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이나 SNS에서 마약을 판매한다고 접근해 대금을 먼저 입금하라고 요구한 뒤, 돈을 받고는 연락을 끊어버리는 수법이 적지 않게 벌어집니다. 이런 사건에서 붙잡힌 가해자는 흔히 마약류를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처벌받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실제로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매매)이 아니라 형법상 사기죄로만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죄명은 법정형의 하한부터 크게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처벌받는지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마약 판매를 가장해 돈만 받은 행위가 왜 매매죄가 아니라 사기죄로 처벌되는지, 그 갈림길이 되는 법리를 판례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 팔겠다며 돈부터 받는 수법 — 왜 죄명이 갈리는가
이런 유형의 사건은 대개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됩니다. 판매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SNS나 텔레그램 채널에 필로폰이나 대마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고, 관심을 보인 상대에게 먼저 계좌로 대금을 입금하거나 가상자산 지갑으로 코인을 전송하라고 요구합니다. 상대가 돈을 보내고 나면 물건을 보내주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대화방은 폐쇄되거나 연락이 두절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도 마약을 사려 했다는 사실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수법으로 검거되는 사례가 늘면서 가해자 쪽의 형사책임이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행위를 어느 죄명으로 의율할 것인가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마약류를 팔겠다고 나선 이상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매매) 또는 그 미수죄로 처벌될 것 같지만, 실제 재판 실무에서는 애초에 마약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거나 가해자에게 이를 넘겨줄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면 매매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처음부터 대금만 가로챌 목적으로 거짓 판매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아 형법상 사기죄만 성립한다고 판단합니다. 이 갈림길을 이해하려면 먼저 마약류 매매죄가 어느 시점부터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마약 판매를 사칭한 금전 편취 사건에서 죄명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애초에 마약류를 넘겨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매매죄와 사기죄를 가르는 기준이다.
마약류 매매죄의 실행의 착수 — 판례가 요구하는 최소 요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매매)이 기수든 미수든 성립하려면 먼저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2893 판결은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매매행위에서 실행의 착수와 기수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판매책이 매매목적물인 마약류를 소지하거나 입수하였거나, 적어도 그것이 가능한 상태에 있었고, 매수인이 그런 상태에 있는 판매책에게 매매대금을 송금하였다면 매수인이 마약류 매수행위에 근접·밀착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미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마약류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 실제로 완료되었을 때 비로소 기수에 이릅니다.
이 법리를 뒤집어 판매자 쪽에서 보면, 매매죄가 성립하려면 판매자에게도 실제로 넘겨줄 마약류가 있거나 그것을 구해올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단순히 판다는 말과 계좌번호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이면에 실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갖춰져 있어야 근접·밀착한 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판매를 사칭한 사기 사건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매매목적물인 마약류를 소지·입수하였거나 그것이 가능한 상태에서 대금을 주고받아야 근접·밀착한 행위로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 —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2893 판결.
마약이 애초에 없었다면 — 매매미수조차 성립하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판매자에게 처음부터 넘겨줄 마약류가 전혀 없었던 경우는 어떨까요.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392 판결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이 판결은 필로폰을 매수하려는 사람으로부터 필로폰을 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대금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그 시점에 마약류를 소지 또는 입수한 상태에 있었거나 그것이 가능한 상태, 즉 매매행위에 근접·밀착한 상태에서 대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그 행위는 매매의 예비행위에 불과할 뿐 매매행위의 실행의 착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를 마약 판매를 사칭한 편취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면 결론은 분명해집니다. 가해자가 실제로는 필로폰이나 대마를 단 한 번도 소지하거나 입수한 적이 없고, 이를 구해올 공급책과의 연결고리조차 전혀 없었다면, 대금을 받은 행위는 매매의 예비행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마약류매매죄가 무겁게 처벌되는 이유는 마약류가 실제로 유통되는 위험 때문인데, 애초에 유통될 실체 자체가 없었던 거래에는 그 위험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 결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매매)이나 그 미수죄로는 처벌할 수 없고, 남는 것은 처음부터 상대를 속여 돈을 받아낸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뿐입니다.
압수수색 당시 실제 마약류나 공급 정황이 확인되었는지
판매자가 특정 공급책과 연락하거나 거래한 이력이 있는지
대화 내용이 배송 방법·수량·가격 등 구체적 거래 조건을 담고 있는지, 상투적 문구 반복에 그치는지
동일한 수법으로 여러 피해자에게 반복해 돈을 받고 잠적했는지
마약류를 소지·입수한 상태이거나 그것이 가능한 상태에서 대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매매의 예비행위에 불과하고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392 판결.
그래서 성립하는 것은 사기죄 — 기망·착오·처분행위의 구조
마약류매매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죄도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판매 의사도 능력도 없으면서 마약류를 팔겠다고 말한 것 자체가 기망행위이고, 이를 진짜 거래로 믿은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대금을 송금하는 처분행위를 하였으며, 그 결과 가해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사기죄의 구성요건은 그대로 충족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고의가 애초에 어디를 향해 있었는가입니다. 진짜로 마약류를 구해 전달할 생각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물건을 넘기지 못한 경우라면 매매미수와 별개의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문제될 여지가 있지만, 처음부터 물건을 넘길 생각 없이 대금만 받아 잠적할 목적이었다면 그 범의는 시작부터 재물 편취를 향해 있었던 것입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마약류에 근접·밀착한 상태라는 요건이 애초에 충족되지 않으므로, 남는 유일한 평가는 재산범죄로서의 사기죄뿐입니다.
판매 의사와 능력 없이 대금만 받아낼 목적이었다면 그 행위는 마약류 매매의 실행이 아니라 처음부터 재물 편취를 향한 기망행위였다는 것이 사기죄 성립의 핵심 근거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판단 기준 — 수사와 재판에서 무엇을 확인하나
수사기관과 법원이 매매죄와 사기죄 중 어느 쪽으로 의율할지를 가릴 때 살펴보는 자료는 크게 통신기록, 자금 흐름, 압수물 세 갈래로 나뉩니다. 통신기록에서는 배송 방법·수량·품질·가격 협상처럼 실제 거래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대화가 오갔는지, 아니면 계좌번호만 반복해서 요구하는 상투적인 문구에 그쳤는지를 봅니다. 후자에 가까울수록 애초에 물건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평가됩니다.
자금 흐름에서는 받은 대금이 실제 공급책에게 넘어간 흔적이 있는지, 아니면 곧바로 생활비나 다른 용도로 인출·사용되었는지를 추적합니다. 압수물에서는 검거 당시 실제로 마약류나 이를 조달하려 한 정황이 확인되는지를 봅니다. 여러 피해자에게 같은 수법을 반복했다면, 이는 애초부터 매매가 아니라 편취를 목적으로 한 범행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통신기록 — 거래 조건의 구체성 대비 상투적 문구 반복 여부
자금 흐름 — 실제 공급책에게 흘러갔는지, 곧바로 개인 용도로 소비되었는지
압수물 — 검거 당시 실제 마약류나 조달 정황의 존재 여부
반복성 — 동일 수법으로 다수 피해자에게 되풀이했는지
통신기록의 구체성, 대금의 실제 흐름, 압수물의 존재 여부, 범행의 반복성 — 이 네 가지가 매매죄와 사기죄를 가르는 실질적 판단 자료다.
피해액이 커지면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경우
마약 판매를 사칭한 사기는 대개 소액을 여러 피해자에게서 받아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같은 수법을 반복하며 피해자 수가 늘어나면 전체 편취액도 함께 불어납니다. 형법상 사기죄는 개별 피해자별로 성립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동일한 범의로 동종 수법을 반복한 경우 포괄하여 하나의 죄로 평가되기도 하고, 이렇게 산정된 이득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됩니다.
특경법 제3조는 사기죄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가중된 법정형을 정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받은 금액이 몇십만원 수준이라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수백 명에게 같은 수법을 되풀이했다면 이득액이 순식간에 5억원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편취 규모가 커질수록 처벌 수위는 마약류매매죄 못지않게 무거워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특경법 제3조가 정한 사기죄 가중처벌 기준이다.
실무에서 갈리는 지점 — 매매미수와 사기가 함께 기소되기도 한다
모든 사건이 사기죄 하나로만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거 당시 소량이라도 실제 마약류를 소지하고 있었거나, 공급책과 연락한 정황이 확인되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매매) 또는 그 미수죄와 사기죄가 실체적 경합으로 함께 기소될 수 있습니다. 마약류매매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사기죄보다 하한이 훨씬 높기 때문에, 매매(미수)죄가 함께 인정되는지 여부는 전체 형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수사·재판 단계에서는 애초에 마약류를 소지·입수한 바 없었고 이를 구해올 능력이나 경로도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 즉 통신기록·계좌내역·압수수색 결과 등을 통해 매매(미수)죄 성립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을 밝히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마약을 사려 했다는 사실 때문에 신고를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수를 시도한 사실에 대한 형사책임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는지는 사기 피해 신고 여부와는 무관하게 개별 사안의 정황에 따라 검토되는 부분입니다.
마약류를 소지·입수하거나 조달한 정황이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통신기록 확보
대금의 흐름이 공급책이 아니라 개인 용도로 소비되었음을 보여주는 계좌내역 정리
압수수색 결과 실제 마약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의 명확한 원용
다수 피해자 사건이라면 이득액 산정 근거를 미리 검토해 특경법 적용 여부에 대비
마약류를 소지·입수한 바 없었다는 사실을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매매(미수)죄와의 실체적 경합을 막는 방어의 출발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제로 마약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나요?
A. 대금을 받은 시점에 마약류를 소지·입수했거나 그것이 가능한 상태였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런 상태가 전혀 없었다면 매매의 예비행위에 불과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매매)이나 그 미수죄로 기소되기 어렵고, 사기죄만 문제 됩니다. 다만 수사 결과 공급 정황이 조금이라도 확인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텔레그램 대화 내용만으로 사기죄가 인정되나요?
A. 대화 내용에 배송 방법이나 수량, 가격 협상 등 구체적인 거래 조건 대신 계좌번호 요구만 반복되어 있다면 처음부터 물건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대금 수령 후 잠적한 사실이 더해지면 기망행위와 편취 고의를 인정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Q. 피해자가 여러 명이면 처벌이 더 무거워지나요?
A. 동일한 수법으로 다수 피해자에게 반복해 돈을 받았다면 전체 이득액이 합산되어 평가될 수 있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형량이 크게 올라갑니다. 피해자 수와 반복성은 범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도 함께 작용합니다.
Q. 마약을 사려다 사기를 당한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실제로 마약류를 주고받지 못했다면 매수인 쪽 형사책임 여부는 대금을 받은 상대가 마약류를 소지·입수한 상태에 있었는지 등 개별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사기 피해 신고 자체를 주저할 필요는 없으며, 신고와는 별개로 검토되는 문제입니다.
Q. 마약류매매미수와 사기죄가 함께 기소되면 형량은 어떻게 되나요?
A. 두 죄가 실체적 경합으로 인정되면 각 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가중되어 처단형이 정해지고, 마약류매매(미수)죄의 하한이 사기죄보다 훨씬 높으므로 전체 형량도 그만큼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매매(미수)죄 성립 여부를 다투는 것이 방어의 우선순위가 됩니다.
Q. 대금을 가상자산(코인)으로 받았다면 다르게 처벌되나요?
A. 대금을 계좌이체로 받든 가상자산으로 받든 기망·착오·처분행위·재산상 이익 취득이라는 사기죄의 구조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가상자산 지갑 추적을 통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확인되면 이는 매매죄 성립 여부를 가리는 유력한 증거로 함께 활용됩니다.
맺음말
마약 판매를 사칭해 대금만 받고 잠적하는 행위는 겉으로는 마약류 매매를 시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처벌 대상이 되는 죄명은 마약류를 소지·입수했거나 그것이 가능한 상태에 있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애초에 넘겨줄 마약류가 없었다면 매매(미수)죄가 아니라 형법상 사기죄만 성립하고, 피해 규모가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마약류를 소지하거나 공급 정황이 확인된다면 매매(미수)죄와 사기죄가 함께 기소되어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통신기록과 자금 흐름, 압수물이라는 세 갈래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는 작업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수원지검 관할 사건에서도 이 구도는 다르지 않으며, 수사 초기 단계부터 어느 죄명으로 다투어야 하는지를 가늠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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