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가해자가 부모라는 이유로 신고나 고소가 막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다른 보호자가 문제를 덮으려 하거나, 피해자가 아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관계가 성폭력에 대한 고소를 일률적으로 막지는 않습니다. 피해자 본인의 권리, 법정대리인의 권리, 다른 친족의 역할을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 부모 고소 제한에는 성폭력 특례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24조에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는 일반 규정이 있습니다. 부모나 조부모와의 관계가 여기에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8조는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이 제한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도록 예외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라는 관계만으로 성폭력 고소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 특례가 모든 가족 간 분쟁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행위가 법 제2조가 정한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강간·강제추행·준강간 등 범죄의 종류와 실제 행위를 대조하고, 가족이라는 이유와 범죄 성립 여부를 별개의 문제로 검토해야 합니다.
🧒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의 고소권은 구별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23조는 범죄 피해자의 고소권을, 제225조 제1항은 피해자 법정대리인의 독립적인 고소권을 규정합니다. 법정대리인만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미성년자 피해 사건에서는 피해자 본인의 의사와 연령·이해 정도, 실제 법정대리인이 누구인지 등을 함께 확인하여 고소 주체와 절차를 정리해야 합니다.
어린 피해자가 고소장 작성부터 조사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수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도움과 안전을 확인하면서 절차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어른이나 상담에 동행한 사람이 반드시 법정대리인인 것도 아닙니다. 관계를 정확히 밝히되, 가해 부모의 허락이나 가족회의의 만장일치를 받아야만 성폭력 피해를 알릴 수 있다고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 법정대리인이 가해자라면 다른 친족도 봅니다
형사소송법 제226조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피의자이거나 법정대리인의 친족이 피의자인 경우, 피해자의 친족이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보호자가 가해자로 지목되어 피해자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상황을 따로 다루는 규정입니다. 누가 누구의 법정대리인인지, 피의자와 어떤 친족관계인지, 고소하려는 사람이 피해자의 친족인지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이 규정과 친고죄에서 고소할 사람이 없을 때 검사가 고소권자를 지정하는 제228조는 다릅니다. 제228조를 모든 미성년 성폭력 사건의 필수 선행절차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주변 친족이나 지원기관이 도움을 주는 경우에도 누구의 이름과 어떤 자격으로 절차에 참여하는지 분명히 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보호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대신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접수 단계에서 안전한 연락 방법을 설명합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37조는 고소를 서면이나 구술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하도록 정합니다. 구술 고소를 받으면 조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정확한 죄명과 모든 증거를 완성해야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확인되는 행위와 관계, 발생 시기, 현재 위험을 설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모르는 내용을 맞추거나 실제로 보지 않은 일을 덧붙여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휴대전화나 우편물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사정을 접수 담당자에게 알리고 안전한 연락·통지 방법을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집에서 생활하거나 등하교 과정에서 마주치는 위험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고소 접수와 주거 분리·접근 방지 등 보호조치 결정은 같은 절차가 아니므로, 접수만 하면 곧바로 모든 보호가 완료된다고 여기지 말고 별도로 필요한 조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 조사 지원은 가해 보호자와 분리해 준비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는 피해자의 변호사 조력을 규정하고, 변호사가 없는 19세 미만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하도록 정합니다. 가족 내부의 압박이나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담당자에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원 요청의 목적은 가족 대신 결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와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같은 법 제29조는 나이와 심리 상태를 고려한 조사,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 횟수를 최소화하는 배려를 요구합니다. 19세 미만 피해자 등이 피의자·피고인과 접촉하거나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보호 노력도 규정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답변을 외우게 하거나 반복해서 특정 장면을 확인하기보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말한 내용과 처음 알게 된 경위를 구분해 기록하고 전문적인 조사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 오래된 피해도 관계와 시점을 따로 검토합니다
현행 강간·강제추행 등은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가족의 합의나 고소 취소가 언제나 형사절차의 종결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피해는 행위 당시 법과 개정법의 적용 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친고죄의 고소기간과 국가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공소시효도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같은 기간처럼 계산하지 않아야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는 미성년 피해의 공소시효 진행 시점에 관한 특례와 일정한 범죄의 시효 배제를 정하지만, 모든 미성년 성범죄에 시효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해 당시 나이, 행위 시기와 죄명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관련 대화와 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하되 확인되지 않은 기억을 채우거나 가족에게 입증을 위해 위험한 대면을 요구하지 말고, 고소 가능성과 보호 필요성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쓴이: 법무법인 세림 김환 변호사 · 전 의정부지검 형사1부장검사 ·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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