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여럿인 사건, 일부만 합의됐을 때 양형에 반영되는 폭
성범죄 피해자 여럿인 사건, 일부만 합의됐을 때 양형에 반영되는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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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여럿인 사건, 일부만 합의됐을 때 양형에 반영되는 폭 

강대현 변호사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 성범죄 사건에서는 "일부와는 합의했는데 나머지는 못 했다"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이때 많은 피고인과 가족들이 "합의한 만큼은 형이 줄어들 것"이라고 단순하게 계산하지만, 실제 양형 구조는 그렇게 산술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별로 별도의 범죄사실이 성립하고 법원이 이를 하나로 묶어 형을 정하는 경합범 구조이기 때문에, 합의가 미치는 범위와 한계를 정확히 알아야 실제 형량 감경 폭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다수 피해자 사건에서 일부 합의가 양형에 실제로 어디까지 반영되는지, 그리고 그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피해자가 여럿인 성범죄, 왜 '경합범'으로 갈리는가

피해자가 여러 명인 성범죄는 대부분 형법 제37조가 정한 경합범으로 처리됩니다. 이 조문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를 경합범으로 규정하는데, 피해자마다 발생한 범행은 각각 독립된 하나의 범죄사실이므로 피해자가 세 명이면 원칙적으로 세 개의 죄가 성립하고, 이 세 개의 죄를 하나의 재판에서 함께 심리해 하나의 형으로 선고하는 구조가 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법원이 세 개의 죄를 뭉뚱그려 평균 내는 것이 아니라, 각 범죄사실을 개별적으로 심리·평가한 뒤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가중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제38조 제1항 제2호는 각 죄에 정한 형이 같은 종류의 유기형인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쉽게 말해 세 건의 범행이 있다면 그중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삼고, 나머지 범행은 그 기준을 절반 한도 내에서 가중하는 식으로 반영되지, 세 건의 형을 단순히 더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 구조를 이해해야 "합의한 피해자 부분만큼 형이 얼마나 줄어드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습니다. 합의는 개별 범죄사실의 평가를 낮추는 요소이지만, 최종 형량은 가장 무거운 죄를 축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합의되지 않은 범행의 무게가 여전히 크게 작용합니다.

다수 피해자 사건의 형량은 각 범행을 단순히 더한 값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나머지를 가중하는 구조로 정해진다 — 이 구조를 모르면 일부 합의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합의는 피해자별로 따로 작동한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피해자 한 명과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사건 전체의 분위기가 바뀐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어디까지나 그 의사표시를 한 피해자 본인의 범죄사실에만 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피해자 A와 합의해 A에 대한 범죄사실의 죄질 평가와 양형은 낮아지지만, 그 효과가 아직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 B·C에 대한 범죄사실로 자동으로 옮겨가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개별 범죄사실 단위로 합의 여부·피해 회복 정도를 심리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경합범 전체의 형을 정하는 순서를 밟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의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닙니다. 2013년 형법 개정으로 강간죄 등에 대한 친고죄 규정이 삭제된 이후,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받아내더라도 이는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고 어디까지나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사정으로만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합의만 다 하면 사건이 끝난다"는 인식은 성립하지 않으며, 합의는 각 범죄사실의 형량 평가를 낮추는 개별적 자료로서 축적되는 것이지, 사건 전체를 소멸시키는 열쇠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 합의·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그 피해자의 범죄사실에만 효력이 미침.

  • 다른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각 범죄사실은 개별적으로 심리·평가됨.

  • 대부분의 성범죄는 비친고죄여서 전원 합의해도 공소기각이 아니라 양형참작사유에 그침.

다수 피해자라는 사실 자체가 가중요소가 되는 지점

합의의 효과를 더 제한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구조가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은 "다수 피해자 대상 계속적·반복적 범행"을 특별가중인자로 명시하고 있는데, 통상 피고인이 5인 이상의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계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를 그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가중인자는 개별 범죄사실이 아니라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범행이 반복됐다"는 사건 전체의 성격에 근거해 평가되는 것이어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이 가중인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피해자가 다섯 명이고 그중 세 명과 합의를 마쳤더라도, 세 명분의 범죄사실은 죄질 평가가 낮아지고 양형인자 산정에서 유리하게 반영되지만,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계속적·반복적으로 범행했다"는 사건 전체의 특별가중인자는 남아 있는 두 명의 피해자만으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일부 합의는 개별 범죄사실 단위의 감경으로는 분명히 작용하되, 사건 전체의 구조적 가중요소까지 없애주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지점을 놓치면 "합의한 비율만큼 형이 줄 것"이라는 기대와 실제 선고 결과 사이에 큰 간극이 생깁니다.

일부 합의가 실제 형량을 얼마나 낮추는가

그렇다면 일부 합의는 아무 의미가 없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38조의 가중 구조를 다시 살펴보면, 합의된 범죄사실이 만약 애초에 가장 무거운 죄였거나 가중 계산의 기준이 되는 범행이었다면, 그 범죄사실의 평가가 낮아지는 것만으로도 전체 형량 산정의 출발점 자체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합의된 범죄사실이 애초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축이었다면, 가장 무거운 죄로 남아 있는 합의되지 않은 범행이 여전히 형량 산정의 기준이 되므로 전체 형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 세 명 중 가장 죄질이 무거운 범행의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두 명과만 합의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때는 두 건의 범죄사실에 대한 개별 평가는 낮아지지만, 형량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가장 무거운 죄는 그대로 남아 있어 선고형 자체는 크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무거운 죄의 피해자와 먼저 합의했다면, 가중 계산의 기준점 자체가 낮아지므로 나머지 두 건이 합의되지 않았더라도 전체 형량에 미치는 감경 효과는 상대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어느 피해자와 합의했는지가 합의한 피해자의 '수'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부 합의의 효과는 합의한 피해자의 숫자가 아니라, 그 범죄사실이 경합범 가중 구조에서 '가장 무거운 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어떤 피해자와 먼저 합의해야 효과가 큰가

다수 피해자 사건에서 합의를 준비할 때는 무작정 연락 가능한 피해자부터 접촉하기보다, 먼저 각 범죄사실의 법정형과 죄질을 비교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형량 감경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공소장이나 공소사실 요지를 통해 각 범죄사실이 어떤 죄명으로 기소됐는지, 그중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죄가 무엇인지, 상해나 특수한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되는 범행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확인 없이 접촉이 쉬운 피해자, 감정적으로 덜 격앙된 피해자부터 합의를 시도하면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도 정작 형량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합의는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 재발 방지 약속, 심리치료·상담 이력 등 다른 양형자료와 결합할 때 설득력이 커집니다. 특히 가장 죄질이 무거운 범행의 피해자는 합의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일수록 변호인을 통한 신중한 접촉과 피해자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접촉 자체가 2차 가해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합의가 늦어지더라도 재판부에 합의 노력의 경과와 진정성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실무상 도움이 됩니다.

  • 공소사실별 죄명·법정형을 먼저 확인해 가장 무거운 죄가 어느 범행인지 파악.

  • 합의가 어려운 피해자는 변호인을 통한 절차로 접근하고 직접 접촉은 피할 것.

  • 합의금뿐 아니라 사과문·재발방지 약속·상담 이력 등을 함께 준비.

  • 합의 시도 경과 자체도 소명자료로 재판부에 제출.

합의가 안 되는 피해자를 위한 대안 — 형사공탁 특례와 그 한계

피해자가 합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위해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 공탁법 제5조의2의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더라도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명, 사건번호, 사건명, 조서·진술서·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만으로 공탁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피해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피해 회복 시도를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둔 제도입니다.

다만 형사공탁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일방적 조치이므로, 이를 곧바로 피해자와의 '합의'나 '처벌불원'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재판부는 공탁 사실 자체를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으로 참작할 수는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고 그 의미를 인식하며 받아들인 합의와는 양형상 무게가 다르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접촉 자체가 불가능한 피해자가 있는 다수 피해자 사건에서는, 공탁이라도 해두는 편이 아무런 피해 회복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는 유리하게 참작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 — 처벌불원서의 요건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냈는데도 처벌불원서가 양형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형기준상 처벌불원이 감경요소로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나 유족이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해야 합니다. 반대로 피고인 측의 사실상의 강요나 기망에 의한 처벌불원, 또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에 통상적으로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감경요소에서 제외됩니다.

다수 피해자 사건에서는 합의 과정에서 시간에 쫓기거나 피해자 측의 강한 요구에 밀려 형식적인 문구만 갖춘 합의서·처벌불원서를 받아두는 경우가 있는데, 재판부가 그 경위를 살펴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감경요소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는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인의 반성 태도,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 조치 등을 함께 기재해 두는 것이 실무상 안전합니다. 또한 합의서·처벌불원서는 피해자별로 각각 작성해 두어야 하며, 한 장의 서류에 여러 피해자를 뭉뚱그려 표시하면 개별 범죄사실에 대한 효력 판단이 불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 한 명과만 합의해도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한 처벌불원 효과가 생기나요?

A. 아닙니다.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그 의사표시를 한 피해자의 범죄사실에만 효력이 미칩니다.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범죄사실은 별도로 심리·평가되며, 다른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양형에 반영됩니다.

Q. 피해자가 다섯 명 이상이면 무조건 불리한가요?

A. 양형기준상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계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는 특별가중인자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이 가중인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남은 피해자만으로도 다수 피해자 요건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Q. 연락을 거부하는 피해자에게는 피해 회복 노력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나요?

A. 공탁법 제5조의2의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활용하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 등으로 공탁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피해자 동의 없는 일방적 조치라 처벌불원 합의와 같은 무게로 평가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면 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2013년 개정 이후 대부분의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전원 합의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받아도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합의는 어디까지나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사정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Q. 여러 피해자 중 누구와 먼저 합의하는 것이 유리한가요?

A. 합의한 피해자의 숫자보다, 그 범죄사실이 경합범 가중 계산의 기준이 되는 가장 무거운 죄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공소사실별 법정형과 죄질을 먼저 확인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 어렵게 받은 처벌불원서가 양형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나요?

A. 네. 강요나 기망에 의한 처벌불원, 또는 통상적으로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는 처벌불원은 감경요소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합의에 이른 경위와 진정성을 함께 소명할 자료를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피해자가 여럿인 성범죄 사건에서 일부 합의는 분명 의미 있는 양형자료이지만, 합의한 피해자의 숫자에 비례해 형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8조의 경합범 가중 구조상 형량은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산정되고, 다수 피해자라는 사실 자체가 별도의 가중인자로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범죄사실과 합의했는지, 남은 범죄사실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따져봐야 실제 감경 효과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합의를 준비할 때는 접촉 가능한 피해자부터 순서 없이 접근하기보다, 공소사실별 죄질과 법정형을 먼저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세운 뒤 진행하는 것이 형량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를 높이는 길입니다. 합의가 어려운 피해자에 대해서는 형사공탁 등 대안을 함께 검토하고, 처벌불원서는 그 요건과 경위를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시기 바랍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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