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는 사람이든, 지인의 부탁으로 보증란에 서명하는 사람이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한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단순보증'인지 '연대보증'인지입니다. 단순보증인에게는 민법이 정한 최고·검색의 항변권이라는 방어 수단이 남아 있지만, 연대보증인에게는 이 권리가 처음부터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문구 하나의 차이로 채권자를 먼저 상대해야 할 사람이 주채무자인지 보증인 자신인지가 완전히 달라지는 셈입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보증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최고·검색의 항변이 무엇이고, 연대보증인은 왜 이 항변을 쓰지 못하는지 그 결정적 차이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보증채무의 보충성 — 단순보증과 연대보증이 갈라지는 출발점
민법 제428조 제1항은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정합니다. 보증채무는 주채무가 있어야 성립하고 주채무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는 부종성을 갖는데, 이 조문만 보면 단순보증과 연대보증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보증채무에는 부종성 외에 보충성이라는 성질이 하나 더 있습니다. 보충성이란 주채무자가 스스로 이행하지 않을 때, 그것도 주채무자를 먼저 거친 뒤에야 보증인이 책임을 진다는 성질입니다. 이 보충성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가 바로 단순보증과 연대보증을 실무에서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단순보증은 이 보충성이 온전히 살아 있어,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먼저 청구해 오더라도 보증인이 순서를 다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반면 연대보증은 부종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보충성만 빠진 보증입니다. 그래서 연대보증인은 법적으로 여전히 '보증인'이지 주채무자와 같은 지위의 '연대채무자'는 아니지만, 실제로 청구를 받는 상황에서는 주채무자와 다를 바 없이 곧바로 전액을 이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이 차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문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다음 항목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단순보증과 연대보증은 둘 다 주채무에 종속되는 보증채무이지만, 채권자가 누구에게 먼저 청구할 수 있는가를 가르는 '보충성'의 유무에서 결정적으로 갈린다.
최고의 항변과 검색의 항변 — 민법 제437조가 요구하는 두 가지 증명
민법 제437조 본문은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한 때에는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있는 사실 및 그 집행이 용이할 것을 증명하여 먼저 주채무자에게 청구할 것과 그 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것을 항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먼저 주채무자에게 청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최고의 항변이고, '그 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검색의 항변입니다. 두 항변은 이론상 별개지만 실무에서는 함께 주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조문이 항변의 요건으로 '증명하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채권자가 먼저 무언가를 입증할 필요는 없고, 항변을 하려는 보증인이 스스로 두 가지 사실—주채무자에게 변제자력이 있다는 사실과 그 집행이 용이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항변이 성립합니다. 이 두 항변 모두 법원이 직권으로 살펴주는 것이 아니라 보증인이 소송에서 스스로 주장해야 효력이 생기는 방어방법이라는 점도 실무에서 자주 간과됩니다.
최고의 항변 — 채권자가 주채무자에게 먼저 이행을 청구하도록 요구하는 방어방법.
검색의 항변 —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재산에 먼저 강제집행하도록 요구하는 방어방법.
공통 요건 — 주채무자에게 변제자력이 있다는 사실과 그 집행이 용이하다는 사실을 보증인이 증명.
주장 방식 — 소송에서 보증인이 적극적으로 항변해야 하며, 법원이 저절로 적용해 주지 않음.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있는 사실 및 그 집행이 용이할 것을 증명하여 먼저 주채무자에게 청구할 것과 그 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것을 항변할 수 있다 — 민법 제437조 본문.
항변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려면 — 대법원이 요구하는 증명의 수준
대법원 1968. 9. 24. 선고 68다1271 판결은 이 증명책임이 얼마나 구체적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단순보증한 사실이 인정된 상태에서 최고·검색의 항변을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단순히 주채무자에게 먼저 청구할 것을 항변할 수 없다"고 하면서, 보증인의 최고와 검색의 항변권은 보증인이 주채무자에게 변제자력이 있고 집행이 용이한 사실을 입증할 때에 비로소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주채무자에게도 재산이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항변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면 그 이유가 더 분명해집니다. 주채무자는 특정 부동산에 대해 일정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그 지분 위에 이미 다른 채권자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만으로는 "변제자력이 충분하고 집행이 용이하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산이 등기부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기존 담보를 제외하고도 실제로 압류·경매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순가치가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던지는 함의는 단순합니다. 최고·검색의 항변은 조문상으로는 존재하지만,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변제자력과 집행 용이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성립하기 어려운 항변입니다. 그래서 이 항변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주채무자 명의 재산의 담보 설정 현황을 미리 확인해 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재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 기존 담보를 제외하고도 실제로 집행해 회수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점까지 보증인이 증명해야 항변이 성립한다.
연대보증인은 왜 이 항변을 쓸 수 없나 — 민법 제437조 단서
민법 제437조는 본문 바로 뒤에 결정적인 단서를 붙입니다. "그러나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문장입니다. 연대보증은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기로 특약한 보증이므로, 채권자가 누구에게 먼저 청구해야 하는지 순서를 다툴 이유가 애초에 없다는 것이 이 단서의 논리입니다. 보충성이 빠져 있으니 최고·검색의 항변도 함께 빠지는 셈입니다.
그 결과 채권자는 연대보증인에게 주채무자보다 먼저, 또는 주채무자와 동시에 곧바로 청구할 수 있고,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자의 재산상태나 변제자력을 따질 필요 없이 그 즉시 전액을 이행해야 하는 위치에 놓입니다. 계약서 서명란에 '연대보증인'이라는 표시가 들어가는 순간 최고·검색의 항변권 자체가 봉쇄된다는 점이, 단순보증과 연대보증을 가르는 가장 실질적인 차이입니다.
'연대'라는 두 글자가 계약서에 들어가는 순간, 보증인은 주채무자를 앞세울 권리를 잃고 채권자와 곧바로 마주하게 된다.
계약서에 '연대'라는 말이 없어도 연대보증이 되는 경우 — 상법 제57조 제2항
더 주의해야 할 부분은, 계약서에 '연대보증인'이라는 표시가 없어도 법률상 당연히 연대보증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상법 제57조 제2항은 "보증인이 있는 경우에 그 보증이 상행위이거나 주채무가 상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주채무자와 보증인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즉 서류상으로는 그냥 '보증인'란에만 서명했더라도, 주채무의 발생 원인이 상행위—사업자금 대출, 회사의 물품대금·거래대금 채무 등—라면 이 조항에 따라 자동으로 연대보증으로 성격이 바뀝니다.
실무에서 흔히 벌어지는 착오가 이 지점에서 생깁니다. 지인의 사업자금 대출이나 거래처의 외상 대금에 보증을 서면서, 계약서에 '연대'라는 표현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은 단순보증인이니 최고·검색의 항변을 쓸 수 있다고 안심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주채무가 상행위로 발생한 채무라면 상법이 개입해 최고·검색의 항변권 자체가 처음부터 인정되지 않는 연대보증으로 취급됩니다. 보증을 서기 전에는 계약서 문구뿐 아니라 주채무가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개인 간 사적인 대여인지, 사업이나 거래에서 비롯된 채무인지—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명칭이 '보증인'이라도 주채무가 상행위로 인한 것이라면 상법 제5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상 당연히 연대보증이 된다.
채권자가 최고·검색을 게을리하면 — 민법 제438조의 효과
단순보증인에게는 최고·검색의 항변 외에 한 가지 방어수단이 더 있습니다. 민법 제438조는 "전조의 규정에 의한 보증인의 항변에 불구하고 채권자의 해태로 인하여 채무자로부터 전부나 일부의 변제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해태하지 아니하였으면 변제받았을 한도에서 보증인은 그 의무를 면한다"고 정합니다. 보증인이 적법하게 최고·검색의 항변을 했는데도 채권자가 주채무자에 대한 청구나 집행을 미루다가 그 사이 주채무자의 재산이 줄거나 사라져 회수하지 못한 부분이 생기면, 그 한도에서 보증인은 책임을 면한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은 사실상 단순보증인에게만 실질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연대보증인은 애초에 최고·검색의 항변권 자체가 없으므로, 채권자가 자신에게 먼저 청구했다고 해서 '해태'를 문제 삼을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보증인이 이 조항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자신이 항변을 했다는 사실과 그 이후 채권자가 주채무자에 대한 청구·집행을 게을리한 사실, 그리고 그 해태가 없었다면 회수 가능했을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므로, 항변을 한 뒤에도 채권자의 대응 상황을 계속 기록해 두는 것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채권자가 해태하지 아니하였으면 변제받았을 한도에서 보증인은 그 의무를 면한다 — 민법 제438조.
실무에서 갈리는 장면 — 사적 대여금 보증과 사업자 대출 보증
지인 간에 순수하게 개인적인 돈을 빌려주면서 계약서에 그저 '보증인'으로만 서명한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주채무에 상행위 요소가 전혀 없다면 이 보증은 단순보증으로 남습니다. 채권자가 곧바로 보증인에게 청구해 오더라도,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재산상태를 확인해 변제자력과 집행 용이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최고·검색의 항변으로 청구 순서를 뒤로 미룰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거래처의 사업자금 대출이나 물품대금 채무에 보증을 서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채무가 상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상법 제57조 제2항에 따라 계약서상 명칭과 무관하게 연대보증으로 취급되고, 채권자는 주채무자의 자력이나 집행 용이성과 무관하게 곧바로 보증인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사례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주채무가 상행위로 발생했는가'와 '계약서가 연대를 명시했는가'라는 두 가지 확인 지점입니다.
그래서 보증을 서기 전에는 계약서 문구 자체보다, 그 계약서가 다루는 채무의 발생 원인을 먼저 살피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선이 됩니다. 서명 이후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인 만큼, 자신이 서는 보증이 최고·검색의 항변이 살아있는 구조인지를 스스로 판단해 두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그냥 '보증인'이라고만 되어 있으면 최고·검색의 항변을 쓸 수 있나요?
A. 계약서에 '연대'라는 표현이 없고 단순보증으로 서명했다면 원칙적으로 최고·검색의 항변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채무가 상행위로 인한 것이라면 상법 제57조 제2항에 따라 서류상 표시와 무관하게 법률상 당연히 연대보증으로 취급되어 항변권 자체가 배제될 수 있습니다.
Q. 최고·검색의 항변을 하면 보증책임 자체가 없어지나요?
A. 아닙니다. 이 항변은 채무를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주채무자를 먼저 상대하라고 순서를 미루는 효과만 있습니다. 채권자가 주채무자에게 청구·집행해도 회수하지 못한 부분이 남으면 그 부분은 결국 보증인이 이행해야 합니다.
Q. 주채무자에게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항변이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단순히 재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변제자력이 충분하며 집행이 용이하다는 점까지 보증인이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항변이 성립한다고 봅니다. 이미 다른 담보권이 설정돼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재산은 항변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Q. 항변을 했는데 채권자가 무시하고 저에게 먼저 집행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보증인이 적법하게 항변했음에도 채권자가 이를 게을리해 주채무자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민법 제438조에 따라 채권자가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회수할 수 있었던 한도에서 보증인은 책임을 면합니다. 다만 이를 주장하려면 항변 사실과 채권자의 해태, 회수 가능했던 금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Q. 대출 서류에 서명할 때 '단순보증'과 '연대보증' 중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A. 서류상 보증인 명칭이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돼 있는지, 그리고 주채무가 사업자금·상거래와 관련된 채무인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명칭이 단순보증으로 되어 있어도 주채무가 상행위로 인한 것이면 법률상 연대보증으로 취급되어 최고·검색의 항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Q. 보증인이 여러 명이면 책임도 나눠지나요?
A. 민법 제439조는 여러 사람이 각자 보증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도 제408조의 분할채권관계 규정을 적용하도록 정해, 원칙적으로는 보증인 수만큼 채무가 나뉘는 분별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다만 계약서에서 각 보증인이 전액에 대해 책임진다고 명시하거나 연대보증으로 서명한 경우에는 이 분별의 이익이 배제되는 경우가 실무상 흔하므로 서명 전 문구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단순보증인과 연대보증인은 겉보기에는 둘 다 '보증인'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지만, 채권자를 먼저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하는 실질에서는 완전히 다른 처지에 놓입니다. 단순보증인은 민법 제437조의 최고·검색의 항변으로 주채무자를 앞세울 여지가 있지만, 연대보증인은 이 단서 조항에 의해 그 여지를 처음부터 갖지 못합니다. 계약서에 '연대'라는 두 글자가 있는지, 그리고 주채무가 상행위로 발생한 것인지 이 두 가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실제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원지방법원 관할에서 대여금이나 보증채무 이행을 다투는 사건을 보면, 뒤늦게 자신이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거나 주채무가 상행위여서 최고·검색의 항변 자체를 쓸 수 없었다는 사실을 소송이 시작되고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보증을 서기 전 계약서 문구와 주채무의 성격을 함께 점검해 두는 것이 이런 상황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