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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 판결 기준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기만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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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 판결 기준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기만 한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형사사건 판결문에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면서, 이 기준이 피고인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피고인이나 가족분들 중에는 “요즘은 성인지 감수성 때문에 어차피 유죄로 나올 것”이라며 초반부터 자료 확보나 진술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대응을 포기하다시피 하다가, 확보할 수 있었던 정황 자료를 놓쳐 정작 방어에 불리한 결과를 자초하는 사례를 여러 번 지켜봤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이 피해자 진술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무죄추정의 원칙과 검사의 엄격한 증명책임은 성범죄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기준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 기준이 피고인에게 실제로 불리하기만 한 것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인지 감수성은 유죄를 미리 정해두는 공식이 아니라 2018년 판례가 만든 심리 태도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진술을 이유 없이 가볍게 배척하지 말라’는 기준에서 출발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은 2018년 4월 대법원이 대학교수의 성희롱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같은 해 10월, 대법원은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형사사건에서도 같은 취지를 적용했습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즉 성인지 감수성은 유죄를 결론짓는 별도의 증거법칙이 아니라, 법관이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가볍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 태도를 가리킵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유죄를 미리 정해두는 공식이 아니라, 피해자 진술을 이유 없이 가볍게 배척하지 말라는 심리 태도에서 출발한 기준입니다.


2. “성인지 감수성이면 무조건 유죄”라는 생각은 대법원이 직접 부정한 오해입니다.

대법원은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도 무죄추정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1월, 대법원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지하철에서 옆자리 승객의 팔에 접촉한 사안(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에서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의 행동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이 판결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 법리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판결문을 자세히 보면 법리를 없앤 것이 아니라 그 적용 범위와 한계를 다시 확인한 것에 가깝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진술을 함부로 배척하지 말라는 것일 뿐, 진술 내용의 합리성·객관적 정황·경험칙에 따른 검증 자체를 면제해주는 기준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면 무조건 유죄”라는 인식은, 대법원이 직접 나서서 아니라고 확인한 오해입니다.


3. 무죄추정의 원칙과 검사의 증명책임은 성범죄 사건에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은 성인지 감수성으로도 바뀌지 않습니다.

헌법 제27조 제4항과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는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을 무죄로 추정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2023도13081 판결은 이 원칙을 성범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실무에서 특히 문제되는 지점은,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사건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제출 증거·진술 내용의 합리성과 객관적 정황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검사의 증명책임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기준이 더해져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4. 다만 유죄가 인정되면 죄명에 따라 형량과 부수처분의 격차가 큽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되는 국면은 유·무죄를 가르는 심리 단계이고, 형량은 죄명별로 따로 정해집니다.

성인지 감수성 논의는 유·무죄를 가르는 증거 판단 국면에서 나오지만, 일단 유죄가 확정되면 형량은 어떤 죄명이 적용됐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한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도 형법 제299조에 따라 같은 형이 적용됩니다.

폭행·협박으로 간음에까지 이른 강간은 형법 제297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량 자체가 훨씬 무겁고, 대중교통·공연장 등에서 신체 접촉이 문제되는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돼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죄가 확정되면 죄명·형량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공개·고지, 취업제한 같은 보안처분이 함께 부과될 수 있어, 벌금형이 나오더라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조사 단계부터 성인지 감수성 기준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수사 초기의 진술 태도와 정황 자료 확보가 이후 신빙성 판단을 좌우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되는 사건도 절차 자체는 일반 성범죄 사건과 같습니다.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인지 수사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에 따라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사건 발생 전후의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문자·메신저 대화·CCTV·목격자 등 확인 가능한 자료를 파악합니다.

  2. 피해자 진술이 조사 단계별로 일관되는지, 진술이 바뀐 시점과 이유가 있는지 조서를 통해 확인합니다.

  3. 장애나 심신 상태 등 고의 판단에 영향을 줄 사정이 있다면, 전문가 진단·감정이 필요한지부터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인지 감수성 기준이 적용되는 사건을 다뤄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진술의 신빙성과 증명책임의 소재를 정확히 짚어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른 채 “어차피 안 될 사건”이라거나 반대로 “피해자 말만 있으면 무조건 유죄”라고 단정하며 초기 대응 자체를 늦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진술을 함부로 배척하지 말라는 기준일 뿐, 그것만으로 유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정황 자료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반대로 조사를 받는 쪽 입장에서도 성인지 감수성 때문에 방어가 무의미하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과 검사의 증명책임이 여전히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정황 자료를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조사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인지 감수성이 적용되면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무조건 유죄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거나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성인지 감수성 기준을 이유로 무죄가 나온 사례도 있나요?

A. 있습니다. 2024년 대법원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고인의 강제추행 사건에서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도 고의를 인정할 충분한 심리가 없으면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Q. 피해자 진술이 조금 바뀌면 신빙성이 바로 부정되나요?

A. 아닙니다.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모순이 없다면 신빙성이 쉽게 배척되지 않습니다. 다만 진술이 바뀐 시점과 이유,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여부는 여전히 심사 대상입니다.

Q. 조사를 받게 되면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 태도가 이후 신빙성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안에 따라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Q. 장애나 심신 상태가 고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는 피고인이라도 외관상 이례적인 언행만으로 고의를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되고, 전문가 진단·감정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Q. 벌금형만 나오면 별다른 불이익이 없나요?

A. 죄명과 형량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공개·고지, 취업제한 같은 보안처분이 함께 부과될 수 있어, 벌금형이라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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