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이 끝난 뒤 임대인이 도배·장판·청소·수리비를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통보하면 반환액을 두고 분쟁이 생기기 쉽습니다. 임차인에게 원상회복의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거 후 발생한 모든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적인 사용으로 생긴 손모인지, 임차인의 고의·과실이나 계약 위반으로 생긴 훼손인지, 특약이 구체적으로 합의됐는지를 항목별로 살펴야 합니다.
🏠 ‘원상’은 새집 상태와 같지 않습니다
민법은 임대차에 원상회복 관련 규정을 준용하지만, 판례는 사회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수익해 생긴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를 통상의 손모로 봅니다.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거주한 뒤 벽지 색이 바래거나 바닥에 생활 흔적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새 제품 교체비 전액을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반면 반려동물로 인한 심한 훼손, 임차인이 임의로 설치한 구조물, 누수 사실을 알고도 방치해 손해를 키운 경우처럼 통상 사용 범위를 벗어난 사정은 별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훼손 원인과 정도, 사용기간, 수리 가능성 및 임차인의 귀책사유를 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 입주 전후 상태가 가장 중요한 자료입니다
입주 당시 사진과 영상,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하자보수 요청 문자와 수리내역을 확보합니다. 퇴거 때는 각 방과 욕실, 주방, 창호, 가전·비품을 같은 각도에서 촬영하고 촬영일이 확인되도록 원본을 보관합니다. 계량기, 열쇠와 비품 수량도 인수인계서에 적어 두면 별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견적서를 보냈다면 손상 부위, 수리 항목, 면적, 단가와 교체 범위를 확인합니다. 전체 교체가 필요한지 부분 보수가 가능한지, 기존 시설의 사용연수와 감가가 반영됐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임차인도 “원래 그랬다”는 말만 하기보다 입주 초 하자 통지와 사진으로 기존 상태를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대인이 다음 임대를 위한 인테리어 개선까지 함께 공사했다면 원상회복 공사와 가치 향상 공사를 구분해야 합니다. 한 장의 총액 견적서만으로는 어느 비용이 임차인의 훼손과 직접 관련되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세부내역과 공사 전 사진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 특약은 구체성과 합의 경위를 봅니다
계약서에 원상회복 특약이 있으면 문구를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판례는 통상의 손모까지 임차인에게 부담시키려면 보수비용을 부담할 손모의 범위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거나, 임대인이 설명해 임차인이 그 취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합의한 사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퇴거 시 원상복구”라는 일반 문구만으로 모든 도배와 장판 교체비를 임차인에게 돌릴 수 있는지는 계약 체결 경위와 목적물 상태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반대로 특정 벽면의 도색, 설치물 철거, 흡연으로 인한 오염 처리처럼 범위와 책임이 명확한 특약이라면 실제 훼손과 비용을 대조해야 합니다. 특약의 존재와 손해액 증명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공제액은 실제 손해 범위를 따져야 합니다
수리나 원상복구가 가능하면 합리적인 수리비가 손해 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수리비가 목적물의 교환가치 감소를 현저히 넘는 경우 손해액을 가치 감소 범위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오래된 시설을 새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면서 비용 전부를 임차인에게 청구하는 방식은 사용연수와 개선이익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견적만 받고 실제 수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가 언제나 부정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영수증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지출이 임차인의 책임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손상 원인, 필요한 공사의 범위, 가격의 상당성과 기존 상태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여러 업체 견적이나 수리 전후 사진이 있으면 금액의 적정성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보증금 전액을 붙잡을 수 있는지 구별하세요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한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므로 확정된 연체차임이나 손해배상액은 반환액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수리비가 다툼 중이라는 이유로 산정 근거 없이 보증금 전액을 장기간 반환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투지 않는 금액의 선지급과 나머지 정산 방법을 서면으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열쇠와 점유를 어떻게 인도할지도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반환의무와 인도의무는 동시이행 관계가 문제되므로 퇴거일, 현장 확인, 열쇠 전달과 송금 시각을 구체화합니다.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 완료 등 권리보전 조치도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 퇴거 정산 체크리스트
첫째, 입주·퇴거 사진과 하자 통지를 한 폴더에 모읍니다. 둘째, 임대인의 공제항목을 통상의 손모와 별도 훼손으로 구분합니다. 셋째, 특약의 문구와 설명·합의 경위를 확인합니다. 넷째, 견적과 실제 수리자료, 시설 사용연수를 비교합니다. 다섯째, 인정하는 금액과 다투는 금액을 분리해 반환 요청서를 작성합니다.
원상회복 분쟁은 “임차인이 모두 부담한다”거나 “생활 흔적은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는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입주 전후 상태, 손상 원인, 특약과 합리적인 수리비를 항목별로 맞춰야 보증금 반환액을 정확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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