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만취해서 기억이 없는데 상대만 피해자가 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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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둘 다 만취해서 기억이 없는데 상대만 피해자가 될 수 있나요 

김강희 변호사


둘 다 만취해서 기억이 없는데 상대만 피해자가 될 수 있나요


사건 개요


회식이나 모임 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두 사람 다 상당히 취한 상태로 자리를 옮겨 신체적 접촉이나 성관계에 이르렀다가, 다음 날 한쪽이 "기억이 없다"며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으로 고소하는 사건이 적지 않게 상담으로 들어옵니다. 상담을 청한 쪽은 대개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그날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둘 다 똑같이 취해 있었는데, 왜 상대방만 피해자가 되고 저는 가해자가 되는 겁니까."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물음입니다. 그러나 법은 "누가 더 많이 취했는가"나 "둘 다 기억이 없는가"를 기준으로 사건을 보지 않습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은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상태피고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그 상태를 인식했는지를 각각 독립적으로 따지는 구조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양의 술을 마셨다는 사실은, 이 두 가지 질문 중 어느 쪽도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다 기억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는 무죄의 근거도, 유죄의 근거도 되지 않습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그 기억 없음이 법이 말하는 '항거불능'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는지, 그리고 그 상태를 상대방이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각각 증거로 어떻게 구성하느냐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은 크게 세 가지 지점에서 갈립니다. 첫째, 형법 제297조의2(준강간)와 제299조(준강제추행)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을 것을 객관적 요건으로 합니다. 단순히 술에 취해 판단력이 조금 흐려진 정도로는 부족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을 만큼의 상태여야 합니다.

둘째, 이 요건은 나아가 피고인의 주관적 인식과 고의를 요구합니다. 상대방이 그런 상태였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알면서도 이를 이용했다는 점이 함께 증명되어야 하며, 이 두 요건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유죄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셋째,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법이 말하는 항거불능과 곧바로 같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알코올로 인해 기억 형성 자체가 되지 않는 블랙아웃과, 의식 자체를 잃는 패싱아웃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혀 왔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전원합의체 판결). 블랙아웃 상태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대화하고 걷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기억이 안 난다'는 사후 진술만으로 당시 항거불능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즉 "둘 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현상이지만, 그것이 곧 한쪽에게만 법적 의미의 항거불능을 인정해 주는 근거는 아닙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피해자 상태가 '항거불능'에 이르렀는지를 정황증거로 다투기


가장 먼저 다투어야 할 지점은 상대방의 상태가 실제로 법이 말하는 항거불능 수준이었는지입니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이 요건이 자동으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시간대별 행동 정황을 촘촘하게 재구성합니다.

CCTV, 대중교통·택시 이용 기록, 카드 결제 내역, 문자·메신저 대화, 편의점이나 숙박업소 출입 기록 등을 시간 순서대로 모아, 상대방이 당시 스스로 이동하고 대화하고 판단해 행동했는지를 보여 줍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인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 경험 여부까지 함께 정리하면, 기억은 없어도 판단능력 자체는 유지되고 있었던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2)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구분하는 지점을 특정합니다.

상대방이 그 자리에서 스스로 옷을 벗거나 이동을 제안하거나 대화를 주도한 정황이 있다면, 이는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이 아니라 기억만 남지 않는 블랙아웃에 가깝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이 구분이 항거불능 요건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인 지점이므로, 당시 상대방의 언동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남아 있는 메시지가 있는지를 초기에 확인해 둡니다.

3) 피해자 진술의 시점별 일관성을 검토합니다.

최초 신고·조사 진술과 이후 진술이 시간에 따라 구체화되거나 바뀌는 부분이 있는지를 대조합니다. 항거불능 여부는 사후에 재구성된 기억이 아니라 행위 당시의 객관적 상태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진술의 변화 지점은 그 자체로 상태 판단에 다툴 여지를 만듭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피고인의 '인식과 고의'를 다투기


상대방의 상태가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그 상태를 피고인이 인식하고 이용했다는 고의가 별도로 증명되지 않으면 준강간·준강제추행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고의 판단의 기준 시점을 명확히 합니다.

고의는 사후에 상대방이 "기억이 없었다"고 진술한 시점이 아니라, 행위 당시 피고인이 실제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피고인 자신도 상당히 취해 있어 판단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다면, 상대방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됩니다. 다만 이는 "나도 취해서 몰랐다"는 진술만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당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는지,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행동했는지 등 인식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구체적 정황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2) 피고인 자신의 만취를 감경 사유로 쓰려는 시도의 한계를 짚습니다.

피고인이 스스로 만취했음을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경우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 자발적 음주는 이 감경 항변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어의 중심은 감경이 아니라 애초에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는 고의 부존재에 두어야 합니다.

3) 초기 진술과 증거 보전의 시점을 관리합니다.

수사 초기에 당시 상황을 막연히 "저도 기억이 없다"고만 진술하면, 이후 정황증거로 인식 가능성을 다툴 여지가 줄어듭니다. 조사를 앞둔 시점부터 남아 있는 메시지·통화기록·목격자를 확보하고, 진술의 방향을 항거불능 요건과 고의 요건 각각에 맞춰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절차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결론


"둘 다 기억이 없었다"는 사실은 억울함의 근거는 될 수 있어도, 그 자체로 법적 결론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은 상대방의 항거불능 상태와 피고인의 인식·고의라는 두 개의 요건을 각각 독립적으로 요구하며, 두 요건 모두 사건 당시 남아 있는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기억이 끊긴 그 밤을 되짚어 증명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집니다. 조사 통지를 받았거나 고소를 예상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남아 있는 정황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방향으로 진술을 준비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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