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판매해서 번 돈이라도 국세청은 이를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위법하게 얻은 수익이라는 이유로 과세 대상에서 저절로 빠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사·재판 과정에서 그 돈이 몰수되거나 추징으로 다시 빼앗기면, 이미 낸 세금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판례는 이런 경우 국세기본법이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약 판매수익에 소득세가 붙는 근거와, 추징 이후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 판매수익에도 소득세가 붙는 이유 — 실질과세 원칙
소득세 과세대상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그 돈을 벌게 된 원인이 적법한지가 아니라, 실제로 그 이익을 지배·관리하며 누리고 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에서 과세소득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유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는 이후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 원칙과 함께 위법소득 과세의 뼈대가 되어 왔고, 마약을 판매해 얻은 돈도 예외가 아닙니다.
실제로 소득세법은 몇몇 항목에서 이를 문언으로 명시합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3호는 사행행위에 참가해 얻은 재산상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면서 적법 또는 불법 여부는 고려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고, 같은 항 제4호의 경마·경륜 환급금 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약 판매수익을 직접 규율하는 조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조항들이 보여주는 태도, 즉 소득의 원천이 범죄행위라는 사정만으로 과세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판례를 통해 위법소득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마약류를 판매해 대금을 받아 실제로 이를 쓰거나 은닉했다면,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그 경제적 이익에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합니다.
다만 납세의무가 성립한다는 것과 실제 과세처분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국세청이 그 소득의 존재를 포착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계좌추적 자료나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 드러난 자금흐름 자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마약 매매 수사에서 밝혀진 거래내역이 그대로 과세자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형사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세금 문제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소득을 얻은 원인관계가 위법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며 누리고 있다면 과세소득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사업소득인가 기타소득인가 — 계속성과 반복성이 가르는 기준
마약 판매수익에 세금을 매긴다고 해도, 그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볼지 기타소득으로 볼지에 따라 세율 구조와 경비 인정 범위가 달라집니다. 소득세법 제19조 제1항 제21호는 앞선 각 호의 사업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영리를 목적으로 자기의 계산과 책임 하에 계속적·반복적으로 행하는 활동을 통하여 얻는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규정합니다. 같은 항 제7호의 도매 및 소매업 소득 규정과 함께 보면, 마약을 상시적으로 유통·판매하는 행위는 실질적으로 도소매업과 다르지 않아 사업소득으로 구성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지인의 부탁으로 한두 차례 대신 구해다 준 정도이거나, 자신이 투약하려 산 마약을 우연히 되팔아 일시적인 이익을 얻은 경우라면 계속성·반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타소득(사례금 등에 준하는 소득)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이 구분은 결국 거래 횟수, 기간, 조직적 판매 구조(연락책·운반책 등 분업 여부), 거래 규모 같은 사실관계로 판단됩니다. 사업소득으로 구성되면 계속적 영업활동에 든 비용을 필요경비로 공제받을 여지가 생기지만, 기타소득이라면 경비 공제 범위가 훨씬 제한적입니다.
거래 횟수와 기간 — 짧은 기간 반복 판매인지, 장기간에 걸친 상시 판매인지.
조직·분업 구조 — 판매책·운반책 등 역할이 나뉜 유통 구조인지.
거래 규모와 금액 — 소액 개인거래 수준인지, 대량 유통 규모인지.
판매 목적 — 투약 목적 소지분의 우연한 재판매인지, 처음부터 영리 목적 판매인지.
신고하지 않았다면 — 무신고가산세와 추계과세
마약 판매수익을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스스로 신고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 자체가 세금을 면제해주지는 않습니다. 소득세법 제80조 제1항에 따라 관할 세무서장은 신고하지 않은 거주자에 대해 직권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할 수 있고, 같은 조 제3항 단서에 따라 장부나 증빙서류로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추계조사결정의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추산해 결정합니다. 압수된 현금, 계좌 입출금 내역, 통신 기록에서 드러난 거래 횟수와 단가 등이 추계의 근거자료가 됩니다.
여기에 가산세도 더해집니다.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1항은 법정신고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은 경우 무신고납부세액의 20%를 가산세로 부과하되, 장부를 조작하거나 수익을 은닉하는 등 부정행위로 인한 무신고라면 40%로 가중합니다. 마약 판매수익은 대부분 현금 거래나 차명계좌를 통해 은닉되는 구조라 부정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납부지연에 따른 가산세까지 별도로 붙습니다. 형사처벌에 더해 예상보다 훨씬 큰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되는 이유입니다.
추징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 위법소득 상실가능성의 현실화
문제는 그 돈을 형사절차에서 몰수·추징당한 경우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는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된 마약류와 그로 인한 수익금을 몰수하도록 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합니다. 대규모 유통·판매 사건에서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 따라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인 불법수익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까지 폭넓게 몰수 대상에 포함됩니다. 실무에서는 물건 자체를 몰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판매대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징금으로 선고하고 이를 납부하게 하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이렇게 몰수·추징이 확정되면, 이미 성립했던 소득세 납세의무의 전제 자체가 흔들립니다. 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은 뇌물로 받은 위법소득이 추징된 사안에서, 몰수나 추징은 범죄행위로 인한 이득을 박탈해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위법소득 일반에 적용되는 법리를 선언한 것이어서, 뇌물이 아니라 마약을 판매해 얻은 돈이라도 몰수·추징으로 그 경제적 이익이 박탈된 이상 같은 구조가 적용됩니다.
이 판결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그 전까지의 판례(1998년·2002년 선고)가 몰수·추징이 되더라도 이미 성립한 납세의무에는 영향이 없다고 봐 왔던 태도를 전원합의체가 정면으로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위법소득이라도 최종적으로 범인의 수중에 남지 않는다면 국가가 세금까지 이중으로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 해당해,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 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후발적 경정청구란 무엇인가 —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의 요건
이미 낸 세금을 되찾는 절차가 바로 후발적 경정청구입니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은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했거나 과세표준·세액을 결정받은 자가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통상적인 경정청구 기간(5년)과 무관하게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결정 또는 경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마약 판매수익에 대한 몰수·추징은 같은 항 제5호가 위임한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의 유사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2014두5514 판결의 결론입니다.
청구 기산점은 몰수·추징 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된 날이 아니라, 그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입니다. 형사재판을 직접 받은 당사자라면 대개 판결 확정과 동시에 그 사실을 알게 되므로, 실무적으로는 형사판결 확정일부터 3개월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후발적 경정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어, 형사사건이 끝났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환급받을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청구권자 — 과세표준을 신고했거나 세무서 결정·경정을 받은 자.
청구 기한 — 몰수·추징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
청구 사유 — 몰수·추징으로 위법소득의 경제적 이익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
청구 대상 — 이미 납부했거나 고지받은 해당 소득에 대한 소득세.
실제로 돌려받으려면 — 청구 시점과 준비할 자료
후발적 경정청구는 관할 세무서장에게 서면으로 제기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자료는 몰수·추징을 명한 형사판결문과 그 확정증명원입니다. 추징금을 실제로 납부했다면 납부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도 함께 제출해, 몰수·추징이 관념적 선고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집행되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세무서장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 경정하거나 이유 없다는 뜻을 통지해야 하며(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3항), 거부되면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 등 불복 절차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시점 순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무서가 아직 과세처분을 하기 전에 몰수·추징이 먼저 확정됐다면, 애초에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그 부분을 제외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세금을 내거나 고지받은 뒤에 몰수·추징이 확정됐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로 기존 납세의무의 전제가 무너졌음을 주장해 환급을 구하는 구조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몰수·추징이 실제로 확정되어 그 경제적 이익의 상실이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있습니다.
몰수와 추징, 일부만 빼앗겼다면 — 주의할 점
후발적 경정청구가 항상 전액 환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판매수익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몰수·추징 대상이 됐다면, 환급되는 세액도 그 몰수·추징된 부분에 상응하는 만큼으로 제한됩니다. 예컨대 판매수익으로 2억원을 벌었는데 그중 추징금 8천만원만 선고·확정됐다면, 나머지 1억 2천만원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실현된 소득으로 남아 과세 대상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몰수(현물 자체를 박탈)와 추징(가액 상당액을 징수)은 방식이 다를 뿐, 위법소득의 경제적 이익을 박탈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법적 효과를 갖습니다. 판매대금을 이미 써버려 물건으로 몰수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그 가액이 추징되었다면, 2014두5514 판결의 사실관계(뇌물을 받아 이미 소비한 뒤 추징금이 선고·납부된 사안)와 마찬가지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인정됩니다. 다만 추징이 확정되었더라도 실제로 이를 납부하지 못해 강제집행이 진행 중인 상태라면, 경제적 이익의 상실이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남을 수 있어, 가능하면 추징금 납부 사실까지 함께 정리해 청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 판매수익도 세금 신고를 해야 하나요?
A. 법적으로는 소득이 발생한 이상 신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실질과세 원칙의 논리적 귀결이지만, 실제로 자진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형사수사에서 드러난 자금흐름을 근거로 국세청이 사후에 직권으로 결정·추계하는 방식으로 과세가 이루어집니다.
Q. 추징금과 세금을 둘 다 내야 하면 이중처벌 아닌가요?
A. 추징은 범죄수익을 박탈하는 형사상 부가처분이고 소득세는 국가의 과세권 행사로 법적 성격이 다르지만, 판매수익이 전부 추징되면 남는 이익이 없어 실질적으로는 이중 부담이 됩니다. 후발적 경정청구는 이 불합리를 세법 안에서 조정하는 절차입니다.
Q. 후발적 경정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몰수·추징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어 형사판결 확정 직후부터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몰수형만 선고되고 별도 추징금은 없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몰수는 물건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고 추징은 그 가액을 징수하는 것이라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경제적 이익을 박탈한다는 점은 같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인정됩니다. 몰수된 물건이나 금원이 실제 과세소득에 상응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함께 필요합니다.
Q. 이미 세무조사를 받고 세금을 낸 뒤 추징 판결이 확정되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시점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면 이미 납부한 세액 중 몰수·추징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세무서장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 결과를 통지해야 합니다.
Q. 판매수익 일부만 추징되면 전액 환급되나요?
A. 아닙니다. 환급 범위는 실제로 몰수·추징이 확정된 부분에 한정되고, 추징되지 않고 남은 나머지 수익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실현된 소득으로 취급되어 과세 대상에 남습니다.
맺음말
마약을 판매해 번 돈이라도 세법은 이를 소득으로 보고 과세합니다. 그러나 그 돈이 형사절차에서 몰수·추징되어 실제로는 범인의 수중에 남지 않게 됐다면, 이미 성립했던 납세의무는 대법원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리한 법리에 따라 후발적 경정청구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이 절차는 몰수·추징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이라는 짧은 기한 안에, 형사판결문과 확정증명원 등 구체적인 자료로 소득의 상실을 증명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형사사건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세금 문제를 방치하면 환급받을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습니다.
인계동 등 수원지검 인근에서 마약 사건을 겪은 분들이라면, 형사절차 대응과 함께 추징 이후의 세금 문제까지 미리 점검해두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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