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제기기간, 사유를 안 날 30일과 판결 확정 5년을 모두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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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제기기간, 사유를 안 날 30일과 판결 확정 5년을 모두 지켜야 한다 

강대현 변호사

어렵게 받아낸 판결인데, 나중에 상대방이 제출했던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거나 소송 당시 자신도 몰랐던 대리인의 권한 흠결이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정이 있다면 이미 확정된 판결이라도 재심을 통해 다시 다툴 여지가 남아 있지만, 문제는 이 구제수단에 매우 엄격한 시한이 걸려 있다는 점입니다. 재심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5년이라는 두 개의 기간이 동시에 작동하고, 둘 중 하나라도 넘기면 재심의 소 자체가 각하됩니다. 이 글에서는 재심제기기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산되는지, 그리고 이 기간을 둘러싸고 실무상 자주 다투게 되는 지점을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재심이란 무엇인가 — 확정판결도 뒤집는 예외적 불복수단

판결이 확정되면 그 내용은 기판력을 갖게 되어 당사자는 물론 법원도 더 이상 같은 사항을 다시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분쟁을 한 번 해결하면 그것으로 종국적으로 끝내야 법질서가 안정된다는 요청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이 확정판결이 애초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나 진실에 반하는 증거를 바탕으로 내려진 것이라면, 기판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재심은 바로 이런 예외적인 상황에서 확정판결의 효력을 다시 열어 재심리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비상 불복수단입니다.

다만 재심이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구제수단은 아닙니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각호가 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제기할 수 있고, 같은 항 단서는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이를 재심의 보충성 원칙이라 부릅니다. 항소나 상고 절차에서 이미 문제를 지적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쓰지 않은 당사자에게 확정판결이 끝난 뒤 다시 다툴 기회를 주는 것은, 상소제도를 무력화하고 소송을 무한정 늘어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심을 준비할 때는 재심사유 자체뿐 아니라, 그 사유를 상소심에서 이미 알았는지 여부부터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재심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깨뜨리는 예외적 절차이므로, 상소로 다툴 수 있었던 사유는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다 — 이것이 재심의 보충성 원칙이다.

재심사유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경우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은 재심사유를 11개 호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것들만 추려도 다음과 같습니다.

  •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하였거나, 법률상 그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법관이 관여한 때.

  • 법정대리권·소송대리권 또는 대리인이 소송행위를 하는 데 필요한 수권에 흠결이 있었던 때(예: 본인 모르게 진행된 소송, 대표권 없는 자가 회사를 대리한 경우).

  •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그 사건에 관하여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

  •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 그 밖의 물건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인 때.

  • 증인·감정인·통역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

  •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법원이 판단을 누락한 때.

  •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그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법관의 직무범죄(4호)·문서위조(6호)·거짓 진술(7호)·전 확정판결 저촉(10호)을 재심사유로 삼으려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2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그 범죄행위에 대한 유죄판결이나 과태료부과재판이 확정되어야 합니다. 다만 증거부족이 아닌 다른 이유(예: 피의자 사망, 공소시효 완성)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게 된 때에는 예외적으로 그 사유만으로도 재심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위조 사실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형사절차의 결과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재심제기기간의 이중 장벽 — 안 날 30일, 확정 후 5년

재심사유가 있다고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소송법 제456조는 재심의 소는 당사자가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고, 이 30일의 기간은 불변기간이라고 정합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조는 판결이 확정된 뒤 5년이 지난 때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두 기간은 서로 대체되는 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이중의 조건입니다.

이 구조가 실무에서 만드는 가장 위험한 함정은, 사유를 늦게 알았다는 사정이 5년의 벽을 조금도 늦춰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결이 확정된 지 4년 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상대방이 제출했던 문서가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안 날로부터의 30일과 확정일로부터의 5년이 동시에 걸려 실제로 재심 소장을 준비하고 제출할 수 있는 시간은 채 한 달도 남지 않습니다. 이 두 기간이 별개로 작동한다는 점을 모른 채 "사유를 알게 된 날부터 30일만 지키면 된다"고 오해하면, 이미 5년이 지나 소 자체가 각하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30일과 5년은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기간이다 — 사유를 늦게 알았다는 사정이 30일의 기산점을 늦출 수는 있어도, 5년이라는 절대적 한계 자체를 늘려주지는 않는다.

"재심사유를 안 날"은 언제를 말하는가

30일의 기산점인 "재심사유를 안 날"은 단순히 의심을 품은 날이 아니라, 재심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날을 뜻합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제출한 문서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막연히 느낀 시점이 아니라, 그 문서가 위조되었다는 사실 자체와 그것이 판결의 증거로 쓰였다는 관련성까지 함께 인식한 시점이라야 기산이 시작됩니다. 단순히 "알 수 있었던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실적인 인식이 있었다는 점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앞서 살펴본 제451조 제2항의 요건이 겹치면 판단이 한층 복잡해집니다. 문서위조·위증처럼 유죄판결의 확정을 전제로 하는 사유는, 그 자체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재심사유로 온전히 주장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사유는 통상 범죄행위 자체를 의심하거나 안 시점이 아니라, 그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30일을 계산하게 됩니다. 형사고소를 진행 중이라면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재심제기기간이 본격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형사절차가 길어질수록 판결 확정일로부터의 5년이 그만큼 먼저 소진될 위험도 커진다는 점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판결 확정 뒤에 사유가 생겼다면 — 5년 기산점의 특칙

재심사유 중에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예: 대리권 흠결, 문서위조)도 있지만, 판결 확정 이후에 비로소 발생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451조 제1항 제10호가 정한 "재심을 제기할 판결의 기초가 된 다른 확정판결이 나중에 취소·변경된 경우"가 그렇습니다. 원래 판결이 확정될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더라도, 그 판단의 기초가 되었던 다른 사건의 확정판결이 시간이 흐른 뒤 재심이나 상소로 뒤집히면, 그 시점에 비로소 재심사유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4항은 재심사유가 판결 확정 뒤에 생긴 때에는 5년의 기간을 판결 확정일이 아니라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계산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재심대상 판결이 확정된 지 10년이 지났더라도, 그 기초가 된 다른 판결이 최근에서야 취소되었다면 그 취소일로부터 새로 5년의 기간이 시작됩니다. 다만 이 특칙은 "판결 확정 뒤에 생긴 사유"에만 적용되므로, 애초에 판결 확정 전부터 존재했던 사유를 뒤늦게 알게 된 경우와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후자는 여전히 원래 판결의 확정일을 기준으로 5년을 계산합니다.

기간을 넘기면 정말 끝인가 — 불변기간과 제척기간의 차이

30일과 5년, 두 기간의 법적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실무상 중요합니다. 30일은 조문상 명시된 불변기간이므로,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이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민사소송법 제173조의 추후보완 규정에 따라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재심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도과를 치유할 여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장기 의식불명처럼 당사자 본인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그 사정이 해소된 뒤 2주 안에 소를 제기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면 5년의 기간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이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켜 법적 불안정 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제척기간으로, 불변기간과 달리 정지나 추후보완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무리 재심사유를 알게 된 경위가 부득이했더라도, 판결 확정일로부터 5년이라는 절대적 한계 자체는 원칙적으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심을 검토할 때는 "사유를 안 날"의 기산만 따질 것이 아니라, 애초에 판결이 확정된 지 몇 년이 지났는지부터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5년이 이미 지났다면 사유를 아무리 최근에 알았어도 재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0일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추후보완으로 구제받을 여지가 있는 불변기간이지만, 5년은 사정을 불문하고 그대로 소멸하는 제척기간이다.

재심 소송, 실제로 어떻게 준비하나 — 관할과 소장 기재사항

재심의 소를 제기할 법원도 일반 민사소송과 다릅니다. 민사소송법 제453조는 재심을 제기할 판결을 한 법원의 전속관할로 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재심대상 판결을 선고한 그 법원에 소를 내야 합니다. 다만 서로 다른 심급의 법원이 같은 사건에 관해 각각 판결을 내린 경우에는 상급법원이 관할하게 되고, 항소심판결과 상고심판결 각각에 독립된 재심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않다는 예외가 있어, 어느 심급의 판결을 대상으로 재심을 청구하는지에 따라 관할법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장에 담아야 할 내용도 정해져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58조에 따라 재심소장에는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재심을 제기할 판결의 표시와 그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취지, 재심의 이유를 적어야 하고 재심대상 판결의 사본을 붙여야 합니다. 여기서 "재심의 이유"는 추상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제451조 제1항 몇 호에 해당하는지와 그 사유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특정해서 적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서위조를 이유로 한다면 관련 형사판결문을, 대리권 흠결을 이유로 한다면 위임장의 부존재나 하자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준비해 두어야 재심개시 여부를 다투는 초기 단계에서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심사유가 있다는 것만 확인되면 바로 재심에서 이기나요?

A. 아닙니다. 재심 절차는 먼저 재심사유가 있는지, 제기기간을 지켰는지를 심리하는 재심개시 단계와, 개시가 인정된 뒤 본안을 다시 심리하는 단계로 나뉩니다. 재심사유가 인정되어도 본안 심리 결과 원래 판결과 같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Q. 판결 확정 후 5년이 하루라도 지나면 예외 없이 재심이 불가능한가요?

A.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다만 재심사유가 판결 확정 뒤에 비로소 발생한 경우라면 그 사유가 생긴 날부터 5년을 새로 계산하므로, 확정일 자체로부터 5년이 지났는지만으로 단정하기보다 사유의 발생 시점부터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Q. 문서위조가 의심되는데 형사고소를 아직 안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문서위조를 재심사유로 삼으려면 원칙적으로 그 위조행위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야 하므로,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해 결과를 받아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만 그 사이에도 판결 확정일로부터의 5년은 계속 흐르고 있으므로, 형사절차와 별도로 5년의 잔여 기간을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Q. 30일을 넘긴 것 같은데 방법이 전혀 없나요?

A. 30일은 불변기간이라 원칙은 엄격하지만,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추후보완으로 소를 제기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Q. 상소심에서 이미 문제 삼았던 사유로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당사자가 상소로 그 사유를 주장했거나, 알고도 주장하지 않았다면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보충성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상소심에서 다루지 않았던 별개의 사유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Q. 재심의 소를 내면 원래 판결의 집행이 자동으로 멈추나요?

A. 아닙니다. 재심의 소를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원판결의 집행력이 당연히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집행을 막으려면 별도로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진행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맺음말

재심은 확정판결이라는 두터운 벽을 다시 열 수 있는 몇 안 되는 구제수단이지만, 그만큼 시한이 엄격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과 판결 확정일로부터 5년이라는 두 기간이 동시에 걸려 있다는 점을 놓치면, 정당한 재심사유가 있어도 소 자체가 각하되는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문서위조나 위증처럼 형사절차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사유라면, 형사고소 시점부터 이미 5년의 시계가 함께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재심사유가 있다고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막연히 형사절차의 결론부터 기다리기보다, 지금 시점에서 판결 확정일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그리고 어떤 사유를 근거로 재심을 준비할 수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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