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이나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이 CCTV 장면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출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진 몇 장에 손과 상대방의 신체가 가까이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강제추행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짧은 접촉이었다는 설명만으로 혐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원본 영상의 앞뒤 흐름, 접촉 부위와 방식, 장소의 혼잡도, 당사자의 동선과 말·행동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 강제추행은 접촉 장면 하나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접촉 부위만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경위, 방법과 정도, 당사자 관계, 장소와 시간, 상대방 의사, 당시 구체적 상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 우연히 스친 접촉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성적 접촉은 법적 평가가 같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조사 전에는 ‘접촉이 있었는가’와 ‘그 접촉이 어떤 경위와 방식으로 발생했는가’를 나누어 정리해야 합니다. 기억이 불분명한데도 단정적으로 부인하거나, 반대로 영상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접촉 사실 전체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면 나중에 원본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기억나는 범위와 기억나지 않는 범위를 구분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캡처 사진과 원본 영상은 정보량이 다릅니다
캡처 사진은 특정 순간을 정지해 보여줄 뿐입니다. 접촉 직전 누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몸이 밀렸는지, 접촉이 얼마나 계속됐는지, 직후 서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사진 한 장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촬영 각도나 가림 현상 때문에 손의 실제 위치와 접촉 여부 자체가 불분명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수사기관이 확보한 영상의 촬영 구간, 카메라 위치, 재생속도와 원본 보존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업소의 다른 카메라, 출입기록, 결제내역, 동행자와의 메시지처럼 동선을 보완하는 자료도 함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유리한 장면만 고르거나 불리한 장면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전체 자료를 놓고 자신의 설명과 맞는 부분, 맞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야 조사 과정의 신빙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 조사 전에는 동선을 시간순으로 복원해야 합니다
먼저 방문 시각, 동행자, 머문 위치, 이동 경로, 술을 마신 정도, 상대방을 알게 된 경위와 문제 된 시점 전후의 행동을 시간순으로 적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휴대전화 사진의 촬영시각, 택시나 대중교통 이용내역, 카드 결제시각, 통화·메시지 원본은 기억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메모에는 확인된 사실과 추정을 표시해 구분해야 합니다. ‘아마 그랬을 것’이라는 추정을 사실처럼 적으면 객관자료가 나왔을 때 진술을 바꾼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동행자가 있다면 어떤 장면을 실제로 보았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서로 말을 맞추거나 진술 방향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목격자의 독립성과 원본 자료의 보존이 더 중요합니다.
🗣️ 첫 진술은 짧게 끝나도 오래 남습니다
경찰 조사는 당시 접촉의 고의와 경위를 확인하는 핵심 절차입니다. 질문을 정확히 듣고, 모르는 내용은 모른다고 답하며, 질문의 전제가 사실과 다르면 그 부분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캡처 사진을 보았다면 사진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것과 본인이 기억하는 상황을 섞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조서를 열람할 때에는 자신이 한 말의 취지와 문장 표현이 같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손이 닿았을 수도 있다’는 취지와 ‘손으로 만졌다’는 기재는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사 종료 전 수정할 부분을 요청하고, 추가로 제출할 객관자료와 그 취지를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감정 호소보다 시간·장소·행동이 일치하는 설명이 중요합니다.
🧩 영상과 진술이 충돌하면 원인을 먼저 찾습니다
영상이 기억과 다르게 보인다면 즉시 억지로 의미를 바꾸기보다 왜 차이가 생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술이나 혼잡 때문에 기억이 일부 누락됐는지, 영상 각도 때문에 접촉처럼 보이는지, 캡처 전후에 몸의 움직임이 있었는지 등을 나누어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영상의 연속 구간과 다른 카메라 화면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형사절차에서는 수사기관이 확보한 자료만이 아니라 피의자에게 유리한 객관자료도 중요합니다. CCTV가 곧 삭제될 우려가 있고 수사기관이 아직 확보하지 않았다면 보존 요청을 남기고, 입건된 피의자나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상 증거보전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건에서 증거보전이 인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보존 필요성과 대상 영상의 위치·시간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 삭제보다 보존, 단정보다 구분이 우선입니다
사건을 알게 된 뒤 메시지나 사진을 삭제하거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할 자료가 사라지고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해 해명·사과·합의를 요구하는 행동도 그 내용과 방식에 따라 새로운 다툼을 만들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공개된 장소에 글을 올리거나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공유해서도 안 됩니다.
정리하면 첫째, 캡처만 보고 결론을 정하지 말고 원본 영상의 앞뒤 흐름을 확인합니다. 둘째, 접촉 유무와 접촉의 경위·의미를 구분합니다. 셋째, 카드내역·동선·메시지 등 원본 자료를 보존합니다. 넷째, 확인된 사실과 추정을 나누어 첫 진술을 준비합니다. 다섯째, 조사조서가 실제 답변 취지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합니다. 짧은 장면일수록 그 장면 전후의 객관자료와 일관된 설명이 판단의 핵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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