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연락을 받고 모임에 나갔다가,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마약을 투약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경찰서에서 출석을 요구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본인은 사지도 않고 투약하지도 않았으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현실에서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소변·모발 감정 대상이 되고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는 일이 흔합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과 형법은 '함께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처벌하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서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처벌 근거가 남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약 하는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에게 실제로 어떤 처벌 근거가 붙는지, 단순 동석과 공범의 경계가 어디서 갈리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단순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호가 금지하는 것은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한 마약류의 사용"이고, 이어지는 각 호들도 소지·소유·매매·투약 등 행위자 본인의 실행행위를 전제로 합니다. 형법 총칙도 마찬가지입니다. 2인 이상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하는 공동정범(형법 제30조)이 성립하려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 즉 역할을 나눠 실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이 있어야 하고, 타인의 범죄를 도운 종범(형법 제32조)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행을 쉽게 해주려는 방조의 고의와 실제 방조행위가 모두 필요합니다. 단지 같은 공간에 물리적으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정범도, 종범도 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지인의 집들이에 갔는데 다른 손님이 몰래 화장실에서 필로폰을 투약했고, 본인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만류하거나 자리를 피했을 뿐이라면 원칙적으로 처벌 근거가 없습니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이 원칙을 몰라서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사람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 자체가 상당히 넓게 진행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 확인 과정에서 본인이 몰랐던 자신의 행위, 이를테면 돈을 조금 보탰다거나 이동을 도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 — 처벌 근거는 그 자리에서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입건되는 이유 — 수사기관이 현장 전원에게 하는 조치
마약류 투약 현장을 단속하면 수사기관은 통상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전원에 대해 소변·모발 감정을 의뢰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그 사람은 곧바로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1호 위반의 피의자로 전환되고, 이때부터는 '동석자'가 아니라 '투약자'로서 별도의 처벌 절차를 밟게 됩니다. 감정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조사가 거기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현장에서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캐묻습니다. 투약 비용을 댔는지, 매수처 연락을 대신 해줬는지, 차량으로 이동을 도왔는지, 도구를 준비하거나 치워줬는지가 순서대로 질문에 오릅니다.
단순 동석자라도 이 과정에서 위축된 상태로 애매하게 답하면 오히려 공범으로 오인될 만한 진술을 스스로 남기기 쉽습니다. "그냥 옆에 있었을 뿐"이라는 말과 "돈을 조금 보탰는데 큰 의미는 없었다"는 말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데, 조사 초반에는 이 차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진술서에 서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갔다가 진술 과정에서 드러난 행위 때문에 피의자로 전환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 전원에 대한 소변·모발 감정 의뢰가 원칙.
감정 결과와 무관하게 현장에서의 구체적 행위(자금·연락·이동·도구)를 진술로 확인.
진술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행위가 있으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 전환.
초기 진술의 표현 하나하나가 이후 혐의 판단의 근거로 남는다.
장소·자금·차량을 제공했다면 —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11호
자신의 집이나 원룸, 차량, 숙소를 마약류 투약 장소로 내줬거나 투약 비용이 부족한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11호는 제4조 제1항 또는 제1호부터 제10호까지의 금지행위를 하기 위한 장소·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그 자체로 금지합니다. 필로폰 등 제2조 제3호 가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관련이라면 제6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그 외 향정신성의약품이나 대마 관련이라면 제61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정범인 투약자와 같은 형량 구간이 적용되는 독자적 범죄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원룸에서 지인들이 모여 투약할 것을 알면서도 방을 빌려줬거나, 투약 비용이 부족한 친구에게 그 용도를 알면서 돈을 빌려줬다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단순히 그 공간의 소유자·점유자라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고, "투약 등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제공했다는 고의가 요건입니다. 모르고 빌려준 집에서 지인이 임의로 투약한 경우와, 그 용도를 알고도 빌려준 경우는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장소·자금·차량 제공은 투약 자체와 별개의 독자적 범죄이고, 정범과 같은 형량 구간이 적용된다.
함께 돈을 걷거나 구매를 도왔다면 —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경계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범죄를 공동으로 실행했을 때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마약 매수자금을 여럿이 나눠 냈거나, 판매자와의 연락을 대신 맡았거나, 함께 사용할 목적으로 구매 역할을 나눠 맡았다면 본인이 실제로 투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매수·소지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판례가 공동정범 성립의 핵심으로 보는 것은 '기능적 행위지배', 즉 전체 범행 계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실질적 기여를 했는지입니다.
반대로 단지 옆에서 다른 사람이 돈을 건네고 물건을 받는 장면을 보기만 했다면 공동가공의 의사가 인정되기 어려워 공동정범 성립도 어렵습니다. 경계는 "역할을 나눠 실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가"입니다. 자금을 보탰다면 그 액수가 크지 않아도 자금 조달이라는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고, 연락책 역할을 했다면 매수 성사에 필수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공동정범 성립 방향 — 매수자금 분담, 판매자 연락 대행, 역할을 나눈 구매 계획 참여.
공동정범 부정 방향 — 구매·거래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함, 사후에 결과만 전해 들음.
망을 보거나 도피를 도왔다면 — 방조와 범인도피죄의 경계
투약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 단속에 대비해 망을 봐줬거나, 사용한 도구를 세척하거나 숨겨줬다면 형법 제32조 종범(방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종범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되지만 처벌 자체를 면하는 것은 아니고, 정범의 범행을 쉽게 만들어준 조력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처벌 근거입니다. 단속이 시작된 뒤 도망친 투약자를 자신의 집이나 차량에 숨겨주거나, 수사기관에 거짓 진술로 소재를 감춰줬다면 형법 제151조 범인은닉·도피죄가 별도로 문제 됩니다.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같은 조 제2항의 친족간 특례입니다. 이 특례는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범인을 숨겨준 경우에만 처벌하지 않는 규정으로, 부모·형제자매·배우자 등 가까운 친족이 자신의 가족을 숨겨준 경우에 적용됩니다. 마약 하는 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나 지인은 이 특례의 대상이 아니므로, 단순한 인간관계상의 호의로 소재를 감춰준 것이라 해도 그대로 범인도피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범인은닉·도피죄의 친족간 특례는 본인의 친족·동거가족에게만 적용되고, 지인·친구 사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투약을 권하거나 부추겼다면 — 유인·권유죄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13호는 타인에게 마약류의 투약·흡연·섭취를 유인 또는 권유하는 행위를 별도로 금지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제63조 제1항 제17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같은 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그 상대방이 미성년자였다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이 죄는 상대방이 실제로 투약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권유 행위 자체로 성립하는 독자적 범죄입니다.
"한번 해봐" "이거 괜찮다더라" 같은 가벼운 말도 정황에 따라서는 유인·권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본인은 그 자리에서 투약을 전혀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사용을 권한 사실이 확인되면 투약죄와 별개로 유인·권유죄가 성립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미성년자이거나 미성년자로 보이는 나이였다면 가중처벌 대상이 되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참고인 조사에서 실제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단순 동석자로 조사에 출석하게 됐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자신이 그 자리에서 실제로 한 행동이 무엇이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처벌 근거는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무엇을 했는가'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금 지원·연락·이동 편의·도구 취급·망보기 같은 개별 행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스스로 명확히 해두는 것이 조사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진술 과정에서는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단정적으로 답하거나, 반대로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축소해 말하는 것 모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음성이라는 사실만 믿고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하기보다, 현장에서의 자기 행위를 뒷받침할 자료(통화 내역, 이체 내역 부재 등)를 함께 정리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것이 실무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혐의가 공동정범·방조·장소제공 중 어느 쪽으로 구성될 수 있는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미리 법률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을 정리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단순히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공동정범도 종범도 성립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자금을 보탰거나 장소를 제공하는 등 구체적 행위가 확인되면 별개의 처벌 근거가 생깁니다.
Q. 소변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그걸로 조사가 끝나나요?
A. 음성 결과는 본인이 투약하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해 줄 뿐, 장소제공·자금지원·방조 등 다른 혐의 가능성까지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감정 결과와 별개로 현장에서의 구체적 행위에 대한 진술 조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투약 비용을 조금 보탠 것도 처벌 대상인가요?
A.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매수자금 조달이라는 역할을 나눠 맡은 것으로 평가되면 공동정범 성립 여지가 있습니다. 자금 제공의 경위와 액수, 용도를 알았는지가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Q.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친구를 차로 태워준 것도 문제되나요?
A.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도록 도운 행위로 평가되면 범인도피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친족이나 동거가족이 아닌 이상 형법 제151조 제2항의 처벌 면제 특례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Q.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권유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유인·권유죄 자체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고,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실제 투약 여부와 무관하게 권유 행위만으로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Q. 참고인 조사만 받는 상황인데도 변호사 조력이 필요한가요?
A. 참고인으로 시작된 조사가 진술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혐의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마약 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처벌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장소나 자금, 차량을 제공했는지, 매수 역할을 분담했는지, 망을 보거나 도피를 도왔는지, 투약을 권했는지에 따라 마약류관리법과 형법상 전혀 다른 처벌 근거가 남을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현장에 있던 사람 전원을 조사하는 것은 이 개별 행위들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이지, 동석 사실 자체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조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행위가 어느 조문에 해당할 수 있는지, 공동정범과 방조의 경계에서 어느 쪽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는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참고인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진술서에 서명하기 전에 자신이 그 자리에서 한 행동을 스스로 먼저 정리해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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