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예비·음모죄, 강제추행만 처벌 대상에서 빠진 이유
성범죄 예비·음모죄, 강제추행만 처벌 대상에서 빠진 이유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

성범죄 예비·음모죄, 강제추행만 처벌 대상에서 빠진 이유 

강대현 변호사

강간을 준비하다가 실행에 이르기 전에 붙잡혀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논리로 강제추행을 준비하다 적발된 경우에도 똑같이 처벌받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형법이 정한 성범죄 예비·음모 처벌 대상에 강제추행은 애초부터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추행을 계획한 정황이 메시지나 진술로 뚜렷이 드러나는데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으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예비·음모죄가 정확히 어떤 범죄에만 적용되는지, 강제추행이 왜 그 대상에서 빠졌는지, 그리고 그 공백을 실무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예비·음모죄란 무엇인가 — 처벌은 원칙이 아니라 예외

형법 제28조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범죄를 준비하는 단계는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고, 형법 각칙이나 특별법이 개별 범죄마다 "이 죄의 예비·음모도 처벌한다"는 규정을 따로 두었을 때만 예외적으로 처벌됩니다. 살인·강도·방화처럼 결과가 중대하고 사회적 위험성이 큰 범죄 일부에만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비와 음모는 개념도 다릅니다. 예비는 범행 도구를 마련하거나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등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하고, 음모는 두 사람 이상이 범죄 실행을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개념 모두 아직 폭행이나 협박 같은 실행행위 자체는 시작되지 않은 단계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성범죄 영역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되어, 어떤 성범죄를 준비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려면 그 범죄에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별도 조문이 있어야 합니다.

  • 예비 — 도구 준비, 장소 물색 등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단독으로도 성립).

  • 음모 — 2인 이상이 범죄 실행을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것.

  • 공통점 — 아직 폭행·협박 등 실행행위 자체는 시작되지 않은 단계.

예비·음모는 형법이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영역이고, 각칙에 특별 규정이 있는 범죄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처벌된다.

형법 제305조의3이 정한 처벌 대상 — 강간류로 한정된 열거주의

성범죄 가운데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문은 형법 제305조의3입니다. 이 조문은 2020년 5월 19일 신설되었는데,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실행에 이르기 전 단계라도 강간류 범죄를 조직적으로 모의하는 행위까지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규정입니다. 조문은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9조(준강간죄에 한정한다), 제301조(강간등상해죄에 한정한다) 및 제305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열거를 그대로 풀어보면 처벌 대상은 딱 다섯 갈래입니다.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9조 중에서도 준강간에 한정된 부분(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 제301조 중에서도 강간등상해죄에 한정된 부분, 그리고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뿐입니다. 이 다섯 가지 외의 성범죄는 예비·음모 단계에서 아무리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도 이 조문으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 제297조 — 강간(폭행·협박으로 간음).

  • 제297조의2 — 유사강간(폭행·협박으로 구강·항문 등에 성기·성적 도구 삽입).

  • 제299조 — 준강간에 한정(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 이용 간음. 준강제추행은 제외).

  • 제301조 — 강간등상해죄에 한정(강간·유사강간 결과 상해. 강제추행치상은 제외).

  • 제305조 —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강제추행(제298조)은 왜 빠졌나 — 입법자가 강간류로 선을 그은 이유

제305조의3의 열거 목록 어디에도 제298조(강제추행) 자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예비·음모 처벌은 아직 실행에 착수하지도 않은 단계까지 형벌권을 앞당기는 예외적인 장치이기 때문에, 입법자는 2020년 개정 당시 그 범위를 가장 신중하게 다뤄야 할 범죄, 즉 강간과 그로 인한 상해·미성년자 대상 범죄로 좁혀서 규정했습니다. 강제추행은 법정형만 보아도 강간(3년 이상의 유기징역)보다 낮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신체접촉의 태양이 매우 다양해 "무엇을 준비했을 때 예비로 볼 것인가"를 법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강제추행을 준비하다 적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형사처벌의 근거 조문 자체가 없습니다. 두 사람이 특정인을 추행하기로 대화를 나누고 시간과 장소까지 정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예비·음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형벌 불소급이나 죄형법정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강제추행의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구조적인 공백입니다.

준강제추행·강제추행치상도 함께 빠져 있다는 점

이 공백은 강제추행 한 조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305조의3이 제299조를 인용하면서 굳이 "준강간죄에 한정한다"는 괄호를 넣은 것은, 같은 제299조 안에 있는 준강제추행(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의 예비·음모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제301조를 인용하면서 "강간등상해죄에 한정한다"는 괄호를 넣은 것도, 같은 조문에 함께 규정된 강제추행치상의 예비·음모를 배제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추행 계열 범죄, 즉 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제추행치상은 모두 예비·음모 처벌 목록 바깥에 있습니다. 반면 간음(성기 삽입) 계열 범죄인 강간·유사강간·준강간·강간등상해는 모두 예비·음모 단계에서부터 처벌 대상에 포함됩니다. 입법자가 간음이 수반되는지를 기준으로 처벌 범위를 나눈 셈인데, 실무에서는 이 구분이 피해의 경중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모순되는 지점 — 미성년자 대상 추행은 오히려 처벌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제305조의3은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를 통째로 열거하고 있는데, 제305조는 "간음"뿐 아니라 "추행"까지 한 조문 안에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성인을 상대로 한 일반 강제추행의 예비·음모는 처벌되지 않는데, 13세 미만이거나 일정 조건의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의제강제추행의 예비·음모는 처벌된다는 비대칭이 생깁니다.

이 점은 학계에서도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개정형법상 강간등예비음모죄 규정을 다룬 연구에서는, 기본범죄에서 강제추행을 제외하면서도 법정형이 같은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을 포함한 것은 입법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제시된 바 있습니다. 즉 같은 "추행"이라도 피해자가 성인이냐 미성년자냐에 따라 준비 단계의 처벌 여부가 갈리는 구조가, 정합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305조의3은 강간·유사강간·준강간·강간등상해·미성년자 간음추행만 예비·음모를 처벌한다 — 성인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제추행치상은 이 목록에 없다.

그렇다면 추행을 준비한 정황은 전혀 처벌할 수 없나 — 실행 착수가 갈림길

예비·음모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해서 준비 단계의 모든 행위가 처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관건은 실행의 착수가 있었는지입니다. 실행의 착수란 범죄 실현에 밀접한 행위, 즉 강제추행이라면 폭행이나 협박을 시작하거나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을 시도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을 말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결과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강제추행미수(제300조가 제298조에 준용)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피해자를 추행하기로 대화로 모의만 하고 실제로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는 준비행위에 그쳐 예비 단계에 불과하므로 처벌 근거가 없습니다. 반대로 모의한 대로 실제 현장에 가서 피해자에게 접근해 팔을 잡거나 신체를 만지려다 저항이나 주변인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면, 이때는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 강제추행미수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즉 "준비만 했는가"와 "실행에 들어갔다가 미수에 그쳤는가"의 경계가 처벌 가능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공백을 메우는 인접 규정 — 통신매체이용음란·스토킹처벌법

강제추행 예비·음모 자체는 처벌할 수 없더라도, 준비 과정에서 다른 범죄가 별도로 성립하는 경우는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성적 의도를 담은 메시지나 사진을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보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추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따라다니거나 기다리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는 스토킹행위가, 몰래 촬영을 준비하며 카메라를 설치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나 그 예비행위가 각각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인접 규정들은 강제추행 예비·음모라는 공백을 완전히 메워주는 대체재는 아닙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나 스토킹처벌법은 그 자체로 요건을 충족해야 성립하는 독립된 범죄이지, "강제추행을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조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증거가 남아 있고 그 증거가 어느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형사처벌 가능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비·음모죄와 미수죄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예비·음모는 실행에 착수하기 전 준비·합의 단계를 말하고, 미수는 실행에 착수했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단계를 말합니다. 강제추행은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문이 없지만,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면 미수범으로는 처벌할 수 있습니다.

Q. 강간을 준비하다 잡히면 처벌되는데 강제추행은 왜 안 되나요?

A. 형법 제305조의3이 예비·음모 처벌 대상으로 열거한 범죄가 강간, 유사강간, 준강간, 강간등상해, 미성년자 간음추행뿐이기 때문입니다. 강제추행(제298조)은 이 열거에서 빠져 있어 준비 단계만으로는 처벌 근거가 없습니다.

Q. 준강제추행을 모의한 경우도 처벌받지 않나요?

A. 그렇습니다. 제305조의3이 제299조를 인용하면서 준강간죄에 한정한다고 명시해 두었기 때문에, 같은 조문 안의 준강제추행은 예비·음모 처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실행 착수 여부에 따라 미수범 성립 여부만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Q. 미성년자를 추행하려고 준비한 경우는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제305조의3은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뿐 아니라 추행을 규정한 제305조 전체를 예비·음모 처벌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어, 성인 대상 강제추행과 달리 미성년자 대상 의제강제추행의 준비 단계는 처벌 근거가 있습니다.

Q. 추행을 모의한 대화 내용이 남아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나요?

A. 예비·음모죄로 곧바로 처벌하기는 어렵지만, 그 대화가 통신매체이용음란이나 스토킹처벌법 등 다른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면 그 죄명으로 처벌될 수 있고, 실행 착수 이후 발생한 범행의 정황증거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법이 바뀌어 강제추행도 예비음모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나요?

A. 현재로서는 강제추행의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문이 없고, 이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법 개선 논의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다만 이는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여서 시행 시점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맺음말

성범죄 예비·음모죄는 모든 성범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형법 제305조의3이 열거한 강간·유사강간·준강간·강간등상해·미성년자 간음추행에만 한정됩니다.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 강제추행치상은 이 열거에서 빠져 있어 준비 단계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야 비로소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추행은 예비·음모 단계부터 처벌 대상에 들어가 있어, 피해자가 성인인지 미성년자인지에 따라 같은 "추행"도 준비 단계의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예비·음모 처벌 여부는 조문마다 세부적으로 갈리기 때문에, 남아 있는 증거가 어떤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사건 초기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성범죄 관련 상담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관련 정황과 증거를 정리해 법적 검토부터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2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