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대규모 투자사기, 유사수신, 코인 리딩방 사기 등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 사이에서,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돈 문제로 얽힌 사건인데 배심원들이 이해나 할 수 있겠어요”, “신청해봐야 어차피 판사님이 배제하면 그만 아닌가요”라며 지레 포기하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공소장 부본을 받고도 손을 놓고 있다가, 신청 기한인 7일을 넘겨버려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기회 자체를 잃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대상사건에 해당하는 한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법원이 이 권리를 절차적으로 소홀히 다루면 그 재판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까지 판시했습니다.
아래에서는 특경법 사기 사건이 어떤 경우에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되는지, 신청 절차와 기한, 법원이 배제할 수 있는 사유는 무엇인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특경법 사기 사건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됩니다
국민참여재판 대상 여부는 죄명이 아니라 법정형의 하한, 즉 합의부 관할인지로 갈립니다.
국민참여재판법 제5조 제1항 제1호는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에 따른 합의부 관할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합의부 관할 사건이란 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을 말합니다.
형법 제347조가 정한 단순 사기죄는 법정형이 ‘20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한만 정해져 있을 뿐 하한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경우 형법 제42조에 따라 최단기는 1개월까지 내려갈 수 있으므로, 단순 사기 사건은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이 아니라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심판합니다.
그런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는 사기죄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법정형 하한이 1년 이상으로 정해지는 순간 그 사건은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 제3호의 합의부 관할 사건이 되고, 특경법 사기죄를 제외한다는 별도 규정도 없으므로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에 해당하게 됩니다.
특경법 사기 사건은 이득액이 5억원을 넘는 순간 합의부 관할이 되면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으로 바뀝니다.
2.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기한을 넘기면 신청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후에는 의사를 바꿀 수 없습니다.
법원은 대상사건의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를 서면 등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국민참여재판법 제8조 제1항),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가 기재된 서면을 제출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서면을 우편으로 발송한 경우에는 발송한 때,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피고인이 소장 등에게 서면을 제출한 경우에는 그 제출한 때에 법원에 낸 것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이 7일의 기한 안에 서면을 제출하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됩니다(같은 조 제3항).
실무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어차피 신청해봐야 소용없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이 기한을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대상사건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절차적으로 두텁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는 이유나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위 법에서 정하는 대상 사건에 해당하는 한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였는데도 법원이 이에 대한 배제결정도 하지 않은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 및 법원의 배제결정에 대한 항고권 등 중대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이와 같이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106 판결).
즉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온전히 피고인의 선택이지만, 법원이 신청을 받고도 배제결정 없이 통상재판으로 넘어가면 그 절차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을 만큼 이 권리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또한 배제결정이나 회부결정이 있거나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뒤에는 종전 의사를 바꿀 수 없다는 점도(제8조 제4항)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신청 기한 7일은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절차이므로, 공소장 부본을 받은 즉시 신청 여부부터 판단해야 합니다.
3. 법원의 배제결정은 법에 정한 네 가지 사유로만 가능합니다
대상사건이면 원칙은 국민참여재판이고, 배제는 예외적으로만 허용됩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해서 그대로 다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날까지,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 제1항이 정한 네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배제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네 가지는 ①배심원·예비배심원 등이나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침해 우려로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②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③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 ④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특경법 사기 사건에서는 통상 ②공범이 여럿이어서 일부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경우나, ④증거가 방대하고 회계·금융 자료 분석이 필요해 심리가 복잡하다는 이유가 자주 문제됩니다. 다만 자료가 많고 사건이 복잡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배제결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배제결정을 하기 전에 검사·피고인·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제9조 제2항), 그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배제결정은 열거된 네 가지 사유로 한정되고, 결정 전 의견 청취와 즉시항고라는 절차적 통제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4. 배심원 수는 사건에 따라 달라지고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습니다
특경법 사기는 이득액 구간에 따라 9인 또는 7인, 자백 시 5인까지 달라집니다.
국민참여재판법 제13조는 법정형이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9인, 그 외의 대상사건은 7인의 배심원이 참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인정한 때에는 법원이 5인의 배심원만 참여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어서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1호(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가 적용되는 사건은 무기징역이 법정형에 포함되므로 9인 배심원이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어서 제2호(3년 이상의 유기징역)가 적용되는 사건은 대개 7인이 참여합니다.
배심원은 유·무죄에 관해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대로 평결하고, 의견이 갈리면 평결에 앞서 심리에 관여한 판사의 의견을 들은 뒤 다수결로 평결합니다. 유죄 평결이 나오면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해 토의하고 의견을 개진합니다. 다만 이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습니다(제46조 제5항). 그럼에도 실무상으로는 배심원단의 판단이 재판부 심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득액 구간이 배심원 수를, 심리에서의 태도가 배심원 규모를 다시 한 번 바꿀 수 있습니다.
5. 신청부터 재판까지, 확인해야 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공소장 부본을 받은 순간부터 7일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습니다.
특경법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수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 ③법원(수원지방법원) 공소장 부본 송달 및 7일 이내 국민참여재판 의사 서면 제출 → ④법원의 배제결정 여부 판단과 공판준비기일 진행의 순서를 거칩니다. 이득액이 50억원을 넘나드는 사건이라면 구속 수사·구속 기소 가능성도 함께 대비해야 합니다.
공소장 부본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부터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짜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날로부터 7일이 되는 날을 역산해 신청 기한을 표시해 둡니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으로 산정되어 있는지, 산정 근거가 된 거래내역·계약서 등 자료를 함께 확인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지, 신청한다면 서면을 직접 제출할지 우편으로 발송할지 방법을 정하고, 배제결정에 대비해 변호인의 의견도 미리 정리해 둡니다.
이득액 산정 방식에 따라 대상사건 여부 자체가 갈릴 수 있고, 신청과 배제결정 다툼 모두 기한 안에 정확한 서면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므로, 특경법 사기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신청 여부와 절차 대응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마치며
공소장을 받아든 순간에는 눈앞의 혐의를 다투는 것만으로도 벅차, 국민참여재판 신청이라는 절차적 선택지까지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7일이라는 짧은 기한을 넘겨버리면 그 선택지 자체가 사라집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려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배심원단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득액 산정과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합니다. 반대로 신속하고 안정적인 심리를 원하는 검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배제결정을 신청해 통상재판으로 진행하려 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에 정한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준비하는 쪽과, 반대로 배제결정을 다투거나 통상재판으로 대응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느 절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소장 부본을 받은 지금이 바로 그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7일이 지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인 사기 사건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특경법이 적용되지 않는 단순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법정형에 하한이 없어 합의부 관할 사건이 아니므로, 국민참여재판법이 정한 대상사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 특경법 사기로 기소됐는데 법원이 신청을 받고도 아무 결정 없이 재판을 진행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배제결정도 하지 않은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하는 것은 위법하고, 그 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 경우 상소를 통해 절차 위반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가 마음이 바뀌면 취소할 수 있나요?
A. 배제결정이나 회부결정이 있거나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는 의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는 종전 의사대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Q. 공범이 여러 명인데 한 명만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도 되나요?
A. 가능하지만, 공범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배제결정을 할 수 있는 사유가 됩니다. 공범들 사이의 의사를 미리 조율해두는 것이 실무상 도움이 됩니다.
Q. 배심원 평결이 무죄로 나오면 검사가 항소할 수 없나요?
A.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으므로 판사가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고, 어느 경우든 검사와 피고인 모두 통상적인 상소 절차에 따라 항소·상고할 수 있습니다.
Q. 국민참여재판을 받으면 형량이 더 낮아지나요?
A. 그런 보장은 없습니다. 배심원과 판사가 함께 양형을 토의하지만 결과는 사건마다 다르며, 유리한 결과를 위해서는 이득액 산정과 자금 흐름에 대한 구체적 자료 준비가 더 중요합니다.
Q. 국민참여재판 신청 서면은 어떻게 제출하나요?
A. 재판을 받는 법원(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법원)에 서면을 직접 제출하거나 우편으로 발송하면 되고, 구치소·교도소에 있는 경우 소장 등에게 제출한 시점에 법원에 낸 것으로 인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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