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가족이 원인 모를 병을 앓거나 병원 치료에도 차도가 없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하다는 무속인을 찾아가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치료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건넸는데도 병은 낫지 않고, 뒤늦게 이게 사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안고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 돈을 건넬 때는 “용하다니까 이 정도는 써볼 만하다”, “정성을 들이면 병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차도가 없어 항의하면 “정성이 부족해서 그렇다”, “귀신이 아직 다 떠나지 않았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환불이나 책임을 물으면 “종교 행위였을 뿐이다”라고 발뺌하는 전형적인 패턴이 반복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무속인이 치료 등 구체적인 결과를 약속하고 그 명목으로 대가를 받은 사안에서, 전통적인 관습이나 종교행위로서 허용되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무속행위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간 무속인의 행위가 어떤 경우에 사기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의심이 들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무속인에게 치료비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굿이나 기도가 통상적인 종교행위 범위 안에 머물렀다면, 효과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굿이나 기도 같은 무속행위는 민간 토속신앙에 뿌리를 둔 종교행위의 일종으로, 그 자체가 범죄는 아닙니다. 의뢰인의 뜻에 따라 통상적인 범위의 보수를 받고,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방식대로 실제 무속행위를 했다면, 의뢰인이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치료비”라는 명목이 붙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굿이나 기도를 해준 대가가 아니라, 병을 낫게 해주겠다는 구체적인 결과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이는 통상적인 종교행위의 범주를 벗어나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커집니다.
실제로 대법원이 다룬 사건 중에는 무속인이 정신질환을 앓는 피해자 가족에게 “귀신이 씌어서 그런 것이니 기도와 기치료로 낫게 해줄 수 있다”고 말하며 장기간 돈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무속행위 자체가 아니라, 치료라는 구체적 결과를 약속하고 대가를 받은 방식이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굿이나 기도의 대가를 받은 것과, 치료라는 결과를 약속하고 그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2. 병을 낫게 해주겠다며 돈을 받고 낫지 않으면 사기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불행을 고지하거나 치료 결과를 약속하고 대가를 받았다면 종교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편취 범의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습니다.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기망 대상 행위의 이행가능성 및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교부받은 경우에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도12460 판결).
이 사건에서 무속인은 신내림을 받은 적도 없고 기치료 경험도 없었는데, 피해자 가족에게 “귀신이 씌었다”, “딸의 액운이 세서 3,000일 기도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불행을 고지하며 장기간에 걸쳐 1억 889만 원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자격·경력, 실제로 한 행위의 특이성, 받은 돈의 총액과 실제 용도, 피해자가 처해 있던 불안한 심리상태 등을 종합할 때 종교행위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정말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는가”입니다. 실제로 병원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그 믿음을 이용해 계속 돈을 요구했다면 기망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료라는 구체적 결과를 약속하고 그 믿음을 이용해 돈을 받았다면, 종교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3. 실제로 무속행위를 이행했는지와 받은 금액·기간이 판단을 좌우합니다
장기간 반복해서 거액을 받았다면, 정성이 부족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넘어가지 못합니다.
사기죄 성립 여부는 결과적으로 병이 나았는지가 아니라, 애초에 돈을 받을 당시 무속인이 그 결과를 실현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를 속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대법원은 앞선 판결에서 이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짚었습니다.
피고인의 자격 및 경력,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위 돈들을 지급받은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예고한 불행이나 약속한 내용,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실제로 한 행위의 특이성, 장기간 피고인이 지급받은 위 돈들의 총 액수 및 그 실제 용도, 치료불가능한 처의 병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처해 있었던 불안한 심리상태 및 대출을 받아야만 했던 피해자의 재산상태 등에 관한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사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도12460 판결).
즉 무속인이 실제로 약속한 기도나 치료 행위를 이행했는지, 그 증거(사진·영상·기록 등)가 있는지, 받은 금액이 통상적인 사례비 수준을 넘어서는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돈을 받았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2023도17104, 2024. 2. 15. 선고)도 “굿을 하면 로또에 당첨될 수 있다”며 2년여에 걸쳐 23차례, 합계 2억 4천만 원 상당을 받은 무속인에게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치료비 명목의 사건에서는 특히 피해자가 병원 치료로 낫지 않는 질병 때문에 궁박한 심리상태에 있었다는 점, 그런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요구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됩니다. “정성이 부족해서 낫지 않았다”는 설명이 반복되며 금액이 계속 불어났다면, 이는 오히려 기망의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받은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반복될수록 형이 무거워집니다
형법상 사기죄에서 시작해도 금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됩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은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치료비 명목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받은 경우, 각 인출이 별개의 범죄가 아니라 하나의 범의 아래 반복된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을 기준으로 처벌 수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치료비 명목의 사건은 초기에는 수십만 원, 수백만 원 단위로 시작하더라도, 병이 낫지 않아 “정성을 더 들여야 한다”는 이유로 요구 금액이 계속 커지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누적되면 이 구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치료를 빙자해 병원 진료를 미루게 하거나 중단시킨 결과 병세가 악화됐다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돈의 흐름과 당시 약속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치료비 명목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른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무속인의 치료 약속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좌이체 내역·영수증·현금 지급 정황 등 돈이 오간 시점과 금액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무속인이 당시 무엇을 예고하거나 약속했는지 문자·통화 녹음·대화 캡처 등으로 확인합니다.
실제로 약속된 굿·기도 등이 이행됐는지, 그 증거(사진·영상·목격자)가 있는지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기죄 성립 가능성을 검토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함께 진행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분들은 “그래도 정성을 들이면 나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뒤늦게 이상함을 느끼고도 문제를 제기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건넨 쪽에서는 감정적인 억울함보다, 언제 얼마를 어떤 명목으로 줬는지, 그리고 그 대가로 실제 무엇을 받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면 정상적인 범위의 굿이나 기도를 한 무속인 쪽에서도, 통상적인 보수를 받고 실제 무속행위를 이행했다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사기로 몰리는 것은 부당할 수 있어, 이 경우 역시 이행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중요합니다.
저는 치료비·기도비 명목의 금전 분쟁에서 돈을 건넨 쪽과 무속행위를 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실제로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이행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사기인지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굿을 했는데도 병이 낫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으로 사기가 되나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통상적인 보수를 받고 실제로 일반적인 무속행위를 이행했다면,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치료라는 구체적 결과를 약속했는지, 실제 이행이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Q. 신내림을 받지 않은 사람이 무속인 행세를 했다면 더 불리한가요?
A. 판단에 참작될 수 있습니다. 신내림이나 기치료 경험이 없으면서도 능력이 있는 것처럼 가장했다면, 이는 애초에 이행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이미 다 지급한 치료비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통해 지급한 금액의 반환을 구할 수 있고, 형사 절차에서 확보된 자료가 민사 입증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반복해서 받은 금액은 포괄일죄로 합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통화 녹음이나 문자메시지만으로도 증거가 되나요?
A.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불행을 예고했는지, 어떤 결과를 약속했는지가 사기죄 판단의 핵심 요소인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문자·녹음·대화 기록은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Q. 무속인이 아니라 종교인에게 헌금이나 시주 명목으로 준 돈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요?
A.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종교행위 일반에 대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구체적 결과를 약속하고 대가를 받았다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 내용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합산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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