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소 사건의 구조 자체가 바뀝니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합니다. 같은 날 형사소송법 개정법률도 함께 시행됩니다. 개정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입니다. 검사의 직접수사 권한 근거였던 형사소송법 제196조가 삭제되어, 종래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부패범죄·경제범죄에 대해서도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게 됩니다.
앞으로 일반 사건의 수사는 경찰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하고, 공소청 검사는 기소 여부 판단과 서면 중심의 사후적 통제를 맡습니다. 고소를 준비하시는 분의 입장에서 이 변화가 뜻하는 바는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사건의 승부처가 경찰 단계로 앞당겨졌다는 것입니다.
2. 고소장의 완성도가 전보다 훨씬 중요해진 이유
종전에는 경찰 수사가 다소 부실하더라도 사건이 송치된 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면서 빈틈을 메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개정법은 그 통로를 닫았습니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물론,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으로 송치된 사건에서도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스스로 조사할 수는 없습니다(제197조의2).
그러므로 고소장은 “일단 접수하고 부족한 부분은 나중에 보완하는 서면”이 아니라, 처음부터 수사의 범위를 설계하는 서면이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죄명보다 사실입니다. 법적 평가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이므로 죄명을 다소 잘못 적는 것 자체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가 특정되지 않은 고소장은 각하되거나 형식적인 조사만 받고 종결되기 쉽습니다.
둘째, 증거는 “가진 것”이 아니라 “남길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대화 당사자가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적법하지만, 자신이 대화자가 아닌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될 뿐 아니라 오히려 처벌 대상이 됩니다. 메신저 대화는 캡처본이 아니라 원본이 남아 있어야 다툼이 생겼을 때 힘을 발휘합니다.
셋째, 계좌추적이나 통신자료 확보처럼 고소인이 스스로 할 수 없는 조사는 고소장에 “수사 요청 사항”으로 구체적으로 적어 두어야 합니다. 무엇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인지가 특정되어 있어야 실제 수사로 이어집니다.
3. 가장 중요한 변화 ― 불송치 이의신청에 3개월 기한이 생깁니다
경찰이 혐의없음 등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하면 고소인은 해당 사법경찰관이 속한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45조의7).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사건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치되어 다시 판단을 받습니다.
종래에는 이의신청에 기간 제한이 없어 이론적으로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한 언제든 가능하다고 해석되었습니다. 개정법은 이를 바꾸어,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기한을 신설하였습니다(제245조의7 제3항).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6개월의 범위에서 연장될 수 있다고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입니다.
이 기한은 개정법 시행일인 2026년 10월 2일 이후에 불송치 취지와 이유가 송부되는 사건부터 적용됩니다(부칙 제7조). 앞으로 “일단 통지서를 받아 두고 나중에 생각해 보겠다”는 대응은 권리를 잃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4. 대신 고소인에게 새로 주어진 세 가지 수단
기한이 짧아진 대신, 불복의 무기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첫째, 불송치 사건의 기록 열람·등사입니다(제245조의12). 종래에는 몇 줄짜리 불송치 결정서만 보고 반박 논리를 짜야 했지만, 이제는 수사기록 자체를 확인하여 법리적 오류와 증거 누락을 짚어내는 이의신청서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열람·등사한 기록을 목적 외로 유출하면 처벌되므로 취급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검사 면담 신청권입니다(제245조의13). 고소인·고발인·피해자는 공소청 검사에게 직접 면담을 신청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된 구조에서, 이 면담은 경찰 수사의 오류를 지적하여 재수사요구를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변론 기회가 됩니다.
셋째, 수사 지연과 권리침해에 대한 이의제기권입니다(제245조의11). 수사가 개시된 후 6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이 고소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관서장은 14일 이내에 수사공무원 교체나 수사계획 제시 등의 조치를 통지해야 합니다. 조치가 없거나 미흡하면 상급관서에 심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5.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면 ― 30일과 10일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된 뒤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 고소인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항고할 수 있습니다. 종전 고등검찰청과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담당하던 직무는 광역공소청과 광역공소청장이 수행하게 됩니다(공소청법 제57조).
고소권자로서 고소한 사람은 재항고가 아니라 재정신청으로 다투게 되는데, 재정신청 기간은 항고 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단 10일입니다(제260조). 실무상 가장 자주 놓치는 기한이 바로 이 10일입니다. 결정문을 받은 그날부터 기록을 확보하고 신청 이유를 정리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맞추기 어렵습니다.
한편 개정법은 고발인의 재정신청 대상 범죄를 가정폭력범죄, 노인학대관련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아동학대범죄, 장애인학대관련범죄까지 확대하였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시행일이 별도로 정해져 있으므로, 해당 사안이라면 시행 시점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6. 반대로, 고소를 당한 입장이라면
같은 개정이 피고소인에게는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차단된 이상, 경찰 조사에서 형성된 결론이 사실상 사건의 결론이 됩니다. 첫 조사에서의 진술이 끝까지 따라간다는 뜻입니다. 조사 일정이 잡힌 뒤에 대응을 시작하는 것과 그 전에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리해 두는 것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상대방의 이의신청 기간 3개월이 지나야 비로소 법적 지위가 안정됩니다. 감정적인 맞고소도 신중해야 합니다.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원래 다투던 사건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7. 형사만으로 끝나는 사건은 없습니다
고소를 결심하시는 분들의 진짜 목적은 처벌 자체보다 피해 회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형사절차는 피해를 돌려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형사사건에서 확보된 진술과 증거를 어떻게 민사 손해배상으로 연결할지, 배상명령을 신청할지, 합의와 공탁의 시점을 어디에 둘지는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형사 대응과 민사 회수를 따로 진행하다가 형사절차에서 한 진술이 민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저는 형사법과 민사법 두 분야 모두 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는 만큼, 상담 단계에서부터 형사와 민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놓고 검토해 드리고 있습니다.
8. 정리하며
이번 개편은 시행일이 이미 정해진 변화입니다. 고소인에게는 열람·등사권과 검사 면담권이라는 새로운 수단이 주어졌지만, 동시에 3개월·30일·10일이라는 기한의 벽이 촘촘해졌습니다. 통지서를 받은 날이 곧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날입니다.
고소를 준비하고 계시거나, 불송치 또는 불기소 통지를 받으셨다면, 남은 기간과 관할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에 무엇을 다툴 것인지 정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판단이 서지 않으신다면 통지서를 지참하여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윤영석 변호사
법무법인 베테랑 대표변호사 / 법학박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변호사·민사법 전문변호사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 부회장
수사절차와 피의자·피해자의 방어권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베테랑은 형사사건에 특화된 로펌으로 수원 본사무소와 서울·인천·대전·부산·광주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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