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유리한 경우도 있나요
사건 개요
필로폰을 소지·매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거나, 대마를 매매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게 되면 변호인으로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유리하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있지만, 그것이 마약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 중 상당수가 이 지점에서 고민합니다. 한편으로는 마약범죄에 대한 사회적 엄벌 정서가 강해 오히려 배심원이 재판부보다 더 불리하게 볼 것 같다는 걱정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사기관의 진술에 익숙한 직업법관보다 일반 시민의 상식적 판단을 받아 보고 싶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약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은 유리한 경우도 있고, 애초에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두 곳입니다. 그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사건인지, 그리고 신청해서 실제로 얻을 것이 있는 실익이 있는 사건인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소된 혐의의 법정형이 국민참여재판법이 정한 대상사건 기준―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합의부 관할 사건(법원조직법 제32조제1항제3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그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려는 것이 투약·소지·매매 등 사실관계 자체인지, 아니면 그 사실은 인정하되 형량만 다투는 것인지입니다. 셋째, 공범이 다수이거나 유통 조직이 얽힌 사건이라면 배심원의 안전을 이유로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배제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를 짚지 않고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하다더라"는 이야기만 듣고 신청서부터 내면, 애초에 대상사건이 아니어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대상사건이라도 실익 없는 신청으로 절차만 늘어지는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공소장의 적용법조부터 확인해 신청 가능한 사건인지 가려내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이 애초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사건인가"입니다. 이 판단을 건너뛰고 신청 여부부터 고민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건을 진단합니다.
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의 처벌 조항별로 대상사건 여부를 가릅니다.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그 목적으로 소지한 혐의(같은 법 제58조)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영리 목적이거나 상습범이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합니다. 마약 원료식물 재배나 헤로인 소지·투약 등(제59조)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두 조항 모두 법정형 하한이 1년 이상이어서 합의부 관할이 되고, 그 결과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이 됩니다. 반면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단순히 사용·소지·투약한 혐의(제61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금형이 선택적으로 함께 규정돼 있어 단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단독판사 관할입니다. 이 경우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자격 자체가 없습니다. 초범의 단순 투약·소지 사건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점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2) 7일이라는 기한을 놓치지 않습니다.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고, 이 기간 안에 서면을 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됩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8조제2항·제3항). 배제결정이나 회부결정이 있거나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종전 의사를 바꿀 수 없습니다(같은 조 제4항). 대상사건인지 판단이 늦어져 이 기한을 넘기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공소장을 받는 즉시 적용법조를 확인하는 작업을 최우선에 둡니다.
3) 미수·예비죄와 병합사건까지 포함해서 판단합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죄의 미수·교사·방조·예비·음모죄, 그리고 이와 형사소송법상 관련사건으로 병합 심리되는 사건도 대상사건에 포함됩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제1항제2호·제3호). 예컨대 마약 매매 혐의와 함께 사기나 조직범죄 관련 혐의가 병합 기소된 경우, 개별 혐의만 보면 대상사건이 아니더라도 병합된 사건 전체를 기준으로 다시 판단해야 신청 가능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다투는 지점이 사실인정인지 양형인지로 신청 실익을 가리기
대상사건이라는 확인이 끝났다면, 다음은 "신청해서 실제로 얻을 것이 있는가"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사건이 다투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실익을 따집니다.
1)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신청을 적극 검토합니다.
투약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소지하고 있던 마약이 매매 목적이었는지 단순 소지였는지가 갈리는 사건, 또는 함정수사나 위법수집증거 여부가 문제 되는 사건이라면 배심원이 검찰 측 증거의 신빙성을 상식적인 시각에서 판단하게 된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직업법관이 수사기관의 진술조서에 익숙하게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는 것과 달리, 배심원은 진술의 앞뒤 모순이나 수사 절차의 허점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2) 자백 사건, 양형만 다투는 사건이라면 신중히 접근합니다.
투약·소지 사실을 인정하고 형량만 다투는 사건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배심원은 유죄 평결 후 재판부와 함께 양형에 관해 토의하고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그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습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제4항·제5항). 반면 마약범죄에 대한 일반 시민의 엄벌 정서가 재판부보다 강하게 작용해 오히려 분위기가 불리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초범이고 치료 의지·재범 방지 계획 등 정상참작 자료로 다투는 사건이라면, 국민참여재판보다 통상의 재판 절차에서 그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3) 공범·조직 관련 사건은 배제결정 가능성을 함께 계산합니다.
유통 조직이 얽혀 있거나 공범이 다수인 사건은 배심원·배심원후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나 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배제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9조제1항제1호). 공범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같은 항 제2호). 이런 사건에서는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배제결정 가능성과 그로 인한 절차 지연까지 함께 따져, 신청이 실제로 실익 있는 선택인지를 미리 가늠해 둡니다.
결론
마약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무조건 유리하지도, 무조건 불리하지도 않습니다. 갈림길은 두 곳입니다. 그 사건이 신청할 수 있는 대상사건인지—법정형이 합의부 관할 기준을 넘는지—와, 신청해서 얻을 실익이 있는 사건인지—사실관계를 다툴 것인지 양형만 다툴 것인지입니다.
공소장을 받은 뒤 7일이라는 짧은 기한 안에 이 판단을 마쳐야 하는 만큼, 적용법조와 사건의 다툼 지점을 먼저 정리해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마약 사건으로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사건이 대상사건에 해당하는지와 신청의 실익을 함께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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