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빌려주면 50만원 준다길래 넘겼는데 대포통장이 됐어요
통장 빌려주면 50만원 준다길래 넘겼는데 대포통장이 됐어요
법률가이드
사기/공갈금융/보험

통장 빌려주면 50만원 준다길래 넘겼는데 대포통장이 됐어요 

김강희 변호사


통장 빌려주면 50만원 준다길래 넘겼는데 대포통장이 됐어요


사건 개요


SNS나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 혹은 잘 알지도 못하는 지인을 통해 "통장이랑 체크카드만 며칠 빌려주면 5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별다른 노동 없이 목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의심 없이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까지 건네주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계좌가 갑자기 정지되고, 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가 오면서 그 통장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한결같습니다. "저는 그 돈이 보이스피싱에 쓰일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통장을 빌려준 것뿐인데요." 그런데 문제는,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긴 순간, 그 사실 자체로 이미 하나의 범죄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에 대해서까지 형사·민사 책임을 지게 되는지가 갈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50만원을 받고 통장을 빌려준 행위 자체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별도 처벌 대상이 되고, 여기에 더해 사기방조 책임까지 지는지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인식했는지'로 갈립니다. 두 책임은 성립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지 않고 뭉쳐서 대응하면 실제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통장·카드·비밀번호 등)를 대여한 행위 자체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제3항제2호가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해, 보이스피싱에 쓰일 줄 몰랐어도 같은 법 제49조제4항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대가를 받은 사실 자체가 명백하면 다툴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둘째, 여기에 더해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방조범(제32조)으로까지 처벌되는지입니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을 도왔다는 사실뿐 아니라, 최소한 그 통장이 범죄에 이용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어야 합니다(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수사기관은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이 인식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대가의 존재와 범죄 인식은 서로 다른 요건임에도 실무에서는 자주 뒤섞여 판단됩니다.

셋째, 사기방조가 인정될 경우의 형량입니다. 사기죄 정범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형법 제32조제2항은 종범의 형을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어 방조범은 이보다 감경된 형이 적용됩니다. 다만 그 감경만으로도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하나만 성립하는 경우와는 처벌의 무게가 크게 달라지므로, 사기방조 성립 여부를 다투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싸움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와 사기방조를 분리해 다투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돈을 받고 통장을 빌려줬다"는 하나의 사실관계를 두 개의 서로 다른 죄로 쪼개어 보는 것입니다. 이 둘을 뭉쳐서 "전부 인정한다"거나 "전부 억울하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방어의 초점이 흐려집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안을 정리합니다.

1)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는 성립을 인정하고, 양형 요소를 촘촘히 준비합니다.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실 자체가 명백하다면, 이 부분에 대한 무죄 주장은 성공 가능성이 낮습니다. 대신 받은 대가의 규모(50만원 상당의 소액), 대여 기간, 관여의 정도(단순히 통장을 건네줬을 뿐 현금 수거·전달 등 후속 가담은 없었는지), 초범 여부, 수사에 협조한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벌금형 내지 집행유예를 받아낼 수 있는 양형자료로 구성합니다. 이 단계에서 사실을 부인하는 것보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명확히 나누는 것이 오히려 유리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2) "범죄에 이용될 것을 인식했다"는 추정을 사실관계로 반박합니다.

수사기관은 대가 수수 사실만으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대가와 인식은 법적으로 다른 요건입니다. 통장 대여를 제안받을 당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채팅 내역, 상대방이 자신을 어떤 명목(급여 지급용 계좌, 정상적인 물품거래용 계좌 등)으로 소개했는지, 통장을 빌려준 목적을 상대방이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보해 정상적인 거래로 오인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3) 인식 시점과 사후 대응을 구분해 진술합니다.

계좌가 정지되고 경찰 연락을 받은 이후에야 대포통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시점 이후 수사에 협조하고 상대방 연락처·거래 경위를 자발적으로 제출한 정황은 사후에 범죄 이용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런 사후 대응의 경위를 초기 진술 단계에서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면,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하기


형사처벌과 별개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측이 통장 명의인을 상대로 공동불법행위(민법 제760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형사에서 인식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사기방조가 무죄로 나오더라도, 민사에서는 별도의 기준으로 과실이 인정될 수 있어 두 절차를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1) 형사 절차의 결론이 민사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계산합니다.

사기방조가 무죄로 확정되면 민사에서도 고의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워지지만, 민법상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돈을 받고 통장을 넘긴 행위 자체가 통상적인 거래로서는 이례적이므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될 수 있어, 형사 진술과 민사 answer의 논리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함께 설계합니다.

2) 피해액 전부가 아니라 인과관계 있는 손해만 부담하도록 다툽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손해는 조직 전체의 사기 범행으로 발생한 것이고, 통장 명의인의 관여는 그 중 계좌를 빌려준 부분에 한정됩니다.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통장 명의인의 관여 정도와 피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피해자 자신의 과실(출처를 확인하지 않고 송금한 경위 등)을 함께 다투어, 배상 범위와 책임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합니다.

3) 형사 합의·공탁을 민사 대응과 연계해 관리합니다.

형사 단계에서 피해 회복을 위해 일부 금액을 공탁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 그 내용이 이후 민사소송에서 책임 인정의 근거로 잘못 활용되지 않도록 합의서·공탁서의 문구를 신중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형사와 민사를 같은 시야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형사에서 유리하게 마무리한 사정이 민사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결론


5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이제는 다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레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가를 받고 통장을 빌려준 행위와, 그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쓰일 것을 알고도 넘긴 행위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 문제입니다. 이 둘을 구분해 다루는 것만으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경찰 출석요구서를 받았거나 계좌가 정지되었다면, 첫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지금 상황이 이와 같다면, 어떤 부분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다투어야 할지 미리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9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