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금 손해배상 판결, 사정이 크게 바뀌면 변경의 소로 액수를 다시 정할 수 있다
정기금 손해배상 판결, 사정이 크게 바뀌면 변경의 소로 액수를 다시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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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소송/집행절차

정기금 손해배상 판결, 사정이 크게 바뀌면 변경의 소로 액수를 다시 정할 수 있다 

강대현 변호사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다친 피해자가 매달 일정액을 지급받는 정기금 손해배상 판결을 확정받았다고 해서, 그 금액이 평생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부상의 정도나 소득, 생존 여부처럼 계산의 바탕이 된 사정 자체가 크게 달라지면, 법원에 다시 액수를 바꿔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민사소송법에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절차가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형평을 크게 침해할 특별한 사정이라는 엄격한 요건을 통과해야 하고, 소를 낼 수 있는 사람도 제한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정기금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된 뒤 사정이 바뀌었을 때 변경의 소로 액수를 다시 정할 수 있는 요건과 절차,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정기금 손해배상 판결이란 — 일시금과 무엇이 다른가

인신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향후 계속 발생하는 손해, 예컨대 장래의 개호비나 노동능력 상실로 인한 일실수입을 반드시 한 번에 목돈으로 지급하라고만 명하지는 않습니다.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손해의 성격이 강할 때는 매월 또는 매년 일정액을 지급하라는 정기금 배상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돈으로 한꺼번에 지급하는 일시금 방식은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중간이자 공제 계산이 들어가는 반면, 정기금 방식은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는 시점에 맞춰 그때그때 지급하므로 이런 할인 계산의 오차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향후 치료비나 개호비처럼 장기간에 걸쳐 계속 필요한 비용을 정기금으로 명하는 판결이 드물지 않고, 이때 법원은 판결 주문 자체에 지급 조건을 함께 못 박아 두기도 합니다. 예컨대 대전고등법원이 선고한 2006. 10. 18. 선고 2005나2972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향후 치료비와 개호비 상당액을 "원고의 생존을 조건으로" 특정 기간 동안 매월 또는 매년 일정액씩 지급하라는 형태로 주문을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생존을 조건으로 건 판결이라면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그 이후분의 지급의무는 판결 자체의 조건에 따라 소멸하므로, 별도로 법원에 액수 변경을 청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판결이 이런 조건을 달지 않은 채 확정 기간을 정해 지급을 명한 경우, 그 기간 중 계산의 기초가 된 사정 자체가 바뀌었을 때 이를 바로잡는 절차가 바로 이 글에서 다룰 변경의 소입니다.

정기금 배상은 미래의 손해를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대신 실제 발생 시점에 맞춰 지급하는 방식이지만, 그 계산의 기초가 된 미래 예측이 빗나갈 위험은 여전히 남는다.

확정판결도 다시 바꿀 수 있는 이유 — 민사소송법 제252조의 취지

민사소송의 대원칙상 확정판결에는 기판력이 생겨, 같은 청구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투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정기금 판결처럼 장래에 계속 이행할 부분을 미리 판단해 두는 장래이행판결은 태생적으로 앞날을 예측한 것이라, 그 예측이 이후 실제 상황과 크게 어긋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어긋남을 그대로 방치하면 판결이 확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적은 돈을 계속 받거나, 반대로 부당하게 많은 돈을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금의 지급을 명한 판결이 확정된 뒤에 그 액수산정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하게 바뀜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크게 침해할 특별한 사정이 생긴 때에는 그 판결의 당사자는 장차 지급할 정기금 액수를 바꾸어 달라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2002년 민사소송법 전부개정 때 신설된 조문으로,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예외적으로 깨는 이례적인 제도인 만큼 요건도 그만큼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변경의 소가 인정되는 요건 — "형평을 크게 침해할 특별한 사정"

대법원은 정기금판결에 대한 변경의 소가 정기금판결의 확정 뒤에 발생한 현저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예외적으로 배제하는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다31721 판결). 조문과 판례를 함께 보면 요건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판결이 확정된 뒤에 발생한 사정변경일 것 — 확정 전부터 있었던 사정을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안 됨.

  • 그 사정이 액수 산정의 기초가 된 사정일 것 — 판결이유에서 실제로 계산에 반영된 요소여야 함.

  • 그 변경의 정도가 현저할 것 — 사소한 변동이 아니라 뚜렷하게 확인되는 변화여야 함.

  • 그로 인해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크게 침해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것.

손해배상 정기금에 대입하면, 후유장해 정도를 가늠한 노동능력상실률이나 향후 필요한 개호의 정도를 가늠한 개호등급처럼 액수 계산에 직접 들어간 항목 자체가 판결 확정 후 실제로 달라졌는지가 관건입니다. 단순히 물가가 조금 오르거나 시간이 흘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고, 판결 이유에 적시된 구체적인 계산 근거가 실제로 흔들려야 합니다.

단순히 판결이 잘못됐다는 주장은 왜 안 되나 — 대법원이 그은 선

변경의 소를 항소나 재심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을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한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로 무단 점유해 온 토지에 대해 월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정기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는데, 이후 토지 소유자들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액수를 올려 달라는 변경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원심은 이를 일부 받아들였지만,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다243996 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정기금판결에 대한 변경의 소는 판결 확정 뒤에 발생한 사정변경을 요건으로 하므로, 단순히 종전 확정판결의 결론이 위법·부당하다는 등의 사정을 이유로 정기금의 액수를 바꾸어 달라고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명시했습니다.

이 법리는 손해배상 정기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애초 노동능력상실률 산정이 다소 박했다거나 기대여명 평가가 아쉬웠다는 이유만으로는 변경의 소를 낼 수 없습니다. 인신사고 손해배상 사건에서도 하급심 판결은, 기대여명을 평가해 확정된 손해배상액이 있다면 그 뒤 피해자가 실제로 예상보다 일찍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확정판결의 효력이 뒤집히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11. 18. 선고 2008가합63302 판결 참조). 변경의 소로 다시 다툴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판결 확정 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이지, 확정판결 당시의 평가가 결과적으로 아쉬웠다는 사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변경의 소는 확정판결에 대한 불복 수단이 아니다. 판결 확정 후 새로 발생한 사정만이 변경 사유가 되고, 종전 판단이 아쉬웠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배척된다.

증액인가 감액인가 — 손해배상 정기금에서 방향은 어느 쪽으로도 열려 있다

제252조 제1항은 "장차 지급할 정기금 액수를 바꾸어 달라"고만 규정할 뿐, 증액과 감액 중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한정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원고) 쪽에서 액수를 올려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가해자(피고) 쪽에서 액수를 깎아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확정판결의 당사자라면 누구나 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이자 피고가 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증액이 문제되는 대표적인 상황은, 애초 예상보다 후유장해가 실제로 악화되어 추가 수술이나 재활이 필요해진 경우, 혹은 향후 개호비 산정의 기초가 된 개호등급이 재감정을 통해 더 높게 나온 경우입니다. 반대로 감액이 문제되는 상황은, 예상보다 회복 경과가 좋아 실제 노동능력 상실 정도가 판결에서 인정된 것보다 낮아진 경우, 또는 계속적 불법행위형 손해배상에서 시세나 임료 수준 자체가 크게 낮아진 경우 등입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이런 변화가 확정판결 이후에 실제로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가 판결 이유의 계산 근거를 흔들 만큼 현저하다는 점은 청구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누가 변경의 소를 낼 수 있는가 — 당사자와 승계인의 원고적격

변경의 소는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정된 정기금판결의 당사자 또는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에 따라 그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승계인만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실제로 문제 된 사건이 있습니다. 토지의 전 소유자가 무단 점유자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해 정기금판결을 확정받았는데, 그 소송의 변론이 끝난 뒤에 토지 소유권을 새로 취득한 사람이 그 확정판결에 대해 변경의 소를 제기한 사안입니다. 대법원 2014다31721 판결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소유권 자체가 아니라 채권적 청구권이므로 변론종결 후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은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이 정한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적격이 없는 자가 낸 소로서 각하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리는 손해배상 정기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피해자가 정기금판결 확정 뒤 사망해 상속인이 손해배상채권을 상속받은 경우처럼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승계인 지위가 인정되면 그 상속인이 변경의 소를 낼 수 있지만, 손해배상채권만을 별도로 양수한 제3자처럼 청구권의 성질과 승계 경위에 따라 원고적격 자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변경의 소를 준비할 때는 액수를 다툴 실체적 사유 못지않게, 소를 제기하는 사람이 그 확정판결의 당사자 또는 승계인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절차와 관할 — 제1심 판결법원의 전속관할

변경의 소를 어디에 제기해야 하는지는 조문에 정해져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52조 제2항은 "제1항의 소는 제1심 판결법원의 전속관할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항소심에서 정기금 액수가 다투어져 확정됐더라도, 변경의 소는 원래 소송이 시작된 제1심 판결법원에 내야 하고, 이는 전속관할이므로 당사자들의 합의로 다른 법원으로 옮길 수 없습니다.

소장에는 기존 확정판결 중 변경을 구하는 기간과 금액을 특정해 청구취지로 기재하고, 그 사정변경이 언제 발생했는지, 액수 산정의 기초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청구원인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사정변경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변경을 주장하는 쪽에 있으므로, 노동능력상실률이나 개호등급처럼 의학적 평가가 관련된 사안이라면 신체감정을 다시 신청해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절차가 사실상 소송의 핵심이 됩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점 — 재감정과 시점의 문제

변경의 소를 준비하면서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은 사정변경의 발생 시점을 명확히 특정하는 일입니다. 후유장해가 악화됐다는 사정을 주장하려면 언제부터 그 악화가 시작됐는지, 그것이 확정판결 당시 이미 예견 가능했던 진행 경과인지 아니면 판결 후 새롭게 나타난 변화인지를 진료기록과 재감정 결과로 구분해 제시해야 합니다. 판결 당시 이미 예견됐던 자연스러운 경과라면 '새로운 사정변경'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변경의 소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기존 확정판결에 따른 정기금 지급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별도의 집행정지 신청 없이는 상대방이 기존 판결대로 계속 지급받거나 지급해야 하므로, 변경의 소가 확정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하는 차액 정산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 소송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신체감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사건일수록 이 점이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기금 손해배상 판결과 일시금 판결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일시금 판결은 장래에 받을 손해액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한 번에 지급하는 방식이고, 정기금 판결은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는 시점에 맞춰 매월 또는 매년 나눠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방식을 택할지는 소송 과정에서 당사자의 청구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해집니다.

Q. 확정판결이 났는데도 다시 소송을 할 수 있나요? 아무 때나 가능한가요?

A. 민사소송법 제252조가 정한 변경의 소로 다시 다툴 수 있지만,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판결 확정 뒤에 액수 산정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하게 바뀌어 형평을 크게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허용됩니다.

Q. 몸 상태가 나빠져서 후유장해가 심해졌다면 변경의 소로 정기금을 올릴 수 있나요?

A. 판결 확정 후에 실제로 노동능력상실률이나 개호등급이 악화된 것이 재감정 등으로 확인된다면 증액을 구하는 변경의 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판결 당시 이미 예견 가능했던 자연스러운 경과라면 새로운 사정변경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반대로 가해자 쪽에서 정기금을 깎아 달라고 소송할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조문은 증액과 감액을 모두 규정하고 있어, 회복 경과가 좋아 노동능력 상실 정도가 판결 당시보다 실제로 낮아졌다면 가해자 쪽도 변경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Q. 변경의 소는 어느 법원에 내야 하나요?

A. 민사소송법 제252조 제2항에 따라 원래 소송의 제1심 판결법원 전속관할입니다. 항소심에서 확정됐더라도 다른 법원으로 옮길 수 없습니다.

Q. 피해자가 사망하면 상속인이 대신 변경의 소를 낼 수 있나요?

A. 상속인이 손해배상채권을 상속받아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승계인 지위를 갖췄다면 가능합니다. 다만 채권만을 별도로 양수한 제3자처럼 승계의 성질이 다르면 원고적격 자체가 문제 될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정기금 손해배상 판결은 확정됐다고 끝이 아니라, 그 액수를 계산한 기초 사정이 판결 후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계속 살펴야 하는 판결입니다. 다만 변경의 소는 항소나 재심을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확정판결 이후에 새롭게 발생한 현저한 사정변경만을 대상으로 하는 예외적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요건을 갖췄는지, 소를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어느 법원에 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노동능력상실률이나 개호등급 재감정처럼 의학적 판단이 관련된 사안은 자료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정변경이 발생한 시점부터 진료기록과 감정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관할이 제1심 판결법원으로 전속돼 있어, 가령 원래 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했다면 변경의 소도 그 법원에 내야 한다는 점처럼 절차적인 부분부터 놓치지 않도록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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