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이 고소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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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이 고소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혹은 사건 직후에 갑작스레 사망하는 일이 있습니다. 사건과 무관한 사고나 지병일 수도 있고, 극단적 선택이나 강간치사처럼 범죄 자체와 직접 이어진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유족들은 "피해자 본인이 없는데도 고소가 가능한가", "이미 진행되던 절차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형사소송법은 이런 상황을 예정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만, 유족의 고소권은 무제한이 아니라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인정됩니다. 이 글에서는 유족이 고소할 수 있는 주체와 범위, 그리고 그 고소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피해자 사망 — 고소권도 함께 사라질까

형사소송법의 원칙상 고소권자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 본인, 그리고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의 법정대리인입니다. 이 원칙만 따르면 피해자가 사망한 순간 더 이상 고소를 할 사람이 없어지고, 고소권 자체가 소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이런 공백을 그대로 두지 않고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은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가 고소할 수 있다. 단,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성범죄에 한정된 규정이 아니라 모든 범죄에 적용되는 일반규정이지만, 실무에서는 강간치사·준강간치사처럼 성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나 사건 이후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특히 문제가 됩니다.

조문은 사망의 원인을 따로 묻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못한 채 사망하기만 하면 요건이 충족되므로, 사망 원인이 범죄와 직접 관련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족의 고소권 문제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예컨대 성폭력 피해를 입고 아직 고소장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그 범죄와 무관한 교통사고나 지병으로 사망했더라도, 강간치사처럼 범죄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은 피해자가 사망하면 그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 고소할 수 있되, 피해자가 생전에 명시적으로 밝힌 의사에는 반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 누가, 몇 명이나 고소할 수 있나

조문이 정한 고소권자는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세 부류입니다. 직계친족에는 부모·조부모 같은 직계존속뿐 아니라 자녀·손자녀 같은 직계비속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조문에는 이들 사이의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셋 중 누구든 각자 독립적으로 고소할 수 있고 다른 유족의 동의나 위임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먼저 고소했다고 해서 부모나 형제자매가 뒤이어 고소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유족이 각자 별도로 고소장을 접수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형사소송법상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며, 사실혼 배우자까지 당연히 포함되는지는 조문상 명확하지 않아 개별 사안에서 다투어질 수 있는 지점입니다. 예컨대 사망한 피해자에게 법률상 배우자와 부모, 형제자매가 모두 생존해 있다면, 이 넷 모두가 각자 별도의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고 그중 누구의 고소가 먼저인지, 몇 명이 고소했는지는 고소의 효력과 무관합니다.

  • 배우자 —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

  • 직계친족 —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과 자녀·손자녀 등 직계비속 전부.

  • 형제자매 — 순위 규정 없이 배우자·직계친족과 동등하게 독립된 고소권자.

  • 세 부류 모두 우선순위 없이 각자 단독으로 고소 가능, 동시에 여러 명이 고소해도 무방.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 — 유족 고소를 막는 유일한 제한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단서는 유족의 고소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못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생전에 가해자와 합의하거나, 수사기관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두는 등 명확한 언동으로 의사를 표시했다면, 사후에 유족이 그 뜻과 반대되는 고소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명시한" 의사는 말 그대로 구체적 언동으로 겉으로 드러난 의사를 뜻합니다. 단순히 피해자가 생전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거나, 가족에게 사건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유족이 미처 몰랐던 합의 사실이나 수사기관 진술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이 부분이 다투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사망 전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거나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해 둔 상태였다면, 애초에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할 여지가 없어 유족의 고소는 이 단서 조항에 걸리지 않고 순조롭게 인정됩니다.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란 구체적 언동으로 드러난 의사를 뜻하고, 단순한 침묵이나 추측으로는 이 제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성범죄는 이미 비친고죄 — 고소 없이도 수사는 시작된다

2013년 6월 19일 시행된 형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강간·강제추행·준강간 등 형법상 성범죄의 친고죄 규정이 전부 삭제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로는 대부분의 성범죄가 비친고죄로 전환되어 고소 없이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하고 검사가 기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족이 고소를 하지 않거나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경찰이나 검찰이 다른 경로로 사건을 인지한 이상 수사와 기소 자체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유족의 고소는 더 이상 성범죄 처벌의 필수 전제조건이 아닙니다. 예컨대 병원의 신고, 목격자 진술,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이 먼저 확보되어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했다면, 고소권자를 특정하는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가 멈추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처벌 여부를 좌우하지 않는 유족의 고소가 왜 여전히 문제되는지, 다음 항목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형법상 성범죄는 2013년 개정으로 친고죄 규정이 전부 삭제되어,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소가 가능한 비친고죄가 되었다.

그럼에도 유족의 고소가 갖는 실질적 의미 — 고소인 지위의 효과

고소가 기소의 전제조건이 아니게 되었다고 해서 유족이 고소를 할 실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소인 지위를 확보해두면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내렸을 때 그 처분에 대해 상급 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고,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형사소송법 제260조에 따라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재정신청 대상 범죄는 2008년 1월 1일부터 특정 범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되어, 성범죄 사건의 불기소 처분도 재정신청의 대상이 됩니다.

반면 고소를 하지 않고 단순히 사건을 신고하거나 참고인으로 진술만 한 사람에게는 이런 불복 수단이 원칙적으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고소장이 접수되면 사건은 고소사건으로 관리되어 처리기간 등 절차적 통제의 대상이 되고, 고소인은 수사 진행 상황을 통지받을 수 있는 지위를 갖게 됩니다. 예컨대 검사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을 때, 고소인 지위가 없는 유족은 이의를 제기할 공식적인 통로가 마땅치 않지만, 고소인 지위를 가진 유족은 항고와 재정신청을 통해 그 판단을 다시 다툴 수 있습니다.

  • 불기소 처분 시 검찰 항고, 이어서 법원에 대한 재정신청까지 가능.

  • 수사 진행 상황 통지 등 절차적 지위 확보.

  • 고소사건으로 접수되어 별도의 처리 관리 대상이 됨.

  • 배상명령 신청 등 부수 절차를 진행할 토대가 됨.

유족이 고소인 지위를 확보해두면, 불기소 처분에 대해 검찰 항고와 법원에 대한 재정신청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생긴다.

가해자가 유족의 직계존속이라면 — 고소가 막히는 예외

형사소송법 제224조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사건에서 심리한 뒤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규정입니다. 가족 내 성범죄 사건에서는 이 제한이 실제로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가해자가 사망한 피해자의 아버지나 어머니 등 직계존속이라면, 그 가해자의 다른 자녀, 즉 사망한 피해자의 형제자매는 자기의 직계존속인 그 가해자를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따라 고소할 수 없습니다. 반면 가해자의 배우자는 가해자와 혈족관계가 아니라 배우자 관계에 있을 뿐이므로 이 제한을 받지 않아 고소가 가능합니다. 이처럼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이 정한 고소권자 중 누가 제224조의 제한에 걸리는지는 가해자와 각 유족 사이의 구체적 신분관계를 따져봐야 정확히 가려집니다.

고소권자 전원이 이 제한에 걸리는 상황이라도 절차가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대부분의 성범죄는 비친고죄이므로, 수사기관이 다른 경로로 사건을 인지하면 고소 없이도 수사와 기소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사망한 피해자의 직계존속이라면,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따라 그 직계존속의 다른 자녀는 정작 그 가해자를 고소할 수 없다.

고소권과 별개로 남는 것 — 손해배상청구권의 상속

고소는 형사절차상의 권리이고, 이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가 남습니다.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제751조에 따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피해자의 사망으로 소멸하지 않고 상속인에게 그대로 상속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법리입니다. 여기에 더해 민법 제752조는 생명을 침해당한 경우 피해자의 부모·배우자·자녀에게 유족 고유의 위자료청구권도 별도로 인정하고 있어, 강간치사처럼 성범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라면 상속받은 위자료청구권과 유족 고유의 위자료청구권을 함께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 안에서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형사재판 절차 안에서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 지위에 있는 유족이라면 이 절차를 활용해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한 번에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 등 여러 명이라면, 상속받은 손해배상청구권도 민법이 정한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뉘어 각자에게 귀속되므로, 청구 단계에서부터 상속인 전원의 지분을 정리해 두는 편이 이후 절차를 수월하게 만듭니다.

피해자 본인의 위자료청구권이 상속되는 것과, 민법 제752조에 따른 유족 고유의 위자료청구권이 별도로 인정되는 것은 함께 존재하는 권리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으로서 고소할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상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를 의미해, 사실혼 배우자가 곧바로 포함되는지는 조문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직계친족이나 형제자매가 있다면 이들이 별도로 고소권자가 될 수 있어, 사실혼 배우자만 유일한 유족인 경우라면 개별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유족 여러 명이 각자 다른 시점에 고소해도 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은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각자에게 독립된 고소권을 인정하므로 순위나 동시 행사 요건 없이 각자 별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이 먼저 고소했더라도 다른 유족이 뒤이어 고소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Q. 피해자가 생전에 합의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 유족이 다시 고소할 수 있나요?

A. 피해자가 생전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구체적 언동으로 명확히 표시했다면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유족이 그 의사에 반해 고소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의사표시가 실제로 있었는지, 얼마나 명확했는지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 정황 확인이 필요합니다.

Q. 고소 없이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유족이 굳이 고소할 필요가 있나요?

A. 대부분의 성범죄는 비친고죄여서 고소 없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지만, 고소인 지위를 얻어야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나 재정신청 같은 불복 수단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두려면 고소장을 접수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가해자가 사망한 피해자의 아버지인 경우, 어머니는 고소할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 제224조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를 금지하는데, 어머니에게 가해자인 아버지는 배우자일 뿐 자신의 직계존속이 아니므로 이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고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자녀들, 즉 피해자의 형제자매에게는 가해자가 자신의 직계존속이 되어 고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상속인에게 상속되고, 생명 침해에 이른 경우라면 민법 제752조에 따른 유족 고유의 위자료청구권도 별도로 인정되므로, 형사 고소와 함께 또는 형사재판 내 배상명령 신청,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성범죄 피해자가 사망해도 고소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범위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로 한정되고 피해자가 생전에 명시한 의사에 반할 수 없다는 제한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성범죄가 비친고죄로 전환된 지금은 고소가 없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지만, 고소인 지위를 확보해야만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와 재정신청 같은 불복 수단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실익이 있습니다.

가해자가 유족의 직계존속인 특수한 사건에서는 형사소송법 제224조의 제한 때문에 정작 가까운 가족이 고소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어, 고소권자를 특정하는 단계부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건이 수원지검이나 인근 경찰서에서 진행되고 있다면, 관할 수사기관의 절차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고소권자 확정과 손해배상 문제를 함께 정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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