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씨앗을 조경용이나 새 모이용으로 구매했다가, 혹은 화분에 관상용으로 심으려 갖고 있다가 갑자기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조사받는 사례가 있습니다. 정작 당사자는 "종자와 뿌리는 대마가 아니라고 법에 나와 있지 않느냐"며 억울해합니다. 실제로 마약류관리법은 대마초의 종자·뿌리·성숙한 줄기를 '대마'의 정의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흡연 목적으로 소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이유는 정의 조항과 금지 조항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종자·뿌리가 왜 정의상 대마가 아닌지, 그런데도 왜 처벌받는지, 실제 사건에서는 무엇이 쟁점이 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마초의 법적 정의 — 종자·뿌리·성숙한 줄기가 대마에서 빠진 이유
마약류관리법 제2조 4호가 정의하는 '대마'는 대마초(칸나비스 사티바 엘)와 그 수지, 그리고 대마초나 그 수지를 원료로 제조한 모든 제품을 가리킵니다. 다만 이 조항은 예외를 하나 둡니다. 대마초의 종자·뿌리 및 성숙한 줄기와 그 제품은 정의에서 제외한다는 단서입니다. 즉 법이 규제하는 '대마'는 환각 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가 집중된 잎과 꽃, 그리고 이를 압착·추출한 수지를 중심에 두고, 씨앗과 뿌리, 다 자란 줄기는 애초에 그 범주 밖에 둔 것입니다.
이런 예외를 둔 이유는 성분 분포에 있습니다. 종자와 뿌리, 성숙한 줄기에는 THC가 거의 남아있지 않거나 극미량만 검출되어, 이를 흡연하거나 섭취해도 환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섬유용 삼베나 씨앗기름, 조경용 화분처럼 산업·관상 목적으로 유통되는 헴프(hemp) 제품들이 이 예외 조항 덕분에 합법적으로 거래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이나 화훼용품점에서 판매되는 대마초 씨앗도 이 조항을 근거로 정상 유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정의 조항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종자·뿌리를 둘러싼 모든 행위가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은 정의 조항과는 별개로, 종자와 그 껍질을 다루는 행위 중 특정한 목적이 결합된 경우만 콕 집어 다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이중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마가 아니니 문제없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대마초 종자·뿌리는 정의상 '대마'가 아니지만, 그 정의의 예외와는 별개로 흡연·섭취 목적이 결합되는 순간부터 다시 처벌 대상이 된다.
정의에서 빠졌어도 처벌되는 구조 — 제3조가 금지하는 두 가지 행위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10호는 일반 행위의 금지 조항 안에서 두 가지를 명시적으로 막습니다. 가목은 대마 또는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흡연하거나 섭취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나목은 그 흡연·섭취를 할 목적으로 대마, 대마초 종자 또는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소지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대마초 종자'가 아니라 '대마초 종자의 껍질'과 '그 목적의 소지'가 별도의 금지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 조항이 노리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정의 조항에서 종자를 뺀 취지는 산업·관상용 유통을 허용하려는 것이었지, 그 씨앗이나 껍질을 태워 흡입하는 방식의 오·남용까지 허용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씨앗 껍질 겉면에는 미량의 수지 성분이 묻어 있을 수 있고, 씨앗을 태우거나 갈아 흡입하는 우회 소비 방식이 실제로 문제 된 적이 있습니다. 입법자는 정의상 대마가 아닌 부위라도 흡연·섭취라는 '행위 목적'이 붙는 순간 별도로 처벌 대상에 넣어 이런 우회를 막은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수사·재판에서는 '이게 대마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걸 무슨 목적으로 갖고 있었느냐'가 쟁점이 됩니다. 관상용으로 씨앗을 화분에 심으려고 산 사람과, 씨앗 껍질을 태워 흡입하려고 산 사람은 정의상 같은 물건을 소지했더라도 법적 평가가 완전히 갈립니다. 이 목적성 판단은 이 글 뒤쪽에서 다시 다루는 실무의 핵심 쟁점입니다.
가목 — 대마 또는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흡연·섭취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
나목 — 가목의 목적으로 대마, 대마초 종자,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소지하는 행위를 금지.
정의 조항(제2조)의 제외 대상과 금지 조항(제3조)의 규제 대상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작동.
법정형은 일반 대마 흡연·소지와 같다 — 제61조 제1항 제4호
제3조 제10호를 위반하면 제61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는 대마초의 잎이나 꽃을 흡연·소지했을 때 적용되는 법정형과 완전히 같습니다. 정의상으로는 종자·뿌리가 '대마'가 아닌데도, 형량에서는 아무런 차등이 없는 셈입니다.
이 부분에서 억울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나는 진짜 대마(잎·꽃)를 소지한 게 아니라 씨앗만 갖고 있었다"는 항변이 실무에서는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어도, 애초에 처벌 대상에서 빠지는 사유는 되지 못합니다. 법원은 소지한 물건이 정의상 대마인지가 아니라, 제3조 제10호가 규정한 행위 유형(흡연·섭취 또는 그 목적의 소지)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제 양형에서는 소지량, 흡연 여부(단순 소지에 그쳤는지 실제 흡연까지 이어졌는지), 초범 여부, 반성 정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종자·종자껍질만 소지한 사안은 대개 실제 대마 잎·꽃을 다량 소지한 사안보다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상참작 사유일 뿐 법정형 자체를 낮추는 사유는 아닙니다.
뿌리가 걸리는 진짜 지점 — 재배와 맞닿는 경계
뿌리는 종자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제3조 제10호는 흡연·섭취의 대상으로 '대마 또는 대마초 종자의 껍질'만 규정하고 있어, 뿌리를 태우거나 씹어서 흡연·섭취하는 행위 자체를 정면으로 겨냥한 별도 조항은 없습니다. 뿌리에서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흡연 목적의 단순 소지가 아니라, 뿌리째 살아있는 개체를 다루는 과정에서 재배 행위와 경계가 겹치는 순간입니다.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대마초를 재배하는 행위는 종자·뿌리 예외 조항과 별개로 금지됩니다. 뿌리가 붙은 채로 화분에 심겨 자라고 있는 개체를 소지·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뿌리를 갖고 있다'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그 식물을 키우고 있다는 재배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재배는 종자·뿌리 예외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별개의 금지행위여서, 뿌리가 붙은 살아있는 대마초를 키우다 적발되면 '이건 뿌리라서 대마가 아니다'라는 주장만으로 재배 관련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이미 말라 죽어 재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뿌리 조각만 남아 있는 상태라면, 정의상 대마에서 제외된 부위를 소지한 것에 그쳐 처벌 대상이 아닐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구분은 사안마다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어서, 뿌리를 포함한 식물체 전체를 갖고 있다가 적발된 경우라면 종자·뿌리 예외만 믿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뿌리 자체는 정의상 대마가 아니지만, 뿌리가 붙은 살아있는 개체를 키우는 행위는 재배로 평가되어 종자·뿌리 예외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성분 기준의 실질판단 — 껍질에 이물질이 섞이면 달라진다
정의 조항의 제외 범위는 '종자·뿌리·성숙한 줄기와 그 제품'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그 제품'은 종자·뿌리·성숙한 줄기만을 원료로 만든 제품을 뜻하고, 잎이나 꽃, 미성숙한 줄기가 조금이라도 섞여 들어간 제품은 이 예외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씨앗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꽃대나 잎 조각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섞여 있다면, 그 혼합물 전체가 대마로 취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마 제외 부위에서 추출한 카나비디올(CBD) 등의 성분에 대해서도, 원료가 종자·뿌리·성숙한 줄기였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예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온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물(原物)의 부위가 예외에 해당하더라도, 그로부터 추출·정제한 성분 자체의 특성까지 함께 살펴 규제 대상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이런 실무 경향은 종자·뿌리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순히 '이건 종자니까 괜찮다'고 단정하기보다, 실제로 취급하는 물건에 잎·꽃 성분이나 THC 등 규제 성분이 섞여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야 안전합니다. 특히 헴프 관련 제품을 취급·판매하는 경우라면 원료 증빙과 성분 검사 결과를 갖춰두는 것이 형사 리스크를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장면 — 관상용·산업용 구매가 형사사건으로 번질 때
실제 사건에서는 처음부터 흡연할 생각으로 종자를 산 경우보다, 관상용·산업용으로 구매했다가 목적이 의심받는 경우가 더 자주 문제 됩니다.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대마초 씨앗을 화분 재배용이나 새 모이용으로 구매했는데, 통관 과정에서 세관에 적발돼 조사를 받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경우 소지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흡연·섭취 목적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또 다른 유형은 씨앗 자체가 아니라 씨앗 껍질이나 부산물을 다른 흡연 재료와 함께 소지하고 있던 경우입니다. 종자껍질이 궐련지·파이프·저울 같은 흡연 관련 도구와 함께 발견되면, 단순 관상용 구매였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기 쉽습니다. 수사기관은 물건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정황 — 함께 발견된 도구, 구매 경위에 대한 진술, 온라인 검색·대화 기록 등을 종합해 목적을 추정합니다.
반대로 정상적인 산업용 헴프 재배 관련 서류나 실제 화분에 파종한 흔적처럼 관상·산업 목적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있다면 목적성 판단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경로가 합법적인 유통 채널이었는지, 실제 사용 형태가 무엇이었는지를 초기 조사 단계에서부터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외 직구로 구매한 종자가 통관 단계에서 적발되는 경우
종자껍질이 흡연 도구(파이프·저울·궐련지 등)와 함께 발견되는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 대화·검색기록에서 흡연 의도가 드러나는 경우
정상적인 재배·유통 서류 없이 대량의 종자를 소지한 경우
수사기관이 목적을 인정하는 근거 — 무엇을 보고 흡연 목적을 판단하나
제3조 제10호 나목이 처벌하는 것은 '소지' 그 자체가 아니라 '흡연·섭취할 목적의 소지'입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기소하려면 소지 사실뿐 아니라 목적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이 목적은 피의자의 자백이 있으면 가장 간단하게 인정되지만, 자백이 없어도 정황증거만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목적 인정의 근거로 자주 활용되는 정황은 소지 형태와 보관 방식입니다. 씨앗을 대량으로 나눠 소분해 보관했거나, 흡연에 적합하도록 껍질을 벗기거나 분쇄한 흔적이 있다면 흡연 목적으로 추정하기 쉽습니다. 여기에 더해 실제로 흡연 도구(라이터, 파이프, 저울, 지퍼백 등)를 함께 소지하고 있었는지, 최근 흡연 관련 검색이나 구매 이력이 있었는지도 함께 살핍니다.
반대로 소량의 씨앗을 밀봉된 원래 포장 그대로 갖고 있었고, 화훼용품점 영수증이나 파종 계획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면 목적성 인정은 쉽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초기 진술이 특히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에 구매 경위와 실제 사용 계획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이후 조사 과정에서 진술 자체가 목적을 인정하는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종자를 화분에 심으려고 산 것도 처벌 대상인가요?
A. 흡연·섭취할 목적이 없다면 제3조 제10호가 규정한 금지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그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구매 경위, 보관 형태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종자껍질만 갖고 있어도 처벌되나요?
A. 네.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10호는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흡연 또는 섭취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종자 자체가 아니라 껍질만 소지했더라도 그 목적이 인정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뿌리를 화분에 심어 키우다 적발되면 어떻게 되나요?
A. 뿌리가 붙은 살아있는 개체를 키우는 행위는 재배로 평가될 수 있어, 종자·뿌리가 정의상 대마에서 제외된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재배는 종자·뿌리 예외와는 별개로 금지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Q. 처벌 수위는 실제 대마 잎을 소지한 경우와 같나요?
A. 법정형은 마약류관리법 제61조 제1항 제4호로 동일하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다만 실제 양형에서는 소지량, 흡연 여부, 초범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Q. 해외 직구로 산 씨앗이 통관에서 걸리면 곧바로 형사처벌되나요?
A. 통관 단계 적발만으로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고, 세관 통보 이후 수사기관이 흡연·섭취 목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입건 없이 종결될 수 있습니다.
Q. 조사받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구매 경위와 실제 사용 계획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영수증, 대화 내용, 파종 계획 등)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술이 흔들리면 그 자체가 목적을 인정하는 정황으로 쓰일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맺음말
종자·뿌리가 정의상 대마에서 제외된다는 사실과, 그 흡연·소지가 처벌된다는 사실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정의 조항(제2조)과 금지 조항(제3조)은 각각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고, 흡연·섭취 목적이 결합되는 순간 법정형까지 일반 대마와 동일해집니다. '종자니까 괜찮다'는 판단만으로 안심하기보다, 실제 소지 목적과 그 목적을 뒷받침할 자료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뿌리가 붙은 살아있는 개체를 다루는 경우라면 재배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고, 해외 직구·통관 과정에서 적발된 경우라면 초기 진술부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수원지검 등 관할 수사기관의 조사 단계에서 목적성 판단이 대부분 결정되는 만큼, 조사 초기 대응이 이후 절차 전체를 좌우한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