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상대에게 목돈을 건넸다가, 정작 결혼식 날짜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상대는 연락을 끊어버리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는 곧 결혼할 사이인데 이 정도는 당연히 도와줘야지”, “결혼하면 어차피 같이 쓸 돈인데 먼저 보태는 것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전세보증금, 예단·예물 비용, 심지어 상대방의 빚까지 갚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 이야기가 흐지부지되고 상대에게 반환을 요구하면, “결혼 얘기는 진심이었다”, “나도 형편이 어려워서 못 갚는 것뿐이다”라는 말로 발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결혼이나 차용을 이유로 돈을 받은 사건에서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는 돈을 받던 바로 그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결혼이 무산되었다거나 돈을 갚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반대로 처음부터 결혼할 생각도 갚을 생각도 없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아래에서는 결혼을 이유로 받은 돈이 어떤 경우에 사기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결혼을 이유로 받은 돈도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가 됩니다
결혼은 계약이 아니지만, 결혼을 구실로 받은 돈에는 형법상 사기죄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사기죄로 처벌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그로 인한 상대방의 착오, 착오에 기한 처분행위, 그리고 기망과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연인 사이에 돈을 주고받는 것 자체는 범죄가 아닙니다. 문제는 “결혼할 것”이라는 말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돈을 내주게 만든 결정적 동기였는데, 그 말 자체가 처음부터 거짓이었던 경우입니다. 실무에서는 상견례 비용, 웨딩홀 계약금, 신혼집 보증금, 혼수 비용 등 결혼 준비 명목을 내세워 돈을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상견례 자리 한 번 마련하지 않았거나 받은 돈을 기존 채무 변제나 유흥비로 써버린 경우가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이런 경우 상대방이 실제로 결혼할 뜻이 있었는지, 아니면 결혼이라는 말을 재물 편취의 수단으로만 이용했는지가 사기죄 성립의 출발점이 됩니다.
결혼을 이유로 받은 돈이라도, 재물 교부의 결정적 동기가 거짓 약속이었다면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2. 돈을 받을 당시 결혼 의사가 있었는지가 사기 성립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결혼이 무산됐다는 결과가 아니라, 애초에 결혼 의사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차용금 편취 사건에서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에 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고, 이 법리는 결혼을 이유로 돈을 받은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즉 돈을 받을 당시 진지하게 결혼할 생각이 있었지만 이후 성격 차이나 집안 반대 등으로 파혼에 이르렀다면,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파혼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예물 반환 같은 민사상 문제일 뿐입니다. 반대로 돈을 받을 당시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는 점은,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재력, 범행 전후의 행동,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실제 결혼 준비가 전혀 없었던 점, 돈을 받자마자 연락을 끊거나 태도가 돌변한 점,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접근한 전력 등이 대표적인 정황입니다.
어떤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상대방의 지식·성격·경험·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1988. 3. 8. 선고 87도1872 판결 이래 확립된 법리입니다.
결혼이 무산됐다는 결과만으로는 사기가 되지 않습니다. 돈을 받던 순간 이미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돼야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3. “사랑해서 준 돈이니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미루면 증거부터 사라집니다
감정과 별개로, 처분행위에 착오가 있었는지가 사기죄 판단의 전부입니다.
실제로 진지하게 교제하던 사이였다는 사정은 사기죄 성립을 막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연애 감정 자체는 진심이었더라도, 특정 시점에 “결혼 준비 때문에 급하게 필요하다”며 받아낸 돈이 거짓 사유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그 부분만 따로 사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결혼을 준비하다가 무산된 사안에서 감정적으로 격앙된 나머지 근거 없이 형사 고소부터 진행하면, 오히려 무고 역풍을 맞을 위험도 있습니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4994 판결도, 차용사기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편취 범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데도 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한 바 있습니다. 결국 감정적인 배신감이 아니라 통장 거래내역, 대화기록, 실제 결혼 준비 여부 같은 객관적 자료가 사건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사랑해서 준 돈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 카카오톡 대화가 삭제되거나 기억이 흐려져 정작 결혼 의사표시와 돈 요구 정황을 입증할 자료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진심이었던 감정과 별개로, 돈을 내준 처분행위에 착오가 있었는지가 사기죄 판단의 전부이며, 그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4. 편취 금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됩니다
수천만원에서 억대로 커질수록 처벌 수위는 가중처벌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편취 금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결혼 관련 편취는 한 번에 큰돈을 받기보다, 상견례 비용·예단비·혼수비·신혼집 보증금 등 명목을 바꿔가며 여러 차례 나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동일한 편취 범의 아래 반복된 행위는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을 기준으로 처벌 수위가 정해집니다. 매번 소액이라도 누적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실제로 일부라도 반환했는지, 초범인지, 편취 경위가 어떠했는지는 사기죄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형사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결혼 빙자 편취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결혼 의사를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 이야기가 오간 문자·카카오톡 대화, 통화 녹음 등 결혼 의사표시와 돈 요구 정황을 확보합니다.
계좌 이체 내역을 발급받아 금액·시점·명목을 정리하고, 실제로 상견례·웨딩홀 계약·혼수 준비 등 결혼 준비가 있었는지 대조합니다.
상대방이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채무 상태 등 신용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결혼 관련 금전 문제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랑했던 사람을 고소한다는 것은 쉬운 결심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 이야기가 무산된 뒤에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뒤늦게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돈을 건넨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배신감보다, 돈을 받을 당시 상대방에게 결혼 의사가 정말 있었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결혼이 무산되면서 갑자기 사기 혐의로 의심받는 쪽 입장에서도, 실제로 결혼을 준비했던 정황을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형사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결혼을 이유로 오간 금전 문제에서 돈을 받은 쪽과 돈을 건넨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결국 대화기록과 통장내역이 사건의 결론을 좌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결혼 이야기가 틀어진 뒤 돈 문제까지 겹쳐 막막하시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결혼을 안 하기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기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그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사기 성립 여부를 돈을 받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그 시점에 결혼 의사와 갚을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 파혼은 민사상 문제일 뿐입니다.
Q. 상대방이 “결혼할 생각은 있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자백하지 않는 한 편취의 범의는 재력, 범행 전후 정황, 실제 결혼 준비 여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결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돈을 받자마자 연락을 끊었다면 진술과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예단비·혼수비 명목으로 여러 번 나눠 받았는데 합산해서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동일한 범의로 반복해서 돈을 받았다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처벌 수위가 정해지고,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Q.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혼인을 빙자한 성관계를 처벌하던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습니다. 지금은 결혼을 구실로 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형법 제347조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로 확보된 수사기록은 부당이득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의 증거로도 활용할 수 있어, 병행 대응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반대로 결혼이 무산되면서 사기 혐의로 조사받게 됐다면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경찰 조사를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결혼 의사가 진지했음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 이후 방어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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