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을 재판 단계에서 되돌리거나 정정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 중 상당수는 “일단 조사받을 때는 사실대로만 말하면 되고, 나중에 재판에서 제대로 설명하면 된다”거나 “변호사 없이 조사받았지만 어차피 재판에서 바로잡으면 그만이다”는 생각으로 조사에 임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재판이 시작되면, 조사 당시의 진술과 다른 주장을 하더라도 그 조서와 조사 경찰관의 증언이 다시 법정에 등장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진술 내용의 일관성과 경험칙 부합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고, 단순히 진술을 바꿨다는 사정만으로 종전 진술이나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이 곧바로 뒤집히지는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경찰 조사 진술이 법적으로 어떤 무게를 갖는지, 재판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진술을 바꾸는 것이 왜 저절로 유리해지지 않는지를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경찰 조서는 법정에서 자동으로 유죄의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는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이고, 법정 진술이 증거 판단의 중심입니다.
형사재판은 공판중심주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경찰이나 검사 앞에서 한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자체로 법정에서 직접 한 진술과 같은 무게를 갖는 서류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전문증거(傳聞證據)로 취급됩니다.
전문증거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예외 요건을 충족해야만 증거로 쓸 수 있고, 그 예외 요건 중 가장 자주 문제되는 것이 바로 ‘내용의 인정’ 여부입니다. 즉 조서에 적힌 내용을 법정에서 본인이 인정하느냐가 핵심 관문이 됩니다.
성범죄 사건은 특히 조사 초기 진술과 이후 법정 진술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생기기 쉬운 유형입니다. 당시의 충격, 기억의 재구성, 변호인 조력 없이 이뤄진 조사 등 여러 요인이 겹치기 때문에, 조서와 법정 진술의 법적 무게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경찰 조서는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이며, 법정에서 자동으로 유죄의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2. 조사 때 한 말을 재판에서 부인하면 조서의 증거능력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한마디로 조서 전체가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3항은 경찰 등 검사 이외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도 동일하게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합니다.
즉 조사받을 당시 피의자가 인정하는 취지로 답했더라도, 재판에서 “그런 내용으로 말한 적이 없다” 또는 “그렇게 진술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면, 그 조서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쓰일 수 없게 됩니다. 이는 2020년 개정을 거쳐 2022년부터 검사 작성 조서와 경찰 작성 조서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요건입니다.
다만 이 조항은 ‘피의자신문조서’, 즉 조사받은 사람 본인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적용되는 요건입니다. 피해자나 목격자 등 제3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제312조 제4항)는 원진술자의 법정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등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되면 별도의 요건으로 증거가 될 수 있어, 누구의 진술인지에 따라 뒤집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조사 때 한 말을 법정에서 부인하면, 그 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3. 조서가 증거능력을 잃어도 그 진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 경찰관의 법정 증언과 탄핵증거로 다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됐다고 해서 검찰이 곧바로 손을 놓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은 피고인을 조사했거나 조사에 참여한 사람의 법정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를 실무에서는 조사자 증언이라 부르는데, 조사한 경찰관이나 검사가 증인으로 나와 “피의자가 조사 당시 이렇게 말했다”고 증언하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제1항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 규정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법정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는 쓸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조서 자체로 유죄를 입증하지는 못하더라도, 법정에서 말을 바꾼 사람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 자료로는 여전히 활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사 과정 자체가 영상녹화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다만 영상녹화물은 제318조의2 제2항에 따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고, 진술자가 법정에서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을 때 재생해 시청하게 하는 제한적 용도로만 쓰입니다. 진술을 바꾸는 문제는 조서 한 장의 문제가 아니라, 조사자 증언·탄핵증거·영상녹화물이 얽힌 종합적인 증거 구조의 문제입니다.
조서가 증거에서 배제돼도, 조사자 증언과 탄핵증거로 진술의 흔적은 법정에 남을 수 있습니다.
4. 진술을 바꾼다고 저절로 유리해지지 않습니다 — 법원은 번복의 합리성을 봅니다
일관되고 경험칙에 부합하는 진술은, 단지 나중에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배척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는 자유심증주의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고, 대법원은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습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 기준은 피해자 진술뿐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이 다투어지는 상황 전반에 적용되는 원리이기도 합니다. 조사 때와 다른 말을 재판에서 한다면, 법원은 그 변경이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한 것인지, 최초 진술과 이후 진술 중 어느 쪽이 경험칙과 정황에 더 부합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단순히 “억울해서 말을 바꿨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9조는 고문·폭행·협박·부당한 구속 장기화·기망 등으로 임의성이 의심되는 자백을 애초에 증거에서 배제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 이를 유죄 증거로 삼지 못하도록 합니다. 진술의 임의성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 조항들이 별도의 구제 통로가 되지만, 단순히 “생각이 바뀌었다”는 사정은 이 통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진술을 바꾸는 것과, 그 진술이 법원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 관리가 재판 결과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의자 조사 → ②추가 조사 및 증거 수집 → ③검찰(수원 관내는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사 단계의 진술은 각 단계마다 조서·영상녹화물·증언의 형태로 계속 따라다닙니다.
이미 조사를 받았고 진술 내용이 마음에 걸린다면, 감정적으로 재판에서 전면 부인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상황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 당시 작성된 조서·영상녹화물이 있는지, 그 내용이 실제 진술과 어느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지부터 정리합니다.
그 차이가 단순한 표현의 차이인지, 강압·유도·오해에서 비롯된 실질적인 차이인지를 구분합니다.
차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문자메시지, 통화기록, 당시 정황을 아는 사람의 진술 등)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정리 없이 재판에서 무작정 말을 바꾸면, 오히려 앞서 본 신빙성 판단 기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조사 단계부터 진술의 일관성과 근거를 관리하는 것이 재판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마치며
성범죄 사건은 조사를 받는 쪽이든 피해를 주장하는 쪽이든,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당시 한 말이 마음에 걸리는 쪽은 무작정 재판에서 진술을 뒤집기보다, 그 진술이 나온 경위와 차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피해를 주장하는 쪽도 진술이 조금씩 구체화되거나 정리되는 과정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변화가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신빙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저는 성범죄로 조사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진술 하나가 사건 전체의 결론을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조사 때 한 말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면, 재판이 시작되기 전 그 진술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 조사 때 진술서에 서명했는데, 그 서명을 취소할 수 있나요?
A. 서명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지만, 재판에서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면 조서의 증거능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사한 경찰관의 증언이나 탄핵증거로 그 내용이 다시 법정에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 변호사 없이 조사받았는데, 그것만으로 진술을 무효로 만들 수 있나요?
A. 변호인 조력 없이 조사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조서가 당연히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강압이나 회유 등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조사 때는 인정했는데 재판에서 부인하면 오히려 더 불리해지나요?
A. 그 자체만으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변경 이유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법원이 신빙성을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변경의 경위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영상녹화된 조사 내용도 법정에서 그대로 증거로 쓰이나요?
A. 영상녹화물 자체는 독립적인 증거로 쓰이지 못하고, 진술자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제한적 용도로만 재생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안의 진술 내용은 조서나 증언을 통해 별도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 진술이 조금씩 달라졌다면, 그것만으로 신빙성이 부정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부합하면 사소한 변화만으로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폭과 이유가 함께 검토됩니다.
Q. 이미 조서에 인정 취지로 서명했다면, 재판까지 갈 필요 없이 불리한 결과가 정해진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조서는 여러 증거 중 하나일 뿐이고, 다른 정황과 자료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사 단계부터 사실관계와 근거를 정리해두는 것이 재판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