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시세 상승을 이유로 차임을 올릴 때는 5%까지만 가능하다는 사실은 많은 임차인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임차인이 차임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때도 같은 5% 제한이 적용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모두 증액청구에만 5% 상한을 두고 있을 뿐, 감액청구에는 별도의 비율 상한 규정이 없습니다. 시세가 크게 떨어지거나 상권이 침체됐을 때 임차인이 어느 정도까지 차임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지, 그 요구가 실제로 효력을 가지려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는 막상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차임 감액청구권의 법적 근거와 상한이 없는 이유, 그리고 실제로 월세를 낮추기 위해 임차인이 밟아야 할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차임 증감청구권의 법적 근거 — 민법과 특별법
임대차 계약에서 차임을 올리거나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민법에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민법 제628조는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이나 그 밖의 경제사정 변동으로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가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은 임대차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 규정으로, 주택이든 상가든 계약 기간 중 세금·공과금이 바뀌거나 주변 시세가 크게 움직이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차임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주택임대차에는 여기에 더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가, 상가임대차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가 각각 별도로 적용됩니다. 두 조문 모두 민법 제628조와 같은 취지, 즉 조세·공과금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 장래에 대해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시행령에 있습니다. 두 법 모두 시행령에서 증액청구에 관해서만 구체적인 한도를 두었을 뿐, 감액청구에는 별도의 한도 규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 비대칭이 이번 글에서 다룰 핵심입니다.
민법 제628조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증액과 감액을 같은 조문에서 함께 규정하지만, 구체적인 한도는 증액청구에만 시행령으로 붙어 있다.
증액청구에만 존재하는 5% 상한 — 왜 이렇게 설계됐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은 차임 등의 증액청구가 약정한 차임 등의 20분의 1의 금액, 즉 5%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증액청구를 임대차계약 체결 또는 마지막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하도록 제한합니다. 상가임대차도 마찬가지여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4조는 증액청구가 청구 당시 차임 또는 보증금의 100분의 5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두 법 모두 증액에는 비율 상한과 기간 제한이라는 이중 장치를 걸어둔 셈입니다.
이런 제한을 둔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애초에 사회·경제적으로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임대인이 시세 상승이나 갱신 시점을 이용해 차임을 큰 폭으로 올려버리면 임차인이 짧은 기간 안에 주거지나 영업장을 잃을 위험이 커지므로, 입법자는 증액 폭 자체를 정책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차임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임대인을 같은 방식으로 보호해야 할 정책적 필요가 크지 않다고 본 것이어서, 감액청구에는 같은 비율 상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8조 — 증액 5%(20분의 1) 상한 + 1년 이내 재청구 금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4조 — 증액 5%(100분의 5) 상한
두 시행령 모두 감액청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비율·기간 한도를 두지 않음
5% 상한과 1년 제한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증액청구에만 붙은 정책적 장치일 뿐, 임대차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 원칙이 아니다.
감액청구에 상한이 없다는 것의 실제 의미 — 형성권으로서의 효력
감액청구에 비율 상한이 없다는 것이 임차인이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깎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차임 증감청구권은 형성권으로 분류됩니다. 상대방의 승낙을 기다릴 필요 없이, 임차인이 감액하겠다는 의사표시를 상대방에게 도달시키는 것만으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권리라는 뜻입니다. 대법원 1974. 8. 30. 선고 74다1124 판결은 차임증감청구권이 형성권의 성질을 가진다고 판시했고, 이 법리는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형성권이라고 해서 임차인이 부르는 금액대로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이 그 금액에 동의하지 않으면 결국 상당한 차임이 얼마인지를 놓고 다시 다투게 되고, 협의가 안 되면 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정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입니다.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239508, 239515 판결은 증감청구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를 이행기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 법리는 감액청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즉 소송이나 조정에서 액수가 나중에 정해지더라도, 그 감액된 차임의 효력은 절차가 끝난 날이 아니라 감액청구의 의사표시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시점으로 소급합니다.
감액청구의 효력은 조정이나 판결이 확정된 날이 아니라, 임차인의 의사표시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시점으로 소급해서 발생한다.
법원이 인정하는 감액 사유 — "경제사정 변동"의 실제 기준
감액청구가 받아들여지려면 막연히 형편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민법 제628조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가 공통으로 요구하는 것은 임차인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임대차 목적물이나 그 주변 시장을 둘러싼 객관적인 경제사정의 변동입니다. 임차인의 소득이 줄었다거나 사업이 잘 안 된다는 사정만으로는 감액청구의 근거가 되기 어렵고, 그 지역 시세 자체가 계약 당시보다 뚜렷하게 낮아졌다거나 인근 공실이 크게 늘었다거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같은 공과금 부담이 계약 당시보다 줄어든 경우처럼 목적물을 둘러싼 객관적 지표가 바뀌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상가임대차의 경우 2020년 개정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 제1항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1급감염병이 경제사정 변동 사유로 명시됐습니다. 코로나19처럼 감염병으로 인한 매출 급감이 법률상 명확한 감액청구 사유로 인정된 것입니다. 이 개정은 감염병이라는 사유를 예시적으로 추가한 것이어서, 반드시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외부적 요인으로 상권 자체가 침체됐다면 같은 논리로 감액을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인정되기 쉬운 사유 — 인근 동종 물건의 임대차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뚜렷하게 하락
인정되기 쉬운 사유 —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목적물에 대한 공과금 부담이 계약 당시보다 감소
인정되기 쉬운 사유 — 상권 침체로 인근 공실률이 크게 상승
인정되기 쉬운 사유 — 1급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매출 급감(상가임대차)
인정되기 어려운 사유 — 임차인 개인의 소득 감소·사업 부진 등 임차인 측 사정만 있는 경우
민법 제627조 — 일부 사용불능으로 당연 감액되는 별도 경로
지금까지 살펴본 증감청구권과는 성격이 다른 또 하나의 감액 경로가 있습니다. 민법 제627조 제1항은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 없이 멸실 기타 사유로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임차인이 그 부분의 비율에 의한 차임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누수·화재·시설 고장 등으로 건물의 일부를 아예 쓸 수 없게 됐다면, 경제사정 변동을 따질 것도 없이 그 사용 불가능한 부분의 비율만큼 차임이 당연히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 조문은 앞서 본 경제사정 변동형 감액청구와 요건이 다릅니다. 경제사정 변동형은 시세·공과금 같은 시장 지표의 변화를 증명해야 하지만, 제627조는 임차인의 과실 없이 목적물 일부를 쓸 수 없게 된 사실관계만 입증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건물의 일부 층을 영업에 쓸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면, 그 기간 그 비율만큼 차임 감액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남은 부분만으로는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아예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설 고장 등으로 목적물 일부를 못 쓰게 됐다면, 경제사정 변동을 증명할 필요 없이 민법 제627조에 따라 그 사용불능 비율만큼 차임이 당연히 감액된다.
감액청구 절차 — 의사표시 도달부터 조정·소송까지
감액청구가 형성권인 이상,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임대인에게 감액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도달시키는 것입니다. 구두로 요청했다가 나중에 다툼이 생기면 언제 얼마를 요구했는지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내용증명우편으로 감액 사유와 희망하는 차임 액수를 구체적으로 적어 보내두는 것이 실무상 일반적입니다. 이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시점이 이후 감액 효력이 소급하는 기준점이 되므로, 발송일과 도달일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
임대인이 감액 요구에 동의하면 그대로 차임을 조정하고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면 되지만, 협의가 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각 지역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비교적 신속하게 절충안을 찾는 방법이 있고, 조정이 결렬되면 민사소송으로 차임 감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 법원은 인근 시세 자료, 감정 결과, 공과금 변동 내역 등을 토대로 상당한 차임을 정하게 되는데, 이 절차는 새로운 차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감액청구로 발생한 효력을 확인하는 성격에 가깝습니다.
1단계 — 내용증명으로 감액 사유·희망 차임을 명확히 밝혀 도달시킴
2단계 — 임대인과 협의, 합의되면 계약서 재작성
3단계 — 협의 불성립 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
4단계 — 조정 불성립 시 차임 감액 청구 소송 제기(효력은 통지 도달 시로 소급)
감액청구는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순간 이미 효력이 발생하므로, 조정·소송은 새 권리를 만드는 절차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효력을 확인하는 절차에 가깝다.
임대인이 거부할 때 — 임차인이 취약해지지 않는 법
상가임대차에는 감액청구와 관련해 챙겨야 할 특칙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감염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차임이 감액됐는데도 임대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감액 전 차임을 기준으로 연체 여부를 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액청구권 자체가 형성권으로서 통지 도달 즉시 효력을 갖는 이상,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감액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임차인이 스스로 산정한 상당 차임을 지급한 것이 곧바로 차임 연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실무에서는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임대인이 감액 요구 자체를 무시하고 종전 차임 전액을 계속 요구하며 미납분을 이유로 계약 해지나 명도를 예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스스로 상당하다고 판단하는 차임을 계속 지급하면서 그 근거자료, 즉 인근 시세 비교표나 공과금 감소 내역 등을 정리해 두고, 필요하면 그 차액을 변제공탁해 채무불이행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두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후 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상당한 차임이 확정되면, 그 결과에 따라 이미 지급한 금액과의 차액을 정산하게 됩니다.
감액청구 통지가 도달한 이상, 임차인이 스스로 산정한 상당 차임을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차임 연체로 단정되지는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액청구를 하면 임대인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나요?
A. 감액청구는 형성권이라 통지가 도달하면 효력이 생기지만, 액수에 대해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시 다투게 됩니다. 결국 협의가 안 되면 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상당한 차임이 얼마인지를 확정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처음 요구한 금액보다 낮게 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Q. 감액청구에는 정말 아무 제한도 없나요?
A. 비율 상한이나 1년 제한 같은 시행령상 수치 제한은 없지만, 임차인이 부르는 금액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위원회나 법원은 시세·공과금 등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상당한 차임을 정하므로, 근거 없이 과도하게 낮은 금액을 요구하면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그냥 경기가 안 좋아졌다는 이유로도 감액청구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감염병 사유는 2020년 개정으로 예시적으로 추가된 것일 뿐, 조문의 본래 문구인 경제사정의 변동 자체는 더 넓은 개념입니다. 인근 시세 하락이나 공과금 감소처럼 목적물을 둘러싼 객관적 지표가 계약 당시보다 뚜렷하게 나빠졌다는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면 감염병이 아니어도 감액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감액청구 후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감액청구 자체는 계약 해지 사유가 아니며, 임차인이 정당한 근거를 갖추고 상당한 차임을 지급하고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 계약을 해지당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감액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길어지면 임대인이 연체를 주장하며 해지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 지급 내역과 감액청구 근거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감액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특약을 계약서에 넣으면 유효한가요?
A.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5조는 각 법에 위반되는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한 강행규정입니다. 감액청구권 자체를 사전에 완전히 포기시키는 특약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범위에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민법 제627조에 따른 감액과 제628조에 따른 감액은 같이 주장할 수 있나요?
A. 요건이 다른 별개의 권리이므로 사안에 따라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시설 고장으로 일부를 못 쓰는 기간에는 제627조에 따른 비율 감액을, 그 외 기간 전체에 대해서는 시세 하락 등을 근거로 제628조·특별법상 감액청구를 별도로 주장하는 방식입니다.
맺음말
차임을 낮추고 싶은 임차인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증액청구에 붙는 5% 상한과 1년 제한이 감액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상한이 없다는 것이 임차인이 원하는 금액대로 다 받아들여진다는 뜻은 아니며, 결국은 시세·공과금 같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는 상당한 차임이 얼마인지가 관건입니다. 감액청구는 통지가 도달한 순간 형성권으로서 효력이 발생하므로, 구두로 흘려보내지 말고 내용증명 등으로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이후 협의나 조정·소송에서 유리한 출발점이 됩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상가 공실 증가나 시세 하락을 이유로 한 감액청구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감액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임대인과의 협의가 결렬됐을 때 조정과 소송 중 어느 절차를 택할지는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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