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누수 분쟁의 세 가지 질문
아파트 누수 분쟁은 언제나 같은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첫째, 누수가 발생한 곳이 공용부분인가 전유부분인가. 둘째, 공용부분이라면 누가 책임지는가. 셋째, 손해는 얼마인가.
이번 판결은 세 질문에 모두 답합니다. 그리고 답의 방향이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외벽과 일체를 이루는 유리벽은 공용부분이고, 입주자대표회의뿐 아니라 위탁관리회사와 관리사무소장 개인도 책임을 지며, 손해액은 임료 감정을 기초로 하되 법원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건의 개요 — 신고 후 16개월
원고는 서울 관악구 소재 아파트의 복층 구조 호실 소유자입니다. 돌출된 외벽 부분에서 2021년 5월, 2022년 7~8월, 2023년 7~8월에 걸쳐 외벽 복도 바닥에 물이 고일 정도의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2022년 여름 장마로 다수 세대에서 누수가 발생하자 관리사무소는 누수민원신청서를 제출하라는 안내를 했고, 원고는 2022년 8월 18일 민원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2023년 7월까지 지속적으로 공사를 요청했습니다.
그 사이 관리사무소의 대응은 이랬습니다. 2023년 1월과 3월에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실리콘 방수공사를 마쳤다고 답변했고, 원고가 확인해 보니 공사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이를 지적하자 비로소 공사업자에게 문의해 보겠다고 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7월 20일에 이르러서야 '실리콘 문제가 아니라 외벽 시멘트 부분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고, 실제 방수공사는 소 제기 직전인 2023년 11월 23일에 완료되었습니다. 그 후 누수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최초 신고로부터 공사 완료까지 약 16개월이 걸린 셈입니다.
쟁점 1 — 유리로 된 외벽은 공용부분인가
피고들은 누수 원인이 유리 외벽에 있다면 이는 원고가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하는 전유부분이라고 다투었습니다. 복층 구조의 돌출 외벽이라는 사안의 특성상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주장입니다.
법원은 다섯 가지 근거로 공용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관리사무소와 수리업체가 결국 '실리콘 문제가 아니라 시멘트 외벽을 타고 물이 내려오는 것'이라고 확인한 점, 2023년 11월 방수공사가 유리 자체보다는 유리 구조물과 콘크리트 외벽의 접합부 내지 그 주변 미세 균열에 대해 이루어진 점, 집합건물에서 건물의 안전이나 외관 유지에 필요한 지주·지붕·외벽·기초공작물은 구분소유권의 목적이 되지 않고 건물 골격을 이루는 외벽의 바깥쪽 면도 외벽과 일체를 이루는 공용부분이라는 법리(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다12163 판결, 대법원 1996. 9. 10. 선고 94다50380 판결 등 참조), 같은 시기 다수 세대에서 동일한 누수 민원이 접수되어 이 호실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점, 그리고 설령 유리 부분이 원인이라 하더라도 그 유리창은 원고 입주 전부터 외벽에 설치되어 있었고 원고가 손쉽게 수리하거나 철거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전유부분의 환기나 채광을 위한 구조물이라기보다 건물 외벽의 일부 내지 외벽과 일체를 이루는 구조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근거가 실무적으로 특히 유용합니다. 커튼월이나 유리 외벽, 발코니 난간, 외벽 마감재의 귀속을 다툴 때 '입주 전부터 설치되어 있었는지', '구분소유자가 임의로 수리·철거할 수 있는지', '전유부분의 편익을 위한 것인지 건물 골격의 일부인지'라는 세 가지 질문이 판단 기준으로 기능합니다.
쟁점 2 — 위탁관리회사도 책임을 지는가
이 부분이 이 판결의 가장 큰 실무적 의미입니다. 위탁관리회사는 두 가지로 다투었습니다. 관리계약상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점, 그리고 자신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을 집행하는 지위에 있을 뿐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이 없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모두 배척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1항 제1호는 관리주체가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관리계약도 위탁받은 관리업무의 범위에 위 조항에 따른 관리주체의 업무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누수의 원인인 외벽은 위탁관리회사가 관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공용부분에 해당하고, 회사는 스스로 출연한 돈이 아니라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징수한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공용부분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고의·중과실 한정 조항에 대해서는, 관리사무소장이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누수 원인을 유지·보수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주의를 결여한 채 공사를 지연하여 손해를 발생시켰으므로 이는 소장의 중과실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아, 결국 계약상 책임 요건도 충족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리계약의 면책조항이 실제로는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현장을 확인하지도 않고 공사를 마쳤다고 답변한 행위, 원인 규명 없이 11개월을 보낸 경과가 '중과실'로 평가되었습니다. 위탁관리회사가 면책조항에 기대어 대응을 미루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쟁점 3 — 관리사무소장 개인의 책임
이 사건에서 관리사무소장은 개인 자격으로 피고가 되었고, 변론에 대응하지 않아 자백간주 판결로 청구금액 전액인 43,125,000원의 지급을 명받았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간과되는 지점입니다. 관리사무소장은 관리업체의 피용자이자 업무대행인이지만, 그 개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개인으로서 책임을 집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보여주듯, 소송에 대응하지 않으면 다른 피고들의 책임 범위와 무관하게 청구액 전부가 인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판결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25,000,000원, 위탁관리회사는 19,047,619원의 범위에서 공동 책임을 지는 반면, 소장 개인은 43,125,000원 전액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방어하지 않은 대가가 그대로 금액 차이로 드러난 셈입니다.
쟁점 4 —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되었나
원고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21개월간 호실을 '전혀' 사용·수익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차임 상당액을 청구했습니다. 감정 결과 이 기간의 월 임대료 합계는 32,033,120원이었습니다.
법원은 '전혀' 사용·수익하지 못했다는 점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원고 스스로 2020년경부터 누수가 있었다고 하면서도 2021년 12월경까지 임대해 왔고 그 임차인이 누수 때문에 퇴거했는지 불분명한 점, 이후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것이 누수 때문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매도를 위해 가격을 협상한 정황이 보이는 점, 제출된 사진 중 이 사건 누수로 인한 것이 분명한 것은 외벽 복도 바닥이 물로 찬 사진뿐이고 그것만으로 호실 전체를 사용·수익하기 어렵다고 볼 수는 없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손해가 발생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구체적 액수의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이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와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4다27425 판결 등을 근거로, 손해액을 25,000,000원으로 정했습니다. 감정 금액의 약 78% 수준입니다.
위탁관리회사에 대해서는 관리계약이 2023년 6월 30일 종료되었으므로 그 이후 기간의 차임 상당액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보아, 21개월 중 16개월분에 해당하는 19,047,619원으로 책임 범위를 제한했습니다. 관리계약 기간에 따른 책임 분담을 명확히 계산한 판시로, 위탁관리회사가 교체된 단지의 누수 분쟁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한편 원고가 함께 구한 관리비 상당의 부당이득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관리비는 공용부분의 보존·관리 비용을 전유부분 면적비율에 따라 징수하는 것이고 전유부분의 실제 사용·수익 여부를 묻지 않으므로, 누수로 인해 관리비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입주자대표회의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과실상계 주장도 배척되었습니다. 원고가 1년 넘게 지속적으로 대책을 요구했음에도 위탁관리회사는 계약기간 만료까지 방수공사를 하지 않았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최초 신고로부터 약 16개월이 지나서야 공사를 실시한 점, 그리고 이미 손해액을 임료 감정 결과보다 감액한 점을 고려한 판단입니다.
실무적 시사점
첫째, 소유자 입장에서는 기록이 전부입니다. 이 사건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민원신청서 제출일, 관리사무소 직원의 답변 내용과 시점, 수리업체 직원의 발언 등이 문자메시지와 서면으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임대차 이력과 매도 협상 정황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손해를 과장해서 주장하면 신빙성 전체가 흔들립니다. 공실의 원인이 누수임을 보여주는 자료 — 중개업소의 임대 불가 회신, 계약 파기 사실, 임차인의 퇴거 사유 확인서 등 — 를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청구 상대방을 빠짐없이 특정해야 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만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면 이 판결과 같은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위탁관리회사와 관리사무소장을 함께 피고로 삼음으로써 회수 가능성이 높아졌고, 관리계약 기간에 따른 책임 분담도 판단받을 수 있었습니다.
셋째, 관리주체 입장에서는 원인 규명의 지연이 곧 책임입니다. 이 사건에서 관리사무소가 비난받은 핵심은 '고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확인하지도 않고 고쳤다고 답변한 것'과 '11개월간 원인을 추정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누수 민원을 접수하면 현장 확인 일자와 확인자, 조치 내용과 다음 일정을 문서로 남기고 민원인에게 통지하는 절차만 지켜도 상당 부분의 책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넷째, 위탁관리회사는 관리계약의 면책조항을 과신해서는 안 됩니다. 고의·중과실 한정 조항이 있어도 소장의 업무 해태가 중과실로 평가되면 그대로 책임이 성립합니다. 계약 종료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조치를 미루는 것은 오히려 중과실의 정황이 됩니다.
다섯째, 소멸시효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입니다. 누수처럼 손해가 계속 발생하는 유형에서는 기산점 판단이 까다로우므로 조기에 검토가 필요합니다.
맺으며
이 판결은 누수 분쟁에서 흔히 마주치는 세 가지 방어논리 — 전유부분이다, 우리는 집행기관일 뿐이다, 손해를 입증하지 못했다 — 를 차례로 검토하고 각각에 대해 균형 잡힌 답을 제시했습니다. 소유자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이지도, 관리주체의 면책 주장을 수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누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원인 규명이 어려워지고 손해는 커집니다. 민원을 접수한 관리주체에게도, 물이 새는 집을 보고 있는 소유자에게도, 가장 비싼 선택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공동주택 분쟁,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누수로 재산상 손해를 입으셨거나, 반대로 관리주체로서 누수 민원에 대응하고 계신다면 원인 규명과 기록 확보가 가장 급합니다.
공동주택 분쟁의 특징은 결론이 법리가 아니라 기록에서 갈린다는 점입니다. 회의록 한 줄, 문자메시지 한 통, 사고 직후의 사진 한 장이 수천만 원의 차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분쟁이 시작된 뒤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송이 시작된 뒤보다, 통지서를 보내기 전이나 각서에 서명하기 전에 상담해 주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위와 같은 문제로 고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안의 구조를 먼저 진단해 드리고, 소송이 최선이 아닌 경우에는 그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랜드로 | 부동산 전문변호사 신지수
※ 본 글은 공간된 판결을 토대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