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매수 대화만 나눴을 뿐인데, 거래 흔적 없이도 기소될까
사건 개요
텔레그램이나 SNS로 알게 된 판매책과 필로폰이나 엑스터시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얼마에, 얼마나 살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분들이 상담을 청해 옵니다. 정작 돈을 보내지도, 물건을 받지도 않고 대화가 흐지부지 끝났는데, 어느 날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옵니다. 판매책이 다른 사건으로 붙잡히면서 휴대전화를 압수당했고, 그 안에 남아 있던 대화 내용이 통째로 발각된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한결같이 "실제로 마약을 산 적도, 받은 적도, 돈을 준 적도 없는데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억울해합니다. 소변·모발 검사에서도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고, 집이나 차량 어디에서도 마약이 나오지 않았으니 처벌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대화 캡처, 계정 정보, 통신사실 확인자료만으로도 수사를 개시하고, 경우에 따라 실제로 기소까지 이어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화만 있고 실제 거래 흔적이 없더라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대화가 어느 단계까지 나아갔는지에 따라 처벌의 근거와 수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순히 살 생각을 주고받은 것과, 가격·수량·거래방식을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매매'는 파는 행위뿐 아니라 사는 행위(매수)도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마약류 매매행위의 실행의 착수 시기를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행하여진 때"로, 기수 시기를 "마약류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 완료된 때"로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2893 판결). 즉 실제로 물건을 넘겨받지 못했더라도, 대금을 입금하는 등 매수에 근접·밀착한 행위가 있었다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위 판결의 사안에서도 판매책 계좌에 대금을 송금했지만 물건을 받지 못한 경우를 미수로 인정했습니다.
둘째, 문제는 대금 송금이나 만남 약속 같은 후속 행위 없이 '대화'만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아직 매수에 근접·밀착한 행위에 이르지 못한 예비(豫備) 단계에 머무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필로폰과 같이 가장 강한 규제를 받는 향정신성의약품은 매매를 범할 목적의 예비·음모 자체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4항). 대화만 있었다는 사정이 곧바로 '무혐의'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그렇다고 아무 대화나 예비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예비죄가 성립하려면 범행의 의사나 계획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보아서 범죄의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외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150 판결 — 예비죄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 결국 승패는 그 대화가 구체적인 거래 조건까지 나아간 합의였는지, 단순한 의사 타진이나 농담 수준에 그쳤는지를 기록으로 얼마나 정확히 가려내는가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대화의 단계를 '예비'와 '미수'로 정확히 구분하기
수사기관은 대화 캡처 몇 장으로 사건 전체를 단정 짓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처벌 수위를 가르는 것은 그 대화가 어느 단계까지 나아갔는지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대화 전체 맥락에서 '합의의 완결성'을 가려냅니다.
수량·가격·거래방식이 구체적으로 특정된 대화인지, 아니면 "요즘 구할 수 있냐"는 식의 막연한 문의에 그친 것인지를 대화 전체 흐름에서 재구성합니다. 판매책이 계좌번호나 지갑 주소를 알려준 시점, 거래 장소·시간을 특정한 메시지가 있는지, 반대로 의뢰인이 중간에 마음을 바꿔 대화를 끊었는지도 함께 확인해, 대화가 매수에 근접·밀착한 실행행위로까지 나아갔는지 아니면 그 전 단계에 머물렀는지를 가려냅니다.
2) 송금·전송 등 후속 행위의 존부를 전수 확인합니다.
2020도2893 판결의 기준대로, 미수범이 성립하려면 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필요합니다. 계좌 거래내역, 가상자산 지갑의 전송 기록, 통신사실 확인자료상 접속 위치 등을 통해 실제로 대금이 오갔는지, 오갔다면 언제 얼마가 오갔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확인합니다. 이런 자료가 전혀 없다면, 수사기관이 '거래가 성사됐다'고 단정하는 근거 자체가 대화 캡처뿐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3) 예비·음모와 미수·기수를 나누어 대응 전략을 세웁니다.
같은 마약류라도 죄명과 법정형이 예비·미수·기수 단계별로 다르게 규정되어 있으므로(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어느 단계까지 인정될 사안인지에 따라 진술 방향과 방어 논리를 미리 정합니다. 특히 대금 송금 등 근접·밀착 행위가 없는데도 수사기관이 기수나 미수로 의율하려 한다면, 그 부분을 초기 조사 단계에서 명확히 다투어 사건의 성격 자체를 바로잡는 것이 이후 절차 전반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예비죄 성립요건과 정상참작 사유를 함께 준비하기
대화가 예비 단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비죄에도 법이 요구하는 엄격한 성립요건이 있고, 그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1) 단순한 범행 의사와 '외적 준비행위'를 구분해 다툽니다.
대법원은 예비죄가 성립하려면 범행의 의사나 계획만으로는 부족하고, 범죄의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객관적·외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도7150 판결). 판매책과 몇 마디 나눈 것만으로 자금 마련, 거래처 확보와 같은 실질적 준비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애초에 예비죄의 구성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대화 내용이 일회성인지, 반복적·계획적이었는지가 이 판단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2) 수사기관 개입 경위를 확인합니다.
온라인 마약 거래 수사는 위장 수사관이나 정보원이 먼저 접근해 대화를 유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판매책으로 알고 있던 상대가 실제로는 수사 협조자였거나, 애초에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먼저 구매 의사를 떠본 정황이 있다면,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와 그로 인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함께 검토합니다.
3) 처벌이 불가피한 경우를 대비해 정상참작 자료를 미리 갖춥니다.
대화가 구체적 합의 단계까지 나아가 예비죄 성립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면, 실제 투약이나 거래로 이어지지 않은 점, 대화를 스스로 중단한 경위, 초범 여부와 재범 위험성 등을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준비합니다. 같은 예비죄라도 실행에 근접했던 정도와 자발적 중단 여부는 수사·재판 단계 모두에서 처분과 양형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결론
"돈도 안 보냈고 물건도 못 받았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습니다. 실제로 거래가 완결되지 않았다면 기수로 처벌되지는 않지만, 대화가 구체적인 합의 단계까지 나아갔는지에 따라 미수 또는 예비·음모로 처벌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그 대화가 매수에 근접·밀착한 행위였는지, 아니면 범죄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한 막연한 의사표시에 그쳤는지를 기록으로 정확히 가려내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에서 대화 캡처를 근거로 연락이 왔다면, 그 대화가 법적으로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부터 먼저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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