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마약류 사건으로 조사나 재판을 받게 되면, 처벌보다 치료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치료감호를 받게 해달라고 검찰이나 법원에 직접 요청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치료감호는 본인이나 가족이 법원에 신청서를 낸다고 시작되는 절차가 아닙니다.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상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검사뿐이고, 본인이나 변호인은 검사에게 청구를 요청할 수 있을 뿐 스스로 절차를 개시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검사가 청구하지 않을 때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인지, 법원은 어떤 경우에 개입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 치료감호란 — 형벌과 구별되는 별도의 보안처분
치료감호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을 습벽적으로 사용하거나 그에 중독된 사람이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고,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가 필요하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치료감호대상자가 됩니다. 치료감호는 형벌과 달리 과거 행위에 대한 응보가 아니라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보안처분이어서, 선고 근거와 집행 방식이 형벌과는 전혀 다릅니다.
마약 투약 초범이 단순히 처벌만 받으면 출소 후 다시 투약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 국립법무병원 같은 치료감호시설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하려는 취지가 이 제도에 담겨 있습니다. 치료감호는 형사재판과 완전히 분리된 절차는 아니고, 뒤에서 살펴볼 것처럼 대부분 형사사건과 함께 또는 그 안에서 진행됩니다.
치료감호는 처벌이 아니라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 목적의 보안처분이며, 형벌과는 선고·집행의 근거가 다르다.
청구권자는 검사뿐 — 본인·가족·변호인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없다
치료감호법 제4조 제1항은 "검사는 치료감호대상자가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관할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해,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합니다. 이는 검사가 원고 역할을 하는 형사절차 구조와 같은 맥락으로, 본인이나 가족, 변호인이 아무리 치료 필요성을 느껴도 법원에 직접 치료감호 신청서를 제출할 방법 자체가 법에 없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입원처럼 가족이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치료감호는 형사절차의 일부로 설계돼 있어 그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그렇다고 본인이나 변호인이 손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적으로는 변호인이 수사·재판 단계에서 의뢰인의 중독 정도와 치료 필요성을 정리한 의견서를 검사나 재판부에 제출하고, 진료기록이나 소견서를 첨부해 치료감호 청구를 사실상 요청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검사의 청구 여부 판단을 돕는 자료 제출일 뿐, 법적으로 검사나 법원을 구속하는 신청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청구 여부는 최종적으로 검사, 그리고 다음 항목에서 볼 법원의 요구권에 달려 있습니다.
본인(피의자·피고인) — 검사에게 요청만 가능, 법원에 직접 청구 불가.
가족·법정대리인 — 마찬가지로 법률상 신청권자가 아님.
변호인 — 의견서·소견서 제출로 사실상 요청, 공식 신청 절차는 아님.
치료감호법 제4조 제1항의 청구권자는 검사로 한정돼 있어, 본인·가족·변호인의 요청은 법적 신청이 아니라 검사의 판단을 돕는 참고자료에 그친다.
법원의 청구 요구 — 검사가 청구하지 않을 때 쓰는 카드
치료감호법 제4조 제7항은 법원이 공소제기된 사건을 심리한 결과 치료감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검사가 애초에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재판부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중독 이력이나 반복 투약 전과, 감정 결과처럼 재범 위험성을 보여주는 정황을 확인하면 이 요구권을 행사해 절차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문은 "요구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검사가 그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실무상으로는 법원의 요구가 있으면 검사가 이를 존중해 추가 검토 후 청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검사가 별도 판단을 근거로 청구하지 않을 가능성도 이론적으로는 남습니다. 그래서 변호인 입장에서는 재판부에 치료 필요성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해 이 요구권 행사를 이끌어내는 것이, 본인이 직접 청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됩니다.
반복된 마약 투약 전과가 확인되는 경우.
수사·재판 과정에서 이뤄진 감정에서 중독 정도가 뚜렷하게 나타난 경우.
치료 없이 실형만 선고할 경우 재범 우려가 특히 큰 사정이 드러난 경우.
법원의 청구 요구는 검사의 불청구를 되돌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법적 장치이지만, 검사를 구속하는 강제 규정은 아니다.
기소유예와 함께 — 치료감호만 단독으로 청구되는 경우
치료감호법 제7조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도 치료감호만 독립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세 가지 경우를 정합니다. 형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심신상실로 벌할 수 없는 경우, 친고죄·반의사불벌죄에서 고소·고발이 없거나 취소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따라 검사가 기소유예 등 불기소 결정을 한 경우입니다. 마약 사건에서 특히 의미가 큰 것은 세 번째, 기소유예와 결합된 독립청구입니다.
단순 투약으로 초범이고 별도 피해자가 없는 마약 사건에서는 검사가 형사처벌의 실익보다 치료의 필요성을 더 크게 볼 경우,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치료감호만 청구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형사재판 없이 치료감호사건만 별도로 심리되고, 법원이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판결로 치료감호를 선고합니다. 형사처벌 전력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 검사의 재량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닙니다.
기소유예와 결합된 치료감호 독립청구는 형사처벌 없이 치료만 받을 수 있는 통로이지만, 이 역시 검사의 재량적 판단으로 결정된다.
진단과 감정 — 청구 전 전문의 소견이 결정하는 것
치료감호법 제4조 제2항은 치료감호를 청구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참고하도록 정합니다. 심신장애인·정신성적 장애인(제2조 제1항 제1호·제3호)에 대해서는 이 진단·감정을 반드시 거친 뒤에만 청구할 수 있도록 못박고 있지만, 마약류 중독자(제2조 제1항 제2호)에 대해서는 참고 의무만 있을 뿐 사전 감정이 법률상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중독의 정도와 재범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감정 결과를 청구의 근거 자료로 삼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 감정 결과는 이후 재판에서도 핵심 증거로 쓰입니다. 재판부는 청구가 이유 있는지를 판단할 때 감정 결과에서 나타난 중독 정도, 치료 반응 가능성, 재범 위험성 평가를 주로 참고하기 때문에, 변호인 쪽에서 이 부분을 다투려면 별도의 진단서나 반대 감정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감정 결과가 부실하거나 재범 위험성 판단 근거가 약하다면 청구기각을 다투는 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마약류 중독자는 심신장애인과 달리 사전 감정이 법률상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감정 결과가 청구 인용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증거로 쓰인다.
청구 시한과 선고 — 항소심 변론종결 전까지, 형과 함께
치료감호법 제4조 제5항은 검사가 공소제기한 사건에 대해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1심에서 치료감호 청구를 놓쳤더라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면 변론이 끝나기 전까지는 검사가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이 시점을 넘기면 해당 형사사건에서는 더 이상 치료감호를 청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치료감호사건의 판결은 원칙적으로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됩니다. 법원은 심리 결과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판결로 치료감호를 선고하고, 이유 없다고 인정하거나 피고사건에서 심신상실 외의 사유로 무죄·사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청구기각을 선고합니다. 청구권은 검사에게 있지만, 일단 청구돼 선고까지 이어진 이후에는 피치료감호청구인, 즉 본인도 검사와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상소할 수 있습니다(치료감호법 제14조 제1항). 청구 단계에서는 본인이 목소리를 낼 공식 통로가 없지만, 선고 이후 불복 단계에서는 본인에게도 절차적 권리가 주어지는 셈입니다.
청구할 권한은 검사에게만 있지만, 일단 선고된 치료감호에 대해서는 본인도 상소로 다툴 수 있다.
치료감호가 확정되면 — 수용기간과 형 집행의 관계
치료감호가 확정되면 치료감호시설에 수용돼 치료를 위한 조치를 받게 됩니다. 수용기간은 대상자 유형별로 다른데, 치료감호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마약류 등 중독자는 최대 2년, 심신장애인·정신성적 장애인은 최대 15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마약 사건에서 치료감호와 자유형이 함께 선고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이때 집행 순서와 형기 산입 방식이 중요한 실익으로 작용합니다.
치료감호법 제18조는 치료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그 집행기간을 형 집행기간에 포함한다고 정합니다.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은 기간만큼 이후 복역해야 할 형기가 그대로 줄어드는 구조여서, 단순히 형만 사는 것보다 치료와 형기 소화를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이익이 있습니다. 다만 치료 경과에 따라 조기에 시설을 나올 수 있는 절차도 별도로 마련돼 있는데, 그 요건은 이 글이 다루는 청구 단계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치료감호와 형이 함께 선고되면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그 기간을 형기에 산입하므로, 치료 기간이 곧 복역 기간의 일부가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본인이나 가족이 법원에 치료감호를 직접 신청할 수 있나요?
A. 아니요. 치료감호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뿐이며, 본인이나 가족, 법정대리인은 법에 정해진 신청권자가 아닙니다. 변호인이 검사나 법원에 치료 필요성 자료를 제출해 청구를 요청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는 참고자료 제출일 뿐 공식 신청 절차가 아닙니다.
Q.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으면 방법이 아예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치료감호법 제4조 제7항에 따라 법원이 심리 과정에서 치료감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사에게 청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요구에 검사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어, 재판부의 판단과 검사의 협조가 함께 이뤄져야 실제 청구로 이어집니다.
Q. 기소유예를 받으면 치료감호도 받을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치료감호법 제7조에 따라 검사는 기소유예 등 불기소 결정을 하면서도 치료감호만 독립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 없이 치료감호만 받을 수 있는 통로이지만, 이 역시 검사의 재량적 판단으로 결정됩니다.
Q. 마약 중독자는 심신장애인처럼 사전 정신감정을 반드시 받아야 하나요?
A. 법률상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치료감호법 제4조 제2항은 심신장애인·정신성적 장애인에게만 사전 감정을 의무화하고, 마약류 중독자에게는 진단·감정을 참고만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감정 결과가 청구 인용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증거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치료감호와 징역형이 함께 선고되면 형기가 더 늘어나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치료감호법 제18조에 따라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그 기간을 형 집행기간에 포함하므로, 치료를 받은 기간만큼 이후 복역할 형기가 줄어듭니다. 치료와 형기 소화가 별도로 누적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Q. 검사의 청구로 치료감호가 선고되면 본인은 불복할 방법이 없나요?
A. 청구 단계에서는 본인에게 신청권이 없지만, 선고 이후에는 다릅니다. 치료감호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피치료감호청구인도 검사와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상소할 수 있어, 선고 결과 자체에는 불복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마약 사건에서 치료감호는 본인이나 가족이 원한다고 시작되는 절차가 아니라, 검사만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검사가 청구하지 않으면 법원이 요구권을 행사하거나, 기소유예와 결합된 독립청구가 이뤄지는 등 제한된 경로만 존재합니다. 이 구조를 모른 채 본인이 직접 신청서를 준비하려 하면 시간만 허비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와, 필요시 요구권을 행사하는 법원에 치료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인계동이나 수원지검 관할에서 마약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경우라면, 진단·감정 자료를 미리 준비하고 수사·재판 단계에서 의견서를 통해 치료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것이 본인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입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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