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작성자 불이익 원칙, 조항이 두 갈래로 읽히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된다
약관 작성자 불이익 원칙, 조항이 두 갈래로 읽히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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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작성자 불이익 원칙, 조항이 두 갈래로 읽히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된다 

강대현 변호사

계약서에 서명할 때 깨알 같은 약관 조항까지 한 줄 한 줄 따져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분쟁이 터진 뒤에야 그 조항이 두 가지로도, 세 가지로도 읽힐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거나, 분양대금 정산에서 불리한 계산법을 통보받거나, 위약금 조항의 적용 범위를 놓고 다툴 때 사업자는 대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항을 읽어냅니다. 그러나 약관을 미리 만들어 제시한 쪽이 사업자인 이상, 그 문언이 명확하지 않은 데서 오는 책임까지 고객에게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약관 조항이 두 갈래로 읽힐 때 법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지, 그 판단 기준과 실제 적용 사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약관이란 무엇이고, 왜 별도의 해석 원칙이 필요한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2조 제1호는 약관을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라고 정의합니다. 보험증권 뒷면의 약관뿐 아니라 은행 여신거래약관, 분양계약서의 특약사항, 통신사·카드사 이용약관, 온라인 쇼핑몰 이용약관까지 이 정의에 들어맞으면 모두 약관법의 규율 대상이 됩니다. 이런 계약의 공통점은 고객이 그 내용을 함께 만들지 못하고, 사업자가 미리 정해둔 조항을 받아들이거나 계약 자체를 포기하는 선택만 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비대칭 때문에 국가가 해석 단계에서부터 개입할 필요가 생깁니다. 계약을 직접 작성한 사업자는 협상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표현을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었던 반면, 고객은 그 문언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관법은 불공정한 조항을 통제하는 것과 별개로, 조항의 뜻이 불분명할 때 그 불이익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관한 독자적인 해석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원칙을 이해하려면 먼저 약관 해석의 대원칙부터 짚어야 합니다.

약관 해석의 대원칙 — 객관적·통일적 해석이 먼저다

약관법 제5조 제1항은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개별 계약당사자가 실제로 어떤 의미로 이해했는지가 아니라, 그 약관이 쓰이는 거래분야의 평균적인 고객이 통상적인 언어 사용례에 따라 그 조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보험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수만 명이라면, 그중 누군가의 특수한 사정이나 개인적인 기대를 기준으로 조항을 해석해서는 안 되고, 모든 계약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해석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객관적·통일적으로 해석하는 이유는 대량으로 체결되는 약관거래의 특성 때문입니다. 개별 사정을 따져 계약마다 다른 결론을 내린다면 같은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 사이에 형평이 깨지고, 사업자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법원은 조항의 목적과 취지, 다른 조항과의 관계, 거래 관행 등을 종합해 먼저 하나의 합리적 해석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살핍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하나의 해석만 남는다면, 뒤에서 살펴볼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애초에 등장할 자리가 없습니다.

약관은 개별 계약당사자가 의도한 의미가 아니라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통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 이것이 모든 약관 해석의 출발점이다.

개별약정이 있다면 약관보다 그것이 우선한다

약관법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고 정합니다. 대법원도 대출계약에서 개별약정서에 별도로 정한 이율을 거래기간 중 은행이 일방적으로 인상하지 않기로 한 사안에서,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그 약정이 약관조항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계약서 본문의 일반 조항과 다른 내용을 개별적으로 협의해 서면에 남겼다면, 굳이 조항의 해석을 다툴 필요 없이 그 합의 내용대로 확정되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는 개별약정의 존재 자체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구두로 오간 이야기는 나중에 다툼의 여지가 크므로, 계약 체결 과정에서 표준 약관과 다르게 협의한 부분이 있다면 별도의 특약서나 이메일·문자 등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개별약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결국 약관 조항 자체의 해석 문제로 돌아가게 되고, 이때부터 두 갈래로 읽히는 조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두 갈래로 읽히는 조항 —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개입하는 지점

앞서 본 객관적·통일적 해석을 다 거쳤는데도 조항의 뜻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약관법 제5조 제2항이 정한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규정,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입니다. 판례는 이 원칙이 적용되려면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나름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요구합니다. 즉 조항이 애매하다는 막연한 느낌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두 가지 이상의 해석이 각각 성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원칙의 근거는 계약서를 작성한 쪽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문언을 다듬을 수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사업자는 조항을 얼마든지 명확하게 쓸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불명확함에서 비롯되는 위험은 작성자인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책임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 1차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객관적·통일적 해석을 먼저 거친다.

  • 그 결과에도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 나름의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에 한해 비로소 고객에게 유리한 해석을 채택한다.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조항이 애매하기만 하면 바로 적용되는 만능 카드가 아니라, 객관적 해석을 다 거치고도 두 가지 이상의 합리적 해석이 남을 때 비로소 작동하는 보충적 해석원칙이다.

판례로 보는 적용과 불인정의 경계

이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에서 잘 드러납니다. 문제된 재해사망특약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면서도, 같은 조항의 단서에서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협소하게 해석하면 단서 부분이 적용될 대상 자체가 사라져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평균적인 고객이라면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비슷한 취지로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다256828 판결도 약관상 '암'의 진단 기준이 불분명한 사안에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해 고객에게 유리한 해석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조항이 명확하면 이 원칙은 아예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03395 판결은 보험약관에 병리학적 진단 방법과 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보아,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두 갈래 판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조항의 문언 자체가 상세하고 구체적이어서 하나의 해석만 가능하다면 원칙은 적용되지 않고, 반대로 다른 조항과 함께 읽었을 때 모순되거나 두 가지 이상으로 읽힐 여지가 남아 있다면 그 조항은 고객에게 유리한 쪽으로 확정됩니다.

조항 자체가 상세하고 구체적이어서 하나의 해석만 가능하다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 이 원칙은 애매함에 대한 처방이지, 불리한 조항 일반에 대한 처방이 아니다.

보험약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분양·금융·용역계약에서도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보험 분야에서 특히 많이 다뤄지지만, 적용 범위가 보험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자가 다수 고객을 상대로 미리 마련한 계약서라면 어디든 같은 법리가 적용됩니다. 은행 여신거래약관의 금리·연체이자 산정 조항, 카드사의 포인트 소멸 조항, 분양계약서의 정산 조항, 통신사의 위약금 산정 조항이 두 가지로 읽힐 수 있다면 똑같은 기준으로 다투게 됩니다.

다만 조항이 고객에게 불리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거나 유리하게 해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다274904 판결은 상가 분양계약에서 추첨으로 배정된 점포의 면적에 따라 임대보증금을 정산하도록 한 조항이 문제된 사안에서, 그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리하다는 점만으로는 무효가 아니고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반할 정도로 형평에 어긋나야 비로소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불리함"과 "불명확함"은 서로 다른 문제이고,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다루는 것은 어디까지나 후자, 즉 문언이 두 갈래로 읽히는지의 문제입니다.

  • 보험약관 — 보장범위·면책사유·지급조건 조항

  • 은행·카드사 약관 — 금리 변경, 연체이자율, 포인트 소멸 조항

  • 분양·건설공급계약 — 정산기준, 지체상금 산정 조항

  • 통신·유통 이용약관 — 위약금, 환불조건 산정 조항

실무에서 이 원칙을 주장하려면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소송이나 협상에서 이 원칙을 근거로 삼으려면 조항의 문언만 두고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먼저 문제된 조항을 그 자체로, 그리고 앞뒤 다른 조항·정의규정과 함께 읽었을 때 실제로 두 가지 이상의 합리적 해석이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관적인 느낌이 아니라, 평균적인 고객이라면 A로도 B로도 읽을 수 있다는 점을 문언과 구조로 보여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 문제 조항과 관련 정의·부속 조항을 모두 모아 문언을 대조한다.

  • 사업자 측 해석과 고객에게 유리한 해석을 각각 구체적인 문장으로 정리한다.

  • 두 해석이 각각 나름의 합리성을 갖는지 유사 약관·통상적 언어사용례로 뒷받침한다.

  • 개별약정이나 별도로 설명받은 내용이 있었는지 먼저 확인한다(있으면 그것이 우선 적용된다).

사업자 쪽에서는 대개 조항이 명확하다고 반박하며, 업계 표준약관이거나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은 조항이라는 사정을 근거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그 조항을 둘러싼 분쟁이 실제로 잦았는지,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함께 확인해두면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결국 이 원칙의 적용 여부는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할 몫이지만, 협상이나 조정 단계에서도 "이 조항은 두 가지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것만으로 사업자 측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관이 불리하게 느껴지기만 하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이 원칙은 조항의 문언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나름의 합리성을 가질 때만 적용되는 보충적 해석원칙입니다. 조항이 다소 불리해도 문언 자체가 명확하다면 원칙은 적용되지 않고, 그 경우엔 불공정 약관조항 무효 여부를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Q. 개별약정과 약관 중 어느 것이 우선하나요?

A. 약관법 제4조에 따라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과 다르게 개별로 합의한 사항이 있으면 그 합의가 약관보다 우선 적용됩니다. 따라서 계약서 본문 외에 별도 특약서나 서면 합의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Q. 보험약관이 아닌 일반 계약서에도 이 원칙이 적용되나요?

A. 예, 적용됩니다. 약관법상 약관은 명칭이나 형태와 무관하게 사업자가 다수 고객을 상대로 미리 마련한 계약내용이면 모두 해당하므로, 분양계약서·카드사 이용약관·통신사 약관 등에도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Q.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평균적 고객'을 판단하나요?

A. 개별 계약당사자가 실제로 이해한 의미가 아니라, 그 약관이 쓰이는 거래분야의 통상적인 고객이 일반적인 언어 사용례에 따라 그 조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계약자 개인의 특수한 사정이나 주관적 기대는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Q. 조항이 애매하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이 조항을 객관적·통일적으로 해석한 결과 하나의 해석만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고, 그 하나의 해석대로 계약 내용이 확정됩니다. 이 경우 조항 자체를 다투려면 별도로 불공정약관 무효 사유를 주장해야 합니다.

Q. 사업자가 약관을 나중에 슬쩍 바꾸면 어떻게 되나요?

A. 계약 체결 당시 적용되던 약관 내용이 기준이 되고, 사업자가 이후 일방적으로 약관을 변경했더라도 이미 성립한 계약관계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변경된 약관을 근거로 불리한 처분을 받았다면 변경 시점과 개별 통지·동의 여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약관이 두 가지로 읽힐 여지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객관적·통일적 해석을 먼저 거치고, 그래도 다의적 해석이 남을 때 비로소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작동합니다. 그보다 앞서 개별약정이 있다면 그 합의가 약관보다 우선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조항 하나만 떼어서 볼 것이 아니라 관련 조항·정의규정과 함께 대조해 실제로 두 가지 해석이 성립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는 보험금 분쟁뿐 아니라 분양·금융·용역계약 전반에서 반복되는 문제이고, 조항의 문언을 구체적으로 짚어낼수록 협상에서나 소송에서나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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