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이트에서 마약을 주문한 뒤, 적발되더라도 자신에게 곧바로 연결되지 않도록 지인이나 낯선 사람의 이름과 주소로 국제우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의 이름을 빌려 받는' 방법 자체가 마약류관리법 위반과는 별개로 관세법상 명의대여행위죄라는 또 하나의 범죄를 성립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명의를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은 각각 어떤 책임을 지게 되고, 두 죄가 함께 기소되면 형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이 글에서는 관세법 명의대여행위죄의 성립요건과 마약 수입죄와의 관계, 수사기관이 실제로 무엇을 보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제우편으로 마약을 받을 때, 왜 굳이 남의 이름을 쓰나
해외 판매상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이나 대마 등을 주문한 뒤 국제우편(EMS)이나 국제특송화물로 받는 방식은 대면 거래보다 적발 위험이 크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세관 통관 과정에서 엑스레이 검색이나 마약탐지견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수취인란에 자신의 실명 대신 지인이나 아르바이트로 구한 타인의 이름·주소를 적어두면, 설령 통관 단계에서 해당 우편물이 적발되더라도 수사기관이 곧바로 실제 주문자에게 연결하지 못할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건을 나눠 받으면서 매번 다른 명의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번 적발되더라도 그 명의로 받은 물량만 문제 될 뿐 다른 건까지 한꺼번에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적발 위험을 줄여주는 대신, 명의를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별도의 범죄를 구성한다는 사정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마약을 들여왔다는 사실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타인의 이름을 썼다는 사실 하나로 또 다른 처벌 대상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관세법 명의대여행위죄란 — 성립요건과 법정형
관세법 제275조의3 제1항 제1호는 관세(세관장이 징수하는 내국세등을 포함)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하거나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탁송품 또는 우편물을 수입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원래 해외직구 관부가세를 회피하거나 압류·강제집행을 피하려고 남의 명의를 빌려 물건을 받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문언 자체는 물품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타인 명의로 탁송품·우편물을 수입했다는 사실과 목적요건만 충족되면, 그 안에 든 것이 마약이라 해서 이 조문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마약 사건에서는 세금 자체보다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 요건이 주로 문제 됩니다. 관부가세를 포탈할 의도가 없더라도,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채 물품을 온전히 확보하는 것 자체가 목적요건 판단에서 재산상 이득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마약을 국제우편으로 받으면서 자신의 명의가 아닌 남의 명의를 쓴 사정만으로도, 마약류관리법 위반과는 별도로 이 조문의 구성요건 충족 여부가 검토 대상이 됩니다.
관세법 명의대여행위죄는 물품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는다 — 탁송품·우편물을 타인 명의로 수입했다는 사실과 목적요건만 충족되면, 내용물이 마약이라도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마약 수입죄와 왜 별개로 붙는가 — 보호법익과 처벌 구조
마약류관리법은 제58조 제1항에서 마약을 수입한 자(제1호),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한 자(제3호), 대마를 수입한 자(제5호)를 모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으로 범한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마약류관리법이 지키려는 것은 국민 건강과 마약류 유통에 대한 통제이고, 관세법 명의대여행위죄가 지키려는 것은 통관 절차에서 명의 표시의 진정성입니다. 두 법이 지키려는 이익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수령 행위라도 각 죄의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두 죄가 함께 성립합니다.
다만 두 죄가 함께 기소된다고 해서 산술적으로 형이 곱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는 경합범 중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인 경우, 그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합니다. 마약 수입죄의 법정형에는 무기징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관세법 명의대여행위죄가 함께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처단형의 산술적 상한이 더 올라가지는 않고 마약 수입죄의 법정형 범위 안에서 처단형이 정해집니다. 다만 관세법위반죄에 대한 유죄는 그대로 확정되며, 남의 명의까지 동원해 적발을 피하려 했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불리한 정상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처벌될 수 있다
명의를 사용한 사람뿐 아니라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책임 범위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세법 제275조의3 제2항은 관세 회피·강제집행 면탈·재산상 이득 목적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여 납세신고를 하도록 허락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문언상 제1항 제2호의 납세신고 명의대여에 대응하는 규정이고, 탁송품·우편물 수취 명의를 빌려준 행위(제1항 제1호)에 대응하는 별도의 '허락자' 처벌조항은 조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명의만 빌려주고 아무 관여도 하지 않았다면 관세법 제275조의3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지만, 실제로 우편물을 직접 수령하거나 수취인 서명을 하고 세관 문의에 응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면 형법총칙상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용물이 마약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취를 도왔다면, 관세법과는 별도로 마약류관리법위반의 공범 성립 여부가 검토됩니다. 반대로 개인통관고유부호나 개인정보를 도용당해 본인도 모르게 명의가 쓰인 경우라면, 명의인은 오히려 피해자에 가까워 처벌 가능성이 크게 낮아집니다.
명의만 빌려주고 물건을 직접 만지지 않았다면 — 관세법 제275조의3만으로는 처벌조항이 없음.
직접 수령·서명·세관 응대 등 적극 관여했다면 — 형법총칙상 공동정범·방조범 검토.
마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 마약류관리법위반의 공범 성립 여부 별도 검토.
모르게 개인정보·명의가 도용된 경우 — 명의인은 피해자에 가까움.
수사기관이 보는 판단 기준
관세법 명의대여행위죄의 목적요건(관세 회피·강제집행 면탈·재산상 이득)은 직접 증거보다 정황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기관은 명의를 빌리게 된 경위와 대가 지급 여부, 명의 제공자와의 관계, 우편물을 받은 뒤 처리한 방식(곧바로 전달했는지, 은닉했는지, 재포장했는지), 통관 신고 정보의 허위 기재나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여부, 같은 방식의 명의대여가 반복됐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특히 여러 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의 명의를 바꿔가며 우편물을 받은 정황은, 단순히 우연히 남의 주소를 빌린 것이 아니라 적발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목적요건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명의를 빌린 경위가 우연적이고 일회성이며, 통관 절차에서 허위 기재나 은닉 정황이 없었다면 목적요건 충족 여부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명의 사용 경위 — 대가 지급 여부, 요청자와의 관계, 반복성.
수령 이후 처리 방식 — 즉시 전달, 은닉, 재포장 여부.
통관 신고 정보 — 허위 기재,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여부.
메신저·통화 내역 — 내용물을 알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정황.
구체적 적용 예시로 보는 경계
예를 들어, 해외 SNS를 통해 대마를 구매한 뒤 자신의 실명 대신 아르바이트로 구한 타인의 이름과 원룸 주소로 국제우편을 받았다면, 마약류관리법위반(수입)과 관세법위반(명의대여행위죄등)이 함께 문제 됩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대가를 받고 직접 우편함에서 물건을 꺼내 전달까지 했다면, 내용물을 몰랐더라도 명의대여 경위와 정황에 따라 공동정범 성립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사나 숙박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지인의 주소만 빌려 우편물을 받았을 뿐, 명의 제공자가 수취나 전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통관 정보에도 허위 기재가 없었다면, 목적요건인 '재산상 이득'이나 '관세 회피' 의도를 인정하기 어려워 명의대여행위죄 성립 여부가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이 됩니다. 이처럼 같은 '남의 이름으로 받았다'는 사실도 구체적 정황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초기 대응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
'내 이름으로 받은 게 아니니 나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자신의 명의를 쓰지 않고 굳이 남의 이름과 주소를 동원했다는 사실 자체가, 적발을 피하려 했다는 목적요건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의를 빌린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재산상 이득이나 관세 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되기 쉽습니다.
또한 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매우 무겁다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른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경우에만 가능하므로, 법률상 감경사유가 여러 겹으로 겹치지 않는 한 초범이라 해도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수입량, 가담 정도, 자수 여부, 수사 협조 정도에 따라 처단형 범위 안에서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관련 자료와 진술 방향을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제우편으로 받은 마약이 소량이어도 명의대여행위죄가 붙나요?
A. 관세법 제275조의3 제1항 제1호는 수입한 물품의 양이나 종류를 요건으로 삼지 않고 타인 명의 사용과 목적요건만 충족하면 성립하므로, 소량이라도 요건이 갖춰지면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물품이 소량이라는 사정은 마약류관리법위반의 양형에서 고려될 뿐, 명의대여행위죄 성립 여부와는 별개입니다.
Q.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마약인 줄 몰랐다면 처벌되나요?
A. 관세법 제275조의3 제2항은 납세신고 명의를 허락한 경우만 별도로 처벌하고, 탁송품·우편물 수취 명의를 허락한 사람에 대한 명문의 처벌조항은 없어 이 조항만으로 곧바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수취·서명 등에 적극 관여했다면 공동정범이나 방조범 성립 여부가 별도로 검토됩니다.
Q. 명의대여행위죄와 마약 수입죄가 함께 기소되면 형이 두 배가 되나요?
A. 마약 수입죄의 법정형에는 무기징역이 포함되어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인 마약 수입죄의 법정형 범위 안에서 처단형이 정해지고, 산술적으로 형이 배가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관세법위반죄에 대한 유죄는 그대로 인정되고 양형에서 불리한 정상으로 반영됩니다.
Q. 국제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은 처벌에 차이가 있나요?
A. 관세법 제275조의3 제1항 제1호는 '탁송품 또는 우편물'을 함께 규정하고 있어 국제특송화물과 EMS 등 우편물 모두 명의대여 방식으로 수입하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수입 경로의 명칭 차이가 죄의 성립 여부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Q.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당해 제 이름이 쓰였다면 저도 수사를 받나요?
A. 본인 모르게 개인통관고유부호나 개인정보가 도용된 경우라면 명의인은 오히려 피해자에 가깝고, 재산상 이득 등 목적요건을 본인이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처벌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다만 동의 여부는 통신내역 등 정황증거로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관련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초범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마약 수입죄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매우 무거워, 초범이라도 집행유예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다만 수입량과 가담 정도, 자수·수사협조 여부 등에 따라 처단형 범위 안에서 양형이 달라질 수 있어 사안별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맺음말
남의 이름과 주소로 국제우편 마약을 받는 것은 적발을 피하는 요령이 아니라, 그 자체로 관세법 명의대여행위죄라는 별도의 범죄를 성립시키는 행위입니다. 마약류관리법위반과 함께 기소되더라도 처단형이 산술적으로 배가되지는 않지만, 명의까지 동원해 적발을 피하려 했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 역시 관여 정도에 따라 함께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어, '내 이름이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상황이 명의대여행위죄의 목적요건에 해당하는지, 명의 제공자의 관여 정도는 어느 선까지인지는 정황에 따라 결론이 크게 갈리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사건이 늘고 있는 만큼, 관련 통보를 받았다면 진술 전에 사실관계부터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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