행 전자세금계산서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과 당시 피고의 거주·생활 상황, 관련 형사절차에서 확인된 내용 등을 근거로 피고가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계약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동업과 대리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부친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여러 공사현장과 사무실에 자재를 공급했고, 일부 대금이 피고 또는 배우자 명의로 송금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과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고가 부친과 함께 사업체를 운영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고의 사업자등록 전후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친이 피고의 대리인으로서 원고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 역시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가 계약 당사자나 동업자 또는 물품대금 채무를 부담해야 할 사업주라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물품대금 분쟁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

물품을 실제로 공급했더라도 그 대금을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계좌나 사업자등록 명의가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족의 거래에서 발생한 채무를 당연히 부담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와 같은 분쟁에서는 물품을 주문한 사람, 거래 조건을 협의한 사람, 납품받은 주체, 세금계산서 신고 여부, 계좌 사용의 구체적인 경위와 실제 사업 운영자를 구분해 확인해야 합니다. 동업이나 대리관계를 주장할 때도 단순한 가족관계나 명의 사용을 넘어 공동 사업 운영 또는 대리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비슷한 형태의 거래라도 계약 과정과 객관적인 자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청구 상대방과 계약관계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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