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벌어진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은 형법이 아니라 군형법의 적용을 받아 형량 자체가 달라집니다. 형법 기준으로 방어논리를 세웠다가, 실제 재판에서는 군형법 제92조의4가 정한 더 무거운 형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군형법은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각 조문의 하한을 형법보다 끌어올려 두고, 준강간·준강제추행은 그 조문들을 그대로 준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형량의 차이가 자동으로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군형법 제92조의4가 형법 제299조와 무엇이 다르고, 그 차이가 실제 형량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떤 사람에게 이 조항이 적용되는지를 조문 단위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군형법 제92조의4, 준강간·준강제추행이 형법과 다른 지점 — 준용구조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고 정해, 준강간·준강제추행 자체의 형을 따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강간(제297조)·유사강간(제297조의2)·강제추행(제298조)에 정해진 형을 그대로 빌려 쓰는 준용 방식을 씁니다. 군형법 제92조의4도 문장 구조는 거의 같습니다.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사람은 제92조, 제92조의2 및 제92조의3의 예에 따른다"고 정해, 강간(제92조)·유사강간(제92조의2)·강제추행(제92조의3)의 형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문제는 준용 대상이 되는 제92조·제92조의2·제92조의3 자체가 형법의 대응 조문보다 이미 형이 높게 설정돼 있다는 데 있습니다. 조문을 읽는 방식은 똑같은 준용 구조인데, 그 준용이 가리키는 목적지가 다르니 실제 선고형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군인이 연루된 준강간 사건에서 형법 조문만 놓고 형량을 예상하면, 실제 적용되는 군형법상 형량과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4는 형법 제299조와 문장 구조가 같지만, 준용하는 조문(제92조·제92조의2·제92조의3) 자체의 형이 형법보다 높게 설정돼 있어 같은 준강간이라도 선고형의 하한이 달라진다.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형법보다 어디까지 오르나 — 형량 비교
준용 대상 조문의 형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격차가 분명해집니다. 강간의 경우 형법 제297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군형법 제92조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하한이 2년 올라갑니다. 유사강간은 형법 제297조의2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군형법 제92조의2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1년이 올라갑니다. 강제추행은 차이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형법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군형법 제92조의3은 벌금형 자체를 두지 않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을 정하고 있습니다.
강간(준강간에 준용) — 형법 제297조 3년 이상 유기징역 → 군형법 제92조 5년 이상 유기징역
유사강간(준유사강간에 준용) — 형법 제297조의2 2년 이상 유기징역 → 군형법 제92조의2 3년 이상 유기징역
강제추행(준강제추행에 준용) — 형법 제298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선택형) → 군형법 제92조의3 1년 이상 유기징역(벌금형 규정 없음)
이 표가 준강간·준강제추행에 그대로 옮겨진다는 것이 제92조의4 구조의 핵심입니다. 군형법상 준강간은 최소 5년 이상, 준유사강간은 3년 이상, 준강제추행은 1년 이상의 징역이 하한으로 고정되고, 특히 준강제추행은 벌금형으로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 자체가 사라집니다. 형법상으로는 사안이 가벼우면 벌금형 선고도 이론상 가능했던 준강제추행이, 군형법에서는 처음부터 징역형만 예정돼 있는 셈입니다.
군형법상 준강제추행은 형법과 달리 벌금형 규정이 없어, 사안의 경중과 무관하게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법정형의 하한으로 고정된다.
왜 군인 준강간만 형을 올리나 — 적용대상자 요건과 입법취지
군형법 제1조 제1항은 "이 법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군인에게 적용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군인을 현역 장교·준사관·부사관·병으로, 제3항은 군무원과 군 소속 학교의 학생·생도, 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 소집된 예비역·보충역·전시근로역 등을 군인에 준하는 대상으로 넓혀 놓았습니다. 제92조부터 제92조의4까지의 조문은 모두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을 강간한(추행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 "규정된 사람을"은 피해자를 가리키는 목적어이고, 범행의 주체(가해자)에게 이 법이 적용되는 근거는 제1조 제1항의 총칙 규정에서 옵니다.
결과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군인·군무원 등 신분을 갖춰야만 군형법이 적용됩니다. 가해자가 군인이라도 피해자가 민간인이면(휴가 중 만난 민간인, 외부인 등) 군형법이 아니라 형법 제299조가 적용되고, 반대로 피해자가 군인이라도 가해자가 민간인이면 역시 군형법이 아닌 형법이 적용됩니다. 둘 중 한쪽의 신분 요건이 빠지면 제92조의4는 애초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군형법이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의 하한 자체를 끌어올린 이유는, 계급과 지휘체계로 얽힌 폐쇄적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성범죄가 피해자의 신고·저항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상급자와 하급자 관계, 내무반이라는 제한된 생활공간, 외부 신고체계에 대한 접근 제약 등이 겹치면 피해자가 즉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입법자는 이런 특수성을 반영해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의 하한을 형법보다 높게 잡았고, 준강간·준강제추행은 제92조의4를 통해 그 상향된 형을 그대로 물려받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준강간의 성립요건 자체는 그대로다 — 심신상실·항거불능 판단은 형법과 같다
형이 달라진다고 해서 준강간의 성립요건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92조의4든 형법 제299조든 요건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추행이라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심신상실은 정신적 장애나 의식장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 자체가 없는 상태를 뜻하고, 항거불능은 신체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뜻합니다. 이 개념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형법 해석론과 군형법 해석론이 다르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음주로 인한 의식장애 상태(이른바 블랙아웃)를 가해자가 인식했는지, 피해자의 당시 행동이 실제로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였는지입니다. 이 판단은 사안마다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지고, 형법상 준강간 사건에서 축적된 법리가 군형법 사건에도 그대로 참고됩니다. 다만 군 조직 특유의 사정, 즉 회식이나 회식 후 상급자의 지시, 계급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 같은 요소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군형법 사건의 특징입니다.
형이 무거워지는 것은 제92조의4가 준용하는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조문 때문이지, 준강간의 성립요건 자체가 형법과 달라지기 때문이 아니다.
미수에 그쳐도 처벌된다 — 제92조의5, 실행의 착수
군형법 제92조의5는 "제92조, 제92조의2부터 제92조의4까지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정해 준강간·준강제추행의 미수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합니다. 형법도 제300조에서 준강간·준강제추행의 미수를 처벌하므로 이 점은 군형법과 형법이 같습니다. 준강간의 실행 착수 시점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추행을 개시하려는 행위에 나아간 때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만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임을 인식하고 옷을 벗기는 등 간음을 위한 행위에 착수했지만, 피해자가 도중에 깨어나 저항하거나 제3자가 들어와 실제 간음·추행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면 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미수라도 제92조의4가 준용하는 본죄(제92조·제92조의2·제92조의3)의 형을 기준으로 감경될 뿐이므로, 미수에 그쳤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면하거나 형이 크게 가벼워진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상해·치상으로 이어지면 — 제92조의7과 형법 제301조의 격차
제92조의4의 죄를 범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하면 군형법 제92조의7이 적용돼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형법에서 같은 상황에 적용되는 제301조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하한이 2년 낮습니다. 상해의 정도가 크지 않더라도 준강간·준강제추행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라면 이 가중처벌 조항이 함께 적용된다는 점에서, 단순 폭행치상 사건보다 훨씬 무거운 형이 예정돼 있는 구조입니다.
이 조항이 실무에 던지는 함의는, 상해의 발생 여부와 그 정도가 진단서 등으로 소명되는 순간 사건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타박상 같은 비교적 경미한 상해라도 상해진단서가 제출되면 제92조의7의 적용 여부가 다투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7년 이상으로 뛰어오릅니다.
사망에 이르면 — 제92조의8, 치사에도 사형까지 열리는 구조
제92조의4의 죄를 범한 사람이 피해자를 살해하면 군형법 제92조의8에 따라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지는데, 이는 형법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치사)의 살인 부분과 같습니다. 차이는 치사, 즉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서 드러납니다. 형법은 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사형을 예정하지 않는 반면, 군형법 제92조의8은 치사에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해 법정형의 상한을 사형까지 열어 두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치사에 사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은 양형 단계에서 무겁게 고려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검찰의 구형이나 법원의 양형기준 적용 과정에서 형법상 사건과는 다른 출발선에서 논의가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수사와 재판은 어디서 받나 — 2022년 개정 군사법원법과 일반 법원 관할
제92조의4 위반 혐의를 받는 군인은 초동 수사를 군사경찰(옛 헌병)이나 국방부 조사본부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소와 재판은 더 이상 군사법원이 아닙니다. 2021년 9월 개정되어 2022년 7월 1일 시행된 군사법원법은 성범죄, 군인등의 사망 사건, 군 입대 전에 저지른 범죄를 군사법원의 재판권에서 제외해 일반(민간) 법원이 재판하도록 관할을 바꿨습니다.
따라서 제92조의4로 기소된 사건은 지방법원 형사부에서 민간 검사가 공소를 유지하고, 민간 법관이 재판하는 구조로 진행됩니다. 다만 수사 단계에서는 군사경찰의 초동조사와 소속 부대의 징계절차가 형사절차와는 별도로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형사절차와 징계절차를 동시에 고려해 대응해야 하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군형법 제92조의4는 군인끼리의 사건에만 적용되나요?
A.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군형법 제1조가 정한 군인·군무원 등 신분을 갖추고 있어야 적용됩니다. 둘 중 한쪽이라도 민간인이면 군형법이 아니라 형법 제299조가 적용됩니다.
Q. 준강간의 형이 형법보다 무거워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92조의4 자체가 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을 규정한 제92조·제92조의2·제92조의3의 형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데, 이 조문들의 하한이 형법 대응 조문보다 이미 높게 설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성립요건은 형법과 같고 형량만 달라집니다.
Q. 군형법상 준강제추행도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나요?
A. 형법 제298조는 징역형과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지만, 군형법 제92조의3은 벌금형 규정 없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을 정하고 있어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Q. 군형법 위반 사건도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나요?
A. 아닙니다. 2022년 7월 1일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성범죄는 군사법원 관할에서 빠져 일반 법원(지방법원)이 재판합니다. 초동 수사만 군사경찰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준강간 미수에 그쳤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군형법 제92조의5는 준강간·준강제추행의 미수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미수라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면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미수는 본죄의 형을 기준으로 감경될 여지가 있어 기수와는 양형에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면 형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A. 상해에 이르면 군형법 제92조의7이 적용돼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사망에 이르게 하면 제92조의8에 따라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예정돼 있어 형법상 해당 조문보다 하한이나 상한이 더 무겁게 설정돼 있습니다.
맺음말
군형법 제92조의4는 문장 구조만 보면 형법 제299조와 다르지 않지만, 준용하는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조문 자체의 형이 이미 형법보다 높게 설정돼 있어 실제 선고형에서 차이가 벌어집니다. 여기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군인 등 신분을 갖춰야 적용된다는 요건, 미수도 처벌한다는 점, 상해·사망이라는 결과가 더해지면 형이 더 크게 뛰는 구조까지 겹쳐 있어 형법 사건으로만 접근하면 방어전략 자체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준강간의 성립요건인 심신상실·항거불능 판단 자체는 형법 해석론과 다르지 않지만, 그 위에 얹히는 형의 구조와 2022년 이후 바뀐 재판 관할까지 함께 파악해야 사건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계급·지휘관계, 음주 상황, 사건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조문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