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점유자 과실취득권, 남의 토지인 줄 몰랐다면 차임을 물지 않아도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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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점유자 과실취득권, 남의 토지인 줄 몰랐다면 차임을 물지 않아도 되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이웃 토지와의 경계가 지적도상 경계와 다르게 그어져 있는 줄 모르고 수년째 마당 일부나 주차 공간으로 써왔는데, 어느 날 정확한 경계를 알게 된 이웃이 그동안 사용한 만큼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매나 상속 과정에서 등기 자체에 하자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매수인이나 상속인이 갑자기 무단점유자로 지목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남의 재산을 사용해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원칙적으로 그 이익을 돌려줘야 하지만, 민법은 그 사용자가 선의였는지에 따라 이 원칙에 중요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선의의 점유자가 어떤 요건에서 차임 상당의 이익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지, 그리고 그 방어가 언제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무단점유로 지목됐다면 —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원칙과 예외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토지를 점유·사용해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소유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민법 제741조에 따라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때 반환해야 할 이익은 대개 그 토지를 임대했다면 받을 수 있었을 차임 상당액으로 산정됩니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토지가 남에게 무상으로 이용당한 셈이니, 사용 기간 전체에 대해 임료 상당의 돈을 청구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소송에서 점유자가 늘 패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은 점유자와 회복자(소유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별도로 규율하면서, 점유자가 그 땅을 자신의 것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이미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환의무를 면제해주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이런 사안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 인접 토지와의 경계가 지적도·등기부상 경계와 실제 담장·구조물 위치와 달라 일부를 침범해 써온 경우

  • 매도인이 진정한 소유자가 아니었거나 매매계약이 원인무효로 판명되어 매수인의 등기 자체가 무효였던 경우

  • 공동상속재산을 상속인 중 한 사람이 단독으로 점유·사용했는데, 후에 상속분 산정이 잘못되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

  • 토지 사용을 허락받았다고 믿었으나 그 허락 자체가 무권리자의 것이었던 경우

선의의 점유자에게 과실취득권을 인정하는 이유

민법 제201조 제1항은 "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의 과실을 취득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실에는 논밭에서 나는 곡물 같은 천연과실뿐 아니라, 물건을 사용한 대가로 얻는 차임 상당의 이익, 즉 법정과실도 포함됩니다. 남의 땅을 자신의 것으로 믿고 사용해온 사람이라면, 그 사용으로 얻은 이익이 바로 이 조항이 말하는 과실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이 조항의 취지에 대해 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다661 판결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판결은 선의의 점유자에게 과실취득권을 인정한 것은 본권(소유권 등 정당한 권리)의 존부와는 관계없이 점유권의 효력 자체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리라고 밝히면서, 선의의 점유자가 악의의 점유자로 바뀌지 않는 한 비록 그 과실수취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지고 이로 말미암아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다 하더라도 그 이득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나중에 소유권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선의로 점유하는 동안 얻은 이익까지 소급해서 물어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선의의 점유자에게 과실취득권을 인정한 것은 본권의 존부와는 관계없이 점유권의 효력 자체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선의의 점유자로 남아 있는 동안에는 그 과실취득으로 인한 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 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다661 판결.

법원이 보는 '선의'의 기준 — 오신할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선의'의 의미입니다. 그냥 몰랐다고 해서 다 선의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81. 8. 20. 선고 80다2587 판결은 민법 제201조 제1항에 의하여 과실취득권이 인정되는 선의의 점유자란 소유권·지상권·임차권 등 과실취득권을 포함하는 권원이 있다고 오신한 점유자를 말하고, 그와 같은 오신을 함에는 오신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왜 자신에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는지 납득할 만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라 점유는 원칙적으로 선의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스스로 선의였음을 적극 입증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소유자 쪽에서 점유자가 악의였다는 사정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매매계약서까지 갖춰 매수한 사람과, 이웃이 구두로 알려준 경계선만 믿고 담장 너머까지 사용해온 사람 사이에 판단이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자는 오신할 만한 근거가 비교적 뚜렷한 반면, 후자는 조금만 확인했어도 실제 경계를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선의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과실취득권이 있는 선의의 점유자란 사용할 권원이 있다고 믿은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인정된다.

선의가 악의로 바뀌는 순간 — 본권소송이 제기된 때부터

선의의 점유자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방어가 끝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197조 제2항은 "선의의 점유자라도 본권에 관한 소에 패소한 때에는 그 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악의의 점유자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즉 소유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점유자가 최종적으로 패소하면, 판결이 확정된 시점이 아니라 소가 처음 제기된 시점부터 소급해서 악의의 점유자로 취급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쟁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다6213 판결은 이 규정에서 말하는 '본권에 관한 소'에는 소유권에 기해 토지의 인도나 명도를 구하는 소송뿐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송 자체도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소유자가 곧바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만 제기했더라도, 그 소송에서 점유자가 패소한다면 소장이 접수된 시점부터는 악의로 의제되어 그때부터의 차임 상당액은 반환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20년부터 토지를 사용해왔고 2024년에 소유자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이후 패소가 확정됐다면, 2020년부터 2024년 소제기 전까지의 사용이익은 과실취득권으로 반환하지 않아도 되지만, 2024년 소제기 이후 기간의 이익은 반환해야 합니다.

선의 점유자의 방어는 소송이 걸리기 전까지의 기간에만 통한다 —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 제기된 시점부터는 소급해서 악의의 점유자로 취급된다.

방어가 애초에 통하지 않는 경우 — 폭력 또는 몰래 점유한 경우

민법 제201조 제3항은 폭력 또는 은비(隱秘, 몰래 숨김)에 의한 점유자는 악의의 점유자와 같이 취급한다고 규정합니다. 아무리 스스로 그 땅이 자신의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더라도, 점유를 취득한 방법 자체가 폭력적이었거나 상대방 모르게 은밀히 이루어진 것이라면 처음부터 과실취득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 소유자가 이미 사용·거주하고 있는 땅을 힘으로 몰아내고 들어가 점유를 시작했거나, 소유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야간에 담장이나 경계표지를 슬쩍 옮겨 자신의 토지 범위를 넓힌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안에서는 점유자가 아무리 오랫동안 사용했더라도, 그리고 그 사용 목적이나 계기에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점유 취득 방식 자체가 문제되므로 선의 항변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임료는 안 물어도, 그동안 쓴 비용도 못 받는다 — 필요비·유익비와의 관계

선의 점유자로서 과실취득권을 인정받아 임료 상당액을 반환하지 않게 됐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203조 제1항은 점유자가 점유물을 반환할 때 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 즉 필요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단서로 "점유자가 과실을 취득한 경우에는 통상의 필요비는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재산세나 통상적인 수선비처럼 그 땅을 사용하는 대가로 당연히 드는 비용은, 이미 그 사용이익(과실)을 취득한 이상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민법 제203조 제2항에 따른 유익비, 즉 토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출한 개량비용은 그 가액의 증가가 반환 시점까지 남아 있는 한도에서 회복자(소유자)의 선택에 따라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소유자가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면 점유자가 그동안 토지를 정지하거나 옹벽을 설치하는 등 가치를 높인 비용에 대해 유익비상환청구권을 반소로 주장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임료 상당 이익의 반환 문제와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 통상의 필요비 — 과실을 취득한 선의 점유자는 별도로 청구할 수 없음(제203조 제1항 단서)

  • 유익비 — 가액 증가가 현존하는 한도에서 회복자의 선택에 따라 상환 청구 가능(제203조 제2항)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자체에도 소멸시효가 있다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도 일반채권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런 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즉 소유자가 무단점유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미 10년이 지난 과거 기간분의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해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소멸시효 문제는 앞서 본 선의·악의 판단과는 별개의 방어 수단이 됩니다. 소유자가 소를 제기한 시점부터 악의로 의제되어 그 이후 기간의 이익은 반환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훨씬 이전인 10년 초과 기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으로 내세워 반환의무 자체를 다툴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소유자가 중간에 이행청구나 압류 등 시효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점유 기간이 길었던 사안일수록 이 부분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등기부를 확인하지 않고 땅을 산 경우도 선의 점유자로 인정되나요?

A. 오신에는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등기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매수했다면 선의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원은 매수 경위 전반을 살펴 오신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Q. 소송이 걸리기 전에 자진해서 임료 일부를 지급한 적이 있어도 선의 항변이 가능한가요?

A. 원칙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다만 그 지급 경위가 실제로는 스스로 무단점유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어, 재판에서 선의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Q. 상속받은 지분을 초과해서 사용해온 경우도 선의 점유자로 볼 수 있나요?

A. 상속분 산정이 잘못된 사실을 모르고 사용해왔다면 선의 점유자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상속인들 사이에 지분 다툼이 이미 진행 중이었다면 그 사실을 안 시점부터는 선의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Q.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 지면 그동안의 임료 상당액을 전부 물어줘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소가 제기된 시점부터 악의로 의제되므로, 소제기 이전 기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의 점유자로서 과실취득권을 주장할 수 있고 소제기 이후 기간에 대해서만 반환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임료를 반환하지 않는 대신 그동안 낸 재산세나 수리비도 청구할 수 없나요?

A. 통상적으로 드는 필요비는 과실을 취득한 선의 점유자가 별도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토지의 가치를 높인 유익비는 그 가액 증가가 남아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폭력이나 몰래 점유를 시작한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 선의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폭력 또는 은비에 의한 점유는 처음부터 악의의 점유자와 동일하게 취급되므로, 아무리 오래 점유를 계속했더라도 선의의 과실취득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맺음말

남의 땅을 썼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사용한 기간 전체의 임료를 물어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땅을 자신의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었다면 선의 점유자로서 과실취득권을 주장할 수 있고, 이는 소송이 제기되기 전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방어수단이 됩니다. 다만 이 방어는 소가 제기된 시점부터는 통하지 않고, 점유 취득 방식 자체가 폭력적이거나 은밀했다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는 한계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자신이 그 토지를 사용할 권원이 있다고 믿게 된 경위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입니다. 등기부·매매계약서·경계측량 자료처럼 오신의 근거를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챙겨두면, 실제로 분쟁이 생겼을 때 선의 점유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용인 처인이나 양평처럼 임야·전원주택 부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경계측량 오차로 인한 이런 분쟁이 실제로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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